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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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0 – 미슐랭의 품격 (2)
지난번 예선이 치러졌던 장소인 연회장 B홀 안으로, 본선에 진출하게 된 서른두 개 팀 소속 요리사들이 자리해 있었다.
다들 배정받은 원형 테이블을 꿰차고 앉은 채로, 본선 대진 추첨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한데, 뭐랄까?
널찍하기 그지없는 연회장 안으로 농도 짙은 긴장감과 더불어, 일련의 *피네스(*정교한 솜씨)가 일렁이고 있는 것마냥 느껴질 따름이었다.
여기까지 올라온 이들은 대부분 진즉에 실력 검증을 마쳤거나, 영예로운 타이틀을 잔뜩 거머쥐고 있는 셰프들로 구성된 팀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묘한 기류가 끊임없이 흘렀다. 다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서로 눈치를 살펴대는 데 여념이 없던 것이다.
다만, 오직 한 테이블.
필상 팀이 꿰차고 앉아있는 테이블만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고기를 맛있게 잘 굽는 팁이요? 고기의 온도와 실내 온도를 어느 정도 맞춰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는 근섬유질이 조여져 있어 질긴 맛이 날 수밖에 없거든요.”
“스테이크를 굽다가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 적당한 불로 팬의 온도를 맞춘 뒤 시간을 들여 굽도록 하세요. 발연점이 높은 올리브오일 대신 포도씨유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하면 고기를 굽다가 화재경보기가 울릴 수 있죠?”
필상을 시작으로, 다빈, 로버트, 이정준에 이르기까지. 다들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패드 화면을 바라보며, 채팅창 위로 쏟아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느라 여념이 없던 탓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마냥 화기애애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채팅창 너머에 있을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과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던 찰나였다. 연회장의 문이 열리더니,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곧 본선 대진 추첨이 시작되리란 일련의 암시나 마찬가지였다.
이내 필상이 목소리를 낮춘 채 말을 이었다.
“심사위원들이 모습을 드러냈군요. 아마 이제 곧 대진 추첨이 시작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대회의 참가자 라인업이 워낙 쟁쟁한 터라 대진 운도 몹시 중요할 것 같네요.”
그 말이 끝맺어짐과 동시에 채팅이 빠른 속도로 갱신되기 시작했다.
[ 영 셰프, 대체 왜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야? ] [ 그래, 맞아. 나폴레옹 크레이지 영 셰프다운 모습을 보여야지! ] [ 영 셰프가 가는 길에는 오직 승리만이 있을지어다! ] [ 그래도 이번 대회 참가자 라인업이 확실히 쟁쟁하긴 하니까. ] [ 이봐, 영 셰프. 혹시 가장 피하고 싶은 참가자가 있다면 누구야? ]필상의 이목을 끈 질문은, 맨 마지막 질문이었다. 한차례 “음.” 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필상이,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피어슨&하드먼 팀’은 조금 피하고 싶네요. 두 셰프 모두, 미슐랭 쓰리 스타 파인다이닝을 두세 개씩 보유하고 있거든요. 그들 두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미슐랭 스타만 하더라도 무려 열다섯 개나 되죠.”
그 말에 이정준이 능글맞은 투로 되물었다.
“셰프께 이런 인간적인 면모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하기야, 피어슨&하드먼 셰프 팀이 강팀인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인간적인 면모라니요? 설마 제가 그들 두 셰프의 커리어에 잔뜩 위축됐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정준이 “그럼요?” 하고 되묻는 것만 같은 눈을 한 채, 필상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 필상이 제 어깨를 한 번 가볍게 들썩여 보이고는 나직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맞붙게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리가 이길 테니까. 다만, 본선 첫 번째 대결인 32강에서 맞붙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그럼 왜 피하고 싶은 거예요?”
“간단해요. 존경하는 두 셰프에게 이토록 이른 시점에 낙선의 고배를 건네고 싶지는 않을뿐더러, 그렇게 된다면 남은 대회 일정이 치러지는 동안 더 이상 그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이내 이정준이 제 고개를 좌∙우로 몇 번 내저어가며 “도저히 당할 수가 없네요.” 하고 중얼거려 보이던 찰나. 다빈이 슬쩍 끼어들어서는, 조심스레 제 의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세 아빌레’ 셰프가 소속된 팀을 피하고 싶네요. 포르투갈 출신 셰프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업계 내에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죠. 또 셰프 필상과 어느 정도 이미지가 겹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예를 들면 어떤 점이요?”
“화려하게 데뷔하더니, 매 시즌마다 변칙적인 요리를 선보였잖아요? 또 작년에는 불과 스물아홉 정도의 나이로, 미슐랭 스타를 두 개나 취득하시며 최연소 스타 셰프 타이틀을 거머쥐었고요.”
말을 마친 다빈이 잠시 틈을 두고는 재차 덧붙였다.
