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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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6 – 필상 & 다빈 듀오 (3)
필상이 한차례 헛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되물었다.
“진심이에요?”
짧게 “물론이죠.” 하고 답해 보인 다빈이, 다리를 꼬아가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필상, 본래 미슐랭은 개업 이래로 3년이 경과하지 않은 파인다이닝을 후보 리스트에도 올리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을 알고 계신가요?”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고고한 미슐랭 심사단이 그 암묵적인 룰을 무시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게시겠군요.”
이내 필상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예외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비록 정확한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요.”
“간단합니다.”
말을 마친 다빈이 필상의 두눈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유명 스타 셰프들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파인다이닝의 경우. 미슐랭 심사단은 자신들만의 은밀한 규칙을 지그시 무시한 채, 개업 첫 해에도 심사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주곤 합니다. 안타깝께도 필상에게는 해당되지 않은 상항이죠.”
“흠, 그렇군요.”
“다음은 저처럼 유명 스타 셰프의 밑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음지(음지)에서의 명성을 차근차근 쌓아 온 수 셰프가 신규 파인다이닝을 런칭했을 때 입니다.”
“이것도 제게는 해당되지 않는군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세 번째 경우는 필상에게도 해당되죠. 현재 살아있는 전설로 치부되고 있는 셰프들 중 태반이, 이 암묵적인 관례를 무시한 채로 개업 1∙2년 차에 거룩하기 그지없는 미슐랭 스타를 수여받았던 선례를 남겼죠.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고요.”
그 말에 필상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되물었다.
“커리어로군요.”
“Bingo-.”
사뭇 경쾌한 투로 답해 보인 다빈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권위있는 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에서의 수상 이력입니다.”
“말씀하신 권위있는 협회에, 이번에 제가 수상 후보로 등재된 2014 라이징 셰프 어워즈를 주관하는 ‘JBF’(James Bear Foundation)도 포함되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적어도 미국 내에서 만큼은 가장 권위있는 협회 중 한 곳이니까요. 만약 필상께서 올 연말에 트로피를 거머쥐신다면, 내년 미슐랭 심사 후보 파인다이닝 리스트에 파우스트의 이름이 등재되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말을 마친 다빈이 재차 덧붙였다.
“다만 관건은, ‘어떻게 2014 라이징 셰프 어워즈의 트로피를 거머쥘 것인가?’일 것 같군요. 분명 필상 못지않게 기록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신예 셰프들이 경쟁 상대일 겁니다. 단순히 현재의 매출을 유지하고, 파인다이닝을 원활하게 경영하는 정도로는 수상 여부를 확실시 할 수 없겠죠.”
“다빈과 함께 이번 베스트 듀오 챔피언십에서 입상을 하게 된다면, 수상 확률이 대폭 상승하리란 뜻인가요?”
“네. 바로 그겁니다. 라이징 셰프 어워즈는 한 해의 성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한 뒤, 수상자를 결정짓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함께 수상후보로 등재된 모든 셰프들이 필상과 비슷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테고, 또 하나같이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을 겁니다.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해요. 이를 테면, 유명 셰프들이 대거 참가한 컨벤션(Convention)에서 순위권에 입상하신다든지···.”
말끝을 흐려 보인 그가 사뭇 진중한 투로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덩이를 굴리는 겁니다. 게임의 퀘스트와 보상이 순차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맥락이 되는 거예요. 베스트 듀오 컨벤션에서 입상하시면, 어워즈의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실 테고, 그렇게 되면 미슐랭 심사 후보 파인다이닝 리스트에 파우스트의 이름을 올릴 수 있겠죠.”
“이번 대회를 통해 만든 눈덩이를 잘 굴리다보면, 점점 불어나서 ‘미슐랭 스타’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번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접수를 마친 타 참가자들의 이름과 소속 파인다이닝을 확인해 볼 수 있거든요. 간략히 훑어 본 결과, 미슐랭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셰프들마저 대거 참가한 상황이더군요.”
잠시 묵묵히 다빈의 설명을 듣고 있던 필상이, 제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가며 넌지시 되물었다.
