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266
◈ 266화
강서준은 기시감을 느끼며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벤트 ‘몬스터 파크’는 플레이어의 수준에 따라 그 내용이 변화합니다.] [‘퀘스트 – 자격 테스트’를 통과하십시오.] [당신의 수준을 측정합니다.]낙장불입(落張不入)이 될 난이도 선택창은 수많은 플레이어에게 다시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지 난이도부터 헬 난이도까지.
강서준은 쓰게 웃었다.
‘옛날 생각나네…….’
불과 1년하고도 약 2개월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아득히 먼 과거의 일 같았다.
아마 그간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겠지.
오늘날이 있기까지 플레이어들은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어야만 했다.
달이 떨어지고, 한 세계가 멸망했고, 마족의 침공을 받았으며, 다른 차원의 제국으로부터 침략도 당해 봤다.
인류의 수천 년 역사에서도 지금 같은 격동의 시기는 또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난이도 선택이라…….’
강서준은 그 메시지에 담긴 명확한 뜻을 되새길 수 있었다.
어떤 고생을 할 것이고, 어떤 수준의 보상을 받고 싶은가.
여기서의 선택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주어질 보상은 극단적으로 나뉘게 된다.
‘데스 리스크 데스 리턴.’
죽을 만큼 어려운 난이도엔 죽을 만큼 좋은 보상이 따른다.
우스갯소리로 돌던 하나의 밈은 드림 사이드의 정체성이 되어 있었다.
[선택지를 골라 주십시오.] [1분 이내에 선택하지 않을 시, 기권으로 간주하여 오늘의 도전 기회가 차감됩니다.] [오늘의 도전 기회 : 1]다행히 이번 이벤트는 기권을 선택해도 크게 위해가 가해지진 않는 듯했다.
그저 ‘오늘의 기회’를 날릴 뿐.
실패 시 ‘죽음’을 선물하던 다른 퀘스트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았다.
게다가.
[이벤트 ‘몬스터 파크’는 일주일간 진행됩니다.] [난이도를 선택하면 도전 기회는 차감되며, 재충전까지 하루의 시간이 소요됩니다.]일주일간 일곱 번의 테스트. 도합 일곱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주 관리자의 배려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한편 여전히 그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던 김기주 특파원이 입을 열었다.
“케이 님의 결정을 듣고 싶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실 거죠?”
아마 수많은 사람은 한 가지 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여태 그가 해 온 행보가 그러했고,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도 있었다.
강서준의 생각도 같았다.
‘오늘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간 차원 서고의 수련장과 각종 B급 던전을 전전하며 수련에 몰두한 그였다.
그 수준은 한 달 전과 크게 차이가 났다.
심지어 그에게 종속시킨 수많은 ‘영혼 부대’와 ‘백귀’, ‘고롱이’를 비롯하여 새로 함께하게 된 ‘수룡 파랑이’도 있다.
아무것도 없이 패기만 가지고 있던 튜토리얼 퀘스트 당시와 비교해선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헬 난이도를 고르겠습니다.”
[‘이벤트 – 몬스터 파크(헬)’을 선택했습니다.]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 주십시오.]***
거두절미하고 헬 난이도를 고른 강서준은 인파가 전혀 없는 해안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동진 해수욕장과 닮았지만 묘하게 다른 장소.
이곳은 ‘정동진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가상 공간, 인스턴트 던전이었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곱 명이라…….’
정동진 해수욕장에 방문한 수백 명의 플레이어 중 무려 일곱 명이 헬 난이도를 골랐다.
튜토리얼 퀘스트 때보다는 적은 숫자였지만, 이쪽이 오히려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현실을 겪은 뒤의 선택이니까.’
어느덧 1년을 넘겨 플레이어 경력도 꽤 두터운 사람들이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섣불리 헬 난이도를 고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설령 이벤트 설명에 적혔듯, ‘기권’이라는 ‘즉시 탈출권’이 존재하더라도 그들의 선택은 놀라웠다.
“강서준, 오늘은 지지 않아!”
올림픽처럼 서로 싸워 승부를 겨루는 경기가 아님에도, 강서준을 향해 승부심을 불태우는 남자.
묵직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나도석은 전보다 훨씬 거대해져 있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반팔 반바지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 그의…… 심상도 꽤 단련된 듯했다.
