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60)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60화(56/346)
이름을 확인한 수호가 서류를 품안에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서 다행이군.’
이 시기의 남해원은 뚜렷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나름대로 단서를 취합해 서치 방향을 잡았는데 다행히 딱 들어맞았다.
이제 남은 건 그를 데리고 오는 것뿐.
수호가 말했다.
“청담에 유니온에서 관리하는 안전가옥 있죠?”
안전가옥이란 말에 그녀가 미간을 좁혔다.
“……그런 것도 아세요?”
알다마다.
게이트가 거의 절멸된 후반부 세상에서 온 수호가 이 세상에 모르는 정보는 없었다.
인간은 기록의 생물이고 특히나 한국은 더더욱 기록에 집착하는 나라였으니까.
거기다 거의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던 수호인데 한낱 국내파 유니온에 대한 정보라고 모를까.
수호가 말했다.
“예, 뭐. 아무튼 거기 좀 씁시다.”
“길드에서 관리하는 안전가옥은 여러 등급이 있는 거 알죠? 하물며 청담동이면 최고 등급인…….”
“은혜 갚겠다면서요?”
“아니, 은혜는 서류 구해 주는 걸로 끝 아니에요?”
“최윤 씨 목숨값은 이깟 서류 몇 장 정도의 값어치밖에 안 됩니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요! 진짜 웬만하면 들어주고 싶은데 다른 곳도 아니고 청담가옥이라 그래요, 청담가옥이라서!”
“그럼 비용을 내면 됩니까?”
“네?”
“비용만 내면 되냐고요.”
“하…… 꼭 청담동이어야 하는 이유 있어요?”
“말해 줘야 하나요?”
“이익……!”
이유.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그건 바로 청담동에 카이저 청담이 있기 때문.
‘뭐가 됐든 다들 가까이 사는 게 좋으니까.’
물론 이외에도 청담동이 세이프존으로 지정된 것과 더불어 유니온에서 운영하는 안전가옥이라면, 그것도 최고 등급의 안전가옥이라면 여러모로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이 크긴 했다.
최윤이 의자에 몸을 기대듯 눕더니 이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고개를 돌리고 연기를 푸 뱉었다.
“거긴 입주 조건이 있어요.”
“조건?”
“청담가옥에 대해선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거긴 길드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자격이 필요한 곳이라 돈만 낸다고 해서 무조건 내어주는 곳이 아니에요. 심지어 그쪽은 유니온 소속도 아니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긴 뭘 그래서예요? 안 된다는 거지.”
“방법이 있을걸요?”
수호의 말에 최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확신으로요?”
“유니온은 철저한 이익집단이잖아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에서 천재지변도 아닌 일에 대한 불가능이 어디 있어요?”
“그건 그렇긴 한데…….”
“윗선에 한번 물어봐요. 과연 유니온에서 내 제안을 거절할 것인지에 대해. 아마 유니온은 이번 기회에 나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내 부탁을 들어줄걸요?”
“…….”
수호가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자 최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또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유니온은 국내에 존재하는 단체들 중 어찌 보면 가장 순수함을 가진 집단이었다.
그도 그럴 게 유니온은 뜻이 맞고 수지타산만 맞는다면 그 어떤 거래에도 응하는 곳이었으니까.
할 말이 없어진 최윤이 대답했다.
“하, 알겠어요.”
수호의 요구에 최윤은 입에 담배를 문 채 잠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약 15분 뒤에 질린다는 표정으로 다시 나타났다.
“당신은 진짜…….”
“뭐라던가요?”
“알겠답니다.”
“그쵸? 내가 뭐랬어요.”
“대신 조건이 있답니다.”
“조건?”
“예, 윗선에서 말하는 조건에 응해 주면 청담가옥의 이용은 물론 요금도 반절만 받겠다네요..”
오.
이건 좀 의왼데?
아무리 반값이라도 유니온의 청담가옥이라면 이용료가 한두 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수호는 먼저 선을 그었다.
“어떤 조건이냐에 따라 들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부탁하는 입장치고 너무 깐깐한 거 아니에요?”
