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77)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77화(73/346)
덜덜덜덜……
무릎 꿇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손백금과 김궁원.
두 사람의 옷은 찢어질 대로 찢어지고 곳곳에는 그들의 혈흔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그들의 몸에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왜?
수호가 모두 치료했으니까.
수호가 무릎 꿇린 두 사람 앞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이야, 역시 스탯 측정기가 효과 하나는 정말 끝내주네.”
스탯 측정기.
그것은 대헌협 각성부 비품실에서 가져온 기록 갱신원들의 필수품으로, 입력값에 따라 원하는 스탯 반응이 나타나는 기계인데 남의 상태창을 보지 못하는 시스템 규칙 때문에 정부에서 개발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스탯 측정기의 측정 정확도는 약 70% 수준.
하지만 수호는 이례적으로 100%의 정확도를 달성해 냈다.
비법은 간단했다.
스탯 측정기로 김궁원이 진실을 말할 때까지 때렸으니까.
수호가 찌그러진 스탯 측정기로 김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튼 아까도 말했지만 나중에 다시 검사했는데 지금 측정한 거랑 값이 다르면 그땐 더 아파지는 거야. 알았지?”
“네,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넌 이제 해결. 그다음은…….”
김궁원의 상태창 기록을 최신화하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김궁원에게 볼일은 없다.
수호는 시선을 옮겨 무릎 꿇고 있는 손백금을 보았다.
그는 삼십후반 정도의 나이로 김궁원 덕분에 빠른 시간에 강남의 거물이 된 남자였는데 그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타이밍이 좋았지.’
말 그대로 타이밍이 좋았다.
놈은 언젠가 체포했어야 할 놈들 중에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잡아가기엔 조금 곤란했다.
현재 자신은 기록 갱신원의 신분으로 현장평가를 위해 온 거였으니까.
허나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어찌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수호가 물었다.
“손백금 씨?”
“예, 예……!”
“아까 보니까 재밌는 말씀을 하시던데.”
“어,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검경이랑 대헌협에도 약 쳐놨다는 거.”
“…….”
“검경은 그렇다 치고 대헌협에는 누구한테 약 쳐놨습니까?”
약을 쳤다.
미리 돈을 뿌려서 입을 막았다.
혹은 정당하게 수행되어야 할 업무를 입맛대로 조종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김궁원을 위한 뇌물이었던 건 맞을 터.
그렇기에 더더욱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누구는 2회차 인생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다시 공무원이 됐는데 감히 이런 식으로 재나 뿌리고 있다니?
수호의 물음에 손백금은 얼마간 덜덜 떨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기가 차서 웃었다.
“눈을 감아요? 내가 묻는데 감히 눈을 감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거!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좋아요, 만약 또 내 질문에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짓하면 그땐 정말 재미없어지는 거예요. 당신은 일반인이라 스탯 측정기가 필요 없을 테니 그냥 맨손으로 때릴 겁니다.”
“…….”
“대답.”
“네, 네! 알겠습니다……!”
덜덜 떨며 대답하는 손백금의 물음에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는 구연화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 보통 사람이 아닌 건 알았지만 저렇게 보니까 진짜 무섭네. 안 그래요, 현민이 오빠?”
“무섭다기보단 능력이 있으신 거지.”
“……?”
김현민의 말에 구연화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김현민은 진심이었다.
그는 이미 수호의 유능함을 몸소 겪어보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수호가 구연화와 김현민을 데리고 온 이유는 아크로 타워에 조용히 잠입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최초의 무무무를 가지고 있어도 거쳐야 하는 길이 많은 아크로 타워 특성상 현재의 수호 혼자선 절대로 조용한 침입이 불가능했기 때문.
그래서 일대의 전자기기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EMP 능력자 구연화와 이동 능력자 김현민을 데리고 온 것.
다시 말해, 좀 전의 정전은 구연화의 작품이었다.
수호가 손백금에게 물었다.
“그래서 누구한테 약 쳤는데요?”
“그게…… 박규민 부협회장한테 쳤습니다.”
“뭐?”
이것 봐라?
여기에 박규민이 엮여 있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 한 사실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리고?”
“끝입니다.”
“끝?”
“예, 그 사람 한 사람뿐입니다.”
“정말이야?”
“예, 예!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손백금은 손사래까지 쳐가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반응을 보니 진짜인 것 같긴 하네.
그나저나 박규민이라……
‘그럼 박규민 부회장은 이번에 치러질 각성과 현장평가에 대해선 일절 모르고 있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을 왜 현장평가에 넣겠는가?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의문이었다.
‘그럼 이번 각성과 현장평가는 누구의 뜻이지? 박규민 성격상 받아먹은 만큼 확실하게 챙겨주려 했을 텐데 그걸 알면서도 굳이 박규민에게 해가 되는 사항을 시험으로 넣었다는 건 이건 대놓고 박규민을 저격하겠다는 뜻인데?’
그 순간 수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설마 피성열이?’
단순히 각성과의 악성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이문호 과장이 김궁원을 평가 항목에 넣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 박규민 성격상 이문호 과장에게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귀띔을 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문호가 이런 평가 과제를 내어줬다는 건 다른 사람의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문호에게 그런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면 최소 박규민보다 위, 혹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되면 후보는 장경환 협회장과 피성열 특수부 부장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피성열이 박규민보다 높은 직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내 파워만 놓고 본다면 피성열이 더 높다는 게 다수의 의견.
‘게다가 장경환에게 박규민은 혓바닥 속의 사탕 같은 존재. 굳이 박규민에게 해를 가할 이유가 없어.’
