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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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5 – 레토르트 히든 캠 (4)
“필상, 두 사람 지정된 좌석 착석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지금 바로 스트리밍 방송 송출 시작하겠습니다.”
토니의 말에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가며 “네.” 하고 답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조리대 바로 앞에 송출된 카메라의 불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송출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였다.
[ 오! 드디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스트리밍 시간! ] [ 이 늦은 시간에? 어떤 컨텐츠 진행하려고? ] [ 나이스, 이번에는 실시간으로 본다! ] [ 방금 막 자려고 누웠는데 큰일 났네. ]카메라 곁에 놓여있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실시간 채팅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던 필상이, 그제야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오프닝 멘트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됐네요.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채널 ‘크레이지 영 셰프’의 필상입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조리대를 짚고 선 채, 느릿하지만 여유가 잔뜩 느껴지는 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컨텐츠는 다름 아닌 ‘히든 캠’ 컨텐츠 입니다. 그것도 무려 유명 심야 토크 쇼의 진행자, 악동 존 스튜던트를 대상으로 한 히든 캠이죠.”
그 말이 끝맺어짐과 동시에, 다시금 실시간 채팅이 소낙비처럼 우르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 와, 악동 존 스튜던트? 역시 섭외력 끝내주네···. ] [ 그나저나 어떤 히든 캠인 거지? ] [ 혹시 ‘고추냉이를 잔뜩 넣은 스시’ 같은 장난이라도 치려는 건가? ] [ 에이, 설마 그런 질 떨어지는 컨텐츠겠어? ]그때 필상이 “쁘띠.” 하고 말해 보이자, 이정준이 레토르트 식품이 잔뜩 담겨있는 바구니를 챙겨 든 채 필상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이내 필상이 바구니 안에 든 레토르트 식품을 하나씩 꺼내서는, 가볍게 조리대 위에 툭툭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존 스튜던트 씨가 진행 중인 심야 토크 쇼 프로그램, ‘투데이 쇼’의 제작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존은 끼니마다 삼사백 달러를 호가하는 고가의 파인다이닝 정찬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채팅창이 다시금 떠들썩해졌다.
[ 그러고 보니, 존 스튜던트 재작년에 파산신고 하지 않았던가? ] [ 그렇게 쓰면 누구라도 파산 신고할 수밖에 없을걸? ] [ 사치 엄청나던데,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 [ 음식도 비싼 것만 먹는구나. ] [ 아무래도 비싼 게 맛있으니까. ] [ 그나저나 필상 손에 들려있는 거, 전부 다 ‘레토르트 식품’ 아냐? ] [ 어라? 그러게. ]이내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 방송을 시청 중이신 분 중 태반이 존의 소비습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존의 팬들, 그리고 지인들은 그런 그의 소비습관을 우려하고 있죠. 그리고 제작진의 말에 의하면 ‘식사’ 역시 그의 지출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끼니마다 정찬에 300달러, 400달러를 투자할 정도 있을 정도로 미식을 사랑한다면 와인이나 샴페인에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도 할 테니까요.”
말을 마친 필상이 손에 쥐고 있던 레토르트 제품. 한국 내 어느 마트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비자, 냉동 교자’ 봉투를 가볍게 살살 흔들어가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저는 오늘 레토르트 식품. 소위 말하는 인스턴트 푸드로 존에게 환상적인 요리를 선보일 겁니다.”
그 말에 다시금 시청자들이 저들끼리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정도의 미식가라면 레토르트 식품 고유의 향이나 식감 정도는 우습게 간파하지 않을까? ] [ 나도 공감하는 바야. 레토르트 식품은 정말 형편없잖아. 그걸로 끼니를 때울 바에야 차라리 굶고 말지. ] [ 미국 레토르트 식품의 맛이 유독 형편없는 거로 알고 있어. 다른 나라 제품은 그나마 나을걸? ] [ 어쨌든, 그래도 레토르트 식품은 레토르트 식품이잖아? 아무리 필상이라고 해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채팅이 우르르 쏟아져나오고 있던 찰나, 필상이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게끔 가볍게 튕겨 보이자 송출되고 있던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조리대 앞에 서 있는 필상과 이정준이 아닌, 홀 곳곳에 설치된 스파이 캠에 담기고 있는 풍경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필상의 음성이 나레이션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상황부터 간단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죠. 존은 지금 투데이 쇼의 담당 PD 프레이디와 함께, 파우스트의 홀 테이블 한자리를 꿰차고 앉아있습니다. 머지않아 제게 속게 되리란 사실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한 채로, 파우스트의 신메뉴를 평가받는 ‘*테스트 키친’(*Test Kitchen)에 초대받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죠.”
