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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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3 – 미슐랭을 위하여 (6)
새벽 두 시를 넘겼는데도 파티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필상과 카넬 장루이의 대화가 끝맺어진 것은, 혼자서 서너 병가량의 꼬냑을 비워낸 카넬 장루이가 제 수행비서의 도움을 받아 라운지 바를 빠져나간 뒤의 일이었다.
이내 필상이 멜리를 호출했고, 바 테이블 앞에 기대어 선 채로 카넬 장루이와의 협상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맙소사, 그럼 선 계약금으로 200만 달러를 따낸 거네요? 더군다나 조건부로 황금 상권에 두 번째 파인다이닝을 입점하게 될 수도 있게 된 거고요?”
“바로 그거죠.”
“필상이 협상의 귀재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그나저나 대체 무슨 수로 카넬 장루이를 구워삶은 거예요?”
그 말에 필상이 제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덧붙였다.
“흠, 글쎄요?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내일 오전 중에 사 측으로 연락이 갈 거예요.”
“뒷일은 제게 맡겨주시면 될 것 같네요.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조건 조율을 마친 뒤, 건물 매입 방안까지 함께 정리해서 보고 올리도록 할게요.”
말을 마친 필상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조엘 르뷔숑 셰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평론가 로맹 가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기분이 오묘했다. 전생에 그토록 존경했던 인물에게, 열등감의 대상이 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으니까. 그때, 멜리가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가며 큰 목소리로 물었다.
“필상, 조건 조율도 무사히 끝났는데 왜 그렇게 표정이 우중충하신 거예요? 건배 한 번 할까요?”
“그래요.”
이내 필상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제 잔과 멜리의 잔을 가볍게 부딪혔다. 그리고는 샴페인을 한 입 홀짝인 뒤, 장내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자리가 끝맺어질 기미가 보이는 듯했다.
취기를 이기지 못한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들이 더러 엿보였다. 또, 이미 진즉 자리를 뜬 이들 탓에 생겨난 공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말이다. 그때였다. 필상의 옆구리를 제 팔꿈치로 가볍게 ‘콕.’ 찔러 보인 멜리가, 손에 쥔 잔을 가볍게 흔들며 말문을 열었다.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뭔데요?”
“아르망디 샴페인이에요.”
그 말에 잠시 미간을 찡그린 채, 멜리의 손에 들린 잔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샴페인 음료만 홀짝였던 터라, 거북한 포만감에 휩싸여 있던 상태였다. 잠시 망설이는 척하던 필상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잔을 받아들었다.
“뭐, 한 잔 정도야.”
쨍, 다시금 두 사람의 잔이 부딪혔고 연달아 필상의 목젖이 일렁여대기 시작했다. 사무치도록 달콤한 맛이었다. 마치 사막 횡단 도중 조우한 오아시스의 물맛이라도 되는 양.
*
한편, 그런 지금. 이정준은 라운지 바와 연결되는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선 채로, 뉴욕시의 야경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다름 아니라, 필상이 파우스트의 수 셰프인 자신과 브래들리를 불러놓고 꺼낸 이야기 탓에 머릿속이 마냥 복잡했던 탓이었다.
과연 필상이 자리를 비웠을 때, 자신들이 그 공석을 메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홀 매니저 베니야 어떨지 모른다지만, 자신과 브래들리는 자신이 없었다. 그간 주방 내의 모든 대소사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의견은 모두 필상의 몫이었으니까.
아무리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조언을 듣는다고 한들, 과연 자신들이 그 빈자리를 메꿀 자신이 없던 것이다.
“하아-.”
이정준의 입술 틈새를 비집고 새어나온 한숨이 무겁게 떨어지던 찰나였다. 등 뒤에서 굵직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쁘띠,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이내 이정준이 고개를 슬쩍 돌려서는, 제 등 뒤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로버트였다. 우람한 체구를 더욱 돋보이게끔 만들어주는 와이셔츠를 차려입은 채, 능글맞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비록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내내 로버트의 짓궂은 농담과 걸쭉한 입담 탓에 티격태격해 왔다지만, 그는 이미 이정준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이들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잠시 그런 로버트를 들여다보고 있던 이정준이 코를 한 번 찡긋거려 보이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자신이 없어서요.”
“자신? 어떤?”
“셰프께서 떠나신대요.”
이내 로버트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아아, 그 이야기라면 셰프 다빈께 언뜻 들었지. 어차피 금세 돌아오실 거야. 더욱 견고해지신 채로.”
“맞아요. 그런데 과연 저희가 파우스트의 주방을 잘 지키고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저와 브래들리가요.”
무표정한 얼굴로 이정준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로버트가 끝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의 곁에 나란히 선 채 내려다보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쁘띠, 어렸을 적의 나는 인스턴트 리조또도 제대로 못 데웠어. 요리와는 아예 관련이 없는 소년이었지.”
“그런데 어떻게 장 조니의 차기 수 셰프직까지 오르셨네요?”
