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83)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83화(79/346)
다음 날.
수호는 여느 때와 같이 출근했다.
넥서스와 김건 형제의 서류 업무는 어제 모두 처리했다.
그러니 오늘은 각성부에서 치른 종합평가 결과를 듣고 부서 이동을 하면 될 터.
그리 생각하며 여유로이 출근했는데 대헌협 입구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헌터님!”
박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손님의 등장에 수호도 반갑게 인사했다.
“박궁 선수? 안녕하세요?”
“아, 네. 저…….”
“네?”
“다름이 아니라…… 이거.”
수호의 물음에 박궁이 검은 봉다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참치김밥이었다.
박궁이 김밥이 든 봉지를 내밀며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거 어머니가 헌터님 드리라고 싸주신 건데…… 그…… 감사합니다, 헌터님. 별스타 포스팅도 그렇고 기자님도 그렇고 다 헌터님 덕분이에요.”
조진휘의 기사로 박궁분식은 더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가게는 오픈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혹시 몰라 급하게 사람까지 부른 상태였다.
그러나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박궁이 아침 댓바람부터 대헌협에 찾아온 건 순수하게 수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에게 수호는 은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박궁의 말이 이어졌다.
“전화를 드리고 싶었는데 연락처를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여기로 왔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헌터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수호가 웃었다.
“이렇게 기다리실 줄 알았으면 연락처라도 알려드릴 걸 그랬네요. 김밥은 잘 먹겠습니다. 어머님께 대신 말씀 좀 전해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저 근데…….”
“네?”
“궁금한 게 있는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그……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박궁의 물음에 수호가 피식 웃었다.
“잘해드린 적 없습니다.”
“네?”
“SNS에 포스팅한 건 정말 어머님 음식이 맛있어서 올린 거였습니다. 개인 SNS니 뭘 올리든 제 마음이잖아요?”
“그, 그렇긴 하죠? 하지만 기자님한테 제보해 주신 건…….”
“기자님이 그러시던가요?”
“네? 아, 아뇨. 그냥 왠지 헌터님이 제보해 주신 것 같아서요.”
“그럼 누가 제보한 건진 모르죠.”
“아…….”
수호의 말에 박궁이 멋쩍게 반응한다.
사실이긴 했으니까.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무튼 김밥은 잘 먹을게요. 그리고 양궁을 더 못하게 되신 건 아쉽지만 더 나은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궁 선수는 재능이 출중하시니까요. 아, 혹시 전직은 하셨나요?”
“아, 네! 안 그래도 궁수로 전직했습니다.”
“잘됐네요. 그럼 헌터 활동 계획도 있으세요?”
“그건 고민 중이긴 해요. 전직 자체는 눈앞에 계속 알림창이 떠서 어쩔 수 없이 한 거거든요.”
“그렇긴 하죠. 근데 이건 제 생각인데 아마 머지않아 길드 소속 스카우터들이 박궁 선수를 스카웃하기 위해 많이 몰려올 것 같습니다.”
“기자님도 같은 말씀을 하시던데…… 혹시 추천하시는 길드 있으세요?”
추천하는 길드.
그 말에 수호가 웃었다.
마침 적절한 타이밍이었기에.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저야 당연히 넥서스죠. 제가 넥서스 출신이니까요.”
“아…… 그럼 넥서스로 하겠습니다.”
“너무 섣불리 결정하시는 거 아니세요?”
“하하, 아니에요. 저도 헌터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거든요. 어쨌든 플레이어로 각성하기도 했고 이젠 더 이상 운동도 못하고 선택지도 많이 줄어들게 될 텐데 그럼 헌터라도 해야 되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럼 넥서스랑 한번 만나보시죠. 제가 어머님 분식집으로 직원 좀 보내달라고 말씀드릴게요.”
“정말요?”
“네, 어차피 지금 당장 헌터 활동을 하실 것도 아니고 트레이닝 기간도 좀 필요할 텐데 기왕이면 편의 봐주는 곳이 좋죠.”
“하…… 감사 인사드리러 왔다가 또 은혜만 입게 되네요.”
“은혜라뇨, 별거 아닙니다. 전 박궁 선수가 계속 활을 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이건 제 개인 연락처인데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헌터님!”
번호 교환을 마친 박궁은 연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수호는 그런 박궁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웃는 얼굴로 출근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는 참치김밥과 함께.
‘많이도 싸주셨네.’
척 보기에도 10줄은 돼 보인다.
수호가 사원증을 찍고 대헌협에 들어간 순간이었다.
위이잉-.
전화가 왔다.
그런데 발신자가 의외의 인물이었다.
‘부협회장?’
뭐지?
이 양반이 왜?
수호가 전화를 받았다.
“예, 부회장님.”
– 지금 어딘가?
“이제 막 출근했습니다.”
– 그럼 잠깐 나 좀 보지. 부회장실로 와.
뚝-.
박규민은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것을 본 수호가 피식 웃더니 부협회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왜 자신을 불렀는지 얼추 예상이 되었기에.
이윽고 협회 고층에 위치한 부협회장실로 들어가자 박규민 혼자 수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규민이 수호를 반기며 말했다.
“어서 오게, 안 헌터. 일단 앉지.”
“예, 부회장님.”
일단 앉으라기에 앉았다.
근데 뭐가 그리 급한지 마실 것도 주지 않았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박규민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야기 들었네, 각성부에서의 활약이 대단하다지?”
“아닙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냐아냐, 해야 할 일을 한 것치고는 일을 해낸 스케일이 상당하던데 역시 안 헌터야. 근데 말이야, 내가 자네 일 처리를 보고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서 자네를 좀 불렀거든.”
“궁금한 점이요?”
