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10
110
Chapter27 – 성장의 계절 (3)
“강훈 셰프님이요···?”
이정준이 놀란 듯 건넨 물음에, 필상이 곧장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제 손에 들린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어 보였다. 이내 이정준이 저도 모르게 “허···.” 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뒤 필상에게 재차 되물었다.
“이제 심사위원과 참가자가 아니라 ‘경쟁자’로 만나게 된 거네요?”
“그렇죠.”
“괜히 더 떨리는데요···.”
이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다빈이 넌지시 물음을 건네왔다.
“두 분 모두 돌체 모멘트(Dolce Moment)의 강훈 셰프와 인연이 있나 보네요?”
그 말에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제가 처음 출전했던 컨벤션의 심사위원이었죠. 준을 처음 만나게 된 것도 그때 그 컨벤션 덕이었고요. 그 이후로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멘토’(Mentor) 같은 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원 테이블 레스토랑도 사실상 강훈 셰프님께서 금전적인 도움을 주신 덕에 개업할 수 있었고요.”
“흠, 은인과 경쟁하게 된 석연치 않은 상황에 놓인 셈이로군요.”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 필상이 휴대폰을 도로 돌려주며 덧붙였다.
“맞아요. 하지만 경쟁은 경쟁이죠.”
회귀 이후의 삶 속에서의 그는 자신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은인과 같은 인물로 자리 잡았다지만, 회귀 이전의 삶 속에서는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랄 수 있었다.
당시의 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스타 세프들 중, 가장 *명망이 높았던 셰프랄 수 있었으니까.
한때는 TV를 통해, 혹은 온갖 지면 매체를 통해 그를 엿보며 꿈을 키워나가곤 했다. 이제 그런 그와, 같은 무대에 나란히 선 채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접어든 것이다.
그때 로버트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로 물음을 건네왔다.
“강훈 셰프와 팀을 이루고 있는, ‘윤재’라는 셰프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연신 “윤재, 윤재, 윤재···.” 하고 되뇌던 이정준이 돌연 끼어들어서는 말문을 열었다.
“아아, 이제야 기억났네요. 호주 브리즈번에서 ‘미슐랭 원 스타’를 취득한 대한민국 국적의 퓨전 한식 전문 셰프에요. 이제야 윤곽이 조금 잡히는 것 같군요.”
“윤곽?”
“강훈 셰프님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고집하시는 분이니, 아무래도 두 분의 아이덴티티가 적절히 뒤섞인 퀴진을 선보이실 것 같네요.”
이번에는 다빈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뗐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단연 ‘강훈&윤재’ 팀 뿐아니라, 같은 조에 배정된 ‘클로스&에릭 팀’이나 ‘갈라예프&롤랜드’ 팀 역시 막강한 상대들이에요. 같은 조에 배정된 모든 팀이, 팀을 구성하고 있는 두 셰프의 미슐랭 스타 개수를 합산했을 때 세 개씩은 보유하고 있는 현황이니까요.”
그 말에 필상이 천연덕스러운 투로 답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잖아요?”
“예?”
“다빈이 세 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이내 다빈이 제 입안에 머금고 있던 말을 차마 꺼내놓지 못하고, 도로 삼켜내기에 이르렀다. 지금 파인다이닝 ‘장 조니’ 가 보유하고 있는 미슐랭 스타는, 장 조니 셰프가 이룩해낸 쾌거일 것이란 말이었다.
입술만 옴짝달싹 대고 있는 다빈을 잠자코 들여다보고 있던 필상이,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되물었다.
“다빈, 혹시 내년에는 그 미슐랭 스타를 전부 잃을 생각이에요?”
“아뇨, 어떻게든 지켜낼 겁니다.”
“그래요. 방금 지킨다고 하셨잖아요.”
“아···.”
“가지고 있지도 않은 걸 어떻게 지킨다고 말하겠어요?”
말을 마친 필상이 덤덤한 투로 재차 덧붙였다.
“그 별은 모두 다빈의 몫이에요.”
“고마워요.”
“제가 준 별도 아닌데, 별말씀을.”
무심한 투로 답해 보인 필상이 곧장 말을이었다.