그렇게 되면 남는 사람은 피성열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았던가?’
딱히 그런 기억은 없는데?
그럼 왜지?
수호는 얼마간 고민하던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일단 한번 지켜봐야겠군.’
김궁원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면 피성열이든 박규민이든 어느 쪽에서든 먼저 반응이 올 것이다.
그런 상황에 굳이 먼저 나서서 백금파를 흔들 필요는 없다는 말.
‘뭐가 됐든 금방 입질이 오겠지.’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궁원을 챙기며 손백금에게 말했다.
“볼 수 있으면 또 봐요.”
“……네?”
“그럼 수고.”
김궁원을 챙긴 수호가 밴시들과 함께 아크로 타워를 나선다.
그리고 홀로 남게 된 손백금은 황당함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냥 이렇게 간다고?”
***
“선배님.”
“아, 수호 씨 왔어요?”
대헌협 건물.
수호는 각성과로 복귀해 쉬고 있는 한호성을 찾았다.
한호성은 휴게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그가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흐아암…… 그래서, 김궁원은 찾았어요?”
“네, 찾았습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요. 이 일이 언뜻 보면 쉬워 보여도 생각보다 어렵…… 네? 뭐라구요?”
“김궁원 찾아서 상태창 정보 최신화했고 혹시 몰라서 조사실에 데려다 놨습니다.”
“……?”
수호의 말에 한호성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기울인다.
지금 자기가 들은 게 맞냐는 표정.
그러나 한호성의 귀는 멀쩡했고 수호도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수호가 말했다.
“가시죠.”
“어어, 아, 네, 가야죠. 당연히 가야죠.”
뒤늦게 현실을 인지한 한호성이 수호를 따라 후다닥 조사실로 향한다.
***
“미친…….”
조사실 의자에 앉아 있는 김궁원을 보며 한호성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말이 돼?
김궁원은 악성 미갱신자로 등급만 놓고 보면 S급 진상인데?
근데 지난 몇 년간 그림자도 구경 못 해본 놈을 단 하루만에…… 아니, 몇 시간 만에 잡아 왔다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호성은 수호가 건넨 김궁원의 상태창 자료를 보며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스탯 검사 결과도 거의 정확해?’
믿을 수가 없었다.
스탯 측정기는 정확도가 70%밖에 안 돼서 근사치라도 뽑으려면 미갱신자랑 기싸움을 얼마나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러나 수호는 해냈다.
너무나도 쉽게.
마치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듯이.
심지어 김궁원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한호성이 입을 벌리고 있자 수호가 대수롭잖다는 듯 말했다.
“이제 혐의도 입증됐으니 바로 특수부로 넘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어, 예. 그렇죠. 그렇고 말고요…… 근데요, 수호 씨.”
“네?”
“그…… 어떻게…… 잡은 거예요?”
“그냥 이곳저곳 수소문하다 보니 운 좋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남은 미갱신자들도 제가 혼자서 잡아 와도 될까요? 현장평가잖아요.”
“아…… 그럼요…… 물론이죠…… 아, 아니다. 그냥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안 돼요.”
“네?”
“전부 다 혼자 잡아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싶거든요. 도움이 필요하면 선배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특수부 인계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한호성은 수호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아니, 거역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그가 느끼기에 수호는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흉악 범죄자도 아니고 끽해야 미갱신자들인데 까다로워 봤자 얼마나 까다롭겠는가?
수호는 이틀에 걸쳐 명단에 있는 모두를 잡아올 수 있었고 그때마다 한호성은 그저 입 벌리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호는 자연스럽게 협회 내 최고의 핫이슈가 되어 또 한 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들었어요? 안 헌터…… 아니, 안 시보 이야기요.”
“각성과 진상들 다 잡았다면서요?”
“아니, 프로 갱신원들도 어찌 못 하던 걸 어떻게 한번…… 아니, 이틀만에 다 끝냈대요?”
“진짜 검신은 검신인가 봐요. 우리랑은 일하는 클래스 자체가 달라.”
“근데 이렇게 되면 갱신원들만 욕먹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일개 시보가 프로 갱신원들도 하지 못하던 걸 해내 버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그들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안 시보! 안 시보! 안 시보!”
“안수호! 안수호! 안수호!”
“검신! 검신! 검신! 검신!”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열렬하고 뜨거운 환호.
쏟아지는 사랑.
시기? 질투?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수호는 말 그대로 각성과 최고의 아이돌이 되어 있었다.
“수호 씨, 그냥 딴데 가지 말고 영원히 우리랑 일하면 안 돼요?”
“내가 진짜 이런 말 안 하는데 수호 씨만 한 인재를 못 봤어.”
“나 수호 씨 팬클럽도 가입했잖아. 이제 수호사제라고 불러줘요.”
“안멘.”
“검멘.”
각성과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
당연했다.
그동안 S급 진상 미갱신자들 때문에 내리갈굼만 먹던 그들인데 수호가 그들을 단번에 해결해 주었으니까.
‘이렇게 비교 당하나 저렇게 갈굼받나, 어차피 괴로울 거면 한 번 괴로운 게 백배 천배 낫지.’
덕분에 수호는 예상대로 각성과 현장평가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비각성과 연수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각성과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던 그때였다.
위이잉-.
별안간 걸려온 전화 한 통.
그것을 본 수호가 씩 웃었다.
‘빨리도 전화하네.’
수호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예, 선배님.”
– 안 후배 바쁜가? 안 바쁘면 잠깐 나 좀 보지.
수호에게 전화를 건 사람.
다름 아닌 피성열이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