“그리고 코스를 구성하는 스타일 자체가 필상과 꽤 비슷하기도 해요. 호세 아빌레도 여러 국가의 식재료 및 조리 기법에 제한을 두지 않고, 뛰어나 보이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취하고 자신의 코스에 대입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 말에 필상이 그닥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호세 아빌레’ 셰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뒤로 넘긴 포마드 헤어에, 붓으로 그린 것처럼 짙고 가지런한 눈썹, 높은 콧대, 푸른 눈, 또 인중은 물론이고 턱까지 뒤엎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호남형이라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 정돈되지 않은 수염 탓에 야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듯했다.
회귀 이전의 삶 속에서는, 지금보다 족히 몇 배나 더 큰 명성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던 인물이었다.
비록 사업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터라 분점을 내고 파인다이닝의 규모 확대를 추진하지는 않았으나, 매년 미슐랭으로부터 꾸준히 쓰리 스타를 받아내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셰프였으니 말이다.
이럴 때마다 새삼 삶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TV, 매스컴을 비롯한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하며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과 한 공간에서 경쟁하고 대화하며, 셰프라는 동등한 타이틀을 짊어진 채로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호세 아빌레, 다빈은 그와의 대결을 꺼리는 눈치였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다빈의 말대로 그의 스타일은 자신과 닮았다.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비교 선상에 오르기에 일절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 전에 한 번, 우위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가슴이 괜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깊은 상념에 젖어 들어 있던 필상이, 제 앞 머리칼을 한 번 쓸어올려 보이고는 연단을 바라보던 찰나였다.
그럼 지금부터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본선 32강 대진표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단 한편에 선 진행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던 찰나, 스크린 위로 대진표가 송출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필상 팀에 소속된 요리사들이 눈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자신들의 팀명을 찾아대기 시작했다.
[ 필상&다빈 팀 VS 호세&제레미 팀 ]이내 다빈이 미간을 살짝 좁힌 채로 나직이 중얼대듯 말을 이었다.
“보면 항상 이런 식이라니까요. 아무래도 이번 대회 대진 운은 글렀나 봐요.”
그 말에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그러게요. 애초에 예선부터 살벌했죠. 몇 안 되는 지옥의 조를 뚫고 올라온 셈이었으니….”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필상이, 제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아내고는 의미심장한 투로 답했다.
“뭐,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윽고, 팀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던 순간.
“여태껏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고 이기는 거죠.”
말을 마친 필상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한차례 “예, 셰프.” 하고 우렁차게 답해 보인 팀원들이 연이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제 곧, 전쟁이라 묘사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는 경쟁이 펼쳐질 터였다. 그런 지금,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뿐.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선별하고 확보하기 위해, 팬트리를 샅샅이 뒤지는 것뿐이랄 수 있었다.
*
팀원들과 함께 팬트리에서 식자재 선별을 마친 필상이 호텔 로비에 위치한 화장실로 향했다. 이제 불과 20분 남짓한 시간 뒤면, 이번 대회의 첫 번째 본선 무대인 32강 경연이 시작될 터였다.
잠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던 필상이 손을 씻고, 냉수로 세수를 몇 번이나 했다. 그리고는 화이츠의 소매로 제 얼굴에 남은 물기를 대충 슥슥 훔쳐내듯 닦아내던 찰나였다.
“셰프?”
등 뒤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필상이 시선을 옮겨서는, 거울에 비친 사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라틴계 특유의 거무스름한 피부, 하지만 또렷하기 그지없는 이목구비와, 널찍한 어깨에 이르기까지.
이번 32강에서 맞붙게 된 ‘호세&제레미 팀’의 헤드 셰프인 호세 아빌레 셰프가, 제 등 뒤에 서 있는 상태였다.
이내 필상이 다시금 얼굴에 묻은 물기를 무심하게 훔쳐내며, 능글맞은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뵙는군요.”
“그러니까요.”
고른 치열이 드러날 만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호세 아빌레가 한 걸음 바짝 다가서며 나직이 말했다.
“실은 셰프께서 ‘빌리 반 코퍼레이션’ 측과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하시고, 뉴욕 진출을 준비하시던 때부터 유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셰프께서 이룩하신 업적과 스타일을 살펴봤거든요. 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더군요.”
“감사합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트위터에 저와 관련된 비방성 글을 게시하거나 하신 건 아니죠?”
“물론입니다. 우리 사이에 이런 오해가 존재할 수 있다니, 이거 영 섭섭할 따름인데요? 비록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필상의 험담이 나온다면 열렬히 변호하기 일쑤였거든요. 심지어, 이번 대회 예선 당일에도 그랬었고요.”
그 말에 필상이 미간을 살짝 좁힌 채 “이번 대회 예선 당일이요?” 하고 되물었다. 여전히 자신의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직접 전해 듣고 나니 괜히 기분이 찝찝해졌던 탓이었다.
