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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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4 – 재회 (2)
이정준이 나직이 되뇐 말에, 멜리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네? 방금 뭐라고···?”
“아뇨. 아닙니다.”
대강 얼버무리듯 답해 보인 이정준이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려가며 장내의 분위기를 유심히 살펴대기 시작했다. 다들 나쁘지 않은 표정을 한 채로, 서비스된 메뉴를 맛보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였다.
음식을 맛보기 전에, 테이블 위에 놓인 갈라 디너에 대한 설명이 담긴 팸플릿을 읽고 있는 이들도 수두룩했고 말이다. 이내 이정준 역시 팸플릿을 집어 들어서는,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캐비어를 테마로 한 퀴진?’
이번 갈라 디너의 메인 콘셉트가 ‘캐비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정준이 곧장 접시 안에 담긴 메뉴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접시 안에 담긴 메뉴는 ‘연어 무스 캐비어로’, 바삭하게 구워낸 러스크(*수분이 적은 바삭한 식감의 과자) 위에, 걸쭉한 질감의 연어 무스와 캐비어를 함께 얹어 먹는 요리랄 수 있었다.
흔한 메뉴까지는 아니라지만,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애피타이저 메뉴다. 한데, 뭐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접시 위에서 필상 특유의 ‘*피네스’(*정교한 솜씨)가 느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내 그가 접시 위에 담긴 요리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새하얀 접시의 중앙부에 스쿱으로 떠낸 듯 보이는 둥그스름한 형태의 연어 무스가 놓여있었다. 또, 그 위로는 한 눈에 보더라도 품질이 상당히 뛰어나 보이는 캐비어가 가지런히 끼얹어진 상태였고 말이다.
접시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는 연어 무스를 중심으로 대여섯 조각가량의 러스크가 부채꼴로 놓여있었으며, 남은 공간은 샐러드가 메우고 있었다.
‘플레이팅 때문인가?’
접시 안에 담긴 요리의 플레이팅 방식은, 자신의 셰프. 필상의 플레이팅과 아주 흡사한 느낌이었다.
접시의 *림(*외곽) 부분에 시나몬 가루를 흩뿌리는 것으로 여백을 강조해준 것도 그렇고, 가급적 애피타이저 메뉴와 샐러드를 함께 서비스하려는 의도가 여실히 느껴진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랬다.
하나, 이 정도로 확신을 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연 필상뿐 아니라, 프랑스풍을 고수하는 셰프들 중 태반이 이와 같은 방식의 플레이팅을 즐겨 사용하곤 했으니 말이다.
이내 한차례 제 아랫입술을 핥아 보인 이정준이 러스크를 한 조각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 위로 걸쭉한 연어 무스를 발라내고, 소량의 캐비어, 접시 밑면에 무심하게 흩뿌려진 케이퍼를 함께 올려서는 맛을 보기 시작했다.
바삭-.
바삭한 러스크가 잘게 으깨지는 소리가 입안에 크게 울렸다.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기분 좋은 소음이었다. 사실 러스크는 마냥 평범했다. 보편적인 맛. 바삭하고, 텁텁하지만, 식감이 재미있었다.
반면 러스크의 바삭한 식감은, 눅진한 연어 무스의 질감과 완벽히 어우러지며 빛을 발했다. 귀리일까? 까슬까슬한 입자가 느껴졌으나, 보드라운 연어 무스와 어우러지며 장점으로 승화되었으니 말이다.
연어 무스는 완벽했다. 가장 강력한 적이랄 수 있는 비린 맛 역시 완벽하게 잡아낸 상태였으며, 그 특유의 향에 집중하고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숨을 들이쉬니 비린내는 일절 느껴지지 않고 허브 몇 종의 향이 은은히 넘실대며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톡, 톡, 토독. 캐비어가 터지며 오묘한 맛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짭조름하고 육중하며 기름진 맛이다. 더 집중하니, 바다를 절여놓은 맛이 느껴졌다. 거기서 더 나아가니, 생선 한 마리를 마이크로 단위로 압축시켜 놓은 것만 같은 맛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아마 오세트라, 혹은 세브루가 품종의 철갑상어 알임이 분명했다. 그것도 양식이 아닌, 자연산. 미국 최고의 셰프들이 모인 갈라 디너의 식재료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품질의 캐비어였다.
