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67)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67화(63/346)
다시 아공간 하우스를 나오자 창식이파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당연했다.
그 난리를 피웠는데 아직도 이 근처를 얼쩡거리는 멍청이는 없을 테니까.
대신 식사를 마친 불가살이가 배를 통통 두들기고 있었다.
“다 먹었냐?”
“불불.”
“들어가서 쉬어라.”
“불불.”
수호는 불가살이를 역소환시킨 다음 밴시들에게 연락해 영등포로 소환했다.
시킬 일이 있어서였다.
호출을 마친 수호는 다시 남해원의 집으로 향했다.
“남해원 씨?”
문을 두드리자 남해원이 문을 열어 주었다.
“오, 오셨어요?”
애써 웃으며 반겨 주는 남해원.
그런데 그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맞아 주었는데 마치 오한이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환상의 금단 증상이었다.
‘하긴 환상을 한두 번 맞은 것도 아닐 테니까.’
치유사들의 리커버리가 아무리 질병 치료에 좋다지만 그래도 마약 환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치료를 해야 했다.
제아무리 리커버리라 할지라도 그게 만병통치약은 아니라 한 방에 모든 걸 치료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
‘더 상위 스킬이 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건 이사벨라처럼 완전히 치유에 특화되는 경우에만 해당했다.
수호가 말했다.
“금단 증상이 심해 보이시는데 일단 들어가시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아, 가, 감사합니다!”
집안에 깡패들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때려눕힌 사람들이 그 유명한 안수호 헌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앎과 동시에 녀석들이 일어났을 때쯤엔 본사도 이미 함락되어 버린 후였으니까.
수호는 남해원을 앉힌 후 아이템과 스킬을 사용했다.
[ 희로애락의 반지가 대상의 가장 강렬한 감정에 반응합니다. ] [ 흡수할 수 있는 감정은 ‘블랙’입니다. ] [ 대상으로부터 감정을 흡수합니다. ] [ 리커버리가 발동됩니다. ]화악!
빛이 뿜어지자 오한 환자처럼 덜덜 떨던 남해원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지며 몸의 떨림이 멈추었다.
두 개의 기술을 동시에 사용하며 수호는 생각했다.
‘희로애락의 반지와 리커버리의 조합……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했을 때의 파괴력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네.’
리커버리는 상처 치유는 해 주지만 정신적 안정까지 찾아주진 못 한다.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스킬은 레벨이 굉장히 높아져야만 터득할 수 있는데 수호의 기억에 정신안정 스킬을 터득한 치유사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으니까.
‘애초에 치유 특화형 치유사가 별로 없었지.’
대부분의 치유사들은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하이브리드가 되는 길을 택한다.
중후반부의 게이트는 게이트 전체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으니까.
말인즉, 이사벨라 같은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는 것.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사벨라는 러시아에서 대놓고 키운 특수 힐러였으니.’
이윽고 남해원이 완전히 편안해지자 수호는 그제서야 리커버리를 거두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네…… 덕분에 편해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수호 헌터님.”
“이젠 알아보시네요?”
“하하…… 아깐 너무 정신도 없었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죄송할 건 아니죠. 그보다 이거.”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남해원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창식이파가 가지고 있던 남해원의 채권 서류였다.
“이, 이건……!”
“좀 전에 창식이파를 해체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이건 거기서 찾아온 채권 서류입니다.”
“해, 해체요?”
“네, 해체요.”
“마, 말도 안 돼…….”
남해원은 자신의 채권 서류와 수호를 도무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가며 보았다.
특히 서류를 쥔 손은 치료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만큼 많이 놀랐다는 뜻.
수호가 이어서 설명했다.
“빌린 금액 자체는 얼마 안 되시는데 말도 안 되게 이자를 붙여 놨더군요. 이러니 이자가 원금을 잡아먹고 끝도 없이 불어나죠. 하지만 그럼에도 돈을 성실하게 갚으셨던데 그래서 해원 씨에게 마약을 투여한 듯싶습니다.”