그 말이 끝맺어짐과 동시에, 다시금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송출되고 있던 화면이 바뀌었다. 테이블에 앉은 채, 기대감이 가득 찬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려대고 있는 존의 모습이 ‘*웨이스트 샷’(*Waitst Shot:머리에서 허리까지 나오게끔 잡아낸 앵글을 일컫는 말)으로 고스란히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 순진무구한 얼굴을 좀 보세요. 이제 곧 저 얼굴이 황당함과 배신감으로 물들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존을 완벽히 속이기 위해, 연기 실력이 몹시 뛰어난 수십 명의 엑스트라 배우들까지 동원했거든요. 존은 그들과 함께 식사할 테고, 그들은 음식을 맛보며 중간중간 탄성을 흘리거나 셰프를 호출하는 등.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 줄 겁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잠시 틈을 두고는 곧장 덧붙였다.
“참고로 저는 이번 히든 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존에게 싼값의 식재료로도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겠다는 일념으로 장장 몇 날 며칠을 골몰했습니다. 그 결과, 아홉 가지 코스로 구성된 누벨 퀴진. 아니, ‘레토르트 퀴진’을 완성시킬 수 있었고요.”
이내 필상이 만든 레토르트 코스 요리의 사진들이 슬라이드 쇼 형식으로 한 장씩, 한 장씩 느릿하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또 파우스트의 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친 결과, 스무 명의 홀 서버 중 레토르트 식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을 단 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지만, 존은 무방비 상태랄 수 있죠. 장담컨대, 수치를 따져본다면 우리 쪽의 승산이 훨씬 더 높을 겁니다.”
그 말에 마냥 부정적이던 여론이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 어라? 저 정도 퀄리티면 속을지도 모르겠는데? ] [ 일단 나 같으면 속을 듯. ] [ 존의 미각이 얼마나 예민하냐가 관건인 거네. ] [ 와, 엄청나게 떨리는데···. ] [ 그러게. 속일 수 있어야 할 텐데. ] [ 아무래도 음식의 퀄리티가 관건이겠군. ] [ 좋아! 속여보자! ]이내 다시금 송출되고 있던 화면이 바뀌었다. 다시 파우스트의 주방 조리대 바로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는 광경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차례 “좋습니다.” 하고 말해 보인 필상이, 제 곁에 서 있는 이정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되물었다.
“쁘띠, 레토르트 식품을 맛본 적이 있죠?
“물론입니다.”
“레토르트 식품 특유의 향과 식감을 느껴보신 적도 있겠군요.”
“당연하죠.”
“그 이유가 뭘까요?”
나직이 물음을 건네 보인 필상이, 이번에는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여러분께서도 몇 번이고 느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레토르트 식품들은 메뉴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불쾌한 향과 식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이 레토르트 식품을 아예 입에 대지도 못하게끔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한차례 “음.” 하고 중얼거려 보인 이정준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레토르트 식품의 조리 과정 때문인 것 아닌가요?”
“Bingo.”
짤막하게 말해 보인 필상이, 미간을 살짝 좁힌 채로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쁘띠의 말대로 입니다. 레토르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자못 간단한 편에 속합니다. 이미 조리한 음식을 플라스틱 봉지에 넣고 밀봉한 뒤, 고압 살균 솥에 넣고 대략 105도에서 120도 사이 온도로 멸균 후 급속 냉각시켜 제조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식재료의 향이 뒤섞이며 특유의 거부감이 드는 향이 자리를 잡게 되고, 당, 전분, 지방, 그 밖에도 모든 영양분이 뒤섞이고 변성되며 식감까지 떨어지게 되는 셈이죠.”
말을 마친 필상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덧붙였다.