“그래, 맞아. 동생 덕분이지. 내가 지금부터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줄 테니,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좋겠군.”
그 말에 이정준이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래요.” 하고 답해 보였다. 이내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나는 피트니스 스타, 그러니까 유명한 보디빌딩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 ‘*미스터 올림피아’(*Mr. Olympia: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보디빌딩 대회)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상상을 하며 살았지. 근육이 우람해지는 상상을 하며,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영양분을 섭취했어. 원활한 단백질 공급을 위해 새벽 세 시에 자다 깨서 닭가슴살이나 소 우둔살을 먹은 뒤 다시 잘 정도였지.”
“뭔가 잘 어울리는데요?”
“맞아.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어. 17살 때 내가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을 접수했지. 소위 말하는 ‘*3대 운동’(*데드리프트, 스쿼트, 벤치프레스) 최고 중량 기록을 세웠거든. 그 기록은 내가 운동을 그만두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고. 그런 내가 왜 주방에 들어오게 됐는지 알고 있나?”
“아뇨, 어쩌다가 주방에 발을 들이게 되신 거예요?”
“앞서 말했던 대로 동생 때문이었어. 동생은 훌륭한 요리사였어. 매일 내 식단을 챙겨줬지. 남자다움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녀석을 정말 좋아했어. 닭가슴살이나 지방질이 거의 없는 소고기를 활용한, 하지만 기름을 전혀 쓰지 않는 레시피를 100여 개나 만들었지. 오직 나를 위해서 말이야.”
“대단한 정성인데요?”
“그래, 맞아. 녀석은 최고의 코치였어. 덕분에 내 근육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졌어. 주니어 보디빌딩 트로피도 몇 개나 따냈지. 하지만 녀석은 내 곁을 떠났어. 하루아침에 말이야.”
말을 마친 로버트가 고개를 슬쩍 돌려서는, 이정준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던 이정준이 저도 모르게 “아.” 하고 탄식을 흘려 보였다.
다름 아니라, 그런 로버트의 두 눈 위로 물기가 가득 서려 있는 것은 물론이고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던 탓이었다. 이내 로버트가 여태껏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세차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날, 녀석은 나한테 용돈을 받아서 나갔어. 아보카도 무스와 닭가슴살을 활용한 끝내주는 요리를 만들었다며, 내일은 정말 행복한 식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뒤 집을 나섰어.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지.”
“그랬군요.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정말 괴로워했어. 무너졌지. 그런 아픔은 생에 처음이었거든. 장장 일 년 동안 술에 절어 살았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었지. 그런 와중에 문득 녀석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가더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당시의 내 모습이야말로 전혀 남자답지 못했으니까.”
“그래서요?”
“그때 처음으로 칼과 팬을 쥔 채로, 불 앞에 섰어.”
말을 마친 로버트가 “그다음부터, 나는.” 하고 말해 보인 뒤, 제 눈에 맺힌 눈물을 도로 집어넣으려는 듯 고개를 치켜든 채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생이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겠다는 일념하에 살았어. 집 근처에 위치한 삼류 레스토랑의 주방에 취직했지. 성질을 죽인 채, 묵묵히 쿡 헬퍼로서의 의무를 다했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연구했어. 그런 와중에 매일 네 시간씩 운동했어. 동생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핑계로, 내 꿈으로부터 아예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덕분에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피트니스 대회 트로피를 몇 개나 따낼 수 있었고.”
“그게 가능해요···?”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동생을 생각하며 버텼어. 근육이 찢어질 때 느껴지는 통증이 고통스러웠지만, 거대한 트럭에 치이고 압사당한 동생이 느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 그렇게 생각하니 피로든, 분노든, 고통이든, 모두 참을 수 있더군. 그렇게 몇 년을 죽은 듯 살다 보니 동생의 꿈을 대신 이루는 데 성공했지.”
“동생분의 꿈이 뭐였는데요?”
“파인다이닝 ‘장 조니’에서 라인 쿡으로 근무하는 게 동생의 꿈이었어. 소박하지? 동생의 대학 입학 선물로 아버지께서 준비한 선물이 장 조니에서의 외식이었거든. 미식하곤 거리가 멀던 당시의 나는 몰랐지만, 아주 견고하고 훌륭한 코스 요리였지. 물론, 그날 이후로 동생은 장 조니의 주방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었고.”
“로버트, 정말 멋져요. 진심이에요.”
“그래, 맞아. 정말 멋진 일이었어. 때가 됐다고 생각한 뒤, 장 조니에 이력서를 넣었지. 면접을 봤고, 면접이 끝나기 직전에 *전(*前) 셰프께서 말씀하셨지. 로버트, 내일부터 출근하게. 그날 깨달았어. 처음 주방에 발을 들인 건 동생 때문이었지만, 이제 더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요리와 사랑에 빠져있더군. 지금은 행복해. 앞으로도 매일이 행복할 거야. 오직 다빈밖에 모르는 이야기야. 다빈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는 이야기지. 그런데 이 이야기를 굳이 자네에게 늘어놓은 이유는···.”
