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323
◈ 323화
[엘리트 몬스터 ‘마왕 제레브’로부터 ‘패러사이트’가 폭주합니다!]별안간 포효하는 제레브의 앞으로 나타난 메시지.
‘저건…….’
강서준은 미간을 좁히며 제레브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그림자를 확인했다.
스멀스멀 올라온 그림자는 제레브의 몸을 뒤덮었고, 얼굴까지 가려 충혈된 눈만을 덩그러니 내보였다.
‘……갑옷이라도 된 것 같군.’
근데 패러사이트는 그저 숙주의 몸에 기생하여 이를 조종하는 기생충이 아니었나?
이런 방식으로 운용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기에, 강서준은 약간의 긴장을 더했다.
그리고 오래 의문을 품지 않고 바로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그에겐 방법도 있었으니.
“나와 봐.”
강서준이 머뭇거리지 않고 도깨비 왕의 감투에 숨겨 둔 밀트를 소환해 냈다.
어차피 이매망량을 두르고 있었으니, 시스템의 눈을 피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근데 녀석의 대답이 가관이다.
-……뭐야 저게?
“너도 몰라?”
-몰라. 기억이 안 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작자인 밀트조차 패러사이트의 현 형태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건지.’
강서준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덧 제레브가 빠르게 치달으며 검을 휘둘러 왔다.
놈의 얼굴이 보였는데.
그 눈빛이 뭐라고 해야 하나.
‘소름이 끼치는군.’
콰아아아앙!
[엘리트 몬스터 ‘마왕 제레브 : 패러사이트’가 스킬, ‘나태한 자의 말로(L)’를 발동합니다.]강서준은 뇌신을 극성으로 발동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뭐, 이건 확실하겠지.”
안 그래도 괴물 같던 제레브가 각성이라도 해 버린 모양이다.
콰아아아아앙!
***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끄아아아악!
패러사이트를 폭주시킨 제레브는 마치 각성이라도 한 듯 갑자기 강해졌고.
“강서준 씨!”
그에게도 다행히 훌륭한 조력자가 이쪽 전장으로 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강서준은 휘둘러지는 제레브의 검격을 애써 튕겨 내며 거리를 훌쩍 벌렸다.
그리고 바로 달려들려는 제레브를 향해 수십 개의 마탄이 접어들며 접근을 방해했다.
“……최하나 씨?”
“같이 싸우죠.”
“아르카나는요?”
“그쪽은 괜찮아요.”
한창 아르카나와 컴퍼니를 견제하고 있어야 할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
강서준은 어느덧 본체로 현현하여 아르카나와 접전을 벌이는 파랑이를 보았다.
‘용은 용이라 이건가.’
플레이어들이 ‘재앙의 탑’을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그 수준이 높아지듯.
파랑이도 굉장히 강해졌다.
용케 혼자서도 아르카나와 컴퍼니를 상대로 전투가 가능할 정도였다.
물론 아직 정신체가 미숙하여 컨트롤 면에선 많이 부족하겠지만…….
‘생각보다 괜찮네.’
그녀의 등에 앉은 안센과 유리나가 모자람 없이 그녀를 제어해 주고 있었다.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쉴 틈 없이 만든 안센의 각종 무구들도 대단히 빛을 발했다.
강서준은 그쪽을 일별하며 말했다.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알아요. 그러니 여길 더 빨리 정리해야겠죠?”
고개를 주억거리며 강서준은 최하나와 시선을 교차했다.
더 말을 이을 필요는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싸워 온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잘 알았다.
전투는 금세 이어졌다.
투두두두두두!
한편 최하나가 쏘아 내는 견제사격을 뚫고 도달한 제레브는 악귀 같은 얼굴이었다.
눈빛엔 살기가 가득했고, 그림자의 주변으로 마기가 오오라처럼 피어났다.
콰아아아앙!
내리찍은 묵직한 일격에 강서준의 주변이 무너지고 땅은 수 미터는 내려앉았다.
‘뇌신’을 발동한 상태에서도 모조리 버텨 낼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충격.
그 힘만큼은 종전에 싸우고 있던 제레브와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게 느껴졌다.
투타타탕!
그리고 제레브가 강서준을 겨냥하는 사이, 그 빈틈으로 최하나의 마탄이 꽂혔다.
뒤통수, 허리, 목…… 각 부위별로 날리는 화려한 마탄 폭격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무려 S급으로 성장시킨 스킬은, 제레브에게도 상당히 위협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두우우웅!
그녀의 마탄은 바깥으로 흘러나온 그림자에 막혀 모조리 튕겨 나가고 말았다.
