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90)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90화(86/346)
“들것! 들것 가져와!”
“야! 여기!”
“지훈아, 정신 차려라!”
낙하물 사고.
자원창고에선 꽤나 흔히 일어나는 사고였다.
다행인 건 사고자가 충격흡수 장치가 부여된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 크게 다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본 김석훈이 말했다.
“……아까 말한 변수가 저런 거예요. 가끔 마력 반응 때문에 아이템이 저절로 움직여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잘 고정해 놔도 이상하게 자꾸 풀린단 말이죠.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자, 이건 수호 씨 안전모.”
김석훈은 안전모를 건네며 웃었다.
때마침 사고 현장이 벌어져 어쩌면 큰 힘 들이지 않고 수호에게 교훈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감사합니다.”
수호는 미소를 잃지 않고 씩씩하게 안전모를 받아서 썼다.
“그럼 바로 다녀오면 되겠습니까?”
“네? 아, 네 그, 그렇긴 한데…… 괜찮으세요?”
“뭐가요?”
“아니 좀 전에 사고…….”
“저건 위험한 거지 변수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러니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
코앞에서 낙하물 사고를 봤음에도 수호의 기세는 여전했다.
그리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창고 안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김석훈이 황당함에 혀를 내둘렀다.
***
‘자원창고에서 낙하물 사고 있는 게 뭐 어디 하루 이틀 일이야?’
창고 속으로 들어간 수호는 본격적으로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은 평가지에 있는 것들부터.’
1번 시험이라 불리는 물류찾기 시험.
이런 건 껌이다.
옛날에 순환근무로 자원관리과에 있었을 때 질리도록 했던 것들이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우선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을 만큼의 물류들을 찾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평가지에 있는 것들 외의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 시기쯤에 여기 자원창고에 들어와 있을 텐데…….’
수호는 개인적으로 각성부와 경영부보단 자원부와 게이트부를 더 좋아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회귀 후의 기준.
그도 그럴 게 각성부와 경영부에선 건질 수 있는 게 사람뿐이지만 여기선 사람뿐만이 아니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아이템’과 ‘스킬’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물론 전부 자원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서 마음대로 가져가진 못 하지만.’
수호가 노리는 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들.
예컨대 평범한 아이템 속에 숨어 있는 히든 아이템들을 말했다.
그렇게 얼마간 창고를 수색하던 중이었다.
‘찾았다.’
수호의 눈이 확장되었다.
일명, 잡템창고라 불리우는 곳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것.
수호는 그것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 돌로 만들어진 사과.
# 누가 만든 건진 모르지만 꽤나 투박해 보인다.
돌로 만든 사과.
이름도 설명도 심플하다.
그래서 잡템으로 분류된 것이겠지.
아무런 능력도 없으니까.
수호는 그것을 들어 사과를 한번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볼 필요도 없는 평가항목지를 꺼내 살피는 척했다.
절대로 주변은 두리번거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대각선 위에 달려 있는 CCTV 쪽은 더더욱이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그럼 너무 수상해 보이니까.
‘여기에 마력을 주입하면…….’
수호는 사과에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돌로 만든 사과에 형형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됐다, 반응이 온다.’
고작해야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변화가 생겼다.
아주 간단한 시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원과 사람들이 여태 이러한 비밀을 발견하지 못한 건 단순히 그들의 마력 레벨이 낮아서 그런 것이었다.
‘돌로 만든 사과에 히든 옵션을 발견하려면 최소 레드 등급의 마력을 주입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런 고급 인재가 자원부에 있을 리가 있나.
‘덕분에 내 차례까지 오게 된 거지만.’
그렇기에 수호는 CCTV를 의식해 적당히 액션을 취했다.
마치 갑자기 아이템이 폭주하는 것처럼.
그래서 깜짝 놀란 것처럼.
하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척은 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적당히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이윽고 형형한 빛을 내뿜던 사과로부터 스산한 떨림이 일기 시작하더니 사과 뒤편에서 얇고 긴 무언가가 스르르 나타났다.
뱀.
그것은 뱀이었다.
뱀을 본 수호의 눈이 일순 빛났다.
‘나왔구나, 독을 먹는 뱀!’
반쯤은 투명한 그것은 새끼 뱀 정도의 크기를 가졌는데 녀석은 놀랍게도 진짜 뱀이었다.
정확히는 영체의 일종인 ‘환수령’들 중에 하나.
독을 먹는 뱀을 본 수호는 깜짝 놀란 척하며 손에서 사과를 떼어 내려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사과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 마임을 했고 사과에서 기어 나온 독을 먹는 뱀은 이내 곧 수호의 손등을 타고 빠른 속도로 기어 올라오더니 수호의 목덜미를 콱 물어 버렸다.
[ 독을 먹는 뱀에게 물리셨습니다. ] [ 독을 먹는 뱀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 [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 [ ‘뱀의 시련’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눈앞에 쏟아지는 알림들.
그것을 본 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을뻔했다.
‘독룡의 초석을 이렇게 얻게 되는군.’
수호의 전생에는 독을 주무기로 삼는 괴물들이 존재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발군의 세 존재들을 이러 ‘삼독’이라 불렀는데 그들은 각각 ‘독룡’, ‘독마’, ‘독왕’이라 불리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당연히 주무기가 맹독인 것과 더불어 다들 독에 대한 뛰어난 저항력을 갖고 있다는 것.
‘물론 나도 나중에 만독불침을 얻게 되긴 하지만…….’
맹독군주라 불리우는 베놈의 심장을 먹고 만독불침이라는 최상급 독 저항력 스킬을 얻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게이트 후반부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수호는 당장 쓸 독 저항력 스킬이 필요했다.
