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330
◈ 330화
“의외야. 난 네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라그나로크를 막으려 할 줄 알았는데.”
로테타워에 마련된 링링의 사무실.
오랜만에 들른 그곳은 여전히 복잡하고 지저분했다.
강서준은 링링을 향해 물었다.
“무슨 소리야?”
“너 원래 무언가를 포기하는 걸 싫어하잖아. N포 인생은 극혐한다며?”
“……그런 건 어디서 들은 거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걸? 조금만 검색해도 인터넷에 네 어록이 잔뜩이야.”
어록……?
묘하게 궁금했지만 더 물어보진 않았다. 괜히 알게 되면 밤늦게 혼자 이불을 뻥뻥 차게 될 것만 같았으니.
강서준은 한숨을 짧게 내뱉었다.
“난 지구를 포기한 게 아니야. 오히려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는 거지.”
“그건 또 무슨 신박한 소리일까.”
“내가 지키려는 지구는 드림 사이드로 인해 초토화된 땅이 아니거든.”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시스템의 어딘가에 ‘지구’의 과거 데이터가 보관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 이 땅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건, ‘드림 사이드’의 공략일 것이다.
“분명 다른 기회가 올 거야. 선택의 기로에서 하는 선택에 따라서 해당 데이터가 삭제된단 얘기는 없었으니까.”
물론 그 방법이란 게 아직까지는 따로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이 조금 흠이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전 세계는 모두 라그나로크를 공략하지 못해서 멸망해 버렸다고 들었다.
이후에 벌어질 일은 아무도 모른다.
실상 전생의 기회까지 쥐여 주는 것부터 데이터는 삭제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뭣하면 해킹하지 뭐.’
지난번에 샛별이 보고 있어서 차마 시도조차 못했던 일이지만, 수틀리면 이루리와 함께 시도해 볼 만했다.
어쨌든 시스템의 일부가 파괴된 지금이라면 더더욱 그 성공 확률은 높아지니까.
강서준은 눈을 빛내며 링링을 돌아봤다. 어쨌든 당장 할 일은 라그나로크의 공략이다.
“그나저나 내가 말했던 건 어떻게 됐어?”
“……도깨비 장비?”
“응. 뭔가 좀 알아낸 거 있어?”
그리고 다가오는 라그나로크를 대비하는 첫 단추는, 아마도 ‘도깨비 장비’에 있다.
‘진짜 자격을 갖추라고 했지.’
시스템을 파괴하고, 라그나로크를 불러온 시발점에서 몰모트가 꺼낸 말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자격이라는 걸 갖추질 못한다면 공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단서는, 여기에 있어.’
하지만 링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공식 루트부터 비공식 루트, 온갖 던전 정보를 다 찾아봐도…… 도깨비에 관련된 소식은 없더라.”
“흐음…….”
“걱정 마. 뭐든 나올 거야. 라그나로크를 대비하기 위해 따로 차출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쪽에 매달려 있잖아?”
유니온에 소속된 지구의 모든 플레이어, 말하자면 세계 인류 전부가 오직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고 있었다.
멸망으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그 탈출구를 열어 줄 열쇠가 될 ‘도깨비 장비’.
“뭐든 금방 기별이 올 거야.”
강서준도 애써 조바심을 접기로 했다. 물론 가만히 기다리지만은 않고 그 나름의 방식의 조사를 할 생각이었다.
차원 서고…… 그 안엔 분명 도깨비에 관련된 정보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으니까.
‘뭐든 반드시 찾아야 해.’
목적은 단순했고, 해내고자 할 의지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의지가 하늘에 닿았을까.
예상치도 못한 손님이 먼저 찾아왔다.
“케, 케이 님!”
***
“누가…… 날 찾는다고요?”
강서준은 황당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소식을 전하러 온 장기용에게 뭘 더 말을 들을 필요는 없는 듯했다.
쿠구구구궁!
서울의 하늘로 무수한 마력이 솟구치고, 생성된 마법진으로부터 무자비한 운석이 소환됐으니까.
최고위 마법, 메테오(Meteor).
비록 링링이 사전에 만들어 둔 방어진에 의해 제대로 된 위용은 보여 주진 못했지만…….
그 충격은 서울 전역을 흔들기엔 충분했다.
“으아아아! 종말이야! 종말이 시작되고 말았어!”