그래서, 총점은···.
“완벽하네요.”
이정준의 말에 베니가 고개를 끄덕여가며 답했다.
“파우스트에서 취급 중인 캐비어와는 아예 다른 느낌인데요? 러스크와 연어 무스가 연필로 잘 그려낸 밑그림이라면, 캐비어가 그 위에 칠해진 알록달록한 유화 물감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그녀 역시 캐비어의 품질에 완벽히 매료된 상태였다. 이내 이정준이 여타 셰프들의 반응을 살펴대기 시작했다.
다들 환한 얼굴을 한 채, 애피타이저 메뉴로 서비스된 ‘연어 무스 캐비어’에 대한 평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이내 이정준 역시 빈 접시를 들여다보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필상의 요리일까?
아닐 것이다.
필상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라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필상의 요리보다 족히 몇 단계는 더 높은 느낌이 드는 견고한 요리였으니까.
물론, 필상의 애피타이저 메뉴 역시 촘촘하고 오밀조밀한 느낌이 들기 일쑤였다. 하나, 방금 자신이 맛본 요리는 뭐랄까?
필상의 요리보다 훨씬 더 정돈되고 엄숙한 느낌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또 오랜 연구의 흔적이 묻어나는 요리라고 해야 할까?
더군다나 한 가지 재료를 테마로 삼아 요리를 선보이는 등의 계획 자체가, 필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기도 했고 말이다.
또한, 만약 필상이 정말 이번 행사의 갈라 디너를 총괄하는 헤드 셰프로 위임되었더라면, 멜리가 그 사실을 모를 턱이 없었다.
문득 ‘멜리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터라, 멜리의 얼굴을 한번 살펴보았다.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절대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숨기고 있지 않다.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듯 보였으나, 그녀 역시 불안감이 가득 서린 눈으로 좌∙우를 살펴대느라 여념이 없는 중이었으니까.
‘대체 어디 계신 거지···.’
이정준이 한껏 음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찰나였다.
“쁘띠, 간만이네.”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이정준이 고개를 휙 돌려서는 제 등 뒤편에 선 채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대고 있는 사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일전에 2014 베스트 듀오 셰프 챔피언십에서 맞붙었던 바 있는, 분자요리에 정통한 셰프 ‘갈라예프’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상태였다. 이내 그가 빈 의자 한 개를 꿰차고 앉으며 재차 말을 건네왔다.
“영 셰프 소식은 들었어. 아트 컬리넬리 매거진을 통해서 말이야. 듣자 하니, 대회가 끝난 직후 폴 보티즈 셰프의 휘하에서 요리를 배웠다면서?”
“아, 그게···.”
“정말 충격적이더군. 그 사이, 분명 몇 배는 더 발전했겠지. 사실 내심 조금 섭섭하기도 했어. 나는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 소식을 매거진을 통해 들어야 했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영 셰프는 어디 간 거야? 화장실? 아니면, 장내를 돌아다니는 중인가? 안 보이는 것 같던데.”
양손을 정신 사납게 움직여가며 말을 이어나가던 그가,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고개를 두리번거려댔다. 아무래도 필상을 찾고 있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그런 갈라예프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이정준이, 제 어깨를 한 번 가볍게 들썩여 보이고는 나직이 답했다.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요.”
“뭐?”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정말로?”
