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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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2 –트로피의 주인 (5)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내의 모든 *이목(*耳目)이 필상 팀의 조리대로 집중되었고 한차례 잔잔한 술렁임이 일었다.
“뭐지? 벨을 세 번 울렸는데? 동시에 세 가지 요리를 완성한 건가?”
“규칙상 문제가 있지 않을까?”
“글쎄? 지켜봐야 알 것 같은데….”
혼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의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 지난번 다빈과 대결할 때 썼던 작전을 왜 안 쓰는 건지 의아했는데, 준비해둔 묘책이 따로 있었네. ] [ 그러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영 셰프도 이런 경연에 특화된 ‘컨벤션 셰프’인 것 같기도 하네. ] [ 어쨌든, 이번 작전 덕분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겠는데? 메인 디쉬 세 개를 연달아 선보이려는 것 같은데…. ] [ 난 반대. 그닥 좋지 못한 작전인 것 같아. 한 번에 세 개의 요리를 선보이면, 뒤쪽에 배치된 요리들이 식거나 잔열 때문에 ‘오버 쿡’(Overcook)될 수도 있잖아? ]그때 심사위원들이 필상의 조리대를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 장내에 침묵이 드리워있기를 잠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심사위원 폴 보티즈 셰프의 목소리가 정적을 걷어냈다.
“영 셰프, 벨을 연달아 세 번 울리셨는데 한 번에 세 개의 요리를 서비스하고 심사받겠다는 뜻입니까?”
이내 사람들이 스크린 화면 위로 송출되고 있는 필상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들 하나같이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올 다음 말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예, 맞습니다.”
필상의 답이 끝맺어지던 찰나, 한차례 “좋습니다.” 하고 말해 보인 폴 보티즈 셰프가 객석을 힐끔 바라보며 덧붙였다.
“예, 알겠습니다. 대회 규정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셰프의 뜻에 따라 세 가지 메뉴를 연달아 심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다시금 장내에 높고 낮은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다름 아니라, 필상 팀의 도전적인 시도가 이번 승부에 어떤 변화를 끼칠 것인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던 탓이었다.
“우선 첫 번째 메뉴를 준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직이 말해 보인 필상이 신호를 주자, 이정준이 *푸아송(*생선을 활용한 메인 디쉬) 메뉴가 담긴 접시를 스테인리스 재질의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
탁-.
이내 심사위원들이 접시 위에 담긴 메뉴를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필상 팀이 준비한 푸아송 메뉴는 ‘농어 스테이크’였다.
우선 원형 접시의 바닥에 붓으로 그려낸 자주색 퓌레가 무심한 듯 섬세하게 ‘휙휙-.’, 세 줄 그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 위로는 노릇하게 구워낸 농어 필렛, 조리 과정에서 공처럼 동그랗게 말린 듯 보이는 새우 한 마리, 색이 고운 숭어 알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또 정체 모를 연노란색 튀김 가루가 전체적으로 흩뿌려진 상태였고 말이다.
“상큼한 체리 퓌레와 구운 새우, 숭어 알과 가지 튀김 조각을 곁들인 농어 스테이크입니다. 촉촉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양면을 야들야들하고 촉촉하게 구워냈습니다. 대신 식감을 살리고자 가지 튀김을 빻아 뿌려냈고요.”
말을 마친 필상이 심사위원들에게 나이프와 포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내 심사위원들이 저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가며 시식 전 1차 평가를 진행했다.
“음, 일단 정석적인 생선 스테이크 조리법은 아니로군요. 보통은 한쪽 면에 전분을 입혀 바삭하게 구워내곤 하니 말입니다.”
“가지 튀김으로 부족한 식감을 보완하려 한 것 같은데, 글쎄요? 먹어보기 전까지는 어떨지 잘 모르겠군요.”
슥, 스슥. 손에 쥔 펜으로 심사용지에 무언가를 적어내린 심사위원들이 하나둘씩 농어 스테이크를 맛보기 시작했다.
심사위원 폴 보티즈 셰프 역시 마찬가지. 농어 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 뒤, 가니쉬로 얹어진 새우, 숭어 알, 튀김 가루를 함께 쌓은 채 입안에 쏙 집어넣었다.
톡.
입천장과 맞닿은 숭어 알이 터지며, 짭조름하고 끈적한 육즙이 흘러내려서는 입안을 눅진하게 적셔주었다.
