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303
◈ 303화
츠츠츠츳!
강서준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미증유의 기운을 피해 이형환위를 발동했다.
츠츳! 츠츠츠츳!
한순간도 집중을 흐트러트릴 수 없었다.
밀트의 사유지는 걸리는 즉시 능력을 빼앗긴다.
가능하면 아예 닿질 않는 게 상책이다.
‘백신과 싸울 때가 생각나네.’
일전에 섭종한 드림 사이드 1의 세계로 난입했을 때, 그는 백신을 상대로도 비슷한 전투를 했다.
스치면 그대로 소멸되는 싸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강서준은 그의 앞을 가로막은 기운을 확인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킬, ‘허공답보(S)’를 발동합니다.]용아병의 날개의 사용 시간이 끝나서 빠르게 조합해 낸 스킬이었다.
그의 보법인 ‘초상비’와 지의 묘리인 ‘광속’, 그리고 해의 묘리인 ‘부동의 바다’를 섞은 기술.
요령은 허공에 마력의 벽을 세워 빠른 속도로 박차고 달려 나가는 것이다.
투타타탓!
그리하면 마치 허공을 달리듯 녀석의 사유지도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런다고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밀트의 말은 거짓이 없었다.
강서준은 어느덧 주변을 가득 메운 미증유의 기운에 한숨을 뱉어 냈다.
뭐가 이리 많아.
츠츠츠츠츳!
‘저 기술…… 본래 많은 생명을 담보로 발동하는 거 아니었나.’
더는 회피할 공간도 없을 정도로 주변은 녀석의 사유지만이 가득했다.
시야를 공유하는 이루리가 탄식하며 답했다.
-그야 적합자가 저 공간에 빠졌을 때야 통용되는 얘기지.
‘무슨 소리야?’
-굳이 능력을 봉인하는 게 아닌 이상…… 트래픽 과부하를 일으킬 필요도 없잖아?
하기야 유난히 많은 트래픽을 필요로 한 이유가 오직 그의 힘을 봉인하기 때문이다.
저런 공간을 여는 것쯤은 많은 트래픽이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즉 저것들은 대어를 낚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게다가 쟤…… 눈치가 빨라.
강서준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얼마 남지 않은 틈으로 사유지를 피해 달렸다.
밀트는 확실히 여태 꺾은 그 어떤 적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편이었다.
단순히 바이러스를 활용하고, 시스템을 조작하는 특이성에 있어 하는 말이 아니다.
‘피드백이 너무 빨라.’
일전에 사유지를 한 차례 빠져나왔을 때도, 녀석은 두 번째 사유지에 ‘아이템 제한’을 걸었다.
첫 번째 실수를 바로 잡은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아예 그를 사유지에 가두기 전엔 이전처럼 무작정 트래픽을 소모시키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그를 궁지로 몰아세우고, 주변을 사유지로 가득 채우질 않았는가.
무섭도록 치밀하고 실수에 대한 대처가 유난히 빠른 적.
이런 놈들이 특히 까다로운 법이다.
-그러게 왜 실수니 뭐니 다 말해 줘?
‘……시간을 끌어야 하잖아.’
강서준은 쓰게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밀트를 ‘영안’으로 확인했다.
대충 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혼이 그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지 감도 못 잡겠군.’
그리고 그 방대한 영혼의 크기야말로 강서준이 시간을 끌어야 하는 이유였다.
‘녀석을 죽이려면 그 영혼까지 확실하게 제압할 필요가 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밀트는 한 차례 시스템에 의해 ‘소멸’까지 된 존재였다.
그런데도 버젓이 살아남았다.
데이터베이스에 전승하던 본인의 영혼을 그만의 남모를 방식으로 전승을 했다는 방증이었다.
그렇다면 무작정 죽여 봐야 상황만 더 골치 아파질 수 있다.
‘전승은 전생과 달라. 그게 무조건 다음 채널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자칫 잘못하면 놈은 이 세계의 다른 몸으로 부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죽이는 건, 일단 보류해야 해.’
그래.
놈을 죽이는 건…… 그 영혼을 완전히 처리할 방법을 찾은 뒤여야만 한다.