이정준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자, 이내 갈라예프 셰프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손끝으로 연단을 가리켜가며 정신없이 질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미 첫 번째 부문 수상자 발표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대체 왜? 늦잠이라도 잔 거야? 아니면? 협회와 불화라도 있던 건가? 보이콧, 그러니까 수상 거부라도 하려는 거야?”
“아뇨, 분명 시상식에 참석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건 아닌지···.”
그 말에 갈라예프 셰프가 제 휴대폰을 꺼내 들어서는, 필상의 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정준이었으나, 딱히 만류의 말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이내 갈라예프 셰프가 제 얼굴을 세수하듯 한 번 쓸어내리고는 되물었다.
“좋아.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아직 한두 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을 거야. 이제 고작 첫 번째 부문 수상이 진행 중인데, 영 셰프가 수상 후보로 발탁된 ‘라이징 셰프 어워즈’는 뒤에서 두 번째거든.”
“그런가요? 그럼 다행인데···.”
그때, 장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던 서버 한 명이 다가와서는 빈 접시를 회수하고 두 번째 메뉴를 서비스해주었다.
두 번째 메뉴 역시 캐비어를 활용한 메뉴였다. 이내 서빙을 마친 서버가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파로(Farro:통보리의 일종)를 주재료 삼아 만든 링귀네와 시칠리아 유기농 올리브 오일, 데친 바닷가재 찹, 그 위에 캐비어를 듬뿍 얹은 캐비어 파스타입니다.”
이내 갈라예프 셰프가 입맛을 한 번 다셔 보이고는, 포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영 셰프는 무사히 도착할 거야. 걱정하지 말고 갈라 디너를 즐기며 기다려보자고.”
그 말에 이정준 역시 포크를 집어 들었다.
“쁘띠, 그나저나 이번 갈라 디너의 헤드 셰프가 누군지 알아?”
“아뇨, 갈라예프는요?”
“나도 몰라. 혹시 알고 있나 해서 물어본 거거든.”
말을 마친 갈라예프가 파로로 만든 면을 돌돌 감아서는, 바닷가재 챱, 캐비어와 함께 입에 쏙 집어넣었다. 그 순간, 그가 콧김을 길게 뿜어 보이고는 격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짤막한 몇 마디 말을 중얼거려 보였다.
“What the···.”
“왜요?”
“완벽하잖아?”
그 말에 이정준 역시 곧장 파스타의 맛을 보았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이었다. 파로를 활용해 만든 곡물 링귀네는 뚝뚝 끊어졌으나, 거친 입자와 투박한 식감이 한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따름이었다.
바닷가재를 잘게 다져 만들어냈을 ‘찹’은 짭조름한 육즙과 머금고 있는 바다 냄새를 과시하듯 뿜어댔으며, 진득하게 염장된 최상 품질의 캐비어는 조화로운 느낌과 각 식재료들의 장점을 몇 배나 배가시켜주었다.
이내 갈라예프 셰프가 고개를 내저어 대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확실히 캐비어를 완벽하게 활용할 줄 아는 셰프인 것 같군. 캐비어 알갱이의 농밀함을 강조해 줄 ‘서브 캐릭터’ 느낌의 식재료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잖아?”
“그런 것 같네요.”
“대체 누구지?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군. 캐비어를 활용한 퀴진을 선보이는 셰프가 누가 있더라? 보리스? 스테파노?”
그렇게 차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코스가 차례로 전개되었으며 또 시상식 역시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첫 순서였던 ‘베스트 아뮤즈부쉬 어워즈’ 부문 수상이 끝나자, 다음 순서인 ‘베스트 디저트 어워즈’ 부문 수상 진행되었으며, 그다음에는 ‘다이나믹 레시피 어워즈’ 부문 수상이 진행되었다.
코스 역시 점점 막바지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애피타이저로 서비스되었던 연어 무스 캐비어를 시작으로, 캐비어 파스타, 얇은 팬 케이크인 블리니 위에 각종 야채와 캐비어를 곁들인 블리니 롤 캐비어 등···.