그다음에는 팬에 한 번, 토치로 다시 한 번 구워내 겉면을 검게 그을려준 새우의 향미(香味)가 입안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농어 살은 이에 짓이겨지기 전에 진눈깨비처럼 기분 좋게 흐드러져서는 으깨졌으며, 그런 와중에 연신 가지 튀김이 함께 씹혔다.
바삭, 바사삭. 여러 가지 식재료의 맛과 향, 또 식감이 마냥 조화롭고 화려하게 어우러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또, 마지막에는 매콤하고 톡 쏘는 향이 확 올라왔다. 곱게 가루를 내 흩뿌려둔 페페론치노 홀이 그제야 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페페론치노 홀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마침표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듯 보였다. 맛의 끝자락에서, 완성된 요리임을 과시하는 듯했으니 말이다.
“가벼운 동시에 자극적인, 이중적인 느낌의 매력 있는 요리로군요.”
말을 마친 폴 보티즈 셰프가 제 심사용지에 무언가를 기재하기 시작하자, 심사위원들이 저들끼리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가지 튀김을 조각내 흩뿌린 게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군요. 전반적인 식감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달착지근한 퓌레와 짭조름한 맛을 지닌 음식재료 간의 조화 역시 훌륭했던 것 같군요.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 들었던 터라 조금 아쉬울 뻔했는데, 말미에 느껴진 강렬한 페페론치노 홀이 그런 부족함을 조금 상쇄시켜줬던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평을 내리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사실 저는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더군요. 분명 딱히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요리였습니다만, 뭐랄까?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 같군요.”
“글쎄요? 필상 팀의 코스만을 놓고 생각했을 때에는, 흐름에 알맞은 적당한 요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말인즉슨, 필상 팀이 선보이고 있는 코스의 기승전결이 피어슨 셰프 팀이 선보이고 있는 코스에 비해 밋밋하다는 뜻이겠지만요.”
그렇게 심사위원들 간의 의견이 분분히 오가던 찰나였다. 필상이 심사위원들의 얼굴을 한 번 천천히 둘러본 뒤 조심스레 물음을 건넸다.
“혹시 다음 메뉴를 준비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접시에 옮겨 담아 둔, 다음 메뉴들이 빠르게 식어가는 와중이었다. 더 이상 대화가 길어지는 상황을 원치 않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시죠.”
심사위원 한 명이 흔쾌히 수락하자 필상이 곧장 로버트에게, 다음 메뉴를 준비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탁-.
이윽고, 로버트가 두 번째 메인 디쉬가 담긴 접시를 조리대 위에 내려두던 순간. 연단 뒤편 스크린을 통해 필상 팀이 선보인 두 번째 메인 디쉬의 외형이 고스란히 송출되기 시작했으며, 그 여파로 장내 곳곳에서 다시금 높고 낮은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와, 저게 뭐야…?”
“강렬한데?”
실시간 스트리밍 채팅창의 반응 역시 흡사했다.
[ 와, 대박인데? *필레 미뇽(*안심)과 푸아그라의 조합은 본 적 있다지만, 저런 폭력적인 조합은 또 처음 보네…. ] [ 그러게. 한눈에 보더라도 상당히 강해 보이는 요리인데? 그래도 일단 겉으로 봤을 때는 꽤 맛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아? ] [ 글쎄? 내 생각에는 취향을 확실히 타는 요리일 것 같네. 애초에 푸아그라라는 식재료 자체가 취향이 갈리니까….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은 심사위원들 역시 마찬가지. 누군가는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을 한 채였고 누군가는 연신 헛웃음을 흘려대는 중이었다.
다름 아니라, 접시 안에 담겨있는 요리의 생김새 탓이었다. 가히 ‘파괴적이다.’라고 표현하기에도 일절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요리가 담겨있던 것이다.
쉽고 간단히 말하자면, 세 가지 요리를 탑처럼 쌓아둔 게 전부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꾸덕한 질감을, 또 강렬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리조또를 원형 틀로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맨 아래 칸에 깔아둔 상태였다.
또, 그 위로는 겉면에 발라둔 갈색 소스 탓에 윤기로 반들거리는 기다란 양념 장어 한 마리를 통째로 올려 두었고 말이다. 심지어 그 위로 노릇하게 구워낸 푸아그라 스테이크 한 덩어리까지 덩그러니 쌓아둔 채였고 말이다.
