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37
◈ 37화
“놈을 잡는다고요?”
그게 가능한 얘기일까.
오대수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강서준을 바라봤다.
본인 입으로 D급의 보스 몬스터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으면서, 어떻게 잡을 수 있단 말을 한단 말인가.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강서준이 C급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해졌다는 얘기일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였다.
‘하지만…….’
강서준을 바라보는 오대수의 눈은 미약한 기대로 불타올랐다.
그도 그럴 게, 상대는 ‘케이’였다.
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던전 공략을 일삼고, 그 어렵다는 드림 사이드 1을 제패한 진정한 천상계 플레이어.
상위 0.001%에 다다르는 괴물.
그게 바로 강서준의 과거였다.
‘서준 씨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강서준은 일행의 선두에 서며 ‘카카시의 가시 건틀렛’으로 가시를 뽑아내었다. 자신의 손바닥을 가시로 그으면서 그가 말했다.
뚝, 뚝.
“일단 뒤로 물러나요.”
“……네?”
그의 손바닥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도깨비감투를 적셨다. 그리고 도깨비감투에서 검은 연기가 생성되더니 곧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강서준은 피에 물든 도깨비감투를 머리에 쓰면서 정면을 노려봤다.
“괴물을 잡으려면…… 저도 괴물이 되는 수밖에 없으니까.”
곧 강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사이한 어둠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이매망량(魑魅魍魎).
‘도깨비의 왕’으로 불리는 이놈의 정체는 사실 온갖 도깨비들을 뒤섞어 뭉쳐 놓은 형태에 불과했다.
수십, 수백의 도깨비 혹은 영혼이 뭉쳐서 만들어진 보스 몬스터.
그렇게 뭉쳐진 영혼의 개수가 곧 자신의 힘이 되는 특징을 가진 녀석.
그것이 이매망량이었다.
‘이매망량은 얼마나 많은 영혼을 다루는지에 따라서 그 수준이 달라져.’
라이칸이 보스방에서 먹어 댄 도깨비와 스펙터만 합쳐도 수십이었다. 그만큼 강해졌다는 건 자명한 사실.
고작 D급의 삼깨비조차 상대할 수 없던 강서준이 라이칸을 쓰러트리기란 당연히 힘들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원래 진짜 이매망량은 도깨비감투를 통해서 각성하는 법이니까.’
도깨비감투는 단순히 도깨비를 다루는 힘을 가진 아이템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실체는 영혼을 다루기 쉽게 만들어 주는 도깨비만의 특수 장비.
즉 도깨비감투는 수십의 영혼을 뭉쳐 ‘이매망량’이 되는 도깨비들의 전직 도구였다.
‘하지만 저놈은 도깨비감투를 가지질 못했어. 제아무리 놈이라도 저 정도나 되는 영혼을 완전히 통제하진 못할 거야.’
영혼을 그냥 뭉쳐 놨을 뿐이다.
그걸 억지로 사용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강서준은 눈을 빛내면서 전신을 휘감은 흑색 연기를 응시했다. 왠지 그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측은 대개 맞을 것이다.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온 도깨비감투는 더 이상 도깨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니까.
[장비 ‘도깨비감투’의 전용 스킬, ‘이매망량’을 발동합니다.]도깨비감투에 자신의 피를 먹여 새로운 주인을 등록시키자, 그를 향해 근처를 떠돌던 수많은 영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류안으로 보니 더더욱 어마어마했다.
영혼을 휘감아서 싸운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나. 게임에선 상상도 못 한 정경이었다.
‘이중엔 아마 그 아이들도 있겠지.’
코볼트가 되어 버린 영등포의 아이들.
강서준에게 휘감긴 수많은 영혼 중엔 그러한 선한 영혼이 있을 것이다.
악하거나, 억울하거나, 누군가를 구하다 죽었을지도 모르거나. 가해자거나, 피해자일 수도 있다.
도통 분류할 수 없는 수많은 영혼이 강서준을 휘감아 그의 힘이 되고 있었다.
이매망량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강서준은 속으로 단언했다.
‘괴물을 잡으려면 나도 괴물이 되어야 해.’
