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85)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85화(81/346)
“으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박규민은 점차 정신을 되찾았다.
그러다 종국엔 악몽에서 깨어나듯 헉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그러나 놀라기도 잠시, 누운 채로 눈만 뜬 박규민은 침착하게 호흡을 조절했다.
‘납치! 안수호 그놈이 분명히 납치라고 했어……!’
똑똑히 기억했다.
자신은 꿈 같은 걸 꾼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살피려 했지만 무슨 널빤지 같은 것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상황 구분이 안 됐다.
결국 몸을 일으켜야 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박규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인 점은 지금 눈 뜬 곳이 어둠 속이 아니라는 것.
밝은 걸 보니 어딘가 실내인 것 같다.
그렇게 살짝 몸을 일으켜 널빤지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였다.
“……!”
널빤지 바깥을 본 박규민은 일순 숨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내려 바닥에 웅크렸다.
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뛴다.
뭐지?
좀 전에 내가 본 게 대체 뭐지?
박규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게 널빤지 너머에서 본 건 사방이 핏자국으로 범벅된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었으니까.
게다가 가장 두려운 것은 그 중심에 웅크려 누워 있는 것이었다.
‘사람……! 그건 분명 사람이었어……!’
박규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 신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애썼다.
하지만 잠깐 동안 본 것에서 시작된 공포는 순식간에 온몸을 좀먹어 갔고 자기도 모르게 전신을 덜덜 떨게 했다.
‘여긴 대체 어디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위기 상황 속에서 사람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한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만한 비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력하게 누워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각성자 같은 플레이어도 헌터도 아닌 그저 힘없고 나약한 한낱 일반인에 불과했으니까.
그때였다.
“그어어어…….”
널빤지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음.
기괴한 짐승의 울음을 연상케 하는 그것은 박규민의 심장을 더더욱 빨리 뛰게 만들었다.
스스슥- 스스슥-
바닥을 기는 소리.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갔다.
왜 커지는 거지?
그 순간 박규민은 깨달았다.
그것은 지금 자신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이제 어떻게 하지?
난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그 소리가 지척까지 들린 순간.
“끄아아아!!”
결국 공포를 참지 못 한 박규민은 튕겨져 나가듯 널빤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과정에서 널빤지들이 부러졌고 박규민은 실성한 사람처럼 달아났다.
그러나 박규민은 멀리 가지 못했다.
사방이 하얗게 칠해진 곳에서, 박규민은 자신이 향한 곳이 벽인 줄도 모르고 달려가다 쿵! 박아 버리고 말았으니까.
허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박규민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 소리만 질러댔다.
“으아아!! 으아아!! 살려! 살려 줘! 제발!! 누구 없어?! 누구 없냐고!! 으아아아!!”
금방이라도 실성할 것 같다.
그렇게 박규민이 졸도하기 직전.
절그럭!
박규민에게 다가가던 것의 행동에 제동이 걸렸다.
쇠사슬 소리.
자세히 살펴보니 놈의 목에 쇠사슬이 걸려 있던 것.
“그어어…….”
그것은 자신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붙잡았으나 힘이 없는지 몇 번 발버둥치다 이내 자리에 쓰러졌다.
그쯤 박규민의 비명도 멈추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는 뒤늦게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특히 저 정체 모를 것에 대해.
근데 그건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박규민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표정으로 중얼였다.
“사, 사람……?”
“어, 사람이야.”
그때였다.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 건.
박규민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수호가 서 있었다.
“너, 너!”
“너?”
너.
그 한마디에 수호는 손아귀에 몽둥이를 소환했다.
블러드 웨폰으로 만든 피몽둥이였다.
수호는 피몽둥이를 손에 쥐자마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박규민의 손목을 내리쳤다.
콰직!
“끄아아아악!!”
몽둥이를 휘두른 순간,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박규민의 손목이 부러져 휘었다.
박규민은 극심한 고통에 손목을 쥐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런 박규민을 수호가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부회장님, 사태 파악 좀 합시다. 납치된 거 뻔히 알면서도 경솔하게 행동하는 건 머리가 나쁜 거야? 아님 일부러 그러는 거야?”
“끄흐흐흐흑…….”
박규민은 대답 대신 부러진 손목을 쥐고 울부짖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수호가 손을 뻗어 스킬 하나를 시전했다.
[ 힐이 발동됩니다. ]사용한 스킬은 힐.
스킬을 사용하자 박규민의 손목이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수호가 말했다.
“징징거리지 마, 듣기 싫으니까.”
“나, 나한테 왜,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 양반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여전한 반말.
수호가 다시 피몽둥이를 든 순간, 박규민은 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수호의 바짓단을 잡고 빌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 아, 아니! 죄송! 죄송합니다! 제발 때리지만 마세요!”
“진작 그럴 것이지.”
역시 짐승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
물론 박규민이 진짜 짐승은 아니었지만 수호의 기준에서 박규민은 충분히 인간 이하의 짐승이 맞았다.
수호가 근처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충분히 상황 파악 끝냈다고 생각하고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할 건데 부디 스무스하게 대화가 이어지길 바랄게. 난 사람 때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예,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전에 경고 하나만 할게. 저기 쟤 보이지?”
수호는 말과 함께 목에 쇠사슬이 걸려 있는 거의 좀비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을 가리켰다.
“옛날에 영등포 쪽에 터를 잡고 사채업이랑 마약 유통을 하던 창식이파라고 있거든? 내 기사 봐서 알고 있지?”
“창식이파? 아, 예, 예! 알고 있습니다!”