“무슨 방어력이…….”
최하나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고, 강서준은 제레브의 시선이 쏠린 틈을 노려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스킬, ‘뇌신(L)’을 발동합니다.] [스킬, ‘공절(S+)’을 발동합니다.]두우우웅.
문제는 그 일격마저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막혀 버렸다는 것이다.
‘……더럽게 단단하네.’
강서준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달려드는 제레브의 공격을 회피했다.
한결 묵직해진 놈의 일격은 정면으로 받아치는 것보다 흘리거나 피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뇌신이라면 놈의 공격 정도는 충분히 회피할…….
스거어억!
강서준은 창졸간에 허리를 베어 오는 검을 확인하며 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거짓말같이 제레브의 검이 갑자기 2배는 더 빨라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속도가…… 갑자기 올라갔잖아?’
이 또한 폭주한 패러사이트의 영향일까. 허리를 얕게 베여 피가 흘러나왔다.
“강서준 씨!”
최하나가 ‘번 소울’를 발동하며 무자비한 마탄을 퍼부은 건 그때였다.
그녀가 영혼을 깎아 만든 총공격은 제아무리 제레브라 해도 쉽게 무시하기 어려웠을까?
놈의 그림자가 전면에 드리우며 최하나의 마탄을 막는 데에 일단 전념하는 눈치였다.
최하나가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는 견제 사격을 이어 나가며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그보다…….”
강서준은 대충 둘러대며 최하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색은 새파랗고 입술엔 핏기가 사라진 몰골.
그녀도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하기야 58층부터 여기까지…… 쉬지도 않고 달려왔으니.’
회복조차 제한되던 58층.
기껏 60층에 올라와 초재생을 되찾았다 해도, 평소와 같은 컨디션은 무리였다.
지금도 엄청난 무리를 한 거겠지.
하지만 강서준은 물어야 했다.
“저놈 더 붙잡을 수 있겠어요?”
“네?”
“1분…… 아니, 30초라도.”
이에 최하나가 답했다.
“해 볼게요.”
투타타타타탕!
최하나의 전신에서 엄청난 기세로 마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리맡으로 수백 개의 총이 생겨나고 있었다.
[플레이어 ‘최하나’가 스킬, ‘무한의 탄창(L)’를 발동합니다.]마탄의 사수, 최종 오의.
무한의 탄창.
최하나가 드림 사이드 1에서 아끼고 아끼던 최후의 필살기였다.
저 스킬은 대체 언제 익힌 건지…….
최하나는 푸른 불꽃을 마치 입김처럼 내뱉으며, 푸르게 불타는 눈으로 말했다.
“1분.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순간적으로 일대가 폭발하고 제레브의 주변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그 충격이 어찌나 강했을까.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전투를 벌이던 아르카나나, 파랑이에게도 영향이 미쳤다.
최하나의 마탄에 휩쓸린 아르카나가 괴로운 비명을 질렀고, 파랑이도 애써 마나 배리어를 두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강서준은 마지막 준비에 들어섰다.
‘마왕 제레브…… 패러사이트.’
안 그래도 뇌신에 맞먹는 힘을 가졌던 제레브가 패러사이트를 폭주시킨 건 밸런스 붕괴나 다름없었다.
날개를 달아 준 꼴.
막말로 뇌신과 맞먹는 공격력도 대단할뿐더러, 공절을 막아 내는 방어력도 뛰어났다.
심지어 속도도 한순간 강서준을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한계는 있어.’
종전에 부딪쳤던 전투를 상기하며, 강서준은 제레브의 상태를 눈여겨봤다.
놈이 갑자기 빨라졌을 때.
‘다리 쪽의 그림자가 짙어졌어.’
정확히는 다른 부위의 그림자가 조금 옅어지면서 다리 쪽으로 그 흐름이 집중된 것이다.
‘……스텟을 일괄적으로 상승시킨 게 아니야.’
즉 놈이 갑자기 강해지고, 한순간에 단단해지며,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 데엔 적당한 이유가 있다.
애초에 모든 스텟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갑자기 강력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설령 놈이 바이러스라 해도.
시스템이 뻔히 보고 있는 곳에서 그 정도의 조작질은 해내질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놈의 꼼수는 무얼까.
“부위별로 강화한 거였군.”
그림자. 그러니까 패러사이트가 신체에 필요한 부분에만 힘을 집중시켜 그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도 정신없이 쏟아지는 최하나의 마탄을 막아 내느라 섣불리 움직이질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공략법은…….’
호흡을 가다듬은 강서준은 최하나의 마탄에 괴로워하는 제레브를 보았다.
