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220
◈ 220화
0116 채널의 ‘차원 게이트 터미널’.
한때는 행성 간 이동에 관여하는 ‘워프’만을 담당하던 그곳은, 오늘날에 이르러 0115 채널의 게이트만을 전담 마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관리하던 국장은 때 아닌 신호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또 대거 사망했습니다!”
“벌써 28명째입니다!”
“2명 더 사망했습니다!”
국장은 게이트 터미널 밖으로 강제 이송된 전사들을 말없이 쳐다봤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지구로 넘어간 전사 중 이렇게 대단위로 희생자가 늘어난 경우는 처음이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사실 처음엔 별일 아닌 줄 알았다.
죽어 나가는 인간들은 기껏해야 훈련병에 불과했으니까.
어제 돌아온 훈련병과 오늘 오전부터 빠르게 이송되는 훈련병까지…….
수상하긴 해도 그냥 넘어갈 법한 수준이었다. 훈련병은 어디까지나 훈련병이었으니까.
문제는 방금 이송된 이들이다.
‘정예병까지 죽었다고?’
행여나 랭커를 맞부딪칠 때를 대비하여 파견해 뒀던 고렙의 정예병들.
그들은 리카온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강자들이었다. 그들까지 송환되는 경우는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젠장…… 이걸 어떻게 보고하라고?”
입술을 잘근 깨문 국장은 새로운 신호와 함께 대거 송환되는 전사들을 둘러봤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놈들이 이렇게 강했다고?’
일명 ‘포탈 던전’이란 곳에서의 전력을 파악한 결과, 충분히 임무 수행이 가능한 수준을 파견 보낸 게 아니었던가.
미간을 찌푸린 그가 직원들을 닦달하며 정보를 캐내려고 할 즈음이었다.
뒤편에서 자동으로 문이 열리며 강대한 기운을 품은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국장은 대번에 알아봤다.
“데, 데칼 황자님!”
“사령관이라 불러.”
“네, 네, 네! 사령관님!”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 데칼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내부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상황을 짧게 요약해 봐.”
국장은 메마른 입술을 잠시 혀로 적신 뒤,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자세한 상황은 아직 파악 중입니다. 부산의 전사 송환은 지난밤이 처음이고요.”
“흐음…….”
“방금 송환된 전사들이 의식을 되찾으면 바로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데칼은 싸늘한 눈초리로 국장을 내려다보다 또 송환되는 전사를 살폈다.
그도 익히 얼굴을 알던 강자들도 몇몇 송환되고 있었다.
저쪽 기준으로 치자면 레벨도 얼추 270에 달할 전사들.
“부산이라고 했지?”
“네, 네…….”
“우리 론도 국장. 일하기 싫은가 보네.”
“네?”
데칼의 말에 국장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바들바들 몸을 떨면서 데칼을 향해 넙죽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론도 국장. 죄송할 일이 아니야.”
“……네?”
“책임질 일이지.”
스거어억!
거두절미하고 휘둘러진 검격에 국장의 목에서 실핏줄이 터졌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를 잃고 쓰러진 국장.
데칼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이를 내려다보다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젠 네가 국장이겠군.”
어느덧 데칼의 앞에 선 사람은 론도 국장의 딸이었다, 현재 터미널의 부국장을 연임하던 ‘라일 론도’였다.
“……네.”
“자, 새로운 론도 국장. 부산은 어느 나라에 소속된 도시지?”
“한국입니다.”
“한국에 소속된 랭커는?”
라일 론도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링링, 클라크, 잭, 나도석…… 그리고 케이가 있습니다.”
“그래. 랭커만 다섯인 나라다.”
“하지만 사령관님. 그들이 부산까지 움직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라일 론도는 아버지에게 들었던 대로 서울과 부산의 거리를 설명해 줬다. 그 사이에 있을 수많은 던전들은 제아무리 날고 기는 랭커라 해도 짧은 시간에 돌파할 수 없었다.
이에 데칼이 피식 웃었다.
“론도 국장. 오래 살고 싶다면 한 가지는 새겨 둬라.”
“…….”
“상식을 버려.”