“쟤가 창식이파의 대가리였던 임창식이야. 워낙 저지른 잘못이 커서 계속 내가 데리고 있었어. 한번 볼래?”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창식의 뒷덜미를 들어 녀석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산송장과 다를 바 없는, 피딱지가 눌어붙어 완전히 망가진 임창식의 얼굴이 드러났고 박규민은 턱을 덜덜 떨며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호가 임창식을 다시 바닥에 내팽개친 후 의자에 돌아와 앉으며 말했다.
“잘하자. 네가 지금부터 어떻게 하냐에 따라 박규민으로 살지 창식이 투로 살지 정해질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좋아. 이제야 좀 대화 준비가 된 것 같네. 그럼…… 자, 여기.”
수호가 덜덜 떠는 박규민에게 펜과 노트 한 권을 던져 주며 말했다.
“이번에 일어난 병역비리부터 시작해서 백금파 손백금이한테 뇌물받아 처먹은 것까지 대헌협에서 저지른 크고 작은 범법행위들을 모두 적어. 네가 주동자든 숟가락만 얹은 일이든 전부 다 적어. 만약 확인했는데 하나라도 빠져 있으면 그땐 창식이 투 되는 거야. 알았어?”
“저, 전부 다요?”
“하…… 진짜 미치겠네.”
박규민의 되물음.
그 물음에 수호가 피몽둥이를 소환해 박규민의 어깨를 후려갈겼다.
“끄아아아!!”
일격에 어깨뼈와 함께 쇄골이 부러졌다.
박규민은 다시 바닥을 뒹굴었고 수호는 그의 고통을 얼마간 지켜보던 끝에 다시 힐을 시전해 주며 말했다.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마라. 그땐 어깨가 아니라 사지를 불구로 만들어 버릴 거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좋아, 그럼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박규민이 바닥에 웅크려 바쁘게 펜을 놀리기 시작한다.
수호는 그런 박규민 앞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그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 방법 만큼 직빵인 게 없지.’
그렇게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들만큼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게 말해선 들어먹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 어떤 것보다 주먹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는 것.
물론 아무리 수호라고 해도 모든 사람을 쥐어팰 생각은 없었다.
수호의 목적은 전생보다 훨씬 빠르게 대헌협을 장악한 뒤, 장악한 대헌협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성장하고 있을 한때 ‘동료였던 것’들을 제거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시간 효율이 중요한데 안 그래도 할 일 많은 마당에 박규민 따위에게 미적거릴 시간은 없었다.
‘시간이 썩어 도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법령 따져 가며 박규민 같은 놈들을 제거하기엔 놈들이 저지른 잘못이 너무 많았고 더불어 수호가 원하는 대로 처벌할 수도 없었기에.
그렇게 한참 뒤, 박규민이 덜덜 떠는 손으로 자신이 작성한 것들을 수호에게 제출했다.
수호는 그것을 받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야…… 이 자식 이거, 쓰레기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네. 이러니까 피성열한테 먹히지.”
“……예?”
“뭘 모르는 척이야? 아, 설마 정말 모르나? 넌 네가 지금 어떤 처지인 줄도 모르지?”
“그게 무슨…… 제가 왜 피 부장한테 먹힌다는 겁니까?”
“너, 지금 내가 각성부에서 연수 중인 건 알고 있지?”
“아, 예…… 알고 있습니다.”
“각성과 현장평가로 미갱신자들을 잡으라고 하더라. 근데 그중에 김궁원이 있었어. 얼핏 보면 잡기 힘든 악성 미갱신자들만 추려서 던져준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꼭 김궁원을 그 목록에 넣어야만 했을까? 만약 내가 진짜 김궁원을 잡아 오면 그땐 어쩌려고?”
“……설마 잡으셨습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너 설마 몰랐냐?”
“…….”
박규민이 입을 다문다.
하.
설마 정말 모르고 있었다고?
각성부는 자기 라인이면서?
수호가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내가 김궁원을 잡는 과정에서 손백금을 만났다. 그리고 손백금이 너한테 뇌물을 주고 있다는 것도 실토했지. 근데 일부러 풀어줬어. 너희가 어떻게 나오나 보고 싶었거든. 그랬더니 누가 먼저 연락이 왔는 줄 아냐?”
“……설마?”
“그래, 피성열한테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알려줬지. 그랬더니 칭찬하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하라더라. 근데 넌 아직도 내가 손백금을 만난 것도 모르고 있네? 왜 모르고 있을까? 각성부에 있는 장급 간부들 다 네 라인 아냐?”
“…….”
박규민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입을 벌렸다.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도 이만큼 알려줬으면 눈치를 안 챌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더니 이내 부들거리며 분노했다.
“이 씨발새끼들이……! 내가 지들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그건 모르지. 피성열한테 협박당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그딴 게 중요합니까? 협박을 당했으면 당했다고 말을 해야 내가 커버를 쳐주지!”
“쳐주지? 말이 짧다?”
“아니, 쳐주죠! 죄송합니다.”
“됐고, 네가 아직도 손백금 건에 대해 모르고 피성열이 나한테 먼저 연락 온 것만 봐도 넌 이미 파리 목숨이야. 알아? 넌 피성열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모가지 댕겅이라고.”
“그,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살고 싶어?”
“예, 예! 살고 싶습니다.”
“좋아, 그럼 넌 이제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그럼 협회에서 살아남는 건 물론, 피성열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무릎까지 꿇으며 머리를 조아리는 박규민.
이로써 수호는 박규민이라는 장기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