“이제 슬슬 시작하죠.”
*
지난 한 달간, 필상은 자신의 시간 흐름에 크나큰 이변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시계 침들이 두 배. 아니, 족히 서너 배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이따금 시계를 볼 때면 예상보다 한참 앞서 나가 있는 시계 침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집무실 탁상 위에 놓인 캘린더를 한 장 뒤로 넘겨야 했으며, 어느덧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예선 당일 아침에 접어든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대회 당일, 이른 아침.
필상은 강훈 셰프와 간만에 통화를 나눠가며, 오늘 치러질 ‘1차 예선’을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었다.
– 이야, 이번에 보면 얼마 만이지? 꼬박 반년 만에 보는 거 아닌가? 마침 얼굴 가물가물해져서 큰일이었는데 잘됐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에, 제 나이프 키트의 구성품을 점검해보고 있던 필상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답했다.
“어차피 한국 TV 채널에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나오지 않아요? 웹 뉴스에도 꽤 많이 거론된 것 같던데.”
–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여튼,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거 보니까 요즘도 여전한 것 같네. 뭐, 정 셰프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난리도 아니야. 만약 오늘 예선 F조 대진 추첨에서 우리 팀이랑 정 셰프쪽 팀이랑 붙게 되면 ‘코리안 더비 매치’(Korean Derby Match)가 성사되는 거라면서···.”
말끝을 한 번 흐려보인 강훈 셰프가 재차 덧붙였다.
– 그나저나 그쪽은 조금 어때? 대회 준비는 잘 마친 것 같아?
“벌써 간보시는 거예요?”
– 티 많이 났어?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최선만큼 해낸 것 같네요.”
– 잘됐네. 미리 말해두겠는데 최선을 다할 거다.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 그래, 이따가 대회장에서 보자.
“예, 셰프.”
이내 통화를 마친 필상이 제 나이프 키트와 조리복을 비롯한 준비물이 담긴 캐리어의 지퍼를 꽉 닫았다.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비록 무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흐른 시간이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것은 아니라 장담할 수 있었다. 모두가 이번 대회만을 위한 고민과 광적인 집착을 이어나갔으며, 그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최선을 해낸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윽고.
끼익-.
굳게 닫혀있던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이정준이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 막 차량 도착했다네요.”
“그래요.”
그렇게 필상과 이정준. 말끔한 커스텀 테일러 차림을 한 두 사람이 나란히 집무실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복장에 왜 이렇게 과도하게 신경 쓰셨어요?”
“방송국 카메라도 몇 대나 온다면서요?”
“그걸 아는 사람이 그런 촌스러운 넥타이를 맸어요?”
“이게 뭐 어때서요? 그리고 셰프님 행거칩이 더 촌스러운데요?”
“쯧, 클래식을 이렇게 몰라서야···.”
“셰프님이야 말로 트렌드에 너무 뒤처지신 거 아니에요?”
마냥 여유롭기 그지없는 태도로 연신 티격태격, 사소한 언쟁을 벌여가며 말이다.
*
이번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이 치러지는 곳은, 뉴욕시에 위치한 도미니크 호텔 내부 연회장이었다.
이곳 호텔의 연회장에서 대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이 치러질 예정이었고, 연달아 조별 대진표가 발표되며, 잠깐의 틈을 두고 곧장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는 형식이랄 수 있었다.
연회장 내부는 이미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유명 셰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장내에 자리해 있는 이들 중 태반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이룩하거나, 셰프로서의 입지를 굳혀내는 데 성공한 이들이었으며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눈 돌리는 곳마다 진즉에 미슐랭 스타를 몇 개나 취득하는 데 성공한 셰프들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와중이었으니 말이다.
또 입구에는 ‘포토 존’(Photo Zone)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으로는 유명 방송국 및 푸드매거진 측 기자들이 잔뜩 주둔해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덕분에 웬만큼 얼굴이 알려진 유명 셰프들의 경우, 포토 존에 붙들린 채 사진을 몇 장 촬영하고 쏟아지는 질문 몇 개를 골라 짤막하게나마 답을 해준 뒤에야 간신히 연회장 안에 발을 들일 수 있었고 말이다.
