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81)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81화(77/346)
대격변 이후 꽤 많은 나라들이 징병제를 다시 시작했다.
대부분의 게이트는 군대로 진압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감시나 관리는 할 수 있었으니까.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국은 원래도 징병제였으니 별로 달라진 건 없다지만 대신 기존의 징병제에 새로운 면제 조항들이 생겨났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각성자법에 대한 면제 조항으로 쉽게 말해 각성자들의 군역을 면제시켜 준다는 조항이었다.
‘각성자들은 언제 게이트에 투입될지 모르니까.’
물론 무조건 면제를 시켜 주는 건 아니었다.
절차도 복잡했고 헌터 면허도 따야 했으며 최소 레벨 두 개는 올린 후 다시 스탯 검사를 받고 통과해야 완전히 면제 처리가 되었다.
그들을 면제시켜 주는 이유는 일반 병력이 아닌 헌터 자원으로써 활용하기 위해서니까.
‘문제는 이 복잡한 절차가 나중에서야 추가된다는 거지.’
지금은 그냥 각성하고 플레이어증만 받으면 군역 면제가 이루어졌다.
대격변 이후 사회가 안정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제도에 구멍이 많았기 때문.
그리고 홍원석의 형인 홍동석은 이러한 제도적 구멍을 이용해 병역비리를 일으킨 거고.
자초지종을 들은 홍원석은 협회로 이동하는 동안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심경이 복잡할 테지.’
당연했다.
홍원석은 홍동석이 병역기피자인 걸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이유?
별것 없다.
그냥 사이 안 좋은 형제의 소통 부재에서 일어난 일이랄까.
이윽고 협회에 도착하자 비각성과는 수호가 잡아온 병역기피자들과 병역기피자들의 가족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아, 시발! 나 진짜 각성했다고!”
“누가 나를 신고했다는 건데!”
“너네가 플레이어증 발급해 줬잖아! 근데 왜 이제 와서 지랄이야!”
적반하장.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비각성과 주무관들은 갑자기 터진 유래없는 대형 사고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물론 수호는 여유롭게 그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수호의 신분은 아직 일개 ‘시보’에 불과했으니까.
‘시보한테 현직 업무까지 시키는 건 진짜 선 넘는 거지.’
그때였다.
“야 이 개새끼야!”
순간, 수호 옆에 따라온 홍원석이 갑자기 누군가에게 달려든 것.
그 대상은 다름 아닌 홍동석이었다.
뻐어억!!
시원하게 들어가는 주먹.
홍동석은 그대로 쓰러졌고 홍원석은 그런 형의 위에 올라 타 멱살을 잡았다.
“이 개새끼! 내가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분노와 설움에 북받친 그는 죽어라 자신의 형을 흔들어댔다.
그쯤 주무관들이 달려들어 두 사람을 떼어놓았고 상황을 지켜보던 수호는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뒤늦게 수호를 발견한 조성길이 다급히 수호의 이름을 불렀다.
“수호 씨!”
“네?”
“어디 가세요? 와서 좀 도와주세요!”
“네? 제가요?”
“그럼 누가 도와요? 저희 지금 바쁜 거 안 보이세요?”
“보입니다. 하지만 전 시보라 현직 업무는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현장평가 중이라서요.”
“예? 현장평가요?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수호 씨가 잡아왔는데 그깟 현장평가가 무슨…….”
그러나 조성길은 끝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이내 사태 파악을 마친 조성길이 입을 다물자 수호는 가볍게 인사해 보인 후 비각성과를 나섰다.
‘어딜 감히 나를 부려 먹으려고.’
이만큼 떠다 먹여 줬으면 됐지, 뭘 더 바래?
비각성과를 나선 수호는 다시금 차에 올랐다.
이젠 정말로 비각성과 현장평가를 해결할 차례였으니까.
***
수호가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인천의 어느 피시방이었다.
