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204
◈ 204화
-1층 클리어.
-2층…… 진입합니다!
-생존자를 발견했습니다!
수시로 들려오는 무전을 확인하며 김강렬은 2층으로 올라섰다.
곳곳이 부서진 흔적이 역력한 사무실.
한쪽 굳게 닫힌 어느 방문 앞으로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러대는 변이 인간이 보였다.
김강렬은 빠르게 명을 하달했다.
“작전을 개시한다. 움직여!”
김강렬은 기둥 하나를 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수신호에 따라 앞서 자리를 잡은 조현호가 시선을 마주했다.
킷킷킷! 키이잇! 킷!
변이 인간은 괴상한 웃음을 흘려 대며 찌그러진 철문을 향해 무던히도 공격하고 있었다.
머리를 부딪치고, 손톱이 부러지도록 문을 긁었으며, 주먹으로 쾅쾅 찍기까지.
어지간히도 저 안에 있는 생존자들을 해치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곳이 드림내일이라 천만다행이로군. 다른 곳이었으면 진즉에…….’
드림내일.
아크에서도 가장 유명한 신문사 중 하나였고, 그 재력으로 ‘임시 벙커’를 완공한 기업이었다.
당장 기자들이 몸을 숨기고 들어간 장소가 바로 각종 마법진으로 무장한 ‘임시 벙커’였다.
레벨 200으로 추정되는 변이 인간의 힘으로는 쉽게 부술 수 없을 것이다.
“표적은 둘이다. 일격에 제압한다.”
“……네.”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건 김강렬의 뒤에 선 김시후였다. 그는 조현호와 반대편 기둥으로 가더니 살금살금 변이 인간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서로 타이밍을 재더니 일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피슈우우우웅!
소음기가 장착되어 고요하게 날아간 총알은 허공에서 빛과 함께 터졌다.
만들어진 건 일종의 그물.
문을 부수려고 안간힘을 쓰던 변이 인간의 신체를 구속하기엔 충분했다.
“성공입니다!”
기뻐 소리친 김시후는 금세 얼굴에 사색을 띠어야 했다. 가까운 책상 아래에 작은 크기의 변이 인간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태 가려져서 안 보인 듯했다.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며 발사된 그물은 김시후의 정면으로 짓쳐 들던 변이 인간의 몸을 옭아맸다.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진 변이 인간은 대략 여섯 살쯤은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긴장해.”
“네, 죄송합니다!”
김강렬은 빠르게 병사들을 향해 한 번 더 사무실을 수색하도록 명했다.
다행히 2층에선 더는 변이 인간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뛰쳐나갔거나 다른 층에 있는 모양이었다.
곧 완전히 깨끗하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야 그는 긴장을 늦추고 임시 벙커로 다가갔다.
굳게 닫힌 문은 거의 반파 직전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김강렬은 임시 벙커 내부의 사람들에게 따로 무전을 넣어 바깥으로 나오도록 유도했다. 곧 안에서 긴장한 한숨을 토해 내며 나온 사람은 도합 다섯 명이었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벙커로 피한 사람들인 듯했다. 기자들은 식은땀을 닦으며 김강렬을 비롯한 군인을 바라봤다.
그러다 그물에 얽혀 더는 움직이질 못하는 변이 인간을 보고 기함을 토했다.
“저, 정훈이……?”
“이럴 수가!‘
“허어…….”
하지만 당황은 짧았다.
그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변이 인간을 바라봤지만, 그뿐이다.
금세 침착을 되찾았고 그들의 그저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눈으로 김강렬을 바라볼 뿐이다.
김강렬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방송을 들어서 아시겠지만 현재 서울은 2급 위기 경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플레이어는 소집되고 시민들은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죠.”
“네, 네…….”
“현시점에서 유력한 침략자는 ‘마족’입니다. 각 길드의 협조를 통해 구제 작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김강렬은 그가 한 말을 빠르게 수첩에 옮겨 적는 기자들을 응시했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더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침략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도시를 위주로 타격이 시작됐고, 곧 위기 경보도 1급으로 격상될 겁니다.”
기자 중 한 명이 손을 들어 물었다.
“혹시 변이 인간에 대한 정보는 더 없습니까?”