“……네, 맞아요. 제 개인 특성 때문에 돈 자체는 어떻게든 계속 갚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저를 계속 붙잡아 두기 위해 마약을 투여했던 거였어요. 진짜…… 진짜 나쁜 놈들입니다, 그놈들…….”
말을 잇는 남해원의 목소리에 점점 물기가 묻어나더니 결국 그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연했다.
수호가 나타나기 전까진 정말 지옥 같은 삶을 살았으니까.
그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헌터님, 그거 아세요? 저 진짜 노력 많이 했어요. 어떻게든 녀석들 손아귀에서 벗어나 보려고 단약 센터도 다녔고 몰래 해독제나 중화제를 만들어 먹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놈들이 나타나서 강제로 마약을 투여하는데…….”
말 그대로였다.
그는 창식이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단약 센터에 다니는 건 물론 자신의 개인 특성을 활용해 마약을 중화시키는 중화제까지 몰래 만들어 먹어 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쪽수 앞에 장사 없다고 단체로 달려들어 강제로 투여하는 마약을 남해원 혼자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경찰이나 협회는 아무런 도움도, 응답도 안 해 줬어요. 진짜…… 진짜 나쁜 놈들이에요. 다 똑같아요, 경찰이든 협회든…….”
남해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동안 경찰이나 협회에도 도움 요청을 보내 보았으나 마약쟁이에 사채 이력까지 있는 사람의 헬프 콜을.
심지어 슬럼화가 이루어진 영등포 주민의 도움 요청은 봐도 못 본 척 무시해 버리는 게 현재 한국 치안의 실태였다.
‘다들 자기 관할 아니라고 폭탄 돌리기에 바쁘지.’
경찰 쪽은 상대가 헌터들이라서, 협회 쪽은 인력 부족을 핑계로.
수호는 얼른 협회로 들어가 내부 개혁을 하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버텨 주신 덕분에 제가 선생님을 구하러 올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해원은 얼마간 눈물을 쏟아냈고 수호는 그런 남해원의 울분을 가만히 받아주었다.
물론 희로애락의 반지를 사용하면 그는 금방 진정을 되찾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수호는 남해원을 해야 할 일 같은 게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보았으니까.
그의 울음이 멎자 그제야 평정을 되찾은 그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근데…… 외람된 질문인데 갑자기 창식이파는 왜 공격하게 되신 건가요?”
그의 물음에 수호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얼마 전에 남해원 씨 말고 우연찮게 다른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창식이파를 알게 됐습니다. 근데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알게 되니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더군요.”
“아…….”
“그리고 아실진 모르겠지만 저도 얼마 안 있으면 대헌협에 입사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해야 될 일을 미리 앞당겨서 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민망한듯 멋쩍게 웃는 남해원.
그럴 만도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협회를 원망하고 있었으니까.
수호가 분위기 환기를 위해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해원 씨한테 제안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제안요?”
“예, 창식이파 자료를 보다 알게 된 건데 해원 씨가 가지고 계신 능력…… 그러니까 개인 특성에 대한 것입니다.”
제안이란 말에 남해원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수호가 아무리 은인이라도 창식이파 또한 남해원의 개인 특성 때문에 마약을 투여한 것이었으니까.
수호가 말했다.
“제가 아는 바로 해원 씨의 개인 특성은 ‘합성’이 맞습니까?”
합성.
말 그대로였다.
합성은 디지테이션 만큼이나 희귀…… 아니, 어쩌면 디지테이션보다 더 귀한 특성일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게 디지테이션은 2명이나 존재했지만 합성은 오직 남해원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믹스 스미스. 남해원은 그렇게 불렸었지.’
믹스 스미스(Mix smith).
사람들은 줄여서 ‘믹스미스’라고 불렀으며 주어진 재료를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하여 그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그렇기에 남해원이 대장장이라 불리게 된 것.