데칼은 유난히 허전한 본인의 왼팔을 쓸어 보더니, 다시 송환되는 전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에게 상식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마찬가지로 데칼의 비어 있는 왼팔을 확인한 라일 론도는 바짝 마른 목에 침을 꿀꺽 삼켰다.
데칼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그나저나 부산의 차원 게이트 설립 현황은 어떻지?”
“기존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막바지에 이르렀어야 합니다. 이번 주중으로 게이트가 연결될 겁니다.”
“계획대로 진행됐다면이라…….”
“네. 케이가 그곳에 왔다면 분명 게이트는 파괴될 테니까요.”
데칼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가장 가까운 게이트는 어디지?”
라일 론도는 스크린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일본의 후쿠오카입니다.”
***
그 시각.
강서준은 낮게 한숨을 내뱉으며 재앙의 유성검에 의해 반파된 한쪽 건물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공격이 성공했는지 사방에서 빛무리가 일면서 놈들의 기척이 사라지고 있었다.
“강서준 님. 전원 이동을 마쳤습니다.”
한창 적들을 상대로 드잡이를 벌이는 사이, 김훈은 기어코 사람들을 안전한 곳까지 이동시킨 모양이었다.
‘그래 봐야 이곳을 공격하기 전에 잠시 머물렀던 연립주택으로의 이동이었지만.’
일단 이곳을 빠져나갔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그 이후는 마력을 방해하는 요소도 없었으니 더 수월하게 도망칠 수 있을 테니까.
“핵심 부품은요?”
“여기 있습니다. 연희연 씨 말대로라면 차원 게이트는 모두 이걸 통하도록 설계됐다고 하더군요.”
축구공 크기의 구슬이었다.
외관은 철판으로 덧씌워져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강력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아이템, ‘포탈 코어’를 습득했습니다.]연희연은 덧붙여서 설명했다.
“미니맵 스킬을 통해 확인한 거니 확실할 겁니다.”
미니맵 스킬이라.
역시 연희연이 가진 ‘그 스킬’은 대단히 유용한 능력이었다. 아마 김훈의 공간지각 능력을 액티브로 만든다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힐러면서 탐사 계열 스킬을 가진 자라…….’
강서준은 쓰게 웃으며 연희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멀리 무너진 건물을 확인하며 기함을 토하고 있었다.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군요. 단순히 버티는 걸로 모자라 전부 초토화시킬 줄이야…….”
그녀의 눈엔 많은 회한이 스쳐 갔다. 강서준은 그 눈빛에 어깨를 으쓱이며 나지막이 답했다.
“초토화는 아닙니다. 그저 뒤통수를 세게 때렸을 뿐이죠.”
당장 강서준의 류안으로도 이곳으로 달려오는 수많은 흐름이 있었다.
곳곳에 흩어졌던 이들이 다급하게 이쪽으로 몰려오는 듯했다.
‘나도석은 어쩌고 있으려나.’
종전부터 폭음이 울리질 않는 걸 보면 벌써 이곳을 빠져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폭주하는 것처럼 보여도 은근히 머리가 좋은 남자니까. 눈치껏 도망쳐서 연립주택 인근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놈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우리도 일단 발을 빼도록 하죠. 목적은 이미 달성했습니다.”
“네.”
슬슬 핏빛 도깨비의 달도 효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재앙의 유성검도 피를 잔뜩 토해 낸 뒤라 허기에 골골대는 실정이었다.
또한 사망과 동시에 소멸해 버리는 특징을 가지는 리카온 제국인들은, 영혼을 수급할 기회조차 주질 않는다.
그때 연희연이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네?”
“사실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강서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연희연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녀는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위치가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무슨 뜻이죠?”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근데 미니맵에서 봤을 때, 단 한 번도 그 두 사람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어요.”
강서준은 곰곰이 고민하다 연희연이 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갇혀 있는 거군요.”
강서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훈도 가만히 눈을 감고 공간지각 능력을 더욱 강하게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곧 그가 말했다.
“어렴풋이 걸리는 것 같아요.”
애매한 답이었지만 연희연도 본 내용이니 잘못된 정보는 아닐 것이다. 행여나 그곳에 누군가 갇혀 있으면 놓고 갈 수는 없는 노릇.
