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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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2 –트로피의 주인 (6)
이내 비록 지금은 심사위원의 신분으로 필상의 조리대 앞을 지키고 서 있으나, 바깥에서는 명망 높은 셰프랄 수 있는 ‘제프 맥토니’의 시식 평이 이어졌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던 것인지 정말 의문이군요. 심사위원 대 참가자가 아닌, 셰프 대 셰프로서 솔직히 말씀드리죠. 제게 동일한 식재료가 주어진다 한들, 저는 이렇게 조리해 낼 자신이 없습니다.”
여타 심사위원들 역시 마찬가지.
“언뜻 보면 맛이 뛰어난 식재료를, 마음 내키는 대로 쌓아둔 듯 보인다지만 글쎄요? 지극히 계산적인 요리였다고 말하고 싶군요.”
“푸아그라가 솜사탕처럼 녹아 사라지는 와중에, 짭조름하고 고소한 양념 장어의 가냘픈 식감이 끼어들더군요. 또 리조또가 품고 있는 짙은 버섯 향미와, 눅진한 질감에 이르기까지. 명문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주를 맛으로 나타내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앞서 서비스된 *푸아송(*생선을 활용한 메인 디쉬)의 역할 역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었는데, 덕분에 반전미를 제대로 느낀 것 같군요. 또 두 셰프의 코스 구성 능력 역시, 절절히 실감할 수 있던 것 같고요.”
극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피어슨 테일러 셰프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대체 어떻게….”
사실 필상 팀이 꽤 박한 평가를 받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던 그였다. 외형이 눈에 띄고, 본연의 맛 자체가 뛰어나고 훌륭한 식재료를 잔뜩 엮어 만든 요리임은 사실이었으나 난잡한 느낌이 잔뜩 들었으니 말이다.
이내 그의 파트너 셰프, 하드먼이 조곤조곤한 투로 재차 말했다.
“셰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컨벤션은 제 전문 분야잖아요? 어차피 다음 메뉴는 차게 식어있을 겁니다. 한데, 이번 대회는 단일 메뉴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코스의 구성 자체를 심사하는 대회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죠.”
“그럼…?”
“장담하죠. 영 셰프 팀은 이번 요리를 통해 얻어낸 가산점을, 다음 요리를 통해 모두 잃게 될 겁니다. 기발한 작전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사막 횡단 도중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낙타를 잡아먹는 수준에 불과한 시도였어요.”
그 말에 피어슨 셰프가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다시금 ‘다음 메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피어슨 셰프의 시선이 다시금 필상 팀의 조리대 쪽으로 향했다. 다름 아니라,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필상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다음 메뉴를 서비스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필상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겨 보이자, 이정준이 다음 디쉬가 담긴 접시를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
플레이팅이 눈에 띄었던 탓일까? 몇몇 심사위원들이 아예 허리를 굽힌 채로 요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접시 밑면에 흰색 조약돌이 한가득 깔린 상태였다. 또 그 위로는 반쯤 녹아내린 얇은 젤리가 막(幕)처럼 깔렸었으며, 다시 그 위로 겉면에 불그스름한 향신료 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항정살 스테이크가 놓여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차게 식기는커녕 스테이크에서 새어 나온 기름이 지글지글 끓어대는 중이었다. 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담긴 고소한 향이 장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허기를 자극하는 듯했고 말이다.
이내 필상이 설명을 바라는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심사위원들을 한 번 쭉 둘러본 뒤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메인 디쉬입니다. ‘*가람 마살라’(*Garam Masala:매운 혼합물이란 뜻을 지닌 인도 향신료)를 비롯한 자극적인 향신료로 마리네이드 한 항정살 스테이크입니다. 밑에 깔린 젤리는 젤리피케이션(*분자 요리 중 젤리화) 기법을 이용해 만든 소스고요.”
말을 마친 필상이 유리 재질 주전자에 담긴 주황빛 소스를 건네주며 덧붙였다.
