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79)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79화(75/346)
“어어어어!”
박궁도 소년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려던 찰나, 박궁의 어머니가 와서 박궁의 입을 막았다.
“쉬이잇!”
“으, 읍마?”
박궁의 어머니는 고무장갑 낀 손 그대로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붙여 보이더니 박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아들의 입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식사하러 오신 손님 안 불편해하시게 아는 척하면 안 돼.”
“아…….”
박궁은 그제서야 수호가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밥 두 줄에 라면 하나.
마침 손님도 없는 시간대라 수호 혼자뿐이었는데 자신이 그 소중한 시간을 방해할 뻔한 것.
박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미안해요.”
“그래. 그나저나 가게는 왜 왔어? 지금 훈련하고 있어야 할 때 아냐?”
“내일 대회라고 일찍 보내주셨어.”
“그럼 쉬거나 애들이랑 놀지 뭐 한다고 가게를 나왔어?”
“에이, 엄마 혼자 일하는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어떻게 안 와.”
“그래도.”
“괜찮아요. 내가 언제 대회 있다고 일부러 쉬고 그랬나. 그…… 대신 엄마.”
“응?”
“검신님 테이블 아직 계산 안 했지?”
“안 했지?”
“그럼 이따 내가 계산 받아도 돼?”
박궁의 말에 어머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렴.”
“앗싸.”
엄마의 허락에 박궁이 싱글벙글 웃으며 계산대 앞을 얼쩡거렸다.
그리고 얼마 뒤, 식사를 마친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이요.”
“넵! 만 원입니다!”
“여기요.”
“영수증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저기 근데…….”
“네?”
“혹시 박궁 선수 아닌가요?”
“네, 넷?”
“아니면 말구요.”
“아, 아니요! 저 맞아요! 제가 박궁입니다.”
계산이 끝난 직후, 갑자기 수호가 박궁에게 아는 체를 하자 박궁이 화들짝 놀랐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검신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잠깐 시간 돼요? 전 대헌협에서 나온 안수호라고 하는데 잠시 박궁 선수랑 둘만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아, 그럼요, 당연히 돼…… 네? 어디요?”
“대헌협요.”
“……아?”
그 순간, 박궁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슬슬 뒷걸음질 치며 어색하게 말했다.
“아…… 하하, 저, 죄송한데 제가 지금은 바빠서 시간이 안 돼서…….”
“잠깐이면 되는데 힘드실까요?”
“죄, 죄송합니다!”
박궁은 그대로 도망쳤다.
뒤늦게 그 상황을 본 박궁의 어머니가 수호에게로 다가왔지만 박궁은 이미 가게에서 멀어진 후였다.
“허억…… 허억…….”
얼마나 달렸을까?
가게에서 멀어질 만큼 멀어졌다고 생각한 박궁은 그제서야 몸을 숨기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호흡이 잦아들 때쯤, 박궁은 그제서야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필이면 왜 지금…….”
박궁이 도망친 이유.
다름 아닌 도둑이 제 발 저려서였다.
박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허공을 바라보았다.
[ 당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힘을 선택하세요. ] [ 전사 ] [ 마법사 ] [ 궁사 ] [ 치유사 ]박궁의 눈앞에 펼쳐진 것.
다름 아닌 직업 선택창이었다.
박궁은 각성자였다.
정확히는 직업 선택을 유예한 비전직 각성자.
박궁이 플레이어로 각성한 건 며칠 전이었다.
하지만 박궁은 이 사실을 숨겨 왔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에게조차.
이유?
하나뿐이었다.
‘내가 각성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양궁을 그만둬야 하니까.’
정말이었다.
법이 그랬다.
각성자는 일반인들의 프로 스포츠를 할 수 없다.
왜?
각성자의 스탯이 대회의 형평성을 해치기 때문.
물론 박궁의 레벨은 1에다가 아직 전직조차 하지 않은 비전직 각성자였다.