“쉽게 말하자면 음식의 ‘맛’과 ‘유통기한’을 등가교환 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저는 말씀드린 레토르트 식품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향을 씌우고, 맛을 가미하고, 다른 식재료를 추가로 첨가하여 식감을 바꾸고, *DP(*Display). 즉, 플레이팅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존을. 그의 눈과, 코, 혀, 뇌를 모두 속일 겁니다.”
그 말에 다시금 실시간 채팅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 아, 그런 거였군. 그러고 보니 왜 그런 향과 식감을 지니게 되는 건지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네. ] [ 설명 한 번 귀에 쏙쏙 박히게 잘하네. 역시 ‘프로페서 지니어스 나폴레옹 크레이지 영 셰프’다워. ] [ 조곤조곤한 목소리 정말 좋다. 설탕이랑 버터 적절하게 섞어놓은 것 같은 목소리야. ] [ 쁘띠 준, 옆에서 계속 “아하.”, “아하.” 하면서 고개 끄덕이는 것 좀 봐. 너무 귀엽다. ]그때, 필상이 검지 끄트머리로 카메라 렌즈를 가리켜 보이고는 한껏 의기양양한 투로 덧붙였다.
“그럼 곧장 아뮤즈 부쉬와 ‘*아페르티프’(*식전주)에 대한 설명해 드리도록 하죠. 참고로 오늘 선보이게 될 요리는 모두 레시피가 간단한 데다가, 식재료는 한인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품종으로만 구성해두었으니 여러분도 쉽게 따라 해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와우, 역시 지니어스. 히든 캠과 쿠킹 클래스를 동시에···. ] [ 이번 컨텐츠도 빅 히트 예상되는데? ] [ 그러게. 진짜 잘 찾았네. ] [ 사실 존이 속을 정도면 일반인들은 엄청나게 고급스럽다고 느끼지 않을까? ] [ 오, 정말 그렇네. ] [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나도 해봐야겠다. ]이내 필상이 곧장 조리대 위에 있던 국내산 레토르트 식품, ‘비비자 냉동 교자’의 봉투를 집어 들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아뮤즈부쉬의 원가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2달러 미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 봉지에 5달러 정도 하는 한국식 ‘*덤플링’(Dumpling:만두), 혹은 ‘*라자냐’(*Lasagna:속에 속 재료를 채워 넣은 파스타)를 딱 한 개만 사용해 요리할 겁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쁘띠.” 하고 말해 보이자, 이정준이 곧장 스토브 위에 올려져 있던 찜통을 들고 와서는 곧장 뚜껑을 열었다.
이윽고, 찜통 안에서 후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기 시작했다.
“레시피는 간단합니다. 우선 만두를 스팀으로 잘 조리해낸 뒤, 아기자기하고 예쁜 접시에 담아내 주시면 됩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집게로 만두 한 개를 집어 들어서는, 꽃잎을 형상화한 듯 보이는 원형 접시 안에 잘 담아내 주었다. 그리고는 스테인레스 재질에 담겨있던 갈색 육수를 바닥에 부어주며 나직이 말했다.
“그리고 밑면에 *육향(*肉香)을 배가시켜줄, 수제 소스를 부어주시면 됩니다. 참고로 저는 소량의 소이 소스(Soy Sauce:간장)와 발사믹 식초, 그리고 닭 육수를 섞어 담백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를 만들었죠.”
말을 마친 필상이 “자, 이제 플레이팅.” 하고 말해 보인 뒤, 곧장 손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접시 중앙에 놓인 만두를 피해, 접시 밑면에 얕게 깔린 소스 위로 올리브 오일과 트러플 오일을 아주 조금 뿌려줄 겁니다. 너무 적어서 값으로 환산하기조차 모호한 양이죠. 그리고 그 위에 타임 잎사귀와 식용 금박을 정말 조금씩 흩뿌려주면 끝입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접시를 조심스레 들어 올려서는, 카메라 렌즈 가까이에 가져다 대 보이고는 되물었다.
“어때요? 원가 2달러 미만의 요리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그럴싸해 보이지 않나요?”
이내 채팅창이 다시금 떠들썩해졌다.