“젠장…… 아직 시간 남은 거 아니었어?”
“어떡하지? 케이 님은 어디에 계신 거야?”
“살려 줘어어어!”
눈앞으로 다가온 마법의 형상에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혼비백산 패닉에 빠져든 것이다.
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앞에 드리운 메시지를 마저 확인했다.
[스킬, ‘드래곤 피어(S)’에 적중당했습니다.] [상태 이상 ‘공포’에 빠집니다.] [상태 이상 ‘혼란’에 빠집니다.] [상태 이상 ‘흥분’에 빠집니다.]……(중략)……
[스킬, ‘침착(S)’을 발동합니다.] [모든 디버프 효과를 무시합니다.]드래곤 피어.
신체와 영혼이 온전한 용의 진정한 울음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플레이어들의 무릎조차 꺾이게 만들고야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옆으로 파랑이가 털끝을 곤두세우며 드래곤 피어에 반항하듯 울음을 뱉었다.
빠르게 모여든 천외천과 강서준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곧 이 모든 원흉이 하늘에서 천천히 걸어서 내려왔다.
“넌…….”
“오랜만이군. 케이.”
“……카무쉬?”
흑룡, 카무쉬.
장기용에게 대충 들어 알았지만, 직접 눈으로 마주할 때까지는 믿기 어려웠던 상대.
일전에 강서준, 아니 케이를 한 차례 죽여 본 적이 있는 유일무이한 몬스터인 녀석은 여전히 오만스러운 시선이었다.
“노크를 해야 나오는군.”
메테오로 인해 서울을 지키던 방어진이 단번에 깨졌고, 이중, 삼중으로 걸친 방어진에도 금이 가고야 말았다.
다행히 건물은 무사했지만 만약 방어진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참 끔찍했다.
“노크 한 번 더했다간 지구 멸망시키겠군.”
강서준의 말에 일언반구하질 않고 그는 그저 어깨쯤에 앉은 고롱이를 보더니 말했다.
“그새 이상한 취미도 늘었군. 그건 뭐지? 내 피규어인가?”
“…….”
“농담이다.”
강서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놈을 마주했다.
종전의 메테오도 그렇고, 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마력의 흐름만으로도 납득했다.
‘이놈은…… 진짜다.’
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카무쉬,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는 거지?”
“글쎄.”
“무슨 수를 부린 거야?”
카무쉬는 S급 던전에서도 보스 몬스터에 해당한다.
이제 막 S급 던전을 공략한 지구에 등장할 만한 몬스터는 아닌 것이다.
설령 라그나로크가 발동했다고 해도 그 수준은 현 세계의 수준에 맞게 진행된다고 했다.
이 정도로 밸런스를 망가트릴 몬스터의 등장은 시스템이 나서서 막아야 하는 게…….
잠깐.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야.’
몰모트로부터 벌어진 일들을 상기해 낸 강서준은 사건의 전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얼추 전후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젠장.”
말하자면, 그런 거다.
‘제약이 없어진 건가.’
강서준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벌써 코앞까지 다가온 카무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갈무리하질 않아 어깨를 짓누르는 묵직한 마력.
세상 모든 걸 아래로 내리깔아 보는 오만한 시선.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오는 상대는 진짜 S급 보스 몬스터였다.
‘이길 수 있을까?’
나약한 의문은 금세 지웠다.
‘이긴다.’
어차피 지면 끝이라는 당연한 결과 앞에서, 승부를 점쳐 보는 건 무의미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공략할 것이고, 강서준은 이 승부에서 이길 생각이었다.
카무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눈빛 한번 살벌하군.”
“…….”
“미리 말해 두지만 난 너랑 싸우러 온 게 아니다. 내 말을 이해하겠나?”
태연하게 입을 여는 카무쉬를 향해 강서준은 그저 단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그럼 그 칼은 뭔데?”
카무쉬는 대놓고 한손으로 녀석의 신물(神物)과도 같은 ‘파멸의 검’을 소환했고, 다른 한손엔 ‘흑염’을 구체로 뭉치고 있었다.
“이건…….”
그의 힘이 서서히 하늘을 어둡게 만들었다. 끈적일 정도로 농도 짙은 놈의 마력은 마치 비처럼 투두둑 떨어졌다.
카무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냥 확인하려는 거야.”