다신 전승할 수 없도록.
놈을 완전히 구석으로 내몰아야 한다.
츠츠츠츳!
강서준은 생성되는 사유지를 피해 허공을 또 달렸다. 때로는 벽을 넘어 거리를 주파했다.
하지만 말했듯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설 공간은 줄어들 뿐이었다.
“이제 끝이로구나.”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강서준은 몸에 제동을 걸고, 몸을 돌려 공격을 막아 냈다.
예상대로 창졸간에 다가온 밀트가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쿠우우웅!
묵직한 충격을 겨우 견뎌 냈다.
“크윽……!”
밀트는 지팡이에 마력을 더해 강서준을 향해 겨누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더 피할 곳은 없다.”
그의 말마따나 사방이 사유지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젠 작은 틈조차 보이질 않았다.
“케이.”
밀트의 기세는 더더욱 강렬해졌다. 그에 맞추어 기세를 끌어올리니 검과 지팡이를 맞댄 곳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녀석의 눈이 붉어졌다.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넌 여태 봐 온 누구보다도 강하다.”
“…….”
“진심이야. 만약 내게 권능이 없었더라면 널 이리 궁지로 몰아넣을 일도 없었겠지.”
지팡이로 더해지던 마력의 크기가 점차 줄어든 건 그때부터였다. 은근슬쩍 힘을 뺀 밀트는 아예 공격 의사를 내던진 듯했다.
승자의 여유인가?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대뜸 입을 열었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자 한다.”
“……뭔 개수작이야?”
“다 너라는 존재를 인정해서 주는 기회니 고맙게 생각하도록.”
뭔 개소리인가 가만히 보고 있자니, 녀석은 태연하게 웃으며 시스템을 조작했다.
잠시 경계를 하는 사이 수많은 영혼이 한순간에 증발했고, 강서준은 녀석이 주변으로 무언가 장막을 쳤다는 걸 알았다.
사유지를 만든 건 아니었다.
“걱정 마라. 말했듯 너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니.”
밀트는 말없이 허공에 하나의 구체를 만들었다. 지구를 본떠 만든 모형이었다.
“케이. 시스템에 종속된 지구의 생명체여. 너는 이 세계의 끝이 어찌 될 것 같은가?”
“……뭐?”
“너라면 아마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공략이 끝난 게임은 어떻게 될까.”
엔딩을 본 게임의 뒷이야기.
모든 게 끝나 버린 게임 속 세계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
드림 사이드 말고도 다른 여러 게임의 끝을 봐 온 입장으로서, 강서준은 얼추 그 답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밀트는 입꼬리를 올려 이죽거렸다.
“리셋이 될 것이다.”
콰앙!
지구의 모형이 부서지고, 그 옆으로 다시 새로운 지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강서준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밀트를 직시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미래를 미리 들춰 본 기분이었다.
밀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이미 예상하고 있는 눈치로군?”
강서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야.”
“이젠 확실한 미래가 아닌가.”
“……대체 무슨 수작이야?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가장 불쾌한 건 녀석의 말엔 일말의 거짓도 없다는 점이다. 진실의 성물인 이루리가 증명했다.
“말했잖은가. 너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기회?”
“시스템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기회.”
강서준의 시선은 주변을 가득 채운 녀석의 사유지로 향했다.
오랜 세월을 시스템의 시선 밖에서 살아온 존재의 말이니만큼…… 그 무게가 남달랐다.
“이대로 간다면 너도, 지구도, 그저 시스템에 의해 농락당할 뿐이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채널이든 세계의 커다란 흐름은 다르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던전화’가 시작되고, 플레이어는 이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이는 0114 채널까지 빠짐없이 진행된 똑같은 전개다.
‘그 결말도.’
솔직히 강서준은 여태 단 한 번도 공략에 성공하질 못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114번이나 반복된 공략!
그리고 114번이나 반복된 섭종.
비록 전생자들이 기억을 잃고, 여러모로 제한이 걸린다지만. 이 세계엔 버젓이 ‘데이터베이스’나 ‘차원 서고’가 존재한다.
공략을 찾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방법은 마련되어 있었다.
