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108
◈ 108화
백령도 너머의 작은 무인도.
이곳엔 본래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우주선이 보관됐을 것으로 알려진 그곳은 다행히 여태 그 어떤 던전화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천천히…… 좋아! 그대로 들어가!”
“닻을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인기척조차 희미해진 그곳으로 일단 배를 무사히 정박시킨 아크의 플레이어들.
그들은 무인도 탐사부터 시작했다.
연구소는 무인도의 작은 언덕 너머의 협곡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다행히 전원이 들어옵니다.”
바다로 연결된 수력발전기가 연구소로 자체적인 전력 공급을 해냈다. 오래 방치된 탓에 먼지가 가득했지만 사용하기엔 문제가 없었다.
링링이 전자 패널을 조작하더니 말했다.
“문제는 예상대로 연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건데…….”
달까지 가는 연료는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돌아올 때 사용할 만큼의 비축분이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우주선은 편도행 티켓이었다.
“……이건 내가 어떻게든 마력으로 대체해 볼게.”
그나마 희망적인 건 모두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출발하기까지 그저 시간이 필요할 뿐.
‘달 추락까지 앞으로 20일.’
나머진 기술자들의 역량에 달렸다.
***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발사 시험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번만 성공하면 당장이라도 우주선을 달로 보낼 수 있어요.”
까치집을 지은 과학자들이 홀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3D로 구성된 우주선에서 불꽃이 방사됐다.
하늘로 쭈우욱.
“고도 620km…… 발사체 분리 성공입니다.”
과학자들은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다.
벌써 몇 번째 실패일까.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또 어디서부터 오차를 수정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홀로그램 속 우주선은 지구의 궤도를 벗어났다.
계속, 순조롭게 나아갔다.
목적지인 달까지.
“……됐어. 됐다고!”
“드디어 성공이야!”
얼굴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활짝 펴질 정도로 큰 목소리로 웃으면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11일 만의 성과였다.
“지금 몇 시지? 아니지. 링링 님을 만나야 해.”
“……다들 자고 계실 텐데요.”
“깨워! 지금 잠이 문제야? 그리고 성공만 하면 바로 알려 달라고 하셨어.”
과학자들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고요하던 숙소 문을 부서질 듯 두드렸다.
플레이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발사 시험 성공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 나왔다.
강서준도 그중 하나였다.
[Success.]홀로그램 위로 떠오른 초록색 글자가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뒤늦게 도착한 링링도 흡족한 얼굴로 강서준을 보면서 말했다.
“뭐 하고 있어?”
“응?”
“출발해야지. 달에 안 갈 거야?”
안 그래도 수리만으로 11일이나 소모했다.
남은 건 고작 9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
“클라크는?”
“저 여기 있어요.”
어느새 도착한 최하나.
그리고 어디서 운동이라도 하고 왔는지 땀을 뻘뻘 흘리는 나도석과 비몽사몽의 김훈까지 도착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알겠어. 바로 출발하자.”
그 말을 기점으로 과학자들은 부랴부랴 정비를 시작했다.
연구소의 천장이 열리고 우주선이 아스라이 쏟아질 것만 같은 달빛 아래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강서준은 탈의실에서 우주복으로 갈아입은 뒤, 탑승 구역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김훈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갑작스럽네요.”
“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그래도요.”
이번 달 던전 공략 멤버는 강서준을 비롯하여 최하나, 나도석 그리고 김훈이었다.
김훈의 경우는 ‘공간 이동’이라는 특수한 스킬과 특수 포션 치료라는 유용한 기술 덕분에 참여하게 됐다.
‘링링이 가면 좋겠지만, 걘 이곳에서 연구소를 총괄해야하니 어쩔 수 없겠지.’
머지않아 나도석과 최하나도 우주를 유영할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우주복을 입고 등장했다.
“나도석 씨에게 맞는 우주복이 있어 다행이네요.”
“……개량했다더군. 조금 꽉 끼긴 하는데 괜찮아.”
담소도 거기까지였다.