한 편, 그런 지금.
친분이 두터운 유명 셰프 몇 명이 모여선 채로 은밀한 담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번 대회에 ‘영 셰프’(Young Chef)도 참가했더군요.”
“아, 예. 확인했습니다.”
“파인다이닝 장 조니의 다빈과 함께 참가했더군요.”
“다빈에게 거는 기대가 컸었는데, 아무래도 아티스트의 재목은 아닌 것 같군요.”
심드렁한 투로 말해 보인 중년 셰프가 한차례 낮은 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거만함이 가득 서린 투로 재차 덧붙였다.
“지난번에는 카메라 앞에서 투견이라도 된 것 마냥 되지도 않는 대결을 벌이더니, 이번에도 영 셰프의 인기에 편승하려 들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때, 말을 아끼고 있던 젊은 셰프 한 명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글쎄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셰프의 기량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장 조니가 미슐랭 쓰리 스타라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도록 꾸준히 일조해 온 다빈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영 셰프도 스스로의 기량과 실력을 입증해내는 데 성공한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무리에 포함된 여타 셰프들과 달리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용모를 한 그는, 붓으로 그린 것처럼 가지런한 눈썹, 오뚝한 콧날, 푸른 눈, 전반적으로 호남형을 한 이였으나 인중과 턱을 뒤덮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 탓에 야성적인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드는 인물이었다.
호세 아빌레.
지난해 스물아홉 살의 나이로 미슐랭 투 스타를 취득하며 역사상 최연소 스타 셰프로 등극한 포르투갈 출신 셰프이자, 매 시즌 변칙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터라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인물이었다.
그의 말에 여타 셰프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그가 머쓱한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이고는 여러 셰프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재차 되물었다.
“그렇지 않나요?”
이내 다른 셰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 명씩 필상에 대한 비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비록 파우스트에 직접 방문해 본 것은 아니라지만, 그가 호평을 받고 이유는 딱 세가지 뿐일 겁니다. 준수한 외모, 동양인이라는 신비한 타이틀, 또 어린 나이에 이르기까지. 그게 전부란 말입니다. 그렇게 주목받던 천재 중, 여전히 주방에 남아있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맞습니다. 정말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그의 어린 나이 탓에, 다들 판단력을 잃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그때였다.
“맞아요. 나이가 어리다는 건 언젠가 사라지는 장점이죠.”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다빈과 로버트가, 그들 무리의 지척에 다가섰다. 이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필상과 다빈을 엮어서 폄하하고 있던 그들이었으나 다빈의 등장과 동시에 금세 태도를 고치기 시작했다.
“다빈,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 조니의 진정한 헤드 셰프가 될 준비에 여념이 없으시다고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장 조니 셰프께서는 잘 지내시는지요? 안부 전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진즉에 한 번 장 조니 셰프님을 찾아뵀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영 시간이 나질 않아서···.”
다빈이 그들의 말에 일일히 화답을 해주고 있던 찰나였다. 앞서 다빈에 대한 비평을 아낌없이 늘어놓고 있던 중년 셰프 한 명이, 미간을 잔뜩 좁힌 채 의아함이 서려 있는 투로 물음을 건네왔다.
“다빈, 그나저나 어째서 필상같은 셰프와 팀을 이루신 겁니까?”
“예?”
“다빈 정도라면 다른 유능한 셰프들과도 충분히···.”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려던 찰나였다. 다빈이 한차례 한숨을 내쉬어 보이고는, 제 앞머리 칼을 위로 쓸어넘겨 보이며 덧붙였다.
“정말 놀랍네요. 설마 아직도 이런 인식을 지닌 사람들이 남아있을 줄이야. 이쯤 되면 사실상 현실을 부정하고 계신 것 같군요.”
그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싸늘해지기를 잠시, 다빈이 모여있던 셰프들을 한 번씩 쭉 둘러본 뒤에 재차 되물었다.
“혹시 이분의 말씀에 공감하시는 분 계십니까?”