근데 여태 단 한 번도 이 게임이 공략된 적이 없다고?
그게 정말 사실일까.
밀트는 강서준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를 따라라. 그리하면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선물하지. 넌 시스템의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상당히 오만한 말이었지만 왠지 그럴듯하게 들려 더더욱 무서웠다.
무릇 ‘전승인’이란 존재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죽질 않아, 이 세계의 모든 걸 기억하는 유일한 NPC.
강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스템으로부터의 해방이라…….”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그라고 시스템을 경계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목적을 알 수 없는 절대자를 아군이라 여길 수는 없어.’
시스템은 지구인에게 플레이어의 능력을 줬지만, 그만큼 지구를 멸망으로 이끄는 주체다.
하물며 이루리의 무의식에서 보면, 시스템은 ‘인격’마저 갖추고 있었다.
단순히 프로그램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밀트의 말마따나 시스템은 경계해야 할 적이라 봐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밀트와 손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지금 그에게 가장 강력한 아군이 손을 뻗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시스템을 조작하는 권능은 그 어떤 스킬보다 강력하니까.
바이러스까지 사용한다면 제아무리 시스템도 쉽게 건들 수 없다.
“근데…….”
“응?”
“믿을 놈을 믿어야지.”
강서준은 바닥의 한쪽으로 재앙의 유성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영역이 선포되면서 주변으로 기둥이 솟아올랐다.
잠시지만 사유지의 기운이 밀려난 것 같았다.
“널 어떻게 믿냐?”
밀트는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수만 명의 목숨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자다.
또한 여태 시스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는지 상상도 못 한다.
과연…….
녀석처럼 사람의 목숨을 ‘쓸모’로 구분하는 놈을 믿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언제든 쓸모가 다하면 버려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내가 알아서 하거든.”
“쯧. 제 복을 본인이 걷어차는구나.”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녀석은 빠르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동시에 좁혀 오는 사유지는 강서준이 설 공간 자체를 없앴다.
“너야말로 네 복을 탓해야 할 거야. 하필 날 만났으니까.”
서서히 죄여 오는 공간 속에서 강서준은 결국 놈의 사유지로 발을 들이밀고 말았다.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밀트의 사유지’로 무단 침범을 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당신의 능력이 제한됩니다.]츠츠츠츠츳!
예의 그랬듯 그의 몸은 사유지로 끌려가고, 곧 그의 공간이 하얗게 번지려 할 즈음이었다.
투콰아아앙!
큰 소음과 함께 변해 가던 풍경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시 밀트가 있는 나무 속 공간.
“뭐, 뭐지? 뭘 어떻게…….”
놈이 당황하듯 목소리를 냈지만 강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공략법을 알았거든.”
“뭐?”
“이제부터 내 차례란 얘기야.”
“무슨……!”
밀트는 말을 하다 말고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으로 사유지가 모조리 깨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콰아앙! 투쾅! 투콰아아앙!
“끄아아아악!”
동시에 녀석은 오른쪽 눈을 부여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창졸간에 움직인 강서준의 일격이 그의 오른쪽 눈을 단번에 도려냈기 때문이다.
놈은 반항할 틈도 없었고.
어느덧 강서준의 손아귀엔 녀석의 안구, 정확히는 ‘기계 형태의 눈동자’가 쥐어져 있었다.
“좋은 거 가지고 있더라?”
파직!
강서준의 손에 의해 안구는 산산조각이 났다. 놈은 피눈물을 흘리며 이쪽을 보며 외쳤다.
“대체…… 어느 틈에?”
“그걸 네가 알았으면 당했겠냐.”
[스킬, ‘뇌신(L)’을 발동 중입니다.]강서준은 체내의 힘을 일시에 방출하며 한 걸음, 밀트에게 다가갔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녀석의 코앞에 다다랐다.
“날 공략하겠다고 궁지로 내몬 건 좋은데…… 그렇게 자주 쓰면 어떡해. 훤히 보이잖아?”
강서준은 특별히 공격을 하지도 않았다. 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끌어올린 뇌력을 녀석에게 전달할 따름이다.
파지지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