“함께 서비스해드릴 상그리아(*sangria)를 베이스 삼아 만든 퓌레를 곁들여 드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이내 심사위원 다비 리트가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되물었다.
“정말 놀랍군요. 비밀이 뭡니까?”
“예?”
“스테이크가 식지 않은 비밀이요.”
그 말에 필상이 양손으로 접시의 *림(*외곽) 부분을 살짝 쥐었다가 도로 놓으며, 능글맞은 투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요리 자체를 아주 뜨거운 접시에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접시에 담겨있는 돌은 단순히 플레이팅이 아니라, 보온을 위해 깔아둔 거고요.”
“보온을 위해?”
“오븐에 구운 돌입니다. 아직 뜨거울 테니, 먹기 좋은 크기로 커팅하시는 과정에서 손을 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내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스푼 끄트머리를 잠시 접시 밑면에 깔린 돌에 가져다 댔다가 떼서는, 제 손등에 가볍게 맞대 보였다.
“여전히 후끈하군요. 이렇게 연속으로 세 요리를 선보이면 식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이런 비책을 세워두셨을 줄은….”
그 말에 다른 심사위원 한 명이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되물었다.
“글쎄요? 과연 비책일지는 잘 모르겠군요. 개인적으로는 보기에는 잔뜩 오버 쿡(OverCook:과조리) 되었을 것 같은데….”
이내 몇몇 심사위원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대기 시작했다. 윗면은 적절한 굽기로 익은 듯 보인다지만, 글쎄? 벨을 울린 이후 여태껏 뜨겁게 달군 돌 위에 놓여있었더라면, 돌과 맞닿은 밑면은 새까맣게 타버렸을 가능성이 농후했던 것이다.
그들의 대화가 스피커를 타고 적나라하게 송출되고 있는 지금, 피어슨 셰프가 애꿎은 제 아랫입술을 잘근 씹어댔다.
“허….”
가슴 한편에서 괜한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세차게 식어 있으리란 첫 번째 추측은 빗나간 지 오래다. 고개를 살짝 돌려 살펴보니 호언장담을 늘어놓았던 하드먼 셰프의 얼굴 역시 새파랗게 질려있는 상태였고 말이다.
한데, 그런 와중에 만약 오버 쿡 된 게 아니라면? 만에 영 셰프가 항정살 스테이크를 완벽한 굽기로 익혀냈다면?
정말이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세 접시의 메인 디쉬를 맛본 뒤라면, 그것도 심지어 기름지고 육중하기 그지없는 요리들을 연달아 맛본 뒤라면 그 누구든 디저트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제 곧 완성될 자신들의 메인 디쉬는, 완성도를 떠나 무조건 부담스러운 요리로 전락해버릴 수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피어슨 테일러 셰프가 애꿎은 제 손톱을 깨물어대고 있던 찰나, 연단 뒤편 스크린 위로 시식을 시작한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기 시작했다. 필상 팀이 선보인 항정살 스테이크를 썰어내서는, 하나둘씩 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데, 뭐랄까?
다들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한 채로, 입을 오밀조밀 움직여가며 맛을 음미하는 중이었다. 녹아내린 젤리 형태의 소스를 살짝 묻혀낸 채로 한 입, 그다음에는 그 위로 상그리아 퓌레를 곁들여서 다시 한 입.
그렇게 정적만이 가득하기를 잠시. 심사위원 다비 리트가 미간을 팍 찡그린 채, 손에 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 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필상을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정적이 흘렀다. 관객들과 상대 팀 요리사들은 숨죽인 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올 다음 말을 기다리는 중이었으며, 실시간 스트리밍 채팅창은 다시 한번 한바탕 난리가 난 상태였다.
[ 뭐지? 설마 영 셰프가 정말 오버 쿡 같은 초보적인 실수를 한 건가? ] [ 에이, 그럴 리가…. ] [ 뭔데? 왜 말을 안 하는 건데? ] [ 그런데 솔직히 저런 환경이면 당연히 오버 쿡 될 수밖에 없는 거 아냐? ] [ 맞아. 영 셰프가 무슨 신도 아니고. ]그때였다.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심사위원, 다비 리트가 제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이고는 재차 말문을 열었다.
