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86)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86화(82/346)
수호는 벌벌 기는 박규민에게 조그마한 구슬 하나를 내밀었다.
“삼켜.”
“이, 이게 뭐죠?”
“폭탄.”
“네, 네?!”
“내 명령에만 반응하는 아이템 폭탄이야. 먹는 순간 네 몸에 흡수되고 어떤 서치 스킬에도 발각되지 않지. 비싼 거야, 빨리 먹어.”
“아, 아니, 제, 제가 이걸 왜…….”
“그럼? 내가 널 어떻게 믿고?”
“…….”
박규민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여기만 나가면 어떻게든 수호의 뒤통수 칠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야만적인 방법을 쓸 줄이야.
박규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눈치 보던 끝에 삼켰다.
폭발은 멀었고 몽둥이는 가까웠으니까.
“켁켁.”
폭탄에선 쓴맛이 났다.
그것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 사라졌으며 수호의 말마따나 체내로 흡수되자 묘하게 신체 반응이 좀 달라진 것 같았다.
수호는 자신의 손을 보며 벌벌 떠는 박규민을 보며 생각했다.
‘염병하네.’
서치 스킬에도 걸리지 않는 아이템 폭탄?
그딴 게 있을 리가.
저건 그냥 쓴맛 나는 환약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보험은 깔아 둬야 박규민에 대한 배신을 방지할 수 있다.
수호가 말을 이었다.
“잘 들어. 이제부터 넌 네가 싸지른 똥들을 하나둘씩 정리할 거야.”
“……똥이요?”
“살고 싶다며? 그럼 그럼 피성열이 널 공격하지 못하게 해야지. 그리고 그 시작은 네가 여태 저지른 잘못들부터 수습하는 거고.”
“수습…….”
수습이라 작게 중얼이는 박규민.
수호가 건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뒤탈 없게 처리해야 될 거야. 뒤가 구린 놈한테 뒤집어씌우는 건 상관없지만 너 살겠다고 멀쩡한 사람을 건드리면…… 그땐 알지?”
“다, 당연하죠.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좋아. 그렇다고 나도 마냥 구경만 하고 있진 않을 거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말고. 그러니 넌 내가 묻는 것에 숨김없이 대답하고 시키는 거나 잘해.”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협회에 복귀하는 대로 이번에 터진 병역비리 사건부터 정리하자.”
“어떻게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박규민의 물음에 수호가 그가 제출한 비리노트를 살피며 말했다.
“이번 병역비리에 가담한 놈들이 너랑 각성부 부장, 그리고 비각성과 과장이네?”
“예, 제가 수주받고 부장이랑 과장이 현장에서 일 처리를 진행했습니다.”
“돈은 어떻게 나눴어?”
“……제가 7, 밑에 놈들이 남은 돈을 2 : 1로 나눴습니다.”
그 말에 수호는 박규민을 혐오스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수주받은 걸 하청이나 때린 놈이 처먹기는 드럽게도 많이 처먹었네.
수호가 좁힌 미간 그대로 말했다.
“알선해 준 사람들 명단이랑 그때 받은 돈들 다 갖고 있지?”
“전 갖고 있다지만 밑에 놈들은 모르겠습니다.”
“그건 네가 다시 뺏어오든 알아서 채우든지 하고 일단 돈부터 전부 다 돌려주고 그 사람들 입부터 막아. 그래야 부장이랑 과장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어.”
“저, 전부 다요?”
“그럼? 안 돌려주면 길길이 날뛸 텐데 그 후폭풍은 누가 감당할 건데?”
“끄응…… 알겠습니다, 그럼 밑에 놈들 처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언론에서 알기 전에 싹 다 책임 씌우고 해임시켜. 명심해, 파면이 아니라 해임이야. 파면 처리되면 녀석들 연금에도 영향이 가서 녀석들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살 구멍은 만들어 줘야 안 덤비지.”
“……알겠습니다.”
“일단 이건부터 처리하고 또 움직이자고. 아, 그리고 복귀하는 대로 내 각성부 평가부터 진행시켜. 현장평가도 끝냈고 이론 시험도 끝났는데 왜 날 기다리게 하는 거야? 내가 한가해 보여?”