탑승 구역 위로 탑승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고, 공략 인원인 네 명은 우주선 내부로 진입했다.
생각보다 비좁았다.
“여기에 사진 걸고 기도하면 사망 플래그겠죠?”
“……알면 하지 마요.”
여러 던전을 돌면서 꽤 친해진 김훈과 우스갯소리를 하다 보니, 발사 준비는 완료됐다.
시선을 마주한 최하나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석도 굳은 얼굴이었다.
이제 우주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예정된 시각.
[3, 2, 1…… 광로호 발사합니다!]온몸을 짓누르는 중력이 느껴지면서 일행을 태운 우주선이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우주선 내에 장착된 스크린으로 바깥 영상이 보였다. 누구는 기도했고, 누구는 두 손 꽉 쥐고 응원하는 자세였다.
[궤도를 조정합니다.]컴퓨터의 목소리를 들리면서 우주선이 조금씩 방향을 수정했다. 달이 가까워진 만큼 실제 비행에도 오차는 발생했다.
연구소에서 통신도 들려왔다.
박명석이었다.
-……비행은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쾌적하네요.”
-다행입니다. 곧, 발사체가 분리되고 우주선은 완전히 우주로 돌입할 겁니다. 그때부터는 마력으로 우주선을 조종해야 해요.
“연습은 충분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링링이 추가한 부품이었다. 성능은 걱정할 것도 없으리라.
나머진 플레이어의 역량.
강서준,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그럼 부디 명운을…… 어라?
그때였다.
-우주선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가 접근 중입니다! 잠시만요……!
강서준도 스크린을 통해서 그 비행 물체에 대한 정보를 읽었다. 뭔지는 몰라도 빠르게 우주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곧 영상과 함께 정체가 밝혀졌다.
-레드 와이번입니다!!
레벨 100을 넘나드는 레드 와이번이 대관절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을까. 미간을 좁혀 놈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이대로면 충돌합니다!
과학자들의 시뮬레이션엔 이렇듯 몬스터라는 변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발사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것까지 고려한다면 절대 20일 내에 우주선을 발사할 수는 없었으리라.
-강서준 님……!
다급한 박명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서준은 몸을 고정하던 안전벨트를 해제했다.
그리고 옆에서 긴장한 얼굴로 스크린을 올려다보던 김훈에게 말했다.
“잠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네? 뭘 하시려고.”
“새 떼를 쫓아내야죠.”
강서준의 계획은 간단했다.
김훈의 공간 이동 능력으로 우주선의 외부로 이동하고, 파이어볼을 쏘든 검을 휘두르든 해서 레드 와이번을 쫓아내는 것.
“……죽을걸요.”
“그건 걱정 말고요.”
“아뇨. 이건 제아무리 강서준 님이라고 해도 너무 위험해요. 비행 중인 우주선의 밖으로 나간다니요!”
레드 와이번은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자살 테러라도 할 심산인지 그 날갯짓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안 하면 어차피 끝인걸요.”
위험하다고 시도조차 안 하기엔 그들에겐 남은 여유가 없다.
이 우주선이 터진다면 어찌 될까.
그들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 9일 후, 지구는 달이라는 커다란 운석과 충돌하고 말 테니까.
“그리고 저 안 죽어요.”
강서준은 이매망량을 발동시키며 온몸에 갑주를 뒤집어썼다. 마력까지 운용하여 뒤덮었으니,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최하나 씨. 우주선을 부탁할게요.”
“……네. 몸조심해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김훈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도깨비로 변신한 강서준을 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죽지 마요. 강서준 님이 없으면 던전 공략이고 뭐고 결국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런 거 사망 플래그라니까요.”
[플레이어, ‘김훈’이 ‘공간 이동(C)’을 발동했습니다.]곧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그의 시야가 확 트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는 산소조차 희박한 하늘과 우주의 경계에 서 있었다.
멀리 레드 와이번이 가공할 만한 속도로 접근하는 게 보였다.
[장비, ‘용아병의 날개’를 발동합니다.] [10분 간 자유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
강서준은 날개를 활짝 펼쳐 레드 와이번 무리를 향해 접근했다.