“영 세프, 자국에서 개최된 컨벤션에서 우승하신 적이 있죠? 주니어 부문으로 출전할 수 있었지만, 시니어 부문으로 출전하셨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승을 거머쥐셨죠? 고작 열여섯 살의 나이로 시니어 부문에 출전하신 뒤, 쟁쟁한 실력의 성인 요리사들 사이에서 당당히 말입니다.”
잠시 멋쩍은 표정을 하고 있던 필상이 괜히 객석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답했다.
“예, 맞습니다.”
이내 장내에 한차례 큰 술렁임이 일었다. 2013 서울시 전국요리대회 같은 경우, 여타 요리 대회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지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커리어였기 때문이다. 하나, 대중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대회의 규모가 아니었다.
영 셰프가 주니어 부문으로 출전할 수 있었음에도, 시니어 부문으로 출전했다는 것. 그리고 우승의 영예까지 거머쥐었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였을 뿐.
그렇게 술렁임이 점차 커지려던 찰나였다. 다비 리트 셰프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재차 물음을 건네왔다.
“자국에서의 컨벤션 우승 이력, 이번 대회에 파트너 셰프로 출전한 다빈과의 대결 영상,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든 모습, 그리고 지금 연달아 선보여주신 세 개의 메인 메뉴까지.”
말을 마친 다비 리트가 장내를 한 번 둘러본 뒤 덧붙였다.
“모든 사실들이 당신이 ‘컨벤션’(Convention)에 최적화된 셰프란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군요.”
“예?”
“정말 대단한 작전입니다. 만약 제가. 아니, 본 심사위원진이 자제력을 잃고 서비스해주신 요리를 모두 맛보았더라면, 피어슨&하드먼 셰프 팀은 자연스레 패배했을 겁니다. 기름진 요리를 연속으로 맛본 탓에, 그들 팀의 메인 디쉬를 맛보는 게 부담스럽다 못해 고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이내 필상이 제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능청스러운 투로 답했다.
“글쎄요? 작전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거든요.”
“영악하기도 하셔라. 애초에 그럴 의도로 육중하기 그지없는 메인 디쉬를 연달아 선보이신 것 아닙니까? 꾸덕한 리조또에, 자극적인 양념 장어, 기름진 푸아그라를 엮어 만든 메인 디쉬를 선보이시더니 메인 디쉬로는 좀처럼 쓰이는 법이 없는 항정살 스테이크까지 선보이셨죠.”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네요. 저는 그저 결승전에서만큼은, 틀에 박힌 필레 미뇽 요리를 선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음식은 입에 맞으셨습니까?”
“입에 맞았냐고요? 물론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접시에 남아있는 스테이크를 모두 먹어치워 버리고 싶지만 참고 있는 겁니다.”
그 말에 피어슨 테일러 셰프가 한차례 헛웃음을 흘려 보였다.
‘작전에서 밀렸군.’
이쯤 되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또다시 대회의 룰이 지닌 허점을 파고들어서는, 세 개의 요리를 연달아 선보이더니 상대 팀의 요리가 빛을 발하지 못하게끔 상황을 설계하고 식재료를 선별해냈다.
다비 리트의 반응으로 미루어보건대, 작전의 일부로 쓰인 메인 디쉬들의 맛 역시 훌륭한 듯 보일 따름이었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한 가지 꼽아보자면, 심사위원 다비 리트가 눈치를 챈 덕에 영 셰프의 작전이 무마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미 상황이 불리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돌이킬 수 있겠어….’
한편, 타 심사위원들은 그제야 다비 리트를 따라 손에 움켜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이 기름으로 반들반들해진 입술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말이다.
연달아 말문을 연 것은, 맛을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버 쿡을 염려했던 심사위원이었다. 그가 멋쩍은 듯, “큼, 흠.” 하고 헛기침을 해 보인 뒤 엷게 떨리는 투로 말을 이었다.
