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281
◈ 281화
“다시 말하지만 우리에게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의주를 차지하는 것. 이게 최선입니다.”
강서준은 재앙의 유성검을 오른손에, 그랑의 어금니 단검을 왼손에 쥐었다.
도깨비갑주는 마기로 덧입혀 소환했고, 그 위에 도깨비불마저 두르니 위력은 더더욱 강해졌다.
마력은 이미 진동하고 있었고, 사실상 그는 당장 낼 수 있는 최고의 효율로 몸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곳은 ‘핏빛 도깨비의 달’이 떠오른 영역입니다.] [영역 내의 존재에게서 피를 강탈합니다.] [해당 효과는 5분간 지속됩니다.] [영역 선포자 : 강서준]재앙의 유성검의 ‘영역 선포’까지 마쳤으니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한 셈이다.
최하나가 약간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물었다.
“그 정도로 위험해요?”
“네. 지금도 부족해요. 위기 감지가 끝없이 발동하고 있다고요.”
아마 마그리트 자체는 그리 까다로운 몬스터는 아닐 것이다.
제아무리 동족을 먹었다고 해도 아직 안정화되지 못한 힘이었으니…….
무지성에 가까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쯤은 이리 무리를 하질 않더라도 가능했다.
인간은 붉은 깃발 하나만으로도 그보다 강한 황소를 제압할 수 있으니까.
‘진짜 문제는 쓰러트릴 수 없다는 거야. 위기 감지가 발동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겠지.’
강서준은 류안을 발동시켜, 마그리트의 몸 안에서 뒤엉킨 세 개의 힘을 확인했다.
세 개의 드래곤 하트, 세 개의 영혼.
그곳에서 마력과 반마력이 제멋대로 흔들려, 분출을 앞둔 활화산처럼 그 자체로 부글거리고 있었다.
“마그리트를 죽이면 이 근방이 모조리 소멸할지도 모릅니다.”
과거 라이칸이 버그가 됐을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제멋대로 다른 영혼을 삼킨 자의 말로(末路).
제어하지 못해 폭주한 영혼은 주변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것도 전생인의 영혼이다. 자칫 잘못하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링링은 강서준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 하는군.”
뇌관만 잘못 건드려도 일대를 폭파시킬 거대한 핵탄두를 상대로 싸우는 일이다.
그저 제거해 버리면 그만이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난이도가 올라간다. 강서준은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그것도 오래 안 남았어요. 마그리트가 다른 영혼들을 제압하면 또 큰일입니다.”
용의 머리로 올라온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점차 놈의 어눌하던 말투가 고쳐지고 있었다.
밖으로 흘러나오던 마력도 조금씩 정갈하게 정돈되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리트리하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시간제한까지 있는 거군요.”
강서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호흡을 정돈했다. 작전은 이미 공유했으니 남은 건 실행뿐이다.
최하나도 어느덧 푸른 불꽃을 일으켜 영혼을 불태우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설령 강서준 씨의 말대로 여의주를 차지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용의 시험을 통과한 보상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었다. 그저 추측하기로는 이벤트답게 커다란 혜택을 줄 거라는 것 정도였다.
‘대단히 강력한 아이템이거나…….’
혹은 엄청난 스텟 보상.
어느 쪽을 상상해도 이 상황에선 유의미한 성과였다.
‘반대로 완전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지.’
하지만 강서준은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당장 마그리트를 상대한다고 해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면, 뭐라도 더 시도해 보는 게 좋다.
확인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로 가타부타 가능성부터 논하는 게 더 우스운 일이다.
“그땐 그때 가서 고민하죠.”
잠시 시선을 마주한 두 사람은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일정 지점을 넘어서자 마그리트가 빠르게 반응을 해 왔고, 허공을 가르고 날아온 리트리하가 그 공격을 막아 냈다.
“최하나 님!”
그의 외침에 최하나는 빠르게 방아쇠를 당겨 마그리트의 상단을 노렸다.
푸른 불꽃이 일직선으로 날아 놈의 뒤통수를 적중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티이잉!
문제는 관통은커녕 어떤 대미지도 주질 못하여 옆으로 튕겨 나갔다는 것이다.
“괴물 같은 놈…… 그새 성장했다고?”
리트리하는 힘겹게 공격을 막아 내던 중 날카로운 손톱에 의해 복부를 찔리고야 말았다.