놈들도 강서준의 등장이 마음에 안 드는지 괴성을 지르며 불꽃을 뿜어냈다.
키악! 키아악!
날개를 접으며 속도를 올렸다. 날아오는 불덩어리는 가뿐히 피해내고, 재앙의 유성검으로 레드 와이번의 목까지 긋는 건 한순간이었다.
놈들이 당황한 듯 울음을 토해 냈다.
‘시간이 없어. 모두 일격에 끝낸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력을 집중시키며 레드 와이번의 무리를 휘젓고 다녔다.
도합 7마리의 레드 와이번.
놈들이 머리나 날개를 잃고 아래로 추락하게 되기까지 불과 4분도 걸리지 않았다.
강서준은 호흡조차 멈춘 채,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나마 무호흡 전투가 익숙해서 다행이지.
‘우주선은……?’
벌써 우주선은 지구의 궤도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발사체가 분리되고 푸른 에너지를 뿜어내는 걸로 보면 마력 엔진은 성공이었다.
‘……좋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강서준은 이를 악물고 비행 방향을 정했다. 아이템의 성능인 ‘자유비행’이라면 우주에서도 비행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라면 그 시간인데.
강서준은 아래쪽으로 파이어볼을 내던지며 더욱 속력을 가했다. 마력으로 운용되는 불꽃이었기에 산소가 더 필요하진 않아 다행이었다.
‘좀 만 더. 조금만 더……!’
대기권을 뚫고 우주의 경계로 나아갔다. 거기서부터는 모든 게 그를 질러 대는 창처럼 시시각각 데미지로 느껴졌지만 아직은 버틸 만했다.
도깨비갑주의 영혼은 벗겨지지 않았다.
[장비, ‘용아병의 날개’가 해제됐습니다.]아쉽게도 우주선에 도달하기도 전에 날개의 비행시간은 종료됐다.
끈 떨어진 강서준이 우주의 한 공간에 방치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닿을 수 있어!’
여기까지 날아오던 추진력은 그의 어깨를 계속 밀어냈다. 결국 도깨비갑주가 꽤 너덜너덜해질 즈음.
강서준은 우주선에 닿을 수 있었다.
‘서, 성공이야…….’
천만다행이었다.
‘……잿빛사막을 공략해 두길 잘했네.’
[‘방사선’에 노출되었습니다.] [일부 항체를 발견했습니다. 방사능이 30% 줄어듭니다.] [스킬, ‘초재생(F)’을 발동합니다.]슬슬 벗겨진 도깨비갑주 안으로 기포가 끓고, 변질됐던 피부는 다시 원상 복구됐다.
일전에 오염된 지하벙커를 공략해서 방사선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꽤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
F급 초재생만으로 우주 방사선을 버텨 낼 수는 없었으니까.
투둑.
강서준은 자신의 몸을 두드리는 김훈을 확인했다. 그의 접근을 알아차렸는지 우주복을 완전 착용한 그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강서준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얼른 우주선 안으로 복귀하자는 신호였다.
하지만 강서준은 돌아가기 전에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
우주에서 본 풍경.
푸른 바다에, 녹림으로 우거진 지구는 아포칼립스로 점철된 세상임에도,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살아생전 본 적이 없는 전경.
‘……나 출세한 건가. 우주에도 올라와 보네.’
강서준은 쓰게 웃으면서 김훈의 손을 붙잡고 다시 우주선 내부로 복귀했다.
안쪽엔 최하나도 스크린을 통해 지구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럼……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우주 너머로 날아온 탓인지 통신기기는 먹통이었다. 대답이 없는 지구를 향해서도 꿋꿋이 보고를 잇는 최하나.
어쨌든 마력을 운용해서 우주선의 방향을 조절했다.
쿠우웅.
2020년 3월 12일.
달 추락이라는 전무후무한 재난을 막기 위해 출발한 지구의 유일한 우주선.
광로호는 무사히 우주에 안착.
목적지인 달로 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