[ 와, 미쳤는데? 조리시간은 또 왜 이렇게 짧아? ] [ 그래도 집에서 하려면 꽤 비싸겠네. ] [ 그러게. ] [ 어쨌든, 원가 2달러 미만인 건 사실이잖아. ] [ 역시 셰프들은 다르구나. ]그때, 필상이 접시를 도로 스테인레스 재질의 조리대 위에 내려놓은 뒤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그럼 이제 ‘아페르티프’를 준비하도록 하죠. 아페르티프의 원가는 50센트도 하지 않을 것 같군요. 한국 내 마켓에서는 1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종인 소주 중, 과일 향과 맛이 가미되어있는 제품입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친숙하기 그지없는 녹색 병을 집어들었다. 다름 아니라, 근래 한국 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과일 향이 가미되어 있는 소주였다. 한차례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인 필상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자몽, 블루베리, 석류, 유자 등. 여러 맛이 갖춰져 있는 데다가, 모두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저는 자몽 향이 가미된 소주를 골랐습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크리스털 재질의 스테레이트 잔 안에, 자몽 소주를 가득 채워 넣고는 곧장 벨을 울렸다. 이윽고, 서버가 ‘비비자 왕교자’로 만든 아뮤즈부쉬 메뉴와 ‘자몽 맛 소주’가 담긴 쟁반을 든 채 주방을 나서자 필상이 음흉하기 그지없는 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존이 원가 3달러짜리 아뮤즈부쉬와 아페르티프를 맛본 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다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이윽고, 송출되는 화면이 변경되었다. 다시금, 스파이 캠 한대가 ‘웨이스트 샷’ 앵글로 촬영 중인 존의 모습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맞은 편에 앉은 일행, 프레이디 PD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존 스튜던트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홀 서버를 발견하고는 돌연 “온다.” 하고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해 보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아뮤즈부쉬와 아페르티프를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특제 소이 소스와 *한국식 비네갈(*Vinegar:식초). 올리브 오일과 트러플 오일, 또 허브 잎사귀를 가미하여 맛을 살려낸 한국식 덤플링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아페르티프는 자몽 향이 나는 한국 전통주로 준비했습니다. 도수가 낮고, 달콤한 향이 진하지만 씁쓸한 맛이 일품인지라 입맛을 돋우는 데 일품인 주종이죠.”
“그렇군요.”
한껏 예의를 갖춰 답해 보인 그가, 프레이디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봐, 프레이디 아뮤즈부쉬를 잘 맛보는 게 좋을 거야.”
“왜?”
“파인다이닝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메뉴거든.”
말을 마친 그가, 한껏 거들먹대는 투로 덧붙였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셰프들이 아뮤즈부쉬 메뉴에 가장 많은 신경을 기울이기도 하고 말이야. 영 셰프 역시 아뮤즈부쉬에 꽤 신경을 기울인 모양인데? 플레이팅이 예술적이군. 정말 아름다워, 이 정도면 기대치 훨씬 이상인 것 같기도 하고···.”
말끝을 흐려 보인 그가 아페르티프로 서비스 된 자몽 맛 소주가 담긴 스트레이트 잔을 집어 들어서는, 그 내용물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삼켜냄과 동시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린 채, “큭.” 하고 침음을 흘려 보였다.
“어때?”
프레이디가 조바심 가득한 투로 건넨 물음에 그가 “잠깐, 아직 음미 중이야.” 하고 말해 보인 뒤 곧장 스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접시 안에 담긴 만두를 스푼을 이용해 반으로 잘라낸 뒤, 한 조각을 소스와 함께 떠내서는 곧장 입에 넣었다. 그렇게 천천히 혀를 굴려가며, 또 조심스레 씹어 으깨가며 맛을 음미해나가던 그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말문을 열었다.
“흠, 이건···.”
그런 지금, 실시간 채팅 창이 다시금 한바탕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 이건, 뭐? 빨리 말해! ] [ 혹시 들킨 거 아냐? ] [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 [ 저걸 어떻게 맞춰? ] [ 답답해 죽겠네. ]그렇게 다들 존 스튜던트의 입에서 흘러나올 다음 말만 기다리고 있던 찰나, 그가 조심스레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