피시방은 2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피시방에 들어가자마자 자욱한 담배 연기가 수호를 반겼다.
‘요즘도 실내흡연이 되는 피시방이 있네.’
하긴.
이 정도 외곽이면 세이프 존도 아니니 그럴 만도 하지.
게다가 대체 언제적 피시방이야?
대격변과 가상현실의 발달 이후 피시방은 물론 온라인 게임 산업은 빠른 속도로 망해 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것이 전부인 PC게임은 절대로 가상현실게임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수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손님은 얼마 없다.
있더라도 옛날 게임이나 아는 아저씨나 중장년들 정도.
그러던 중 수호의 시야에 젊은 청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수호는 조용히 그의 뒤로 가 그가 하는 게임을 지켜보았다.
청년이 하는 게임의 이름은 ‘옵스’라 불리우는 ‘오버 스트라이크’.
대격변이 있기 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거의 세계적인 국민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가진 FPS게임이었다.
당연히 수호도 해보았다.
수호는 그의 플레이를 얼마간 지켜보던 끝에 옆자리에 앉아 옵스를 실행시켰다.
그리고 기본 연습장에 들어가 간만에 해보는 옵스 캐릭터들을 조작하며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러길 얼마간.
옆에 앉아 있던 청년이 힐긋 수호의 화면을 보더니 말을 걸어왔다.
“옵스 하세요?”
“네.”
“일부러 옆에 앉으신 거예요?”
“네.”
수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남자.
그가 말했다.
“옵스 하는 사람 참 오랜만에 보네요. 같이하시죠, 어차피 사람도 거의 없는 게임이라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으니까요.”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친추 거실래요? 제 아이디는 레일건입니다.”
“레일건…… 어, 설마 제가 아는 레일건인가요?”
“저를 아세요?”
“옵스 유저면 모를 수가 없죠. 옵스가 망하기 전까지 몇 년이나 랭킹 1위였던 사람인데.”
“민망하네요.”
“영광이네요. 살다 보니 레일건이랑 게임을 다 해보게 되고.”
레일건은 설마 자신을 알아볼 줄은 몰랐던지 민망함에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옵스를 즐겼다.
실력 차이는 많이 났지만 애초에 사람도 별로 없는 게임에서 실력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그저 같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거지.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스몰토크를 하며 꽤나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일하시는 거예요?”
“예, 사장님이 편의를 봐주셔서 손님 별로 없을 땐 게임해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좋은 분이시네요.”
“좋은 분이시죠. 근데 배 안 고프세요? 제가 살 테니 컵라면 하나 드시죠.”
“아닙니다, 이런 건 제가 사야죠. 놀아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에이, 뭘요.”
레일건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매대로 향했다.
수호도 그를 따라 이동했다.
레일건이 컵라면 비닐을 뜯고 물 끓일 준비를 할 때였다.
그를 얼마간 지켜보던 수호가 카운터 너머에 기대 물었다.
“레일건 님.”
“네?”
“성함이 김권 님이시죠?”
“……네?”
“대헌협 비각성과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안수호라고 하며 김권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혹시 신분증 확인을 좀 해볼 수 있을까요?”
“…….”
스프 봉지를 탈탈 털던 김권의 손이 멈춘다.
두 사람은 얼마간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마침내 김권의 입이 열렸다.
“어떻게 아셨어요?”
“알게 된 과정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분증 부탁드립니다.”
“…….”
다시 침묵하는 김권.
그는 얼마간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장소를 옮겼다.
“직원 라커룸이 뒤에 창고에 있어서요. 잠시만요.”
김권은 그리 말하며 피시방 뒤편에 난 창고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창고로 향하는 척하다 출구를 벗어나자마자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수호가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
피시방을 나온 김권은 한참을 달렸다.
뒤도 안 돌아보고 일부러 골목골목을 누비며 최대한 복잡하게 돌아서 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 정도면 더 이상 안 오겠지.