잠시 말끝을 흐려 보인 로버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마냥 밝은 표정이었다.
“동생을 잃은 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생각이 뭔지 아나? 부끄럽지만 그 당시의 나는 매일같이, ‘만약 그날 동생이 나가지 않았더라면, 동생에게 내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네.”
“로버트의 잘못이 아니에요.”
“알아. 하지만 그 허튼 고민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네. 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아주 간단한 사실일지도 몰라. 우리가 당연히 올 거라고 믿고 있는 내일은, 사실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그 말에 이정준이 로버트의 의도를 깨달은 듯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쁘띠, 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몰라. 입고 싶은 옷이 있으면 오늘 입게.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고, 맛없는 음식은 남겨. 일단 접시에 가득 담고, 남기게 되거든 버리면 그만이야. 가끔은 감정이나 욕망에 이끌려서 미친 사람처럼 굴어도 돼. 실수하면? 만회하면 그만이야.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내일에 짓눌리거나 두려워하지 마.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오늘을 허비하지 말라고.”
다소 격양된 투로 말해 보인 로버트가, 이정준의 양어깨를 붙잡은 채 낮고 진중한 어투로 재차 덧붙였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순간에 충실하며 살아.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더라도, 내일 당장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일말의 후회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어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로버트가 웃음기 서린 투로 되물었다.
“오늘은 행복했나?”
“네, 엄청.”
“그럼 됐어.”
“고마워요.”
“별말씀을.”
말을 마친 로버트가 이정준의 어깨를 거칠게 다독여준 뒤 덧붙였다.
“넌 잘할 거야. 뭐든 해낼 수 있어.”
“동감하는 바예요.”
“그럼 가슴 한번 부딪힐까?”
“음, 이건 정중히 사양하죠.”
이정준이 손사래까지 쳐가며 꺼낸 말에, 로버트가 멋쩍은 얼굴을 한 채로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덧붙였다.
“이제 파티가 끝나가는 것 같군.”
“그렇네요.”
“슬슬 들어가지.”
“좋아요.”
“혹시 언젠가 마음이 바뀌고 가슴을 부딪히고 싶어진다면···.”
“감히 장담하는데, 그럴 일 없을 거예요.”
*
그로부터 며칠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루, 하루, 또 하루···.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우승자인 필상과 다빈의 주가는 날이 다르게 격상하는 듯했다.
TV쇼 섭외 제의와 매거진 인터뷰, 심지어는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직 제의까지 들어왔다. 모두가 필상이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그럴싸한 말을 늘어놓거나 으스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하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반면, 필상은 모든 섭외를 거절로 일관할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있던 탓이었다.
필상은 예정대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순서에 맞게 하나둘씩 정리했다. 카넬 장루이와의 계약을 무사히 성사시켰으며,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파우스트의 모든 결정권과 운영권을 위임했다.
처음에는 필상이 자리를 비우는 데 격렬히 반대했던 빅토르 위고였으나, 결국 필상에게 설득당해 뜻을 굽혔다. 내년에는 기필코 파우스트를 미슐랭 쓰리 스타 파인다이닝으로 만들고야 말겠노라는 필상의 호언장담 탓이었다.
부모님께 선물해드릴 건물 구매 관련 업무는 빌리 반 측에 위임했다. 사 측 경영지원팀 직원이 최적의 조건으로 처리해 줄 터였다.
그리고 지금.
필상은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앞으로 불과 몇 시간 뒤면,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르게 될 터였다. 사락, 필상이 한껏 집중한 채로 읽고 있던 요리 관련 매거진을 한 장 넘겼다.
좌측 페이지 상단부에 ‘요리계의 교황, 폴 보티즈 셰프 은퇴 선언.’이라는 헤드라인이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는 상태였다.
놀랍게도, 폴 보티즈 셰프는 건강을 핑계 삼아 은퇴를 선언했다. 심혈을 기울여 자신을 지도해주겠다는 의지가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필상이 그렇게 칼럼을 천천히 정독하고 있던 찰나였다. 묵묵히 곁을 지키고 앉아있던 멜리가 나직이 말을 꺼냈다.
“앞으로 몇 달은 못 보겠네요?”
“아마 그렇겠죠.”
“보고 싶을 거예요.”
“달콤한 립서비스네요.”
“진심이에요.”
“저도 그래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 필상이 손에 쥐고 있던 매거진을 덮어서는, 제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 채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마 질리도록 자주 통화하게 될걸요?”
“그야 그렇지만···.”
멜리가 무어라 말을 이어나가려던 찰나였다. 공항 곳곳의 스피커를 통해, 필상이 탑승해야 할 비행기의 탑승 수속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필상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멜리가 뒤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이별은 역시 덤덤해야 멋있죠?”
“그렇죠.”
“조심히 다녀오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 보인 필상이 조리복과 여벌 옷, 또 나이프 키트가 전부인 캐리어를 끌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미슐랭을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수개월이란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