“그래, 각성과 때도 그렇고 비각성과 때도 그렇고 확인해 보니 하나같이 해내기 어려운 일들을 해냈던데…… 특히 비각성과 평가 같은 경우엔 평가 항목도 아닌데 일 처리를 했잖은가?”
“예, 그렇습니다.”
“비법이 뭔가?”
비법.
그 말에 수호가 속으로 웃었다.
‘너구나, 이완익 배후에 있던 놈이.’
각성부 일들……
특히 각성과 일도 있는데 콕 집어 비각성과 건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 건 이번 병역비리 사건에 박규민이 끼어 있어서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면 자료의 출처가 궁금할 이유가 없지.’
협회장이 시킨 인수인계도 밑에 사람한테 짬 때리는 놈인데 이제 와서 수호의 업무 비법이 궁금하겠는가.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 궁금한 거지.
그나저나 이를 어쩐다.
수호는 잠시 고민하던 끝에 미끼를 던지기로 했다.
“그냥 제보받은 것들을 바탕으로 탐문수사를 좀 했습니다.”
“탐문수사?”
“예.”
“제보 자료들을 보니 이번에 잡아 온 병역기피자들이랑은 별로 연관성도 없던데?”
아.
벌써 제보 자료까지 다 검토하셨어?
그래도 덕분에 확실해졌네.
박규민 마음이 달은 걸 보니 이완익의 사람 장사 뒤엔 박규민이 있었다는 걸.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제보받은 자료뿐만이 아니라 따로 알아본 자료와 아는 사람 통해서 얻은 자료들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
“예, 헌터 일을 할 때 만들어 놓은 정보망인데 제가 현장평가를 보고 있다고 하니 도움을 조금 주었습니다.”
“도움을 줬다고? 아니, 그분들은 누군데 자네한테 그런 도움을 다 주나?”
“그냥 정보 쪽으로 먹고사는 분들입니다. 이곳저곳에 끈이 있다고 해서 이번 건은 서비스 차원에서 정보를 좀 주셨습니다.”
“끈? 무슨 끈?”
“그냥 뭐 이곳저곳…….”
“아, 그러니까 이곳저곳 어디!”
수호가 계속 말을 돌리자 결국 박규민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수호는 속으로 웃었다.
고기가 미끼를 제대로 물었기에.
그래서 수호가 얼른 사과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정부기관이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랬습니다.”
“정부기관? 혹시 그럼 우리 협회에도 끈이 있나?”
“그건 저도 잘…….”
“어허, 안 헌터. 우리 사이에 이럴 거야?”
우리 사이가 뭔데?
수호는 일부러 더 곤란한 척 연기했다.
그러자 마음이 달은 박규민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안 헌터, 이런 건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공유를 해줘야지 정보 순환도 되고 협회의 발전이 되는 거야. 내가 그 정보 알아서 어디다 쓰겠나? 그저 단체를 이끄는 사람 중 하나로써 궁금한 거니 그냥 말해보게.”
으름장 아닌 으름장.
박규민의 태도에 수호는 그제서야 마지못해 말하는 척 입을 열었다.
“예, 저희 대헌협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 뭔 놈의 끈이 나도 모르는 정보를 다 알고 있나?”
“글쎄요, 저도 자세한 인물은 말해주지 않아 모르지만 확실한 사람한테 들었다고 했으니 관계자가 아닐까요?”
“관계자?”
“예.”
“흠…….”
수호의 대답에 박규민이 턱을 어루만지며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더 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은밀히 속삭였다.
“안 헌터.”
“예.”
“그 정보 어쩌고 하는 분들, 나도 좀 만나볼 수 있나?”
“예? 그건 좀 곤란합니다. 그분들이 신분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셔서…….”
“고객으로서 만나면 되잖아.”
“그래도…….”
“어허, 진짜 이럴 거야?”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오늘 내로 답변 줘. 할 수 있지?”
“……예, 알겠습니다.”
“알겠어, 그럼 가 봐. 아 참, 오늘 부른 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기 위해서야. 난 개인적으로 안 헌터가 참 좋아. 늘 지켜보고 있겠어.”
“감사합니다.”
“그래.”
칭찬하기 위해서는 개뿔.
정보 출처가 궁금해서 부른 주제에.
그래도 수호는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서였다.
부협회장실에서 나온 수호가 옅게 웃으며 비각성과로 향했다.
비각성과의 풍경은 어제와 같았다.
병역비리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는데 조사실 바깥에는 어제 본 인물들이 그대로 있었으며 그중에는 홍원석도 있었다.
홍원석은 많이 초췌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양궁 결승전은 이미 시작됐지만 그는 여전히 협회에 있었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뿐이랴?
여전히 홍동석은 자신의 동생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상황.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다 자업자득이지.’
딱히 전생의 박궁을 대신해 복수해준 건 아니었다.
그저 법령대로 처리했을 뿐.
그래서 박궁도 법령대로 각성 신고를 해 대회에서 빠지게 했고 홍동석도 박궁 문제를 처리하자마자 바로 잡아들였다.
일부러 결승전 타이밍을 맞춘 건 아니었다.
어차피 결승전 직전이나 대회 전날이나 홍동석이 얽혀 있는 순간부터 홍원석의 대회 참가는 불가능했을 테니까.
수호가 근처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자 뒤늦게 출근한 엄준성이 나타났다.
“아, 수호 씨. 일찍 오셨네요?”
“예, 그나저나 제 평가는 끝났나요?”
“아…… 하하…… 그게…….”
엄준성이 잠시 눈알을 굴리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너무 죄송한데 지금 각성부 일이 조금 밀려서 그런데 며칠만 좀 대기하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 평가 처리를 해주셔야 하는 분들이 너무 바쁘셔서 며칠은 있어야 평가가 완료될 것 같아서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수호의 눈살이 좁혀졌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