쉽게 말해 모든 스탯이 1이며 아직 보너스 스탯도 받지 않아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
실제로 미래에는 1레벨 플레이어의 경우, 레벨과 스탯 증명만 가능하면 얼마든지 일반인 프로 스포츠를 할 수 있다고 법이 바뀌긴 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박궁은 밝히지 못한 것이다.
지금 각성자 신고를 하면 자신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양궁을 관둬야만 했으니까.
그렇기에 도망친 것이다.
검신 안수호가 반갑긴 했지만 그가 대헌협으로 직장을 옮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에.
위이잉!
그때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엄마.
박궁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 어, 궁아. 어디니?
“나, 그, 근처에. 왜?”
– 아니 아까 안수호 헌터님이 너 잠시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바쁘다고 그냥 가버렸다며? 무슨 일 있니?
“그, 그게 다야?”
– 응?
“검신님이랑 이야기 한 거…… 정말 그게 다냐고.”
– 그럼? 또 뭐가 있니?
“아, 아냐. 아무것도. 그보다 엄마, 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데 오늘은 숙소 가서 좀 일찍 쉴게. 내일 대회도 준비해야 하고.”
– 밥은?
“알아서 먹을게.”
– 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야 알겠어. 근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없어! 아무 일도.”
– 아휴,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알겠다~
통화가 종료됐다.
다행히 엄마의 목소리엔 의심이나 불안, 걱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셨다면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난 누구보다 엄마에 대해 잘 아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다는 건……
‘그분이 엄마한테 아무런 말씀도 안 하셨다는 거겠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일부러 말씀 안 하신 걸까?
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 부분에 대해선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박궁은 고민됐다.
끝까지 모른 척해야 할까?
계속 이렇게 도망다녀야 할까?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데……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이 깊어져도 딱 한 가지.
내일 있을 대회 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양궁은 그만둬도 돼. 하지만 내일 있을 대회만큼은…….’
박궁이 내일부터 열릴 대회에 집착하는 이유.
딱 한 가지 때문이었다.
바로 상금.
내일 열리는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고등부 양궁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의 대회로, 우승하기만 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박궁에겐 그 돈이 꼭 필요했다.
다름 아닌 병원에 입원해 계신 외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여지껏 내일 대회 하나만 보고 살아왔잖아…… 그래, 내일 있을 대회만 끝내고 정식으로 신고하자. 그러면 돼.’
박궁의 눈에 형형한 이채가 돌기 시작한다.
***
다음 날.
박궁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학교에 나왔다.
다행히 수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감독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궁아, 뭐하냐.”
“아…… 원석이냐?”
박궁의 곁에 와 앉는 사람.
이름은 홍원석으로 박궁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이번 선발전에서 아깝게 2등을 차지한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홍원석은 이번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미래자동차배 양궁대회는 학교마다 딱 한 명밖에 출전하지 못하니까.
홍원석이 물었다.
“근데 너 많이 떨리냐?”
“왜?”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
“아…… 아냐, 그런 거.”
예리한 놈.
근데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사실이었다.
박궁은 결국 전날 밤 잠을 설치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애썼다.
그동안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기를 쓰고 연습해 왔던 것이니까.
홍원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컨디션 좀 나쁘면 어떠냐. 어차피 네가 1등일 텐데.”
“그거야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냐.”
“모르긴 뭘 몰라? 네가 우리 학교 들어온 이래 한 번이라도 1등 자리 뺏겨본 적 있냐? 맨날 선배들까지 제쳐 가면서 1등만 했으면서. 이런 게 재능 차이가 아닐까 싶다.”
푸념하는 홍원석.
그럴 만도 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박궁 때문에 홍원석은 같은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만년 2등이라 불리었으니까.
그 말에 박궁이 그를 위로했다.
“에이, 그런 게 어딨냐. 그러는 너도 따지고 보면 맨날 선배들 제치고 2등하는데 그건 재능 아니냐?”
