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334
◈ 334화
[‘퀘스트 ─ 라그나로크’가 시작합니다.] [갱신된 내용을 확인하십시오.]강서준은 별안간 나타난 메시지에 나지막이 침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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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멸망 시나리오
난이도 : L
조건 : 라그나로크가 시작된다. 멸망하는 세계로부터 탈출하라.
* ‘ESC’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제한 시간 : 알 수 없음
보상 : 생존
실패 시 :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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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커맨드 ‘ESC’는 ‘카오스’에 숨겨져 있습니다.] [탈출 커맨드 ‘ESC’는 이 세계의 멸망이 완료될 때까지 유지됩니다.]“ESC…….”
그리고 여기서 ‘카오스’란 라그나로크가 시작되면서 붉은 기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재앙의 에너지라고 했다.
카무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른다. 음…… 정확히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해야 하겠지.”
어쨌든 이번 퀘스트의 핵심은 붉은 기둥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각종 재난과 몬스터를 헤치고, 또한 카오스란 곳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쿠쿠쿠쿵!
옆에서 무자비한 마법을 쏘아 내며 골렘들을 초토화시키던 카무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변한 건 없다. 케이. 앞을 봐라!”
S급 던전이 되어 버린 카무쉬의 레어는 온갖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소굴이었고.
백귀를 비롯한 모든 영혼 부대를 적재적소에 운용해야만 비로소 돌파할 수 있는 극악의 던전이었다.
-왕이시여!
-길을 열어라! 가시상어들아!
-흐아아압!
강서준은 그의 휘하에 있는 영혼들을 쭉 둘러보며 낮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 바뀐 건 없겠지.”
카무쉬의 말마따나 도깨비 장비를 모아 그가 진짜 자격을 갖추는 것만이 라그나로크를 돌파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몰모트의 안배가 이번 퀘스트의 가장 중요한 공략 아이템인 모양이니까.
그리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당장 일행에게 돌아가 봤자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선택해야 해.’
같이 손잡고 멸망을 맞이할 게 아닌 한…….
‘난 믿는 수밖에 없어.’
대신 강서준은 뇌신을 전력으로 뽑아내며 일대를 가로지르기로 했다.
전투의 신이라도 환생한 것처럼 전장을 휩쓰는 강서준을 향해 카무쉬가 외쳤다.
“이 앞이다! 곧 내 방이야!”
녀석의 레어를 공략한 지 얼추 3일 차. 기적 같은 속도로 강서준은 보스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
S급 던전 ‘카무쉬의 레어’.
그곳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몬스터가 득실거리고 난이도도 높은 던전이었다.
아무래도 강서준의 수준이 예전과 같았더라면…… 혹은 재앙의 탑에서 그의 영혼 부대를 전부 물갈이하지 않았더라면.
‘버그인지는 모르겠지만……’
행여나 재앙의 탑을 공략한 순간 내 영혼 부대가 모두 초기화되었더라면?
강서준은 카무쉬의 레어를 이렇게 빨리 공략할 수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여긴 난이도도 높고 전력을 다했음에도 3일이란 시간이 소요되고야 말았다.
이는 ‘카무쉬’를 파티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전투를 펼쳤음에도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나도 이곳이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는 몰랐으니까.”
“……4,000년 만에 돌아왔다고 했나?”
“전생을 반복했으니 확신하긴 어렵다만 그 정도의 시간은 흘렀겠지.”
어떻게 된 레어가 대한민국의 건국 설화에 버금가는 역사를 가졌을까.
강서준은 짧게 혀를 차며 마지막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은 ‘엠페러 스톤’을 파괴했다.
복도를 장악한 모든 골렘들을 조종하던 녀석이니만큼 이놈을 쓰러트리니 나머지도 쉽게 무너지고 있었다.
“드디어 보스방이로군.”
“정확힌 내 방이지.”
“뭐래. 4,000년을 방치한 주제에.”
온갖 전투를 하며 꽤 친근해진 카무쉬와 티격태격하던 강서준은,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보스방으로 발을 디뎠다.
그곳은 거대화한 용이 몸을 눕혀도 충분할 정도로 드넓은 공동이었다.
“여기 뭔가 편안해져.”
파랑이는 귀를 쫑긋 세우며 보스방의 분위기를 살폈다.
확실히 그녀의 말마따나 여긴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긴 내가 태어난 곳이다. 그만큼 마력의 정수가 꽃피는 곳이지.”
“……과연.”
