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13
◈ 13화
“……방금 뭐라고?”
장기용은 방금 들은 말을 떠올리며 얼굴을 구겼다. 순간적으로 정지된 사고가 재가동을 하자,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황당함이었다.
“꼬질이 네가 케이라고?”
그리고 그 반응은 비단 장기용에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대개 당황한 목소리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엔 놀라움보다는 의문이 더욱 가득했다.
일단 믿지 못하는 것이다.
왜일까.
그건 장기용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웃기고 있네.”
장기용은 성난 도깨비처럼 눈을 부라리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자신을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케이’를 사칭했다는 게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감히 그 꼴로 케이 님을 사칭해?”
불같이 화를 내는 그의 눈에 강서준의 복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알고 있었다.
꼬질한 저 옷들은 튜토리얼 보상인 ‘허름한 누더기 옷 세트’였다. 또한 꼬질이답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찢어진 흔적이 있다는 건 아주 오랫동안 저 옷을 입었다는 증거.
오픈으로부터 세 달 동안 저 옷만 입고 다녔다는 건 즉, 레벨도 바닥에 위치한다는 걸 뜻했다.
‘잡몹인 늑대를 잡아도 늑대가죽 갑옷은 나오는 법.’
장기용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놈은 초보자다.
감히 초보자 주제에 케이 님을 사칭하고 있다.
‘무엇보다 꼬질이가 케이 님일 리가 없잖아.’
사실 장기용은 케이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팬’이었다. 드림 사이드 1에서도 케이를 너무 좋아해서 따로 영상 클립도 모아 둘 정도로 케이를 선호했다.
‘최하나 님도 속고 있는 거야.’
장기용은 강서준의 뻔뻔한 얼굴을 노려봤다. 누가 보면 진짜 그가 케이인 줄 알 정도로 연기력이 대단했다.
‘내가 밝혀내야 해.’
장기용은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입을 열었다.
“너 레벨이 몇인데?”
“37.”
그 답에 장기용이 잠시 멈칫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는 걸 확인했다. 장기용은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37? 고작 37이라고?”
그럼 그렇지. 꼬질이가 변한 건 없었다. 장기용은 미간을 팍 구기면서 말했다.
“대책 없는 새끼네…… 진짜. 할 게 없어서 케이 님을 사칭하냐?”
“뭐?”
“케이 님은 랭킹 1위였어. 다른 랭커들도 레벨이 100을 넘기는 이 시점에서 케이 님의 레벨이 37이라는 게 말이 돼?”
장기용의 말을 들은 강서준은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장기용은 그 기세를 몰아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케이 님은 한국인이 아니야. 너 그것도 몰랐지? 꼬질아. 사칭하려면 좀 자세히 알아보고 했어야지.”
한데 장기용의 말이 끝났는데도 강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게 이상해서 물어보니 겨우 돌아오는 말이 있었는데.
“병신에게 먹이는 안 준다니까.”
“너…… 꼬질이 주제에 진짜!”
***
이후 그들은 바로 사냥을 나섰다.
따로 조를 나누진 않았다.
스켈레톤은 최대 50대 몬스터. 전반적으로 40 전후의 플레이어가 태반인 반주역의 사람들은 제아무리 약화된 스켈레톤이라도 1 대 1은 장담 못 했기 때문이었다.
해서 한데 뭉쳐 걸어가는 데에 강서준은 눈을 이리저리 빠르게 굴리면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골목.’
‘왼쪽 상가.’
‘측면 자동차 아래.’
강서준이 체크한 부분마다 금방 스켈레톤이 튀어나왔다. 마치 미래 예지와도 같은 수준으로 몬스터를 체크해 나가던 강서준이 멈춰 선 곳은 네 방향으로 뻥 뚫린 교차로였다.
오대수가 외쳤다.
“전투 준비!!”
사방에서 우후죽순 밀려오는 스켈레톤의 떼가 마치 해일처럼 보였다. 놈들이 근접하니 먼지가 우르르 몰려와 시야를 가렸다.
전투는 금방 시작됐다.
“절대 떨어지면 안 돼요! 스켈레톤 한 마리에 두 명씩 달라붙습니다!”
순식간에 밀려오는 언데드의 파도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기량을 뽐냈다. 아무래도 두 개의 너프가 영향이 크긴 큰 모양.