강서준은 주변을 살펴본 뒤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바로 이동하죠.”
“네.”
거두절미하고 김훈의 공간 이동으로 해당 위치로 이동한 일행은 어두컴컴한 실내를 마주하게 됐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고요?”
스마트폰으로 전등을 밝혀 주변을 둘러봤다. 한데 보이는 건 생각보다 더 황당한 장면이었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전혀 보이지 않는 곳.
그저 네모난 석실로 구성된 이곳엔 기이한 캡슐만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고이 잠든 사람들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캡슐은 투명한 유리로 뒤덮였는데, 그게 디스플레이였는지 몇 가지 정보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들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리카온 제국의 브리든 기사단.
-단원 : 칼 이보.
-리카온 제국의 브리든 기사단.
-단원 : 니나 브리츠.
두말할 것도 없이 이들은 리카온 제국인들이었다.
“왜 여기에 리카온 제국인들이…….”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그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찢기고 그을린 옷차림…… 멍투성이의 얼굴과 손발톱은 모조리 뽑힌 형상이었다.
대충 봐도 상당한 중병 환자였다.
“이건 치료 기기일까요?”
나지막이 묻는 김훈의 말에 강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건 아닌 듯해요.”
류안으로 보면 알 수 있었다.
캡슐 내부로 가득 들어찬 일종의 물질은 저들의 신체로 유입되질 않고 있었으니까.
그저 신체를 사방에서 꾹 눌러 압박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 탓인지는 몰라도 두 사람의 심장은 살아 있는 심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느리게 뛰고 있었다.
‘……냉동인간 같군.’
대관절 이들은 왜 이런 곳에서 죽지도 못하고 냉동인간처럼 잠만 자고 있게 된 걸까.
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데려가죠.”
“네?”
“리오 리카온이라면 무슨 상황인지 알려 줄 수 있겠죠.”
사실 강서준도 얼추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리카온 제국인들이 부산 사람들에게 하던 짓을 보면, 이곳을 점령한 놈들이 어느 쪽 세력인지 알 법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고문을 당하고 묶여 있는 자들이 누군지는 뻔한 일이다.
‘이들은 온건파 쪽 인물이다.’
김훈은 캡슐을 스윽 만져 보더니 말했다.
“어쩌죠? 이 안에 들어찬 액체가 공간 이동을 방해해요. 이대로면 치료를 할 수 없어요.”
운이 나쁘게도 마력을 방해하는 물질이 가득 담겨 있나 보다. 대관절 이들이 누구이기에 이리 철저하게도 봉인을 해 둔 걸까.
“통째로 옮기는 것도 무리예요. 이 안에 있는 물질들이 보기보다 대단히 무거워요.”
“일단 꺼내야겠군요.”
“네. 근데 꺼내는 즉시…… 위험할 겁니다. 상처만 봐서는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건 ‘소생의 포션’을 써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김훈은 공간지각 능력으로 리카온 제국인들이 이 근방에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이곳에 이동한 걸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는데…… 녀석들은 아무래도 바로 알아차린 듯했다.
여기에 CCTV라도 달아 놨나?
놈들은 억지로 막아 놨던 입구를 뚫기 위해서 각종 스킬을 쏟아붓고 있었다.
강서준은 연희연을 보면서 말했다.
“연희연 씨도 힐러라고 하셨죠?”
“네? 그렇긴 하지만 제 레벨도 낮고 등급도 낮아서 이 정도의 상처는…….”
“그건 제가 보정해 드릴게요.”
강서준은 김훈에게서 ‘알리의 펜던트’를 받아 다시 그녀에게 건넸다. 또한 지상수를 닦달해서 자잘한 아이템들도 보태 줬다.
마력을 증가시켜 주는 옵션과 스킬의 등급을 올려주는 옵션이 한데 어우러져, 한순간에 연희연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이른바 ‘템빨’이다.
“이거라면…….”
그렇게 연희연에게 아이템을 주기 위해 잠시 손끝이 마주쳤을 때였다.
[!] [‘도깨비 왕의 감투’를 소유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도깨비 왕의 반지’를 소유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진실의 성물 : 이루리’를 소유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연희연의 목걸이가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