그들 일행 중, 누구 한 명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던 찰나였다. 다빈이 한차례 코웃음을 쳐 보이고는, 논란을 야기한 중년 셰프를 바라보며 싸늘하기 그지없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보기에 셰프께서는 필상이 미슐랭 쓰리 스타를. 아니, 전 세계 각지의 파인다이닝을 런칭해서 수십 개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쥐새끼처럼 뒷말을 하시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네요.”
“뭐, 뭐라고···?”
“필상과 딱 하루만 같은 주방을 써보더라도, 왜 세간이 그를 천재라 부르는 건지. 또 어째서 그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이룩해낼 수 있던 건지 아실 겁니다. 셰프께서는 열 일곱 살 무렵 뭘 하고 계셨습니까? 비디오 게임? NFL 시청? 공부? 그는 지금 맨해튼의 파인다이닝을 이끌고 있죠.”
말을 마친 다빈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재차 덧붙였다.
“이유 없는 성공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아시잖아요? 아실 만한 분이 이러시니 좀처럼 납득할 수가 없어 흥분했던 것 같군요. 질투는 존경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미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너그러운 아량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럼 말씀 마저 나누시죠.”
다빈이 묵례를 해보이고는 곧장 자리를 떴고, 그의 뒤를 지키고 선 채 부리부리한 눈으로 타 셰프들을 노려보고 있던 로버트 역시 그를 따라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중년 셰프가 “허.” 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뒤,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 다빈의 등에 대고 혼잣말을 중얼대기 시작했다.
“저, 저런 건방진··· 새파랗게 어린 근본도 없는 놈이, 장 조니 셰프 님만 아니었더라면 너는···.”
그때,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던 로버트가 돌연 멈춰 서서는 뒤를 돌아보며 날카로운 투로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 아니···.”
이내 로버트가 험악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한 채 덧붙였다.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다빈과 필상, 두 셰프. 그리고 쁘띠 준과 관련된 험담을 하실 거면 제 귀에 들어오지 않게끔 조용하고 은밀하게 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저는 다빈 셰프처럼 자제력이 좋은 사람도,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도.”
잠시 뜸을 들여 보인 그가 제 우람한 덩치를 더욱 위협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주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뒷말을 이었다.
“그다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그들 사이에 침묵이 내리 앉아 있기를 잠시. 돌연 연회장의 출입문 쪽에서 떠들썩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름 아니라, 방금 막 연회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화제의 영 셰프와 그 일행들이 들어선 까닭이었다.
필상과 그의 수 셰프로 널리 알려진 쁘띠 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 두 사람과 꽤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강훈 셰프에 이르기까지. 그들 삼인방이 나란히 연회장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는 중이었고, 기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운 채로 연신 질문을 건네는 중이었다. 반면 필상은 멋쩍은 미소를 머금은 채 모든 질문에 묵례로 답해가며 인파를 뚫고 연회장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말이다. 이내 장내의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로 집중되었다.
“쯧, 영 셰프 덕에 난리도 아니군.”
“아무래도 돈이 되는 셰프니까.”
“옆에 있는 어린 친구가 ‘쁘띠 준’인가?”
“그렇겠지.”
“대회의 질을 흐리는 느낌이로군.”
“그러게 말이야.”
그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단연 참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연회장 앞쪽 연단에 모여선 채로, 대회 진행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심사위원들 역시 대화를 멈춘 채 필상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이내 백발이 희끗한 심사위원 한 명이, 나이가 족히 여든쯤은 되어 보이는 원로 셰프에게 조심스레 물음을 건넸다.
“선생님께서는 영 셰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내 질문을 받은 원로 셰프가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눈을 한 채로, 방금 막 들어선 어린 동양인 셰프를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니라 요리계의 교황이라는 거룩한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전설적인 요리사, ‘폴 보티즈’였다. 포브스에서 집계한 최고 수익을 기록한 셰프 2위에 링크된, 또 전 세계 각지에 위치한 파인다이닝이 보유하고 있는 미슐랭 스타의 합이 서른 개를 거든히 넘기는 살아있는 요리계의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었다.
침묵이 흐르기를 잠시, 그가 희끗한 눈썹을 한 번 튕겨 보이고는 결절된 성대 탓에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여러모로 이목을 끄는 친구지.”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개회식 및 1차 예선 시작까지 불과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