“……변이 인간은 ‘퍼펫(Puppet)’으로 명명됐고 그리드와 다른 감염체로 분류됩니다.”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거죠?”
김강렬은 여전히 웃음을 토해 내며 그물 속에서 아등바등 난동을 부리는 퍼펫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들은 아직 인간입니다.”
“……인간이라고요?”
“특정한 마기에 침식되어 저런 모습이 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마기가 빠져나가면 자연스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겁니다.”
이는 성녀 모르핀이 직접 언급한 퍼펫에 대한 정보였다.
해서 현재 퍼펫은 사살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위급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한 저들도 시민으로 분류되어 보호하는 게 원칙이었다.
김강렬은 다시 기자들에게 말했다.
“다들 적었습니까?”
“네.”
“그럼 바로 대피소로 이동하죠. 나머진 잘 부탁드립니다.”
“뭘요. 저희도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김강렬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비를 마치자마자 부대를 이끌고 가까운 본대에 합류했다.
그곳엔 인근을 돌아다니며 ‘기자’, ‘의사’, ‘기술자’ 등의 인물들이 시시각각 구조되어 모여들고 있었다.
그는 호송팀에 인계되는 기자들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해야 할 일이라…….’
사실 저들에게 미주알고주알 현 상황을 브리핑해 준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들은 ‘기자’니까.
전쟁 중에 모든 시민들에게 그때마다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해 줄 여유는 없다.
이럴 때야말로 기자가 필요한 법.
곧, 저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방송과 신문이 대피소 곳곳으로 배포될 예정이었다.
김강렬은 쓰게 웃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세상이 변하긴 변했군.’
이번 침략은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느닷없이 옆 사람이 퍼펫이 되거나, 곳곳에서 악마들이 튀어나오는 예기치 못한 재난.
한데 동료가 괴물이 되고, 벙커에 갇히더라도……..
사람들에게 패닉이란 없었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움직일 뿐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기는 이제 익숙하단 거겠지.
그리고 이건 비단 그들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김강렬은 군인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다들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1년 전이라면 어땠을까.’
그때에도 그는 군인이었지만, 현실은 무력했다.
고작 눈앞에서 포효하는 오크 한 마리를 저지하질 못해서 죽어 버린 사람이 몇이던가.
총알이 박혀도 죽질 않는 괴물들.
순식간에 사람들은 몬스터의 먹이가 됐고, 살아남는 게 용한 나날이었다.
‘한데 지금은…….’
군인은 시민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기자들도 그들만의 일을 찾아서 움직인다.
세상은 이미 이렇게나 변해 버렸다.
“……됐어. 정신 차리자.”
머리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 낸 김강렬은 그를 기다리던 부대원들을 돌아봤다.
특히 드림 사이드 1의 세계를 살다 왔다는 김시후는 위기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능숙했다.
가끔 실수를 하긴 해도, 종종 보여 주는 능력치는 어지간한 군인보다 나았다.
그중 정령을 활용한 정찰은 가히 발군이었다.
“대위님. 가까운 곳에 생존자가 더 있어요.”
“……그래.”
김강렬은 정렬한 부대원에게 말했다.
“우린 명동으로 이동한다.”
가는 길엔 마침 김시후가 언급한 장소도 있었다. 들르면서 생존자도 구출하면 될 것이다.
“이동!”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들끓고 있었다.
“차례로 입장해 주십시오! 이곳은 안전합니다!”
“카드를 분실하신 분들은 스캔 부서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비상식량은 지하 3층에서 분배합니다!”
2차 대피소.
식별 코드가 장착된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거리가 멀어 대피하기 힘든 이들이 모이는 장소.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딱 그랬다.
“침착하게! 빠르게! 질서를 지켜 주십시오!”
“이곳은 2차 대피소입니다! 카드를 소유하거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가능한 1차 대피소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여러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수차례 거듭했기 때문일까.
플레이어나 시민들은 큰 동요 없이 피난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된 건, 피난민만큼이나 여러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즈음일 것이다.
“전방에 하급 악마입니다!”
“3팀이 맡아!”
“우측으로 퍼펫이 접근합니다!”
2차 대피소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1차 대피소처럼 링링의 마법으로 완전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언제든 몬스터의 침공을 받을 수 있고, 그만큼 위협도 뒤따랐다.