“능력 없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질투와 시기는,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셰프들이 응당 치러야 할 대가나 마찬가지죠. 그래도 좋은 동료들을 두셨던데요?”
“무슨 뜻이죠?”
“한 팀을 이룬 셰프 다빈과 그의 수 셰프 로버트 말이에요. 특히 로버트가 험악한 투로 몇 마디 늘어놓으니까, 주방에서 세 시간도 버티지 못할 늙은이들이 아예 찍소리도 못 내더군요. 물론 뒤에 숨어서 계집애처럼 떠들어대긴 했지만요.”
그 말에 필상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세한 정황을 듣지 않아도, 대략 어떤 일이 있었고 상황이 어떻게 종식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던 탓이었다. 이내 필상이 제 양손에 묻은 물기를 바지춤에 대충 문질러 닦아내며 덧붙였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실은 요즘 들어 공개된 장소에 공격성이 짙은 글을 게시했던 이력이 있는 셰프들이 하나둘씩 연락을 취해와서는, 뜬금없는 사과를 늘어놓는 경우가 빈번해서요. 초면에 시비를 거는 셰프분들도 수두룩하고요.”
“아마 초조할 겁니다. 셰프께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메인스트림 마켓(Mainstream Market)에 스며들고 있으니까요.”
“만약 주변에 그런 분이 계시다면, 누구도 고소할 생각이 없으니 걱정 않으셔도 될 거라고 전해주시겠어요?”
이내 호세 아빌레 셰프가 고개를 끄덕여가며 흔쾌히 답했다.
“그러도록 하죠.”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한차례 “그럼.” 하고 말해 보인 필상이 먼저 화장실 바깥으로 빠져나가려던 찰나였다.
잠시 만류하듯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보인 호세 아빌레 셰프가 진중하기 그지없는 투로 물음을 건넸다.
“그나저나, 빌리 반 측에 제시하셨다는 조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재미있더군요. 투데이 쇼에 출연해서 하셨던 말씀도 정말 인상 깊었어요. 미슐랭에게 선전포고까지 하셨잖아요? 마치 탈무드의 일화가 생각나던데요?”
“혹시 왕의 말을 유니콘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거짓말로, 삶을 연명하던 사형수 이야기를 하시려는 건 아니죠?”
호세 아빌레가 “맞아요, 그 이야기.” 하고 답해 보이던 찰나,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이고는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
“방금 그 말씀은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 같네요. 안타깝지만 저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평범한 말을 유니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파우스트가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입증해줬다고 생각하고요.”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죠. 어찌 됐든, 아직은 증거가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한 것같이 느껴지네요. 파우스트가 성업을 이루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으니까요.”
말을 마친 호세 아빌레 셰프가 진지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덧붙였다.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부디 셰프께서 그런 말을 늘어놓을 자격이 충분한 요리사라는 사실을. 미슐랭의 품격을 지니고 있단 것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게는 딱히 보여주실 필요 없더라도, 필상을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보여줘야겠죠.”
“조언 고마워요.”
“만약 해내지 못하신다면 분명 32강을 끝으로 탈락하게 되실 겁니다. 저는 그런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거든요. 애초에 그런 코스를 선보였기 때문에 최연소 미슐랭 스타 셰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겠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덤덤한 투로 덧붙였다.
“이봐요, 호세. 같은 최연소 스타 셰프 타이틀이더라도, 별의 개수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뭐라고요…?”
“아마 이번 경연이 끝날 때쯤이면 제가 머지않아 당신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게 되리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호세 아빌레가 미간을 좁힌 채, 하지만 입꼬리는 살짝 말아 올린 채 필상을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 필상이 제 손가락을 한 번 튕겨 보이고는, 장난기가 가득 서린 투로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럼 내기 하나 할까요?”
“어떤 내기?”
그가 불안한 듯 되묻자, 필상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답했다.
“간단하게, ‘돈’을 걸도록 하죠.”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네요.”
“아뇨. 기부 형태로요.”
“유니세프?”
“아뇨, *푸드뱅크(*Foodbank: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복지 단체)가 좋을 것 같네요.”
“금액은요? 3만 달러?”
“아뇨, 5만 달러 어때요?”
“너무 크지 않습니까?”
“걱정되시나요?”
“저야 질 일 없지만 셰프가 걱정되는군요.”
“저야말로요.”
“그럼 좋습니다.
“콜.”
손가락까지 튕겨가며 답해 보인 호세 아빌레가 “잠깐….”하고 말끝을 흐려 보인 뒤, 필상의 허리춤을 들여다보며 재차 되물었다.
“혹시 그 마이크 켜져 있는 거 아니에요?”
이내 필상이 제 무선마이크를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려보였다.
“허.”
다름 아니라, 전원이 켜져 있었음을 알리는 녹색 불이 점멸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