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82)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82화(78/346)
커진 김건의 눈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린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나 이내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수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요?”
“네?”
“이제 내 동생 미등록 플레이어라고 신고라도 하게요? 그래요, 하세요. 시발,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랬는 줄 알아요? 난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왔지, 내 동생은 식물인간이지. 부모도 돈도 없는 우리가 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데 뭘 어쩌라고요! 아니, 오히려 이젠 잘됐네. 차라리 신고해서 우리 둘 다 잡아가라고 해요. 구치소 가면 케어라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김건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독설을 토해냈다.
허나 모든 건 진실이었다.
김건은 한때 50레벨을 넘겨 개인 특성을 획득할 정도로 준수한 성적의 헌터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게이트 공략 중 크게 다쳐 하반신 마비가 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반인이었던 동생은 뺑소니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형제의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어 갔다.
게이트 사고로 부모까지 일찍 잃은 형제였기에 그동안 모아뒀던 돈은 병원비와 생활비로 빠르게 증발.
결국엔 이런 변두리 중의 변두리로 이사 올 수밖에 없었고 끼니도 걸러야 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젠 정말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일반인이었던 동생이 플레이어로 각성해 버린 것이다.
그건 빙의 능력자인 김건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었다.
김건이 가진 빙의 특성은 자신보다 종합 능력치가 낮은 플레이어에게만 사용 가능한 능력이었으니까.
‘이후엔 동생의 각성 사실을 숨기고 동생의 몸을 빌려 아르바이트를 시작…… 그뿐만이 아니라 빙의가 진행되는 동안 기절해 있을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식물인간이었던 동생의 몸도 관리해 왔다.’
각성 사실을 숨긴 이유?
어쩔 수 없었다.
현재 동생은 식물인간 상태로 장애인 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각성 신고를 하게 되면 장애인 연금이 끊기게 되기 때문.
게다가 동생의 각성 사실은 빙의 특성을 가진 자신만이 알아차렸기에 자기만 입 다물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두 형제가 살아남기 위해 발악했을 뿐.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건에게 수호가 말했다.
“누가 뭐래요?”
“……예?”
“제가 말했잖아요. 난 두 분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온 거라고. 그러니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일단 한번 제 이야기나 들어 보시죠. 전 거짓말 같은 거 안 하니까요.”
수호의 담백한 어조에 김건은 당황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미간을 좁히더니 수호를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그쪽의 뭘 믿고요?”
“제 이름을 걸게요.”
“이름? 지금 장난해요? 당신이 누군데 고작 이름 따위로 믿네 마네를 따져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제가 거짓말을 한다면 언론에 제보하세요. 그럼 저도 타격이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제 이름을 알려드리자면 제 이름은 안수호라고 합니다.”
“안수호?”
“예, 못 들어 보셨어요? 검신 안수호.”
“검신 안수호?”
조금 낯간지럽긴 하지만 수호는 신분 증명을 위해 자신의 별명을 불렀다.
그게 가장 확실했으니까.
그리고 얼마 뒤.
“검신 안수호?!”
깜짝 놀란 김건의 두 눈이 또 한 번 커졌다.
***
신분의 증명과 타인의 신용을 얻는 것에는 유명세만큼 가성비 좋은 것이 없다.
수호는 굳이 자신의 유명세를 숨기지 않고 김건에게 모두 오픈했다.
그러자 김건도 수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빙의 상태를 해제했다.
“으음…….”
빙의 상태가 풀리자 김권의 몸이 축 늘어지고 누워 있던 김건의 육체가 신음했다.
이윽고 완전히 정신을 차린 김건이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켜 앉았다.
자리에 제대로 앉은 김건이 말했다.
“……이제 됐나요?”
“네,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수호의 말에 김건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두 팔로 침대 위를 이동해 침대 옆에 세워놓은 휠체어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말했다.
“이동이 능숙하시네요?”
“하루이틀 이러고 산 것도 아닌데요, 뭘. 그보다 저희를 도와주시겠다는 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도와주시겠다는 건가요?”
김건은 절실했다.
상대가 장난삼아 한 말이라 할지언정 지푸라기 잡듯 일단은 믿어볼 수밖에 없을 만큼.
그만큼 형제의 상황은 각박했으니까.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죠. 노숙자를 도와주려면 돈을 주지 말고 직장을 구해 주라고.”
“……지금 제가 노숙자라는 건가요?”
“아뇨, 김건 씨한테 직장을 구해 드리려고 합니다.”
“직장이요?”
“예. 헌터 활동, 다시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수호의 말에 김건이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저기요.”
“네.”
“제 다리 안 보이세요?”
“보입니다.”
“근데요?”
“하지만 헌터 면허는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설마 동생 몸을 이용해서 게이트에 들어가라는 건 아니죠?”
“설마요. 제가 제안하는 건 김건 씨가 직접 게이트에 들어가 헌터 활동을 하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장난하세요? 그게 가능할 것 같으면 진작에 제가 헌터 활동을 했겠죠. 근데 전 레벨도 50이 넘어서 이젠 저레벨 게이트도 못 들어갑니다. 근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맞는 말이었다.
하다못해 저레벨 게이트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원거리 무기로 토끼 사냥이라도 할 텐데 이놈의 시스템은 게이트마다 입장레벨 제한 같은 같은 걸 만들어서 소위 말하는, ‘토끼 노가다’ 혹은 ‘저렙 앵벌이’도 못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나 수호는 대수롭잖다는 듯 말했다.