“그런데 사실 조금 의문이네요. 저야 그런 커리어가 절실한 상황이라지만, 다빈은 아니잖아요?”
“아뇨, 필요합니다.”
단호하기 그지없는 투로 답해 보인 다빈이 곁눈질로 멜리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점이 꽤나 신경쓰이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이내 필상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나직이 말했다.
“멜리는 딱히 의식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어차피 제 귀에 들어온 모든 정보는 그녀의 귀로 흘러들어가게 되있거든요.”
“음. 에이전시 측 매니저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 같은 존재였나 보군요?”
그 말에 멜리가 낮게 웃어보이고는 끼어들었다.
“네, 맞아요. 그것도 혈기가 지나치게 왕성한 터라, 통제가 아예 불가능한 사춘기 아들 때문에 몹시 힘겨워하고 있는 어머니쯤 되겠네요.”
한차례 그윽한 미소를 지어보인 다빈이, 잠시 틈을 두고는 진중하기 그지없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필상과의 대결 이후로 ‘장 조니 셰프’께서 본격적인 은퇴 준비를 시작하셨어요.”
“예···?”
“말씀드린 그대로에요.”
말을 마친 그가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덧붙였다.
“이미 인수∙인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에요. 업무적인 부분이야 딱히 승계받을 부분이 없는 지라, 대부분이 경영과 관련된 사항들 뿐이고요. 아마 올 연말 쯤이면 무사히 장 조니의 오너 셰프 직을 물려받게 될 겁니다.”
“다빈, 정말 축하드려요. 제가 감히 어떤 축하의 말을 드려야 할지···.”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네요. 제가 원하는 건 하나에요. 제게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커리어가 필요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제가 장 조니를 이끌기에 일절 부족함이 없는 재목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내고 싶거든요. 파인다이닝 장 조니는 셰프의 일생이 담긴 공간이고, 저는 그곳의 역사 절반을 함께 했어요.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별 다른 잡음없이. 또 기량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고 장 조니를 승계받고 싶습니다.”
말을 마친 다빈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트로피 정도면, 그런 잡음 정도는 우습게 잠재울 수 있겠죠.”
“그렇기야 한데, 어째서 저를 선택하신 건지 의문이네요. 다빈과 알고 지내는, 혹은 친분이 있는 사람들 중 저보다 훨씬 더 화려한 이력을 지녔거나 규모있는 파인다이닝을 이끌고 있는 분들도 수두룩 할 텐데···.”
필상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려던 찰나였다. 다빈이 고개를 내저어가며 “필상.” 하고 부르는 것으로, 그런 필상의 말을 끊어보이고는 덤덤한 어투로 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참가하려는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심사 기준은 간단합니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두 명의 셰프가 머리를 맞댄 채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했을 때, 과연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죠.”
“네, 그런데요?”
“해마다 괴물 같은 셰프들이 서로 팀을 이뤄 출전합니다. 보통은 한 지역내에서, 또는 몇 블록 떨어진 내에서 경쟁 중인 두 셰프가 한 팀을 이뤄 출전하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지리적 특성 덕분에 교류가 잦았던, 또 그렇기에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받던 뮤즈(Muse)라 칭할만한 이들이 팀을 이룬 채 출전해서 서로의 시너지를 과시하는 맥락인 셈이죠.”
말을 마친 다빈이 제 가지런한 눈썹을 한 번 튕겨 보이고는 덧붙였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인근 파인다이닝의 오너 셰프들 중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셰프는 당신이었던 것 같더군요.”
“저 지금, 고백 받은 건가요?”
“어쨌든 서로에게 필요한 기회인 건 사실이잖아요? 신중히 생각해보시고, 아무리 늦어져도 내일 오전까지는 답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때부터 부랴부랴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봐야 할 테니까요.”
*
그 날, 필상은 밤 늦게까지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공식 홈페이지를 계속해서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대회 시작까지 남은 기간은 고작해봐야 한달 반 남짓. 만약 참가를 결정하게 된다면, 그 사이에 파우스트의 스프링 시즌을 무사히 마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대회에서 선보일 레시피까지 완벽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흠.”