‘지금부터 초석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그 빌어먹을 마녀한테 한방 먹이지.’
수호가 말한 마녀.
그 이름은 스즈키 엔도.
그녀는 일본을 대표하는 헌터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대마법사, 그리고 인류 최후의 공략대 멤버로 한때는 동료라고 믿었던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동료도 무엇도 아니다.
그렇기에 준비하는 것이다.
그 빌어먹을 년이 마녀라 불리우는 건 수많은 마법들 중에서도 독 마법을 주로 다뤘기 때문이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년만큼은 내가 꼭 독으로 응수해 준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에서 압도당하는 것만큼 굴욕적인 게 또 있을까?
그렇기에 수호에겐 독을 먹는 뱀이 반드시 필요했다.
삼독 중 하나인 독룡의 탄생 계기가 바로 독을 먹는 뱀이 주는 ‘뱀의 시련’ 퀘스트였으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 눈앞에 퀘스트 정보창이 떠오른다.
그것의 내용을 확인한 수호는 눈짓으로 퀘스트창을 끈 후 바로 다시 놀란 척 사과를 바라보았다.
‘이만하면 액션은 충분하겠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수호는 천천히 돌로 만든 사과를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
이만큼 액션을 취했으면 됐다.
이제 남은 일은 모르는 척하는 것뿐.
만약 누가 CCTV를 보고 왜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때 가서 실토하는 척 대답해 줄 생각이었다.
평가 중이라 감점받기 싫어서 일부러 모른 척했다고.
자원창고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수호가 다시 평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
수호가 사라지고 얼마 뒤, 그때까지만 해도 김석훈은 수호가 금방 포기할 줄로만 알았다.
그도 그럴 게 이곳 자원창고는 아무리 잘 배웠어도 처음 방문한 초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으니까.
‘오죽하면 미궁이란 별명이 붙었겠냐고.’
마력에 반응하여 툭하면 떨어지거나 자기들끼리 엉겨 붙는 건 흔한 일이고 재수없으면 아이템 혼자 폭주가 일어나기도 한다.
분명 분석이 끝났고 저주템이 아니라고 판명났음에도 말이다.
물론 폭주가 일어나는 아이템들은 주로 무쓸모 잡템으로 판명난 것들인데 그러니 자원창고는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란 말.
그러나 얼마 뒤, 김석훈은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만 좀 먼저 놓고 갈게요!”
수호는 웃는 얼굴로 나타나서 자신의 앞에 물건들을 쏟아냈다.
전부 평가항목에 들어 있던 것들이었다.
그뿐이랴?
1차로 물건을 쏟아내고 간 수호는 몇 번 더 왔다 갔다 하더니 마침내 평가항목에 적혀 있는 모든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물건더미를 쏟아낸 수호가 차근차근 항목들을 대조하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평가지를 내밀었다.
“적혀 있는 건 전부 다 들고 왔네요.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아…… 네.”
평가지를 받아 든 김석훈이 놀란 얼굴을 애써 감추며 평가항목에 적힌 것들을 대조한다.
그런데 항목들을 대조하면 대조할수록 입이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친…….”
절로 나오는 욕지거리.
거의 100개가 넘는 물품들일진대 수호는 무엇 하나 빼먹은 것 없이 완벽하게 모든 물건들을 가져왔다.
‘심지어 일부러 이름이랑 코드 번호, 색깔이 애매한 것들까지 섞어 놨는데…….’
일명 킬러문항으로 넣은 것들.
윗선에선 특수부에서 키우는 로열이니 살살하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김석훈이 알 바는 아니었다.
5급 특채면 금방 팀장을 달 사람인데 그런 사람일수록 이런 일들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호는 킬러문항 따윈 조금도 아랑곳 않고 완벽하게 평가를 수행해 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실존하는구나…….’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수호가 이뤄낸 업적들이 대단하다는 건 인정한다.
실제로도 엄청난 업적들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단순히 ‘전투’를 잘해서 그런 거고 이런 류의 ‘업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석훈은 이번 평가를 계기로, 어쩌면 수호는 그냥 천재가 아닌 육각형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시네요.”
“하하, 아닙니다.”
“아니긴요, 정말 대단하신데요. 그럼 바로 이어서 이번엔 분류에 대한 평가를 할 건데…….”
그러나 분류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분류창고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품만 해도 수백 가지인데 수호는 1차부터 3차까지 모든 과정의 분류 작업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그리고 마침내 1번 시험이 모두 끝났을 때 김석훈은 수호를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하하, 아닙니다.”
“아뇨, 진짜 대단하세요. 저는 저희 부서라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부서들보다 저희 자원부 업무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연수받으러 오신 분들이 가장 낮은 현장 점수를 받는 게 자원부이기도 하고요. 근데 수호 씨는 진짜…….”
가장 어렵다는 말.
동감한다.
수호도 한때는 죽을 맛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인생 2회 차.
그것도 이미 경험해 본 곳임과 더불어 협회의 모든 걸 바꿔본 수호에게 자원부 업무는 다른 것들에 비해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피라미드 노예 하다가 공사장 노가다 하면 쉽게 느껴지는 법이지.’
게다가.
‘돌 사과 언급이 없는 걸 보니 아무도 못 봤나 보네.’
솔직히 못 볼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도 그럴 게 창고 내부를 비추는 CCTV가 몇 갠데 어떻게 그걸 일일이 다 체크하겠는가?
물론 만에 하나라는 게 있긴 하지만 어쨌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언급이 없다는 건 잘 넘겼다는 말.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바로 특수2팀에서 진행하는 2번 시험 보러 가면 되는 건가요?”
“예, 그렇긴 한데…… 사실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요?”
“네.”
수호의 물음에 김석훈이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인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