그렇게 코스가 전개되면 전개될수록, 장내에 자리한 셰프들은 연단에 관심을 주지 않기 시작했다. 다들 수상이 진행 중인 부문의 수상자가 아니라, 갈라 디너를 지휘하고 있는 의문의 헤드 셰프에 대해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허, 대체 누굴까요? 호텔 파인다이닝 로코비에서 캐비어 퀴진을 진행 중인 스테파노 셰프는 아닐까요?”
“아마 절대 아닐 겁니다. 그는 이번 시상식의 어떤 부문에도 수상 후보로 등재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 브루클린의 셰프 보리스? 그의 파인다이닝에도 캐비어 스페셜 코스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번 행사의 갈라 디너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급이 되는 셰프는 아닌 것 같군요.”
의견이 분분하던 그때, 어느덧 일곱 개 부문의 시상이 끝나고 라이징 셰프 어워즈 부문 수상 발표가 시작되려는 듯 보였다.
그런 지금, 필상 몫으로 배정된 테이블을 지키고 앉은 세 사람은 아연실색한 얼굴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모두 지났음에도, 필상이 장내에 나타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비록 수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지만, 이번 라이징 셰프 어워즈는 필상의 차지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한데, 이대로라면 자연스레 수상이 취소될 터였고 말이다.
다들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찰나, 대망의 메인 디쉬가 서비스되었다. 코스의 특성 탓일까? 놀랍게도 어류나 육류를 일절 활용하지 않은 메뉴였다.
“메인 디쉬입니다. 셰프께서는 모짜렐라 치즈를 베이스 삼아 만든 바삭한 칩 위로, 부드러운 크림소스, 휩 시폰을 이용해 만든 거품 소스, 또 캐비어를 활용하여 네 가지 맛과 더불어 네 가지 식감을 동시에 담아냈습니다.”
메인 디쉬가 서비스되기 시작하자, 장내가 한껏 소란스러워졌다. 이내 연단에 선 진행자가 나직이 말을 이었다.
– 음, 아무래도 거의 모든 귀빈 여러분께서 시상식 자체에 집중하고 계시지 못한 것 같으니 2014 라이징 셰프 어워즈 부문 수상 발표는 잠시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메인 디쉬를 음미하실 수 있도록 딱 2분간 지연하도록 하죠.
그 말에 장내를 지키고 앉아있던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양, 동시에 방금 막 서비스된 메인 디쉬를 맛보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반응이 속출했다. 몸을 부르르 떨어대거나,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지르거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등···.
그때 진행자가 재차 말문을 열었다.
– 이번 ‘JFB 어워즈’의 갈라 디너를 총괄적으로 지휘하신 셰프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그 의문을 해결해드릴 차례가 된 것 같군요.
잠시 뜸을 들여 보인 그가 손에 쥔 큐 시트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이번 시상식의 갈라 디너를 진행해주신 셰프분께서는, ‘2014 라이징 셰프 어워즈’의 트로피와 상패를 거머쥐게 될 영광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소개하겠습니다.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장내의 모든 조명이 암전되더니, 강렬한 롱핀 조명 한 줄기가 연회장의 출입문 쪽을 비추기 시작했다. 또 장내에 자리해 있던 모든 이들이, 숨조차 쉬지 않아 가며 출입문을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했고 말이다.
이윽고.
철컥-.
문이 열렸고.
– 2014 라이징 셰프 어워즈의 주인이자, 이번 시상식의 갈라 디너를 총괄 지휘해주신 셰프입니다!
필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톰 포드사의 양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은 채로, 머리는 말끔하게 넘겨 올린 채로, 저벅저벅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는 연회장을 가로질러 연단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충격 탓일까?
장내에는 침묵만이 맴돌았다. 마냥 고요한 와중에,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고 있는 필상의 구두 굽 소리가 그 정적을 깨 보일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