“깐깐할 수밖에 없죠. 전 곧 대헌협에 들어갈 예정이니까요.”
그러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니온도 바보는 아니었다.
유니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길드인 만큼 정보도 빠삭했고 계산에도 능했으니까.
최윤이 말했다.
“게이트 하나만 공략해 달랍니다. 유니온에서 보유 중인 게이트가 하나 있는데 발견된 지 얼마 안 된 게이트거든요.”
“유니온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굳이요?”
“게이트가 생성된 구역이 너무 눈에 띄는 곳이라 그렇답니다. 아시다시피 국내에 생성된 게이트를 빼돌리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지금 확보한 곳은 너무 눈에 띄는 곳에 있어요.”
“어디 있는데요?”
“남한산요.”
확실히 거기라면 게이트를 따로 빼돌릴 수도 없겠군.
수호가 물었다.
“난이도나 테마는요?”
“탐사대를 보냈는데 입장 제한이 110레벨 이하만 가능하다네요, 게이트 이름은 천공산이고 출몰하는 몬스터 종류는 와이번인데 기동력이 워낙 좋아서…….”
“천공산?”
“네, 천공산요. 그리고 단독 공략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들어갈 공략대에 참가해서 함께 공략해 주면 된다네요. 아무리 수호 씨라도 그런 곳을 혼자 공략하는 건 무리일 테니까요.”
물론 세간에 알려진 수호의 실력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니온은 철저한 이익집단으로 극한의 이득을 추구하기 보다는 안전하고 확실한 이득을 추구했다.
그러나 수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수호가 물었다.
“혹시 출현한다는 와이번 색깔이 하늘색입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요?”
최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수호가 속으로 웃었다.
그렇군.
내가 아는 그 천공산이 맞았어.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수호가 말했다.
“좋습니다. 거기만 공략하면 되는 겁니까?”
“예, 그리고 게이트 안에서 나온 전리품은 모두 넘겨주셔야 하고요. 참고로 내부에 거대한 석산이 하나 있는데 그 끝에 와이번의 둥지가 있습니다. 아마 메인 전리품은 녀석의 알이 될 텐데 있는 거 다 구해다 주시면 됩니다.”
“개수는요?”
“선발대 기억으로는 6개까지 봤다네요.”
“좋습니다. 언제부터 공략하면 됩니까?”
“할 수만 있다면 지금도 상관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지, 지금요?”
“예, 지금요. 그리고 조건 하나만 더 붙입시다.”
“무슨 조건요?”
“공략대 참가 말고 나 혼자 단독 공략하겠다고 전해 주시죠. 그 대신 청담가옥은 요금없이 그냥 쓰는 걸로 하고. 당연히 평수는 제일 큰 평수여야 합니다. 80평짜리.”
“80평짜리는 또 어떻게 알고…… 근데 진심이세요?”
“제가 언제 그쪽이랑 농담한 적 있습니까.”
“참 나…….”
퉁명스런 대답이었지만 최윤은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놀랐다.
지금 출발하자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어려운 곳을 단독 공략하겠다고 했기에.
허나 수호는 진심이었다.
수호에게 시간은 금이었고 그곳이 어디인지 알았으니까.
***
각자의 차로 이동한 끝에 수호는 남한산 안쪽에 숨겨져 있는, 일명 천공산이라 불리우는 와이번 게이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유니온 사람들이 포진되어 있었는데 아직 스퀘어도 올리지 않은 곳이라 어쩔 수 없었다.
수호가 최윤과 함께 등장하자 천공산 게이트의 책임자가 나타났다.
“정말 안수호 헌터군요. 반갑습니다, 전 이곳의 책임자이자 공략대장 김수원이라고 합니다.”
“안수호라고 합니다.”
김수원.
그는 이번 천공산 게이트의 입장 조건에 맞춘 110레벨의 헌터로 110레벨 이하 헌터 중에선 손에 꼽히는 실력자 중의 실력자였다.
하지만 수호의 기억에는 없는 사내.
그렇다는 건 길게 봤을 땐 별 볼 일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수호가 시선을 옮겨 게이트를 보며 물었다.