“……죄송합니다.”
“그럼 눈 감아.”
“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했지?”
“아, 죄, 죄송합니다!”
박규민이 눈을 감자마자 수호는 바로 녀석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켰다.
이곳은 아공간 하우스.
그 누구도 드나드는 과정을 몰라야 하기에.
***
“저기서 뭘 어떻게 하신다는 걸까?”
“그러게.”
서울 외곽.
어느 국도 한편에 마련된 컨테이너.
수호는 밴시들을 외부에 대기시킨 후 박규민과 함께 홀로 컨테이너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도 못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는데 그래서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안에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러길 한참.
마침내 컨테이너 문이 열렸다.
“나왔다.”
수호는 기절한 박규민을 어깨에 지고 나왔는데 척 보기에도 박규민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구연화가 기절한 박규민을 보며 물었다.
“때렸어요?”
“때리기만 했을까?”
“아무런 소리도 안 나던데요?”
“기술적으로 때리면 그래.”
“…….”
“됐고, 얘 좀 차에 집어넣어.”
수호는 박규민을 넘겨준 후 밴시들에게 박규민과 나눈 대화와 비리노트,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었다.
구연화가 비리노트를 보며 말했다.
“근데 정말 이걸 다 없애 주시게요? 한두 개가 아닌데?”
“다 없앨 필요는 없지. 피성열이 박규민의 비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만 알면 되잖아.”
“그건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데요?”
“그건 기원이가 털 거야. 그리고 만약 여기 있는 모든 패를 피성열이 안다고 해도 상관없어. 박규민은 적당히 쓰다 버리면 되니까. 아,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중에 박규민한테 억한 심정 있는 사람 있으면 말해. 처분 방법을 좀 바꿔 줄 테니.”
수호의 말에 서기원을 제외한 밴시들이 서로를 쳐다본다.
그러나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박규민한테는 볼일 없어요.”
“그래.”
수호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
놀랍게도 밴시들은 아직까지 수호에게 자신들이 왜 밴시를 결성했는지, 무엇 때문에 복수하려 하는지에 대한 사연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호도 딱히 묻지 않았다.
안 궁금해서 안 물은 게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안 묻는 것.
‘이럴 땐 회귀자라는 게 참 좋아.’
호기심이 가장 참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사연을 아는 수호이기에 굳이 묻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 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밴시들에게 한층 더 신뢰를 심어줄 수가 있었다.
그때 서기원이 물었다.
“근데요, 형님.”
“응?”
“설마 박규민이 미쳐서 자폭을 결심하진 않겠죠?”
박규민에게 먹인 가짜 폭탄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물음에 수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모르지.”
“안 불안하세요?”
“왜 불안해?”
“네?”
“박규민처럼 가진 게 많은 놈들은 겁이 많아. 그리고 설령 진짜 자폭을 감안한다고 해도 폭탄이 가짜인 걸 들키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면 돼.”
“아하.”
“그나저나 기원이 넌 저번에 번호 준 것들은 어떻게 됐냐?”
“그게…… 계속 털어보고는 있는데 여전히 피성열이랑 박규민은 털어도 나오는 게 없어요.”
“그럼 걔네 말고 이완익 각성부 부장이랑 이문호 각성과 과장은 좀 어때?”
“이완익이랑 이문호도 별거 없던데요?”
“흠, 그래?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삭제된 톡이나 문자 같은 건 복구 못 하지?”
“예, 그거 알아내려면 문자랑 메신저 앱 서비스 하는 본사 서버를 털어야 해요. 근데 전 그냥 훔쳐보는 게 전부라.”
“그럼 이완익 부장 연락기록 중에 따로 저장은 안 돼 있는데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는 그런 번호들은?”
“어…… 그런 건 몇 개 본 거 같긴 한데 스팸 같아서 자세히는 안 봤어요. 다시 한번 살펴볼까요?”
“어, 그런 것들 위주로 한번 봐 봐. 혹시 그런 번호들 중에 이문호 과장 연락기록에도 중복으로 서치되는 거 있나 한번 살펴보고.”
“예, 알겠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냐?”
“현민이 형 데리고 작업하면 금방일 것 같아요. 애초에 몇 개 되지도 않고.”