스켈레톤들은 생각보다 쉽게 쓰러졌다.
문제는 그 숫자가 많다는 건데.
그조차 최하나가 본격적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니, 스켈레톤의 대열은 구멍이 뻥 뚫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서준이 검을 들고 사냥에 나서려고 할 즈음이었다.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켜. 레벨 37짜리가 뭘 하겠다고.”
“……?”
“꼬질아, 잘 봐 둬. 이게 진짜 고인물이란 거다.”
느닷없이 장기용이 강서준의 앞에 서서 칼춤을 추는 것이다. 어설픈 검기가 스켈레톤의 곳곳을 부쉈다. 나름 경험자라 그런지 레벨도 좀 높은 편인 듯, 결국 스켈레톤을 혼자서 죽이는 데에 성공했다.
이를 보면서 강서준은 미간을 구겼다.
‘스틸인가?’
하지만 장기용의 행동에선 별다른 악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고딩 시절의 일진을 10년 만에 만나 감회가 새롭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이놈이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신사적이었지.’
빵셔틀을 시키겠다고 5만 원을 쥐여 주는 놈이었다. 그때부터 재벌이었는지 놈이 빵값을 잘 몰라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이제 와서 밝히는 거지만 강서준은 종종 알아서 빵셔틀을 자원했었다.
‘49,000원짜리 알바.’
빵만 사 와도 49,000원이 생기는 초고효율 알바. 이놈 말투가 다소 기분 나빠서 문제였지, 나름 상도의가 있는 일진이었다.
강서준은 장기용을 가만히 보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물러났다. 10년 전에 저놈 덕분에 든든하게 학교 생활을 했었으니까. 이번엔 조금 양보를 해 줘도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번 사냥은 그의 레벨 업보다는 반주역의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목적이었으니까.
그가 레벨 업을 할 기회는 아직 많이 있었다.
‘그래. 지금은 렙업보다 중요한 게 생겼으니까.’
해서 강서준은 노선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고롱이’가 ‘녹슨 장검’을 먹었습니다.] [포만도가 0.1% 올랐습니다.] [‘고롱이’가 ‘부서진 투구’를 먹었습니다.] [포만도가 0.1% 올랐습니다.] [‘고롱이’가 ‘스켈레톤의 탈골된 오른팔 뼈다귀’를 먹었습니다.] [포만도가 0.1% 올랐습니다.]‘차라리 잘됐어.’
전투에 완전히 미련을 접고, 가능한 쓰러진 스켈레톤을 헤집고 다녔다. 사람들의 신경이 전투에 집중된 사이 마음 편히 고롱이에게 먹이를 공급할 수 있었다.
완전 노다지였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도 고롱이의 배를 불릴 수 있다니.
게다가 포만도가 올라갈수록 고롱이의 기능은 점차 회복됐다. 갈수록 더 넓은 범위의 탐색이 가능해서 한 블록 떨어진 스켈레톤까지 찾아냈다.
그리고 어느 시점.
‘슬슬 찾아보자.’
그는 두 번째 플랜을 떠올렸다. 사실 밖으로 나온 데에는 스켈레톤 사냥 이외의 목적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반주역은 바람 위의 등불과도 같아.’
강서준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면서 주변을 보는 시선 자체가 바뀌었다. 앞으로 그가 찾으려 하는 건 고롱이가 아니면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고롱아, 부탁한다.’
[‘고롱이’는 가까이에 있는 간식을 주기를 청합니다.] [‘고롱이’는 남동쪽을 바라봅니다.]곧 남동쪽 골목에서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이 나타났다. 플레이어들의 시야 밖에 있는 놈들.
강서준은 다른 사람들 몰래 빠르게 접근했다.
콰직!
무기를 뽑을 것도 없었다. 높이 뛰어올라 머리부터 밟았다.
쉽게 허물어지는 뼈다귀들.
식후 운동거리도 안 될 놈들을 둘러보며 강서준이 말했다.
“고롱아, 좀 더 감각을 발휘해 봐. 더 맛있는 게 보일 거야. 안 그래?”
[‘고롱이’는 아직 배가 고프다며 큰 소리를 냅니다.]“끙…….”
강서준은 대충 방금 쓰러트린 스켈레톤을 고롱이의 앞으로 진열했다. 고롱이의 눈이 빛나면서 청소기가 빨아들이듯 스켈레톤을 먹어 치웠다.