그러나 강서준은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르게 여의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어떻게든 돌파해서 여의주를 먼저 차지하는 일. 그게 강서준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ㄱㅡㅇㅓㅇㅓㅇㅓㄱ……!
역시 바로 알아차린 마그리트가 바로 몸을 돌렸지만, 리트리하가 이번엔 그를 놔주질 않았다.
복부를 찌른 손을 애써 붙잡고 온 힘으로 그를 붙든 것이다.
츠츠츠츳!
하지만 마그리트는 괴성을 지르더니 이내 몸이 두 개로 분열되어 버렸다.
영안으로 살펴보니 녀석은 하나의 심장에 영혼을 묶어 분신처럼 리트리하에게 남겨 둔 것이다.
“어딜!”
최하나가 앞을 막아서며 연달아 사격을 가했다. 그러자 놈은 한 차례 더 분열하며 최하나를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ㅋㅔㅇㅣ……ㅇㅣㅇㅣㅇㅣ!
여의주를 눈앞에 둔 강서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꼴은 마치 짐승 같았다.
콰아아앙!
강서준은 잠시 녀석을 견제하며 발걸음이 묶였다. 물론 다행히 허공을 열고 나타난 링링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그리트를 막아섰다.
쿠구구구구궁!
놈의 상단으로 엄청난 중력이 전개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큰 부하를 줄 수 있었다.
링링이 미간을 구기며 외쳤다.
“오래 버티진 못해!”
“오케이!”
마그리트 녀석이 다급한 와중에 두 번의 분열을 하여 힘을 나눠 놨다지만, 놈은 여전히 강했다.
해츨링을 상대로 여유로운 전투를 펼칠 수 있는 건 ‘강서준’이니 가능한 이야기.
리트리하나 링링, 최하나는 해츨링을 상대로 싸우려면 그만한 모험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놈들은 분열을 하면서 영혼이 전부 따로 나뉜 게 아니었다.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어. 이놈들…… 섞이기 시작했구나.’
기합을 내지르며 버티는 리트리하와 연신 속도전을 벌이는 최하나. 구슬땀을 흘리는 링링을 둘러본 강서준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즉 서로 연결된 만큼 여전히 적을 죽일 수 없는 리스크는 똑같았다. 일행은 전력을 다한 싸움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강서준은 목숨을 걸고 전투를 잇는 동료를 일별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다녀올 테니.”
이벤트의 보상이자, 왕의 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여의주’가 눈앞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플레이어 ‘강서준’이 ‘여의주’를 만졌습니다.] [‘용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눈을 껌뻑이자 어느덧 그는 거대한 적막 속에 홀로 서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움직일 때마다 물결이 파동을 치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한 땅.
마치 파도 한 점이 없는 드넓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선 기분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물이 솟구쳐 한 형상이 만들어졌다. 강서준은 바로 알아봤다.
“……해왕?”
“역시 케이. 네놈이 먼저 오는군.”
일전에 헬 난이도 테스트에서 마주했던 해왕은 오연한 시선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말없이 시선을 마주하던 강서준은 새삼스러운 진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강하다.’
일전에 마주쳤던 녀석은 새 발의 피라고 느껴질 정도로…… 눈앞의 해왕은 막강하기 그지없었다.
해왕은 강서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피식 웃었다.
“꽤 놀란 눈이군. 그렇게 볼만해. 난 분신이 아니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아드리안. 해왕이라 불렸고, 안내인이라 불렸으며, 여의주라고도 불리는 자.”
“……여의주?”
“반가워. 난 ‘인내의 성물 아드리안’이라 하네.”
강서준은 차분하게 손을 내미는 아드리안을 말없이 바라봤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곧바로 이어지질 않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요. 당신이 여의주고, 뭐? 인내의 성물?”
솔직히 해왕이 이벤트에서 등장한 게 의문이긴 했다. 느닷없이 나타나기엔 유명세나 그 힘이 너무 강력한 몬스터였으니까.
근데 그가 몬스터조차 아닌, ‘아이템’이었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어. 받아들여야지.”
“아니, 그래도 당신은……”
“케이. 몬스터 파크가 어떤 곳인지는 아나?”