“던전이 되면서 여러모로 바뀐 것들도 많지만 이곳은 변하지 않아 좋군.”
그리운 과거라도 회상하는 듯한 카무쉬의 시선을 따라 공동을 쭉 둘러볼 수 있었다.
괜히 용이 탄생한 곳이 아니라는 듯 숨만 쉬고 있더라도 마력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여기서 수련을 한다면 금세 대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는걸.
“흐음…….”
하지만 여유도 잠시였다.
“……근데 주인은 바뀌었군.”
강서준은 평온한 방의 분위기를 대번에 바꾸는 한쪽의 흐름을 확인했다.
침입자를 경계하는 날카로운 시선. 그 삐뚤어진 기운을 마주하니 아이템이 먼저 반응했다.
이루리도 같은 곳을 보더니 말했다.
-도깨비 장비야.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커다란 검.
하지만 강서준은 그 검의 진짜 모습이 ‘방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근데…… 쟤 원래 움직였었나?”
“응?”
카무쉬는 어둠 속에서 또렷하게 형상을 갖춘 대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 저거 분명…….”
그때였다.
-사람이다!
도깨비 방망이로부터 또렷한 의사가 전달되어 왔다.
“……말도 하는군.”
놀랄 틈도 없이 놈으로부터 막대한 마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력은 강서준을 향하는 게 아닌 주변 풍경으로 녹아들었다.
-나랑 놀자!
동시에 검의 형상이 흐려지고 장면이 전환되듯 공동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보스 몬스터 ‘도깨비 방망이 영기’가 등장했습니다.]카무쉬는 무슨 상황인지 짐작했는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자아가 생긴 모양이군.”
“뭐?”
“특이한 일은 아니다. 사시사철 막대한 마력이 저장되는 이곳에선, 긴 세월을 보낸 물건으로 영령이 깃들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천 년 묵은 구렁이도 이무기로 환생하고, 오랫동안 유지를 이어 온 땅엔 신령도 생겨난다.
용이 탄생할 정도로 풍부한 마력이 가득한 레어로 방치된 아이템에, 영혼 하나가 깃든다고 이상할 것 없다는 얘기다.
“전부 네 탓이란 얘기로 들리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뻔뻔한 카무쉬를 보며 강서준은 한숨을 삼켰다.
“쯧.”
어쨌든 영기의 마력에 의해 변하던 주변 풍경은, 어느덧 완전한 형상을 갖추었다.
아무것도 없던 공동으로 각종 장물이 득실거리는 골동품이 들어서 있었다.
케케묵은 먼지나 천장의 거미줄, 곳곳에 쌓인 물건은 세월을 짐작하기 어려웠고.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질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날 찾아봐!
[보스 몬스터 ‘도깨비 방망이 영기’가 스킬, ‘숨바꼭질(L)’을 발동했습니다.] [숨어 있는 ‘영기’를 찾으십시오.] [기회는 ‘세 번’입니다.]다음 문장은 다소 소름이 끼쳤다.
[‘세 번의 기회’를 소모할 시, 플레이어의 데이터는 영구적으로 도깨비 방망이 ‘영기’의 소유가 됩니다.]문장을 읽은 카무쉬는 낮게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설명이 되는군. 어쩐지 내 용아병이 하나도 남질 않았다 싶더라니…….”
“무슨 뜻이야?”
“저놈에게 수백에 달하는 용아병이 전부 잡아먹혔단 얘기다. 근데 영혼을 볼 줄 아는 네놈이라면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강서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영기는 아이템 주제에 가지고 있는 영혼의 크기가 과할 정도로 방대한 편이었다.
그저 4,000년이란 긴 세월을 살았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이의 영혼을 빼앗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도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도깨비 장비니…….’
한편 ‘숨바꼭질’이 발동하자마자, 영기는 배경으로 녹아들어 보이질 않았다.
L급 스킬답게 ‘영안’과 ‘류안’으로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요점은 숨어 있는 녀석을 찾아내면 된다는 건가?”
오랜 시간 혼자 있어서 이런 방식의 ‘놀이’가 그리웠을까.
혹은 이 던전의 특징이 원래 그런 걸까.
뭐든, 룰은 간단했다.
배경으로 녹아든 영기를 찾아내기만 한다면 승부는 강서준의 승리였다.
그리고 강서준은 영기의 ‘숨바꼭질’을 공략할 필승법을 알고 있었다.
“전체 공격이 안 된다는 룰은 없었지?”
“……?”