그리 생각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제기랄.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설마 누가 찌른 건가?
찔렀다면 누가?
김권은 수호의 말을 곱씹으며 대체 누가 찌른 건지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다 뛰셨습니까?”
“어, 어!”
“그만.”
수호는 도망치려는 김권에게 사뿐히 접근해 머리에 딱밤 한 방을 먹였다.
그러자 김권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으…….”
딱밤 먹은 김권이 정신을 못 차린다.
그렇겠지.
보통 딱밤도 아니고 내가 때린 딱밤인데.
수호가 물었다.
“왜 도망을 치고 그러세요? 이렇게 되면 즉결체포 되는 거 모르십니까?”
“이익……!”
수호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자신을 노려보는 김권과 눈높이를 맞춰 앉으며 말했다.
“김권 씨. 아니, 김건 씨.”
“……!”
“반응 보니 맞네. 지금 그 안에 든 건 동생인 김권 씨가 아니라 형인 김건 씨죠?”
“아, 아닌데요?”
“아니긴…… 누가 이런 질문에 그렇게 대답합니까? 보통은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하지. 아무튼 교통정리가 좀 필요해 보이니 일단 댁으로 갑시다. 거기에 김건 씨 진짜 몸이 있을 테니까요. 안 그래요?”
“…….”
침묵하는 김권.
말 그대로였다.
눈앞에 있는 건 김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김권의 육체와 김건의 영혼.
그때였다.
포기한 것처럼 고개 숙인 김건의 주먹이 번개처럼 수호에게 뻗어진 건.
그러나.
텁!
수호는 그의 기습 공격을 너무나도 가볍게 막아버렸다.
수호가 그의 주먹을 악력으로 우그러뜨렸다.
“끄아아악!!”
“정신 좀 차립시다. 나 당신 도와주러 온 거예요. 자꾸 이러면 당신네 둘 다 곤란해지는 거 몰라서 그래요?”
“끄으으으!”
“자, 이제 주먹 놔줄 테니까 얌전하게 가는 겁니다. 만약 한 번만 더 저한테 덤비면 그땐 포승줄에 묶여서 가는 거예요.”
설명을 마친 수호는 주먹을 놓았다.
그러자 수호의 손자국 그대로 우그러져 피멍이 든 김건의 손이 드러났다.
상태가 심각했다.
그럴 수밖에.
수호는 정말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으니까.
그러나 수호는 대수롭잖다는 듯 그의 손에 힐을 시전해 주며 말했다.
“갑시다. 원래 몸뚱이가 있는 곳으로.”
***
수호는 김건과 함께 피시방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지만 굉장히 언덕배기에 있는 빌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건의 집은 그중에서도 반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김건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호가 뒤를 따랐고 거실 침대에 누워 있는 ‘진짜 김건’을 볼 수 있었다.
수호는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김건의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콧바람이 나오고 맥이 뛴다.
죽은 게 아니다.
가사 상태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분증 좀 봅시다.”
“…….”
수호의 요청에 김건은 잠시 수호를 노려보는 듯하더니 이내 신분증 2개를 들고 나와 수호에게 내밀었다.
형인 김건의 신분증과 동생인 김권의 신분증.
그 두 개를 확인한 수호가 김건에게 말했다.
“김건 씨, 동생분이 각성한 건 언제예요?”
“……어, 어제요.”
“거짓말하지 맙시다. 아까 그 피시방에서 일하시는 것 같던데 근무 날짜 조회해 보면 언제부터 활동했는지 다 알 수 있어요. 김건 씨가 가진 ‘빙의’ 특성은 같은 플레이어에게만 발동되잖아요.”
“……!”
빙의란 말에 김건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다.
말 그대로였다.
김건의 특성은 빙의.
그리고 그는 수호가 이번 현장평가를 겸해서 반드시 찾을 예정이었던 국내에 몇 안 되는 ‘빙의 플레이어’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