수호는 절대로 그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반드시 확실한 조합식이 필요한 조합 스킬 따위와는 달리, 합성 특성이 만들어낸 것에는 실패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남해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맞아요. 제 능력은 물건 두 개를 합성해 두 가지 성질이 조화롭게 섞인 한 가지 물건으로 만드는 능력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능력이 맞다면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해원 씨를 고용하고 싶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몰랐다면 모를까 창식이파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마약 피해자들을 보았는데 아시다시피 저 혼자 그들을 전부 케어할 순 없어서요.”
“그 말씀은……?”
“아까 혼자 중화제나 해독제를 만들어 드셨다고 하셨죠?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마약 중화제를 만들어 보심이 어떠세요? 그럼 제가 사람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당연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예컨대 영등포 같은 곳이 아닌 안전가옥에서 해원 씨의 중독 증세를 제가 직접 케어하겠습니다.”
수호의 말에 남해원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당연했다.
남해원도 알기 때문이다.
리커버리의 사용이 가능한 치유사가 얼마나 비싼 몸값을 가지고 있는지.
하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초대형 메가 인플루언서급인 수호가 직접 케어해 준다는데 그 가치를 매긴다면 보통의 리커버리 치유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터.
게다가 무엇보다도……
‘이 사람은 천사인가?’
이쯤 되면 한 번쯤은 생색을 낼 법도 한데 수호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남을 돕기 위해 자신에게 정당한 거래를 제안했다.
그냥 요구해도 될 법한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남해원은 그런 수호의 인성에 매료되고 말았다.
남해원이 좀처럼 대답하지 않자 수호가 뒷말을 덧붙였다.
“혹시 조건이 부족하시다면…….”
“아뇨, 하겠습니다. 아니, 하게 해주세요.”
“네?”
“제발 고용해 주세요. 그리고 비용도 따로 안 주셔도 됩니다. 저를 지옥에서 구해 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다 금단증세 치료까지 해 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래도 정당하게 고용을 해야 제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야 재료 지원도 정식으로 할 수 있죠.”
“헌터님은 대체…….”
마음속 깊이 몰려오는 감동의 물결.
그렇게 수호는 밴시의 새로운 멤버가 될 ‘남해원’을 영입할 수 있었다.
‘시작은 마약 중화제로 해서 천천히 믹스미스로 키워야겠어.’
남해원에겐 만능 스미스로써의 재능이 있었다.
아니, 재능뿐만이 아니라 원래부터가 잘될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으로부터 일이 년 뒤, 그는 끝끝내 홀로 강력한 중화제를 만들어 스스로 금단 현상을 치료하고 창식이파로부터 벗어나는데 성공하고 마니까.
그때였다.
위이잉-
전화 소리.
서기원이었다.
– 형님, 말씀하신 주소지에 도착했습니다.
“금방 내려갈게.”
때마침 밴시들도 도착했다.
수호는 남해원과 함께 1층에 내려간 후 밴시들에게 창식이파에서 가져온 각종 채권서류들을 나눠 주며 사정을 설명했다.
“이제 걱정할 필요 없으니 더는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다들 소재지 파악 제대로 해 놔. 정기적으로 마약 중화제도 보급해 드릴 예정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저, 근데요 형님.”
질문자는 서기원이었다.
수호가 대답했다.
“왜?”
“이런 연락이면 그냥 제 능력을 활용하시면 더 간편할 텐데 굳이 직접 만나야 할 이유가 있나요?”
효율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불법채권에 마약중독 피해자라고 했잖아. 그중에는 휴대폰이 없는 사람도 있고 창식이파를 피해 숨어 계신 분도 있어. 그러니 더더욱 직접 만나서 말씀드려야지. 아, 필요하면 넥서스 이름을 팔아서라도 안심시켜. 길드에는 내가 말해 놓을 테니까.”
“아……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죄송합니다.”
“알아 가면 되는 거지. 다들 얼른 움직여.”
“예.”
명령을 받은 밴시들이 흩어진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남해원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도 슬슬 이동하시죠.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아, 네!”
수호가 남해원을 데리고 청담가옥으로 향한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