다시 봐도 신기한 장면이었다.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음식은 어찌나 잘 먹는지.
[‘고롱이’의 포만감이 30%를 넘었습니다.] [‘고롱이’는 가 더욱 먼 곳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나이스.
고롱이는 이제 시야 밖으로 돌아다니는 스켈레톤까지 캐치할 수 있었다.
고롱이가 또 말했다.
[‘고롱이’는 가까이 간식이 걸어 다닌다고 환호성을 지릅니다.]“다른 거.”
[‘고롱이’는 가까이 간식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합니다.]“말고.”
[‘고롱이’는 가까이 먹음직한 간식이 비틀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고롱이’는 가까이 조금 양이 부족한 간식을 확인합니다.] [‘고롱이’는…….]던전 브레이크의 여파인가.
확실히 스켈레톤이 많긴 많았다.
강서준은 반복되는 메시지에서 오는 지루함을 견뎌 내며 꾸준히 고롱이에게 먹이를 대령했다.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시가지의 외곽까지 도착했다. 고롱이의 포만도도 벌써 40%는 넘긴 시점.
오대수는 서쪽으로 저무는 해를 보면서 말했다.
“슬슬 돌아갑시다. 해가 저물고 있어요. 곧 언데드에게 버프가 생길 시간입니다.”
지쳤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급 던전 탐사에 이은 전투였지만, 위험을 감수한 만큼의 보상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이번 전투로 2~3 정도의 레벨 업을 해냈다. 고작 수 시간에 얻어 낸 보상치고는 훌륭했다.
또한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무방비하게 풀려났던 스켈레톤의 숫자도 줄일 수 있어서 보람도 느꼈다.
이대로 돌아가도 충분하리라.
하지만 그때였다.
[‘고롱이’는 눈앞의 진수성찬에 눈을 빛냅니다.]고롱이가 몸을 떨어 대면서 해가 저무는 서쪽을 바라봤다. 인적이 드문 건물에 문이 부서진 작은 꽃집이 하나 있었다.
저곳이다.
강서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다들 얼른 돌아가서 오늘은 푹 쉬도록 합시다.”
“네!”
집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설렘 가득한 얼굴의 사람들. 하지만 강서준은 대뜸 오대수의 어깨를 잡았다.
“형사님.”
“무슨 일이죠?”
“하나만 더요.”
강서준이 꽃집을 가리켰다.
“마지막으로 저기만 확인하고 갑시다.”
사람들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
허름한 꽃집.
깨진 유리창 너머로 죽은 꽃들이 가득한 곳.
결국 오대수는 강서준의 의견을 따라서 꽃집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향해 오대수가 애써 입을 열었다.
“밤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시간은 오래 못 씁니다.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갑시다.”
“네!”
하지만 꽃집으로 진입하자마자 사람들은 얼굴을 구기며 긴장해야 했다. 문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강서준은 소매로 코를 막으며 생각했다.
‘독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떠다니는 하얀 포자들. 이건 고작 먼지가 아니었다. 강서준은 뒤따라 꽃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코를 막아요.”
“네?”
“빨리요.”
한편 최하나는 진즉에 소매로 코를 막고 있었다. 벌써 HP포션을 소매에 적신 걸 보면 이 포자들의 정체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녀와 똑같이 소매로 코를 막은 오대수가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죠? 스켈레톤은요?”
강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꽃집 내부를 꼼꼼히 탐사하기 시작했다. 죽어 버린 꽃들 사이로 흩날리는 하얀 포자를 헤집고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안쪽에 화원이 있었다.
그리고 작게 빛나는 ‘붉은 문’.
뒤따라 다가온 오대수가 침음을 흘렸다.
“……던전?”
[E급 던전 ‘죽음의 화원’을 발견하였습니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분류 : 서브
난이도 : E
조건 : ‘포자 바이러스’를 뿜어내는 죽음의 화원 속 원흉 ‘플랜트 킹’을 제거하십시오.
제한 시간 : 30분
보상 : 플랜트 킹의 꽃망울
실패 시 : 던전 브레이크
* ‘포자 바이러스’는 던전병을 유발합니다. 가까운 마을의 NPC의 상태를 확인하십시오.
* 현재 이 던전은 한 차례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상태입니다. 감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