규격을 벗어난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는 일이었다. 도덕적인 규범을 모두 신경 쓰면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
그래.
지금 속 편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강서준은 영혼들의 비명을 무시하면서 더욱 강렬하게 도깨비감투의 힘을 개방했다.
“크윽……!”
그를 뒤덮은 수십의 영혼이 내지르는 비명 속엔 터무니없는 고통도 있었다. 생전에 당했던 통증들. 죽을 때 느꼈던 괴로운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으로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할 수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기분 속에서 그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한이 서린 본디시의 검.
본래 그의 수준으로는 감히 착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지만, ‘이매망량’이 된 그의 손에 아무런 페널티 없이 착용되었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하물며 언데드가 사용하던 아이템이라 그런지, 이매망량 상태로 사용하려니 더더욱 검의 성능이 올라갔다.
[한이 서린 본디시의 검이 날카롭게 공명합니다.]강서준은 검을 꽉 쥐면서 라이칸을 노려봤다. 잠시 떨어졌던 오대수가 당황한 목소리를 낸 건 그때였다.
“강서준 씨?”
“가까이 붙지 말아요. 형사님도 잡아먹히는 수가 있으니까.”
“……괜찮으신 거죠?”
강서준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수십의 영혼이 울부짖었지만, 도깨비감투로 그는 모조리 통제하에 놓았다.
곧 강서준의 몸 위로 완전히 갑주가 생성됐다. 또한 얼굴에는 도깨비 가면이 만들어지면서 그는 한 마리의 ‘이매망량’으로 각성하고 말았다.
[장비 ‘도깨비감투’의 전용 스킬, ‘이매망량’을 활성화했습니다.] [이매망량은 영혼을 다룰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영혼의 개수에 따라, 힘의 크기가 결정됩니다.]하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말해 주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매망량으로 다룰 수 있는 영혼의 개수.
그건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아. 하지만 영혼을 많이 다룰수록 내 목숨이 위험할 거야.’
해서 ‘도깨비감투’는 저주받은 아이템으로도 불렸다. 사용자의 목숨을 앗아 갈 수도 있었으니까.
“후우…….”
숨을 곱게 내뱉은 강서준은 눈을 부릅떴다. 아직 레벨부터 모든 게 부족한 강서준의 입장에서 이만한 힘을 길게 사용하는 건 죽고자 하는 짓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단숨에 끝낸다.’
강서준은 본디시의 검을 정렬했다. 호흡을 길게 들이마시자, 들숨 속으로 누군가의 영혼도 같이 빨려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쿠우웅!
공간을 접듯이 뛰어 라이칸의 뒤를 점했다. 마침 D-5구역의 천장을 뜯어내던 놈의 뒤통수가 보였다.
놈의 오른손이 멍청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누군가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스거거걱!
일격에 놈의 오른손이 손목째로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부위에서 귀곡성이 울리며, 억지로 뭉쳐졌던 영혼들은 공중으로 비산했다.
하지만.
‘……살이 떨리는군.’
고작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전신이 찢겨 나가는 통증이 일었다. 이대로면 그의 몸은 금세 터지고 말 터.
‘약점을 찾아야 해.’
하지만 그때였다.
“당신은…….”
D-5구역에 있던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너구리 가면과 팬더 가면을 쓴 사내는 잔뜩 경계를 하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입니까?”
“…….”
“다, 다가오지 마세요!”
스거억!
강서준은 그들을 지나쳐, 뒤편에서 꿈틀거리며 다가오던 라이칸의 손가락을 잘라 냈다. 강서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한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여길 나가.”
그의 목소리엔 여러 영혼이 섞여 있었던 모양이다. 여자, 남자, 노인 등의 목소리가 한데 동시에 울렸다.
“빨리.”
“네, 넷!”
너구리 가면과 팬더 가면이 겁에 질린 채 부리나케 그 자리를 벗어났다. 강서준은 그 뒷모습을 응시하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언제 다가왔는지 거대한 이빨이 그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강서준은 눈을 번쩍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콰직!
“……날 먹고 싶은 거냐?”
대답을 듣지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놈의 눈동자는 오로지 강서준만을 좇고 있었으니까.