“오버 쿡은커녕 정말 완벽하게 조리하셨더군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합니다. 꾸덕한 지방질의 쫀득한 식감, 담백한 살코기 부분의 조화가 놀라울 지경이에요. 자극적인 가람 마살라와 젤리피케이션 기법으로 응고시킨 짭조름한 소스, 거기에 상큼한 상그리아 퓌레까지. 정말 완벽히 어우러지더군요. 특히 상그리아 퓌레는….”
잠시 말끝을 흐려 보였던 그가, 자신이 비운 접시를 들여다보며 덧붙였다.
“정말 대단했어요. 항정살 특유의 잡내와 지나치게 기름진 맛을 완벽히 잡고 중화시켜주는 막대한 임무를 해냈죠.”
“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 아닐 겁니다. 아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영 셰프, 그나저나.”
“네, 말씀하시죠.”
“대체 어떻게 굽기 정도를 맞춰내신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문이 풀리지를 않는군요. 오버 쿡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던 것 같은데….”
이내 필상이 멋쩍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고, 질문을 건넨 심사위원은 그 미소 속에 담긴 완곡한 거절의 뜻을 이해한 듯 더는 캐묻지 않았다.
사실 비밀은 간단했다.
윗면은 크리스피한 식감이 연출될 수 있도록, 가람 마살라를 베이스로 한 양념을 발라 타기 직전까지 바싹 익혀주었고 반대 면은 미리 계산한 시간에 맞춰 ‘*하프 쿡’(*Half Cooked) 상태로 맞춰둔 게 전부였으니까.
단, 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반영된 조리법이랄 수 있었다. 하프 쿡 상태로 익혀낸 항정살 필렛이 완벽한 굽기 정도를 지닐 수 있는 온도와 시간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니 말이다.
썩 대단한 비밀도 아닌 데다가, 밝힌다 해도 아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지만 절대 발설할 생각은 없었다. 대다수의 비밀들은 비로소 비밀일 때에, 더 많은 관심과 이목을 잡아끌 수 있단 사실을 지극히 잘 알고 있던 탓이었다.
*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결승전 역시 물 흐르듯 유려하게 진행되었다. 띵, 띵. 양 팀 조리대에서 시작된 벨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접전, 그 자체였다. 메인 디쉬가 전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어슨&하드먼 셰프 팀의 총점이 한참을 앞섰으나, 지금은 엎치락뒤치락 비슷한 점수를 유지하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먼저 코스를 끝낸 것은 피어슨 셰프가 이끄는 팀이었다. 피어슨 팀이 조리를 마치기 무섭게 필상 팀의 마지막 디저트 메뉴가 심사대 위에 올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진득하고 달콤해 보이는 초콜릿 타르트였다.
“오늘 맛본 디저트들 말인데, 여태껏 맛본 필상 팀의 디저트 중 단연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군요. 고작 며칠 남짓한 시간 만에 이토록 발전할 수 있던 비결이 뭡니까?”
시식을 마친 심사위원 한 명이 나직이 건네 온 물음이었다. 오늘 필상 팀이 선보인 세 종류의 디저트 메뉴는 모두 로버트가 조리를 담당한 상황이었는데, 모든 메뉴가 호평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내 짙은 상념에 젖어 들어 있던 로버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질문을 건넨 심사위원을 바라보며 답했다.
“사랑, 그것은 제게 있어 가장 큰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휙 돌려서는, 객석 중앙부에 앉아있는 에이미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이 말을 꼭 덧붙이고 싶군요. 생존이라는 건 단순히 혈액의 순환과 심장 박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말입니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대답 탓에 장내의 분위기가 사뭇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으나, 오직 단 한 사람. 에이미의 반응만큼은 사뭇 달랐다.
한차례 “맙소사….” 하고 중얼거려 보이고는, 제 입을 꽉 틀어막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당장에라도 로버트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던 탓이었다.
그렇게, 대망의 결승전이 마무리됐고….
– 그럼 곧장 이번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의 우승 트로피와 3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게 될, 우승 팀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상식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