“어디 불을 질러도 안 나오나 보자.”
거두절미하고 뇌신을 전력으로 끌어낸 강서준은 더더욱 그 힘을 증폭시켰다.
공동을 가득 메울 정도로 커진 ‘플라즈마’는 말 그대로 공간 자체를 파괴해 나갔다.
파지지지직!
그리고 의도대로 뇌신에 의해 마력에 개입이 생겨나고, 풍경은 다시 망가지기 시작했다.
금세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 방.
강서준은 그곳에 덩그러니 남은 낡은 지팡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기는 부들부들 떠는 목소리로 외쳤다.
-크으윽! 바, 반칙이다! 이건 무효야!
[‘첫 번째 기회’가 소모되었습니다.]강서준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편법은 안 된다는 건가.”
단번에 첫 번째 기회가 소모되었지만 딱히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종전의 방식으로 단 하나의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안 나겠어.’
아이템의 내구성이 유독 단단한 건지, 혹은 숨바꼭질의 성능이 엄청난 건지.
뇌신을 직격당한 녀석은 아무런 타격조차 없는 것처럼 뻔뻔히 입을 열었다.
즉 놈을 공격하는 방식에 있어선 ‘뇌신’만으로는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공략법이 다른 거겠지.’
도깨비 장비는 몰모트라는 관리자가 만든 물건이다.
이 녀석은 따지고 보면 멸망 시나리오를 대비할 최후의 아이템이나 다름없다.
쉽게 가져가려는 것부터 문제였다.
‘흐음…… 영혼을 공략해 볼까.’
만약 놈이 ‘영체’라면 ‘도깨비불’이 효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아예 공간 자체를 도깨비불로 태워 버린다면…….
츠츠츠츳!
강서준은 새로 변한 풍경을 보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번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수많은 모래알 사이로 숨어 버린 영기를 찾아야 한다.
“모래알 속에 숨은 모래알을 찾으란 건 대체 뭔 난이도야. 형평성이 어긋난단 생각은 안 드냐?”
미간을 찌푸린 강서준이 대뜸 도깨비불을 일으키며 새로 공격을 이으려 할 참이었다.
“잠깐…… 케이.”
“뭐야?”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나?”
카무쉬는 강서준을 향해 말했다.
“조급한 건 알겠지만 기회는 이제 두 번뿐이다.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
라그나로크는 이미 시작됐고 세계는 멸망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루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가 돌아갈 공간마저 사라져 버릴 지경이었다.
느긋하게 숨바꼭질이나 할 여유는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강서준은 이내 혀를 차며 다시 무기를 꽉 쥐었다.
“애초에 힌트도 많이 주어지지 않은 미션이야. 모래알에 섞인 녀석을 단서도 없이 찾으라고? 그건 도깨비 할아버지가 와도 못 찾…… 아, 잠깐만.”
중얼거리던 강서준의 머리로 번개가 스쳐 가듯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방법이 있겠어.”
“뭐?”
“도깨비 할아버지라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 있어.”
입꼬리를 씨익 올린 강서준은 단검에 부여했던 도깨비불을 모조리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곧 자신의 손바닥을 스윽 칼날로 그어 피가 흠뿍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
잠시 ‘초재생’을 비활성화해 둔 건 기본이었다.
“너 무슨……?”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카무쉬를 향해 강서준은 그저 씨익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곧 피를 ‘이기어검술’로 조종하기에 이르렀다.
“상대는 도깨비 방망이야.”
그리고 도깨비 왕은 도깨비 장비에 한하여, 특수한 기능을 끌어낼 수 있다.
이루리는 바로 알아차렸다.
-오?
애초에 강서준은 영기를 상대로 싸울 필요도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도깨비 장비의 주인은 ‘도깨비의 왕’이니까.
잠시 셋방살이를 하는 ‘영기’ 따위에게 밀릴 이유는 하등 없다.
“즉 이건 나만이 가능한 공략.”
대뜸 강서준이 흩뿌린 피가 순식간에 모래알로 스며들고,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머지않아 한쪽의 붉은 모래알 하나가 부르르 떨면서 허공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이, 이건 반칙……!
이번에도 녀석이 분한 듯 외쳤지만 결과는 종전과는 달랐다.
[칭호, ‘도깨비의 왕’을 확인하였습니다.] [‘왕의 각인’을 시작합니다.] [3, 2, 1 …… 0.] [‘도깨비 방망이’의 각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왕의 각인’으로 인하여, ‘도깨비 방망이’는 진정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