또 놈의 남은 왼손이 강서준을 노리며 다가왔다. 그는 공격을 피해 크게 뛰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지능은 없는 것 같은데.”
라이칸의 지능도 대단히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놈은 아예 지능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말하자면 ‘무지성 도깨비’.
오로지 강해진다는 일념하에 영혼만을 먹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즉 놈은 현재 여러 영혼이 압축된 상태인 ‘이매망량 강서준’조차 하나의 요리로 인식할 뿐이다.
하기야 지금 강서준만큼 맛있는 먹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온몸엔 영혼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좋아. 날 따라와 봐.”
열차 지붕을 밟고 올라선 강서준은 바로 D-6구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 라이칸이 홀린 듯 강서준을 쫓았다.
[스킬, ‘류안(A)’를 발동합니다.]동시에 금빛으로 물든 눈동자를 어지럽게 움직이며, 라이칸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여전히 놈의 목 언저리에서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곳이 원인일 거야.’
어느 정도 D-5구역에서 떨어졌다고 생각됐을 즈음, 그는 방향을 바꿔 라이칸을 향해 접근했다.
그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손을 뻗어 대기에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엔 깔끔하게 잘라 내질 못했다. 반쯤 덜렁거리는 왼손을 피하며 몸을 굴려야 했다.
“우어어어!!”
영혼을 다시 엮어 왼손을 금세 복구해 내는 라이칸.
그때 강서준은 한 지점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목 뒤편.’
보아하니 영혼들은 모두 저곳을 관통하고 있었다. 척추? 신경망 같은 느낌이었다.
콰득!
강서준의 시야가 순간 밝아졌다.
얼굴을 가리던 도깨비 가면이 반 정도 균열이 생겨나면서 벗겨진 것이다. 몸에 두르고 있던 영혼의 갑옷도 점차 깨진 둑처럼 영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갈수록 강서준은 영혼을 다루는 일에 지치고 있었다. 그의 체력이 더는 이 스킬을 버틸 수 없다는 방증이었다.
이대로 더 무리한다면 ‘이매망량’을 유지할 수야 있겠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그에겐 여유가 없었다.
“흐으으읍…….”
다시금 숨을 들이마신 그가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본디시의 검이 서럽게 울음을 토해 냈다.
[장비 ‘한이 서린 본디시의 검’의 전용 스킬, ‘서릿발’을 발동합니다.]하얗게 일렁이는 검 끝으로 서리가 휘몰아쳤다. 그가 노리는 부분은 우선 놈의 발뒤꿈치.
스걱! 스거걱!
“우어어어!!”
한쪽을 잘라 내자 균형을 잃은 놈이 기우뚱 쓰러졌다. 적당히 시야가 낮아지자 더욱 목표가 잘 보였다.
강서준은 바로 뛰어올랐다.
후우우웅!
놈의 왼손이 모기 잡듯 강서준을 향해 짓쳐들어온다. 하지만 몸을 빙글 돌리며 놈의 손가락을 잘라 내는 동시에 팔을 밟을 수 있었다.
투탓!
놈의 팔을 박차고 다시 뛰어 놈의 어깨에 다다랐다. 광기에 젖은 놈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따라왔다.
강서준이 검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순간이었다.
[스킬, ‘마력 집중(F)’를 발동합니다.]스거어억!
손쉽게 파고드는 검!
생살을 잘라 낼수록 라이칸의 울음이 크게 터졌다. 몇 번을 갈랐을까. 피 대신 영혼이 쏟아져 나오는 기괴한 살갗을 깊게 파고들었다.
강서준은 눈이 번쩍 빛났다.
류안으로 발견한 부자연스러운 흐름. 놈의 원천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이건…….’
강서준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건 전투 중에 몹시 집중력을 흩어 버리는 행동이었지만 새어 나온 헛웃음을 참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도 그렇다.
‘고작 그런 이유였어?’
이매망량이 된 삼깨비 라이칸.
어떻게 던전 브레이크를 거치질 않고 진화를 거듭했는지 그게 궁금했는데.
빌어먹을 이렇게나 간단한 트릭이었다니.
“우어어어어어!!”
C급 개체가 되어 괴성을 지르는 라이칸의 뒤통수를 응시하며, 강서준은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