“혹시 파트너 아이템에 대해서 아십니까?”
“파트너 아이템요?”
“예, 플레이어마다 각기 궁합이 맞는 아이템이 존재하는데 그걸 파트너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아…… 예, 뭐. 들어 본 적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전 세계에서도 극소수의 플레이어들만 발견해 내는 거의 로또 같은 거 아닌가요?”
파트너 아이템.
말 그대로 플레이어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아이템을 뜻하는 용어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플레이어가 가진 ‘특성’과 궁합이 잘 맞는 아이템을 뜻했다.
세간에선 그걸 ‘파트너 아이템’, 혹은 ‘인생템’, ‘반려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인생템을 만나기 위해선 로또 1등 당첨만큼의 천운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어떤 아이템이 자신과 궁합이 맞을지 아무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것도 빙의 특성을 가진 플레이어들에게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아이템을.
‘그리고 전생의 김건이 그 아이템으로 명성을 떨쳤었지.’
비록 그 명성이 악명으로 쌓아 올린 탑이었지만…… 이번엔 다를 예정이었다.
그가 빌런으로 흑화한 이유는 아까 수호에게 쏟아낸 울분처럼 구멍투성이 복지 제도 때문이었으니까.
수호가 말했다.
“예, 뭐. 따지고 보면 로또 당첨 확률이랑 비슷하긴 하죠. 근데 전 빙의 특성과 잘 맞는 아이템이 뭔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 김건 씨…… 아니, 두 분께 새로운 삶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
수호의 말에 김건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감동?
그런 것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간 침묵하던 김건이 물었다.
“왜……요?”
“왜라뇨?”
“여지껏 방치하다 왜 이제 와서 도움이니 뭐니 해준다는 건데요……?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그동안 김건은 살기 위해 복지센터며 주민센터며 숱하게 많은 단체들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차가운 냉대뿐.
잘나가는 헌터에서 사회적 약자가 된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가시 돋친 그의 물음에 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방치한 게 아닙니다.”
“……예?”
“여태 방법을 찾지 못해서 늦었을뿐이지, 결코 방치한 게 아닙니다. 그 증거로 이제라도 제가 오지 않았습니까?”
수호가 한없이 따뜻한 미소와 함께 살짝 고개 숙이며 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진작에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그러니 지금이라도 두 분을 도와드릴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제에 대한 수호의 사과.
결코 말뿐인 사과가 아니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수호는 자신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비록 제도적 구멍을 만든 사람이거나 국가 그 자체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라의 녹봉을 먹는 공무원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김건도 수호의 진심을 느끼고 뒤늦게 자신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했고 수호도 그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주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김건 씨였어도 많이 힘들고 화가 났을 겁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분 각성자 신고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장애인 연금이 안 끊기게 조치도 잘 취해드릴 거구요.”
“저, 정말요?”
“그럼요. 정말이죠. 제가 직접 현장방문해서 확인한 걸로 처리할 테니 김건 씨도 안 오셔도 됩니다. 다만, 앞으로의 헌터 활동을 위해 현재 일하고 계신 피시방은 천천히 정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네?”
“혹시 피시방에서 급여 못 받은 건 없으신가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보통 이런 곳은 악덕업주가 많으니까.
그러자 김건이 손사래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 아, 네! 없습니다! 거기 사장님 저한테 되게 잘해주세요. 덕분에 저희가 지금까지 먹고살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저…… 그래서 말인데 거긴 금방 정리할 테니까 혹시 허락해 주시면 저 대신 근무자가 구해질 때까지만 동생 몸으로 일을 좀 해도 될까요?”
흠.
의외군.
보통 이런 곳은 임금 떼먹기 십상인데.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갑자기 관두는 것도 민폐일 테니 그럼 직원 구해질 때까지만 하시는 걸로 하시죠. 아, 그리고 헌터 활동을 위해 제가 길드 한 곳을 소개해 드릴 건데 조만간 거기서 연락이 올 겁니다. 참고로 소개해 드릴 길드는 넥서스입니다.”
“네, 넥서스요?!”
“예, 제가 친한데가 거기뿐이라.”
“아, 아무리 그래도 넥서스라니…… 전 거기 들어갈 만한 자격이 안 되는데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조만간 구해드릴 파트너 아이템을 사용하시게 되면 김건 씨도 충분히 넥서스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실 테니까요.”
“대체 제게 주실 파트너 아이템이 뭐길래…….”
“그건 나중에 준비되는 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럼 며칠 푹 쉬시고 곧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수호는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김건의 집을 나섰다.
‘이로써 비각성과 현장평가도 해결.’
서류 등록은 자기가 하면 되니 사실상 클리어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수호는 다시 서울로 향했다.
그러나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건 대헌협 주소가 아닌 넥서스 본사였다.
‘아무리 김건이 떡상 유망주라지만 그걸 아는 건 나뿐이니까.’
물론 파트너 아이템이 없어도 넥서스는 수호의 눈치를 봐서라도 김건을 케어해 줄 것이다.
허나 수호는 그러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재기는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 낼 때 진짜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수호가 넥서스 본사로 향하며 김이강 사무장한테 전화한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