“알겠어, 확인되는 대로 알려줘.”
“옙, 알겠습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다음 날부터 시작될 박규민의 가지치기뿐.
회의를 마친 수호가 서기원과 함께 집으로 복귀한다.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1층 안마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호에게 서기원이 쿵쾅쿵쾅 달려왔다.
“형님!”
“그렇게 뛰어서 집 무너지겠냐, 왜?”
“찾았습니다! 피성열 부장의 다른 번호!”
그 말에 수호가 몸을 일으켰다.
“정말?”
“예, 말씀하신 대로 이완익 연락기록 중에 낯선 번호랑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거 위주로 찾아보니까 딱 하나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번호 타고 쭉 가 보니까 웬걸, 거기에 이문호 각성과 과장이랑 연락한 기록이 딱 있더라구요.”
“문자나 톡은?”
“없었어요. 통화기록만 있었는데 문자나 이런 건 다 지운 것 같았어요. 아, 다른 사람 연락처나 이런 것도 없었어요. 사진첩이나 이런 것도 깨끗한 걸 보면 각성부 사람들이랑만 연락하는 대포폰일 가능성이 높겠더라고요.”
“치밀하네.”
“네, 치밀해요.”
“그래도 잘했어. 통화내용 같은 것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게요. 일부러 통화녹음 안 되는 폰을 쓰더라구요.”
“치밀하네.”
“네, 치밀해요.”
“그래도 번호를 찾았다는 게 중요하지. 조만간 만나러 가야 될 것 같으니까 오더 주면 위치 좀 바로 따줘.”
“예, 알겠습니다.”
“고생했다. 그나저나 밥은 먹었냐? 안 먹었으면 일단 씻고 밥부터 먹어라.”
“안 그래도 이따 해원이 형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형님도 같이 드실래요?”
“해원이? 아, 오늘 해원이가 돌아오는 날이었던가?”
“네, 지금 집으로 오고 있대요.”
“아, 그래? 그럼 기다렸다가 같이 먹자. 배달 먹을 거지? 알아서 시켜라.”
“넵!”
청담가옥에 거주하는 사람은 수호와 서기원, 그리고 남해원까지 세 사람이었다.
워낙에 넓은 평수이기도 하고 둘 다 수호가 측근으로 데리고 있으려는 인물이라 같이 살게 되었는데 남해원의 경우 얼마 전에 최종적으로 마약중독 치료를 모두 끝내고 혼자 여행을 떠난 상황이었다.
평소 로망이었다나 뭐라나.
그리고 오늘이 바로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수호가 다시 안마의자에 누우며 생각했다.
‘안 그래도 슬슬 해원이 도움이 필요했는데 잘됐네.’
남해원이 가진 합성 특성은 수호가 임시로 익힌 최하급 조합식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이었다.
뛰어난 이유?
별것 없다.
완벽한 레시피를 사용하지 않으면 모든 재료가 터져 버리는 조합식과는 달리 합성 특성은 메인이 되는 재료가 살아남기 때문.
그래서 합성 특성은 시간과 재료만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는 것.
수호는 곧 도착할 남해원을 위해 바깥에서 대기 중인 상주 도우미 직원들한테 물건 발주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주를 받던 직원들이 발주 목록을 보고 의아함에 되물었다.
“저…… 정말 이것들 전부 주문하시는 게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모자라면 더 시켜야 되니까 최대한 긁어오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직원들.
그러나 자신들은 그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이내 군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뒤, 서기원이 시킨 배달음식들이 도착할 때쯤 가벼운 차림새의 남해원이 나타났다.
“다들 안녕하세요?”
“어, 왔어?”
“해원이 형!”
경쾌한 발걸음으로 돌아온 남해원.
여행이 어지간히 만족스러웠는지 이전과는 달리 굉장히 건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남해원의 위아래를 훑어보던 수호가 물었다.
“해원아, 너 가방은?”
“가방이 왜요?”
“여행 갔다면서? 가방 안 들고 갔어?”
“네, 안 들고 갔는데요?”
“엥? 왜?”
“이게 있잖아요.”
대답과 함께 남해원이 꺼내 보인 것.
다름 아닌 체크카드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