가니쉬로 가늘게 채 썬 적양파와 새싹채소가 얹어져 있음에도, 또 온갖 야채를 섞어 만든 듯 보이는 걸쭉한 질감의 녹색 퓌레가 잔뜩 끼얹어져 있음에도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는 요리였다.
그렇게 다들 접시 위에 담긴 요리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던 찰나, 필상이 특유의 덤덤한 어투로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화이트 크림소스를 베이스로 만든 리조또 위에, 양념을 발라 직화로 구워낸 장어, 가볍게 밑간을 거친 푸아그라 스테이크를 탑처럼 쌓아봤습니다. 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니쉬로 채 썬 적양파와 새싹채소를 얹었으며, 여섯 종의 야채와 완두콩을 베이스로 삼아 만든 그린 퓌레를 곁들였습니다.”
이내 심사위원들이 저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아가며, 시식 전 1차 평가 내용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장 건네받은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서비스된 두 번째 메인 디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스푼으로 리조또를 떠낸 뒤, 그 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 장어와 푸아그라 스테이크에 퓌레를 듬뿍 묻혀낸 뒤 함께 얹었다.
이내 심사위원들이 곧장 맛을 보지 않고, 스푼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요리를 들여다보고 있자 실시간 스트리밍의 채팅 갱신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 제발 부탁이니까 다들 빨리 먹어! 빨리 먹고 나서 어떤 맛인지 설명해 줘! ] [ 와, 대체 무슨 맛이려나? 일단 그냥 봤을 때는, 상당히 맛있어 보이는데. ] [ 맞아. 사실 그냥 따로 먹어도 맛있는 요리들을 겹겹이 쌓아놓은 거잖아? ] [ 글쎄, 나는 먹기 부담스러워 보이는데. 상당히 기름지고 과한 맛일 것 같아. 차라리 각기 다른 접시에 담겨 나왔더라면 모를까…. ]이윽고, 심사위원들이 차례로 필상 팀의 두 번째 메인 디쉬를 맛보기 시작했다. 입을 크게 벌려서는, 떠낸 요리를 한입에 맛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지금, 상대 팀의 헤드 셰프인 ‘피어슨 테일러’ 셰프 역시 잠시 손을 멈춘 채로 필상 팀의 심사과정을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였다.
“제기랄….”
그가 저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대던 찰나였다. 이내 헤드먼 셰프가 그에게 조심스레 되물었다.
“셰프, 왜 그러십니까?”
“확실히 영리하네요.”
헤드먼 셰프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던 찰나. 피어슨 셰프가 제 어깨를 가볍게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 팀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시도인 것 같군요. 저렇게 기름지고 육중한 요리를 맛본 뒤, 우리 팀의 메인 디쉬를 맛본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죠. 우리가 어떤 요리를 선보여도 오일리(Oily)한 맛만 잔뜩 두드러질 테고,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필상 팀 역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을 순 없을 것 같네요. 벨을 세 번 울렸고 지금이 두 번째 요리인 셈이잖아요? 그 말인즉슨, 다음 요리가 하나 더 남아있다는 뜻인데 지금쯤이면 식어서 미지근해져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피어슨 테일러 셰프가 다시금 필상 팀의 조리대를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금 필상 팀이 선보인 파격적인 요리가 승부에 끼칠 영향을 떠나, 심사위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가 자못 궁금했던 탓이었다.
이윽고.
한참 동안 맛을 음미하던 폴 보티즈 셰프가 제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이고는 재차 말문을 열었다.
“이 요리는 정말이지….”
말끝을 흐려 보인 그가, 돌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덧붙였다.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군요. 맛에, 맛에, 맛을 또 더한 느낌입니다!”
이번 대회 심사를 진행하며 보였던 반응 및 평가 중, 가장 격정적인 어투였다. 이내 필상이 한차례 “감사합니다.” 하고 답해 보인 뒤, 고개를 돌려서는 반대편 조리대에 서 있는 피어슨 셰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던 찰나, 두 사람의 얼굴 위로 명백한 희비가 교차했다.
필상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 반면, 피어슨 테일러 셰프의 낯빛은 거무죽죽할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결승 경연의 승기가 다시금 필상 쪽으로 기울었음을 직감했던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