강서준의 말을 잘라먹은 아드리안은 처음부터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제멋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긴 @@#%!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기관. 오래전 태초의 용인 ‘레드리히’가 만들었고, 드래곤 로드가 관리하는 땅이지.”
아드리안의 입이 모자이크가 되고, 괴상한 소음이 섞였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필터링이 되는 정보였다.
“레드리히의 계획은 단순했어. 힘의 논리로 무너지지 않는 후예를 기르고자 했지.”
강서준은 더 묻질 않고 그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이곳이 그의 무의식이었고, 생각의 속도만큼이나 바깥 공간과의 시간 차이가 생겨난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차게 실패했어. 이곳은 워낙 살아남기가 험난한 땅이었거든.”
확실히 그럴 법했다.
그가 일주일간 겪어 본 이 섬의 몬스터는 과할 정도로 다양했고, 섬 내에서 겪을 수 있는 환경도 각양각색이었다.
영역별로 구역을 제한해 두질 않았더라면 아마 섬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드리안은 첨언해서 말했다.
“그때는 난이도별로 사냥터를 나누지도, PVP 제한도 없었거든.”
아드리안은 먼 과거를 회상하는 눈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레드리히는 관리자 #%#*^와 손을 잡고 이곳을 새로 정비하기로 했지. 그렇게 완성된 곳이 바로 ‘몬스터 파크’가 된 거야.”
그는 대뜸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관리자는 맨입으로 일을 처리해 주진 않았어. 단 하나의 조건. 훗날 이곳을 공략할 한 ‘존재’에게 어느 물건만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지.”
“…….”
“관리자는 나를 이곳에 귀속시키며 훗날 찾아올 ‘도깨비의 왕’을 기다리게 했다. 만약 그가 죽지 않고 이곳을 찾아와 마지막 시험까지 돌파해 낸다면…… ‘이걸’ 건네라고 말이야.”
강서준은 아드리안이 꺼낸 검은색 카드를 저도 모르게 받아 들 수 있었다.
[아이템, ‘블랙 카드’를 습득했습니다.]그저 새카만 색깔의 카드였고, 상태창엔 아무런 설명도 적히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아드리안은 길게 한숨을 내뱉더니 말했다.
“좋아. 이제야 나도 좀 쉴 수 있겠어.”
“네?”
“슬슬 인내하기도 버거웠는데 잘됐어.”
뭐라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아드리안의 형상은 차츰 희미해지고 있었다.
강서준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려는 아드리안을 향해 쌍심지를 켜며 물었다.
“잠깐 이게 끝이에요?”
“뭘?”
“아니, 이렇게 싱거운 결론이 이번 이벤트의 진짜 끝이냐고요.”
강서준은 납득할 수 없었다.
몬스터 파크의 기원은 생각보다 크고, 필터링이 걸릴 정도로 깊은 비밀이 숨겨졌다는 건 알겠다.
근데 그게 뭐?
정체를 알 수 없는 카드만 쥐여 주고 가 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리면, 여길 빠져나갔을 때에 마그리트를 상대할 방법은 전혀 없게 된다.
강서준은 고작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려고 여의주를 차지하는 데에 전력을 다한 게 아니다.
거기다 의문도 남아 있었다.
“용의 시험은요?”
하지만 희미해지기 시작한 아드리안이 다시 선명한 색감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
“통과야.”
“네?”
“레드리히가 요구하는 영혼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은 순간부터 넌 이미 통과였거든.”
아드리안은 더는 할 말도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멀어졌다. 그가 완전히 인기척조차 사라지기 전에 남긴 한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그럼 잘해 보라고.”
홀로 남은 강서준은 헛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처럼 굴어 놓고, 정작 선물 상자를 열어 보니 빈 상자를 마주한 기분이다.
“……정말 이게 끝이야?”
그럼 여태 포인트는 왜 모아 왔단 말인가. 고작 이딴 정체도 알 수 없는 카드만 줄 생각이면 대체…….
속으로 한창 중얼거릴 즈음이었다.
[용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칭호, ‘로드의 인정을 받은 자’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마지막으로 그의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할 만한 메시지가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포인트를 정산 중입니다.] [시스템에 의해, 당신에게 주어질 수 있는 보상 목록을 갱신합니다.] [히든 포인트 상점을 개방합니다.] [플레이어 ‘강서준’의 아이디 기록을 조회했습니다.] [플레이어 ‘케이’의 기록을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