쿠구구구구!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변하더니 너무나도 고요한 분위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긴…….’
서울이 아니었다.
태평양의 어딘가, 혹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로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바다 위.
[흑룡 ‘카무쉬’의 ‘허상 결계’에 진입했습니다.]여긴 녀석이 만들어 낸 임의의 다른 공간. 관리자의 ‘백도어’를 스킬처럼 꾸며 낸 장소다.
카무쉬는 살기를 뿜으며 말했다.
“전력을 다해라. 케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그를 이곳으로 끌어들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용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알다가도 모를 것들이니.
“그렇게 내 전력이 궁금해?”
중요한 건, 전력을 다하질 않는다면 죽는 건 그가 될 거라는 사실이다.
[스킬, ‘뇌신(L)’을 발동합니다.]“……그럼 실컷 맛보라고!”
강서준은 바로 전력을 끌어내며 곧바로 카무쉬의 앞으로 다가섰다. 특별히 녀석을 상대로 그랑의 어금니 단검을 꺼냈다.
“그래. 이거지!”
쿠아아아아앙!
정면으로 맞부딪친 그랑의 어금니 단검과, 놈의 파멸의 검이 우열을 가리고자 강력하게 힘을 증폭시켰다.
동시에 강서준의 정면으로 흑염이 사출됐고, 강서준은 이를 향해 파이어볼로 응수했다.
또한 이형환위를 발동해 거리를 벌렸고, 틈을 노려 재앙의 유성검을 던졌다.
“여전히 잔재주를 부리는군.”
하지만 역시 마법의 종주라 불리는 용답게 손쉽게 실드를 완성해 공격을 막아 냈다.
첫 번째 충돌은 누가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했다.
강서준은 그 사실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생각보다 할 만해.’
레벨 차이로 따지자면 감히 대항할 수조차 없는 상대여야 하는 게 카무쉬다.
재앙의 탑을 공략한 것도 모두 로그라이크라는 독특한 특징 덕이 아닌가.
아직은 S급 던전을 온전히 공략할 만한 수준의 플레이어가 되질 못했다.
‘놈도 본래의 힘을 전부 되찾은 건 아닌 거야.’
본연의 힘을 모두 되찾질 못한 용이라면…… 또한 던전 버프도 받질 못해 너프당한 상태라면.
어쩌면 이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 이것도 막아 보아라.”
문제가 있다면, 전부 그의 착각이었다는 거겠지.
[흑룡, ‘카무쉬’가 ‘라이트 오브 디스트럭션(L)’을 발동합니다.]놈의 손끝에서 발현된 불길한 ‘파멸의 빛’은 순간이지만 강서준의 눈을 멀게 했다.
[스킬, ‘초재생(S+)’을 발동합니다.]또한 그 빛에 닿는 것만으로도 몸의 세포가 모조리 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라이트 오브 디스트럭션.
파멸의 힘을 담은 ‘검은 빛’이 강서준의 전신을 휘감고, 뇌신 그 자체를 파멸시키고 있었다.
“끄으윽…….”
신음을 흘리며 강서준은 대번에 한계에 부딪쳤다.
수준의 차이…… 레벨의 차이.
단 한 번의 격돌로 ‘격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최소한 500레벨을 넘겼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
‘끝’이란 단어가 눈앞에 아른거렸고, 강서준은 그 순간 정신을 퍼뜩 차렸다.
‘또 죽을 순 없어.’
여긴 드림 사이드 2였다. 1처럼 목숨을 보장받는 곳도 아니다.
녀석에게 죽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겨 내야 한다. 이겨 내야…….’
이를 악물고 머릿속의 집념을 오로지 한곳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파멸의 힘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은 그가 가진 최강의 힘인 ‘뇌신’뿐이다.
최대한의 출력을, 아니…….
가지질 못한 힘도 만들어서라도.
그는 이겨 내야만 한다.
동시에 온몸을 휘감은 건, 여태 느껴 본 적이 없는 엄청날 정도로 충만한 마력이었다.
‘이건……?’
더는 카무쉬에게 밀리지도 않을 방대한 마력량.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시스템이 망가졌어.’
그로 인해 나타날 리가 없는 ‘카무쉬’가 등장했고, 강서준은 터무니없는 위기에 처했다.
근데, 근데 말이다.
‘제약이 없어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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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강서준 ─ L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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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