“저게 천공산 게이트입니까?”
“예, 선발대를 두 차례 파견해 내부 수색은 거의 끝마쳤는데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일단 나선형으로 된 거대한 석산을 올라야 하는데다 와이번들이 끊임없이 덤벼대는 통에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바람도 억세고요.”
“그래도 그런 천공산을 끝까지 올랐으니 둥지도 발견하신 거 아닙니까?”
“그쵸, 하지만 발견이 전부였습니다. 이후엔 와이번들의 공격이 너무 심해서 포기하고 유턴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출입이 가능한 형태라 다행이었군요.”
“네, 뭐. 저도 저길 한번 다녀왔으니까요. 근데…… 정말 혼자 공략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힘드실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진심입니다. 천공산 꼭대기에는…….”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
수호의 단호한 모습에 김수원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뭘 안다는 거지?
하지만 김수원은 아마추어처럼 화내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또한 유니온 소속이자 프로 헌터였고 베테랑일수록 자존심이나 금전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건투를 빌도록 하죠. 혹시 필요한 물품 있으시면 준비된 것들 중 최대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
황당했다.
하다 못해 지원품까지 거절하다니.
다른 헌터였다면 무모한 객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단독으로 봉인 게이트만 두 개를 해치운 사람.
자신과는 결이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여 뒤로 물러났다.
수호는 게이트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입장했다.
[ 게이트에 입장합니다. ] [ 게이트 정보를 불러옵니다. ] [ 천공산 ]– 입장 조건 : 110레벨 이하.
– 최대 입장 인원 : 31명 이하.
천공산 게이트.
기억의 도서관에서 본 그 게이트가 맞다.
기억 대조를 마친 수호가 게이트 속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수호의 사라진 신형을 보며 김수원이 최윤에게 물었다.
“……될까요?”
“글쎄요.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고 대표님께선 말씀하시긴 하셨는데…… 전 왠지 공략할 것 같네요.”
“안수호라서요?”
“네.”
“흐음.”
확실히 안수호라는 네임드 값이 주는 기대와 믿음이 있긴 하다.
하지만 김수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게 그가 직접 겪어 본 천공산은 절대로 혼자서 공략하기엔 애로사항이 많은 곳이었으니까.
‘뭐, 알아서 하겠지.’
공략하면 전설이 되는 거고 실패하면 추락하는 거고.
뭐가 됐든 재미는 있을 것 같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옮긴다.
***
시야가 바뀌고 수호는 낯선 공간에서 눈을 떴다.
휘오오!
그리고 바로 들리는 격한 바람소리.
수호는 웬 동굴 안에서 눈을 떴는데 빛을 따라 바깥으로 나오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펼쳐져 있는 까마득한 천공산이 보였다.
‘여기가 천공산이군.’
천공산.
협회의 데이터 보관소에서 본 기억이 있다.
봉인 게이트나 위험 게이트까진 아니었지만 나중에 유니온에서 획득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헌터들을 갈아 넣었다고 했다.
‘탱커와 궁수, 그리고 힐러로 조합된 공략대로 공략했다고 했었지.’
근접전인 전사는 쓸모가 없고 마법사는 적중률이 떨어져서 공략대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호는 검사 출신인데다 활을 다룰 생각도, 가지고 있는 활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공략하겠다고 한 건 수호에게 활만큼이나 훌륭한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호가 혈검을 소환해 손에 쥐었다.
휘오오!
바람이 차다.
그리고 억세다.
하지만 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공산을 올려다본 끝에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 도약이 발동됩니다. ]수호는 나선형으로 난 길을 이용하지 않았다.
대신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석산 표면을 밟고 일직선으로 이동했다.
바람이 워낙 거세서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자칫 밀려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수호에겐 영향이 없었다.
게이트가 가진 환경적 요인은 플레이어가 어떤 스탯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끼칠 수 있는 영향이 달랐는데 수호의 스탯은 레드 등급으로 천공산의 바람은 수호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한 것.
그렇게 얼마간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키에에에!”
저 멀리 날아오는 점 무더기들.
다름 아닌 와이번 무리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