한차례 침음을 흘려 보인 필상이 한 손에 턱을 괜 채로, 모니터 화면을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두 마리 토끼에 대한 고민이 점점 더 깊어졌다. 사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가 24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과, 파우스트가 개업 이후 처음으로 시즌 코스 메뉴를 선보이게 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모든 일정과 대회 출전 준비까지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약 두 마리 토끼를 전부 다 잡는데 성공한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이 궤도에 오르고 가파른 상승곡선을 시작할 게 분명했다.
두 번의 생에 걸쳐 꾸고있는 ‘미슐랭’이라는 꿈에, 족히 몇 발자국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필상이 수화기를 집어 들어서는, 곧장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신호음이 반복적으로 몇 번 울리기를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 졸음기가 잔뜩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필상···?
이내 필상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이었다.
“다빈, 고민을 해봤는데 이제야 결정을 내렸네요.”
– 생각보다 겁이 많으시네요.
“신중하다고 표현해주셨으면 좋겠네요.”
– 엇비슷한 뜻이죠.
“어쨌든, 출전 하겠습니다.”
그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사뭇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진심이신 거죠?
“물론입니다.”
단호한 투로 답해 보인 필상이 “대신.” 하고 말해 보이고는, 잠시 틈을 두고 제 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 말씀하시죠.
“우선 첫 번째, 우리 팀 목표는 순위권 입상이 아닙니다.”
– 그럼?
“우승입니다.”
그 말에 다빈이 한차례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답했다.
–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다음 조건은요?
“그 다음 두 번째, 필상&다빈 팀의 헤드 셰프는 접니다.”
– 예? 이 부분은 상의를 거친 후에···.”
“헤드 셰프가 될 수 없다면 출전하지 않겠어요.”
– 맙소사, 억지에요.
“저는 아직 억지 부릴 나이잖아요?”
– 그래도 이건···.
말끝을 흐려보였던 다빈이 한차례 긴 한숨을 내쉬어 보이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좋습니다. 그럼 헤드셰프 직은 양보해 드릴 테니, 팀 이름은 ‘다빈&필상 팀이 좋을 것 같네요.
“콜, 받아들이죠.”
– 많이 봐드린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조건은 뭡니까?
이내 필상이 제 시선을 모니터 화면 위에. 그러니까, 상세한 ’모집요강’이 기재되어 있는 페이지에 시선을 고정해 둔 채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보니까 두 사람의 셰프가 각각 한 명씩, 자신의 업무를 보조해 줄 ‘수 셰프’를 기용할 수 있는 상황이더군요?”
– 네. 그렇습니다. 저는 지난 번 대결 당시 팀을 이뤘던, ‘로버트’를 제 수 셰프로 기용할 생각입니다. 실력도 뛰어나고, 팀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건강하고 든든한 친구거든요.
“그렇군요. 저는···.”
– 쁘띠 준?
“예. 그렇습니다.”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 필상,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말씀드리는 건데 지난 번에는 쁘띠 준의 실력을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 뿐이에요.
“하지만 운명이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잖아요? 양해를 구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좋아요. 드디어 드림팀이 결성됐군요. 그럼 이대로 명단을 작성해서 곧장 참가 서류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무시고 계시던 중 아니었어요?”
– 그랬죠. 필상이 전화로 꺠우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연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를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빈이 사뭇 격양된 투로 말문을 열었다.
– 한 번 확인해보시겠어요?
이윽고, 필상이 홈페이지 상단의 ‘실시간 참가 신청 팀 목록’탭을 클릭하여 내용을 한 번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이미 자그마치 백 팀이나 참가 신청 접수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페이지의 최상단부.
[ No.122 – 팀 맨해튼 ] [ 다빈(in 장 조니) & 필상(in 파우스트) ] [ 수 셰프 – 로버트(장 조니), 쁘띠 준(파우스트) ]필상이 모니터 화면을 멍한 얼굴로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 수화기 너머에서 다빈의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물음이 들려왔다.
– 준의 풀 네임을 몰라서, 우선 알려진 예명으로 적었어요. 아니면, 풀 네임을 알려주시면 다시 수정해서···.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재차 덧붙였다.
“이대로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