“시민의 구조를 우선하고 하급 악마는 바로 사냥한다! 모두 움직여!”
“퍼펫은…… 여전히 보호 대상입니까?”
“상황에 따라 판단해! 다수가 위험하면 사살도 허용한다!”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여러 명을 위기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특히 수십 명의 목숨이 오가는 와중에,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한정된 법.
언젠가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는 퍼펫을 구하는가. 그도 아니면 당장 구할 수 있는 수십 명의 안전을 도모하는가.
답은 빨리 나왔다.
당장 월드컵 경기장의 총 책임자로 배정된 나한석은 퍼펫의 관절 부위를 저격하면서 말했다.
“우선 가능하면 행동 불능으로 만들어라! 1원칙은 그걸로 삼고 나머지는 현장에 따라 처치해!”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까지 퍼펫을 사살해야 할 만큼 위기를 겪진 못했다는 것이다.
이곳을 담당하는 나한석 대위의 특수대응팀은 아무래도 디펜스의 베테랑들이었으니까.
낙원에서 밀려오는 수백의 백신을 상대로 전투를 벌인 경험은 어디 가질 않는다.
그들은 능숙하게 피난민을 유도하고, 몬스터를 대처하며 상황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다.
“문제는 시간문제란 건데…….”
이는 낙원에서부터 느껴온 고질적인 문제였다. 무릇 전쟁이란 물량에서 밀리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
서울 전역에서 밀려오는 수많은 피난민을 유도하고, 이에 이끌려 딸려 오는 몬스터까지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나 대위님! 전방에 중급 악마입니다!”
“중급 악마들이 몰려옵니다!”
이윽고 불길한 미래는 현실이 되었다. 나한석은 멀리 포효하는 중급 악마를 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나 대위님!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이대로면 몬스터가 진입하고 말 겁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나 대위님!”
나한석은 여전히 수많은 인파가 2차 대피소로 달려오는 걸 바라봤다. 이대로 문을 닫는다면 저들은 포기해야만 하는 일.
하지만 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니까.
“……문을 닫는다.”
나한석은 참담한 심정을 삼키며 명을 내렸다. 이대로 저들을 모두 받고자 한다면 대학살이 일어날 건 자명한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전쟁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니까.’
결국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안 돼! 조금만 더 기다려 줘……!”
“기다려! 기다리라고! 이 시발 새끼들아!!”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과.
“얼른 닫혀라. 제발, 제발…….”
“닫혀, 닫혀, 닫히라고!”
누군가의 기도가 함께 맞물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같은 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서로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한석은 거의 닫힌 문을 보면서 말했다.
“나머지는 백승수 씨에게 맡깁니다.”
“네? 잠깐 지금 무슨……?”
백승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한석은 빠르게 문 밖으로 나섰다.
그가 바깥에 나오자 완전히 닫혀 버린 문.
이곳까지 달려온 사람들의 절망한 시선이 그에게 꽂히고 있었다.
나한석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플레이어들은 나를 따르고 시민들은 엄폐물을 찾아 숨으세요.”
그리고 악마들이 월드컵 경기장까지 밀고 들어온 순간.
나한석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나 대위님. 여기서 죽으면 끝인 건 알죠?”
“백승수 씨.”
“왜 혼자 죽으려 합니까.”
한때는 죽네 사네 하는 문제로 낙원에서 여러 번 말다툼도 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기어코 백승수는 살기를 선택하질 않았다.
나한석이 물었다.
“생존이 최우선 아니었습니까.”
“……뭐, 그렇죠.”
“근데 왜 나왔습니까?”
백승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막상 돌아와 보니 이곳도 썩 살 만한 세상은 아니더군요. 저 혼자 살아남아 봤자 의미도 없고…….”
그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뭐 됐습니다. 기왕 나온 거 후회하기엔 늦었습니다.”
“정말 제멋대로군요.”
나한석과 백승수의 시선이 쓸쓸하게 교차했다. 목숨이 여러 개일 때는 그토록 살기를 원하던 그는, 대체 왜 한 개의 목숨일 때 이토록 무모하게 구는 걸까.
나한석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갑시다. 죽어서도 억울하지 않게.”
수차례 총성이 빗발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