최히나는 슬슬 화력이 떨어졌는지 심지가 다 떨어진 촛불처럼 휘청이고 있었다.
1분.
그녀는 정확히 1분 20초를 버텼다.
“이젠 저한테 맡겨요.”
미리 소환해 둔 로켓이 최하나의 몸을 받아 들고, 푹신한 흙 침대 위에 그녀를 눕혔다.
강서준은 다시금 포효하는 제레브를 향해 대뜸 들고 있던 단검을 내던졌다.
[스킬, ‘이기어검술(S+)’을 발동합니다.]나아간 두 개의 단검은 제레브의 양쪽으로 겨누었다.
핏빛을 일으키는 ‘재앙의 유성검’과 붉은 불꽃으로 점철된 ‘그랑의 어금니 단검’.
그리고 정면으로는 강서준이 히드라의 마검을 들고 태산 가르기를 준비했다.
‘아직 부족해.’
정면으로 파이어볼 수십 개를 날려 대며 시간을 끌어 보려 했지만.
예상대로 제레브는 앞쪽부터 그림자를 집중시켜 불꽃을 막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단검을 모조리 쳐 낸 제레브는 강서준의 태산 가르기를 막으려고 검을 겨누었다.
하지만.
채애앵!
푸슈우욱!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끄으으윽……!”
폭주한 제레브의 복부로 날카로운 창이 예리하게 꽂혀 있는 것이다.
제레브가 당황스러운 눈을 떴다.
“대체 언제……?”
“놀라긴 일러. 이제 시작이니까.”
강서준은 금빛으로 눈을 물들이며 제레브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움직임, 근육의 떨림, 그림자의 반경…… 온갖 정보들이 그의 눈으로 들어왔다.
[스킬, ‘집중(S)’을 발동합니다.]그리고 확신했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 돼.’
놈의 그림자가 두터워진 곳일수록 ‘방어력’이 올라가거나 ‘공격력’, ‘속력’이 올라가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또한 그 부위에 따라 성능과 차이도 달라지는 게 패러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
그러니 방법은 간단하다.
‘그림자의 속도를 뛰어넘는다.’
놈의 그림자가 섣불리 스텟을 인양하기도 전에…… 그림자 따위가 막을 수도 없는 방식으로.
‘공격하면 돼.’
쿠우우웅!
묵직한 방패가 제레브의 공격을 막아 냈고, 방패 뒤에 숨었던 강서준은 메이스를 쥐어 놈의 턱주가리를 날렸다.
두우우웅!
안타깝게 막혀 버린 공격에도 강서준은 개의치 않았다.
‘더, 더, 더 빠르게!’
오히려 템포를 올려 제레브를 향해 연신 공격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 공격엔 정해진 무기나, 방식……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쿠우우웅!
방패로 후려쳐 상대를 밀어내고, 멀어진 거리를 이용하여 화살을 쏘아 낸다.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화살의 특성을 이용하여 바로 접근하며 총구도 겨눴다.
총알과 화살이 동시에 접근했다.
그 뒤편으로는 다시 단검이 ‘이기어검술’로 놈의 발목을 노리며 날아갔고.
‘더…… 빠르게!’
창, 검, 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무기가 제레브의 사방을 점했다.
심지어 뇌신에 이은 분신까지 활용하니 강서준의 공격 속도는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크으윽…… 네노오옴! 케이!”
숨 돌릴 틈이 없는 연쇄 공격.
결국 제레브의 그림자는 강서준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기묘한 감각도 느껴졌다.
[스킬, ‘위기 감지(A)’를 발동합니다.] [스킬, ‘집중(S)’을 발동합니다.]오직 적을 베어야겠다는 일념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떠올랐기 때문일까?
강서준의 눈엔 새로운 풍경이 보였다.
‘이건…….’
제레브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고 그림자가 강서준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숙주를 변경해 그에게로 옮겨 타면서 반전되는 일련의 상황.
그리고 다시 눈을 깜빡였을 때는 제레브의 모습은 부풀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즉, 방금 시야로 본 건.
‘……미래.’
‘위기 감지’는 그에게 다가올 위협을 미리 알려 준다.
어떻게 보면 ‘미래 예지’나 다름없는 스킬.
‘과연 바꿀 수 없는 미래인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아니, 바꿀 수 있다.’
그의 의지가 검을 움직였다.
그의 스킬이 이에 반응했다.
[스킬, ‘천’의 두 번째 묘리 ‘미래절(未來切)’을 이해했습니다.] [스킬, ‘미래절(S)’을 습득했습니다.]그는 다가오는 미래를 베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