‘혹한기 훈련도 웃어넘길 인간이야.’
하지만 이런 날씨에 굳이 여름 복장으로 돌아다닐 인간은 그 말고는 없었다.
다들 보온 성능이 탁월한 장비를 갖추거나, 따뜻한 코트를 그 위에 걸쳐 입었으니까.
아, 단 한 사람만 빼고.
“케, 케이 님…….”
강서준은 굳이 추위 따위를 견딜 필요가 없는 진백호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여러 사람이 그 온기를 쫓아 그곳에 모여 있었다.
‘헬 난이도를 고를 줄은 몰랐는데…….’
한껏 긴장했는지 불안한 얼굴을 한 진백호는 연신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너무 겁먹을 거 없어. 안 되면 기권하면 되니까.”
“그, 그렇겠죠?”
“응. 게다가 넌 예전의 약골이 아니잖아.”
그의 주변엔 무려 두 정령왕이 따분한 표정으로 해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켈로부터 시행된 한 달간의 특훈 덕에, 이젠 정령왕도 수준급으로 다루는 그였다.
‘아니, 넌 더 성장해야 해.’
강서준이 늘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중요한 순간마다 진백호를 안으로 빼돌려 숨겨야만 했던 부분이다.
그는 지켜야만 하는 존재니까.
하지만 정령왕을 둘이나 다스리는 괴물을 방치하는 건 전 지구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호크 알론까진 바라지도 않아. 적어도 네 목숨 하나는 지킬 정도는 되어야지.’
해서 강서준은 그가 이번에 헬 난이도를 골랐다는 점을 높게 사고 있었다.
소심한 성격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쌓이는 경험치와 올라가는 레벨은 결코 그를 배신하지 않는다.
“늦었네요?”
“최하나 씨.”
강서준은 이외에도 지구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차례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이젠 거의 한국에 눌러살 속셈인지, 미국으로 돌아가질 않는 성녀 ‘마일리 그레이스’.
처리할 일이 많아 아크에서 마지막까지 고생하다 넘어온 ‘링링’.
지금은 거의 회장으로 불리는 ‘지상수’나, 그녀를 모르면 간첩인 ‘최하나’도.
심지어 ‘김훈’까지 헬 난이도를 골라서 이 해안에 모여 있었다.
한동안 수련을 한답시고 두문불출하던 김훈이 강서준을 향해 말했다.
“강서준 씨는 이벤트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아요?”
“……글쎄요. 몬스터 파크란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아무것도 단정 짓긴 어려워요.”
“드림 사이드 1에서도 없었던 이벤트라고 하셨죠?”
솔직히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 이벤트는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유형이다.
선택의 미로처럼 난이도를 고를 수 있는 것부터 꽤나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어.’
좋은 상황이 아니다.
이벤트 중에 벌어질 대다수의 일을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할 테니까.
“어? 시작해요!”
지상수의 외침과 동시에 바닷가 위쪽에 홀로그램이 일렁거렸다.
선명하게 보이는 영상 속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이지 난이도에 진입한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벤트라더니만. 이젠 영상으로 틀어 주기도 하네.”
“우리야 좋죠. 안 그래도 정보가 부족했잖아요.”
주어진 환경이 비슷하다면, 아마 클리어해야 할 퀘스트의 골격도 닮았을 것이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지 난이도의 플레이어들은 정동진 해안가에서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퀘스트는 생각보다 단순하네요. 튜토리얼 때랑 비슷한데요?”
바닷가를 가로질러 수면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포탈로 들어가면 통과였다.
주의할 점은 한번 바다로 들어가면, 다신 육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도 없고, 단번에 목적지까지 돌파해야만 했다.
‘장애물도 있겠지.’
플레이어들이 바닷가에 진입하자마자 파도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바다 수영 자체가 버거운 상황인데, 거친 파도는 사람들의 체력을 쉽게 깎아 내고 있었다.
곳곳에서 몬스터의 기척도 느껴졌다.
단순한 동해처럼 보여도 수면 아래엔 각종 해양 몬스터가 득실거렸다.
“으아아앗!”
하지만 이지 난이도가 괜히 이지 난이도였을까.
거친 파도와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바닷가만 지나가면 끝인 퀘스트였다.