“자식아,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법이야. 그리고 난 우리 집에서 나한테 투자하는 돈이 얼만데 2등도 못 하면 죽어야지. 울 아빠 성격 알잖냐.”
“너 그 말 다른 애들이나 선배들이 들으면 욕한다?”
“크크, 그런가. 아무튼 이번 대회서 꼭 우승해라. 넌 꼭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잖아.”
“우승…… 그래야지.”
절친이기에 홍원석은 박궁의 절실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홍원석의 주먹 인사에 박궁도 주먹을 가져다 댔고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궁아. 감독님이 너 부르셔.”
감독님의 호출.
슬슬 출발할 땐가?
박궁은 감독님 호출이란 말에 얼른 감독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
건물 뒤편에 있는 감독님.
그런데 그 옆에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서 있었다.
수호였다.
“왜…… 왜…….”
박궁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 하필이면 지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왜?
왜?
그때, 박궁을 발견한 감독이 박궁에게 손짓했다.
“어, 궁아. 이리로 좀 와봐라.”
손발이 떨리고 턱이 덜덜 떨렸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앞이 핑핑 도는 듯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박궁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바들바들 떨며 감독과 수호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 섰을 때, 감독이 수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수호가 말했다.
“박궁 선수.”
“네, 네?”
“어제 많이 바쁘셨어요?”
“그, 그게…….”
“박궁 선수 각성했죠?”
각성.
그 한마디에 박궁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입이 덜덜 떨렸다.
너무 떨려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해야 했다.
망설여졌다.
진실을 말해야 할까?
아님 거짓을 말해야 할까?
이제 잠시 뒤면 대회다.
나가기만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고 상금을 받아 외할머니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수호가 침착하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줘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중요한 문제.
협회 사람이 와도 떨릴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검신이 직접 왔다.
그렇기에 박궁은 점점 더 작아졌다.
거짓을 진실처럼 말할 용기도 콩알만큼 작아졌다.
한참의 침묵.
결국 박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네, 각성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지금 바로 각성 신고하고 이번 대회는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박궁 선수가 원하면 감독님이나 다른 사람들 귀에는 들어가지 않게 조치해 줄 수도 있어요.”
“저, 저기!”
“네?”
“저…… 진짜 어떻게 이번 대회만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저 아직 전직도 안 했고 레벨도 1이에요. 검신님이면 아시잖아요, 1레벨 플레이어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거. 저 이번 대회 못 나가면 정말……!”
“안 돼요.”
“네?”
“박궁 선수의 사정도 알고 박궁 선수가 저한테 말하고자 하는 것도 뭔지 알아요. 하지만 아직까진 법이 그래요. 그리고 설령 지금 제가 봐드린다고 해도 대회 이후에 각성자 신고를 하게 되면 그 전후로 두 달간 치러진 대회들에 대한 성적은 모두 무효 처리가 됩니다.”
“네? 저, 정말요?”
“네, 그러니 그냥 지금 신고하시는 게 더 나을 겁니다.”
“그게 무슨…….”
“일단 저랑 같이 협회로 이동하시죠.”
“…….”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는 박궁.
수호는 그런 박궁을 자신의 차로 조용히 이동시켰다.
그러나 수호로선 이것이 최선이었다.
그도 그럴 게 전생의 박궁은 이번 대회가 끝나고 난 뒤, 본인의 자신감처럼 대회에서 우승하는데 성공하지만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라고 믿었던 홍원석의 제보로 인해 대회 수상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입게 되니까.
‘그리고 그때부터 비뚤어져서 아주 제대로 된 빌런으로 흑화해 버리지.’
그것도 ‘궁귀’라는 네임드 빌런으로 말이다.
‘두 번 상처 받을 바엔 한 번 받는 게 나아.’
수호도 뒤이어 자신의 차에 오른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