그 이상의 위험은 없었고, 각자 나름대로 슬기로운 플레이어들이 순조롭게 이지 난이도를 통과해 냈다.
거의 대다수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다음은 노말입니다.”
근데 고작 이지에서 노말로 넘어갔을 뿐인데, 이벤트 내용은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노말에서 저 정도면 대체…….”
바닷가 곳곳에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고, 해양 몬스터의 크기도 대형급으로 등장했다.
멀리 유령선을 탄 몬스터들도 나타났다.
이젠 바다 수영을 하는 와중에도 필연적으로 전투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서준은 이벤트 영상을 올려다보며, 새삼스러운 샛별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알아서 포기하란 건가.’
말했듯, 이번 이벤트는 플레이어의 질적 상승을 목적으로 한다.
무모하게 도전하다 죽어 나자빠지는 것만큼 크나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그땐 주객이 전도된다.
기권이 존재한다 해도 그전에 죽어 버리면 어찌하겠는가.
해서 샛별은 영상을 통해 급격한 난이도 변화를 예고하며, 누군가에겐 ‘정보’를, 또 누군가에겐 ‘포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아마 본인의 실력을 잘 아는 눈치 빠른 플레이어는 이즈음에서 포기할 것이다.
죽는 건 결국 본인 손해니까.
“드디어 하드 난이도네요.”
우려가 섞인 마일리의 시선이 해안가에 선 하드 난이도의 플레이어들에게 향했다.
슬슬 강서준에게도 낯익은 인물들이 보이고 있었다.
어느덧 PP의 중역이 된 ‘오대수’부터, ‘공지원’…… ‘김강렬 대위’나 ‘조현호’, ‘김시후’도 보였다.
의외로 ‘장기용’도 있었는데, 도깨비 그림이 그려진 망토를 걸치고 있어 괜히 얼굴이 화끈해졌다.
누가 쟤 좀 말려 주면 좋겠는데.
이어진 하드 난이도는 역시 수준이 훨씬 격상된 채로 진행되었다.
쿠구구구!
시작부터 심상치 않게 파도가 움직였고, 하늘에선 수많은 몬스터가 날카로운 발톱을 뽐냈다.
대략 몬스터의 수준도 하나같이 B급을 상회했다. 그중 보스급도 섞여 상당히 골치 아파 보였다.
“크윽……!”
“뭉쳐! 하나씩 잡고 넘어가야 해!”
그래도 이벤트의 가장 큰 이점은 플레이어들의 협력을 막질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합심하여 몬스터들을 공략해 나갔다.
마법사들과 검사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자, 바다 위에서도 어엿한 전투가 가능했다.
역시 ‘하드 난이도’라는 위명에 어울릴 정도로 아찔한 순간은 계속됐지만, 플레이어들은 하나로 뭉쳐서 그 난관을 헤쳐 나갔다.
진짜 문제는 포탈의 앞이었다.
“해, 해일이다!”
떠오른 새해에 닿을 것처럼 높은 파도가 플레이어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수영을 하든, 바다 위를 달리든, 날아서 이동을 하든…… 그 어떤 플레이어도 그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친…… 이걸 어떻게 뚫으라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더라도 아직 그들은 자연재해 앞에선 무력할 뿐이었다.
“젠장,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일단 버텨! 해일이 계속 몰아치진 않을 거야!”
하지만 그곳에 몰아치는 건 오직 해일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하늘에서 빠르게 쇄도하는 와이번과, 심해에서부터 찔러 오는 씨 서펜트 등이 해일에 힘입어 공세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끄아아악!”
“……나 더는 못 버티겠어!”
“크윽…… 무리하지 말고 기권해!”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다!”
결국 수많은 플레이어가 속속 빛으로 산화하며, 이벤트 지역을 탈주하기 시작했다.
뭐든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게다가 오늘만 날이 아니야.’
말했듯 이번 이벤트는 기권을 한다고 끝이 아니다.
일주일간 하루에 한 번.
오늘을 실패해도 플레이어들에겐 여섯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내일 성공하면 돼.’
그런 심리가 하드 난이도 플레이어들에게 강하게 떠오르고 말았을까.
[1일 차 ‘하드 난이도 – 몬스터 파크’의 자격 테스트가 종료됩니다.] [통과자는 ‘0명’입니다.] [위치 : 강원도 정동진 해변]황당한 결론이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