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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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6 – 획득 가능, 불가능 (1)
줄리아가 파우스트의 주방에 합류한 뒤, 마지막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우선 파우스트의 영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홀에서는 이번 스프링 시즌을 위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됐으나, 직원들은 여전히 주방에 출근해서는 막바지 준비 작업에 열을 올렸다.
물론, 주방 내에서도 단연 가장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볼 수 있는 곳은 줄리아가 담당하고 있는 ‘디저트 섹션’이었다. 줄리아는 마치 능숙한 장교라도 되는 양 직원들을 다뤘다.
비록 체구도 왜소했으며, 나이도 어렸으나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네스(*능숙한 솜씨, 혹은 그런 기운)와 노련미 덕에 기존부터 디저트 섹션을 담당하던 파티쉐들 역시 그런 그녀를 잘 따랐다.
그런 와중에, 필상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우스트에 찾아올 변화를 어필하는 데 집중하는 중이었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
스튜디오 중앙에 비치된 소파 한 자리를 꿰차고 앉은 채, 바로 곁에 앉은 투데이 쇼(Today Show)의 진행자 존 스튜던트와 한창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제작진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근래 들어온 모든 방송 및 인터뷰 섭외를 거절했다고요?”
“예, 그랬었죠.”
“그럼에도 투데이 쇼에 얼굴을 비춰주신 건 역시 저와의 돈독한 우정 덕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말을 마친 존 스튜던트가 으스대는 얼굴을 한 채 방청석을 바라보자, 한차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필상이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방청석을 향해 만류하듯 제 손바닥을 들어 올려 가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렇게 말끝을 흐려 보인 필상이 능청스레 뒷말을 덧붙였다.
“아시다시피 파우스트가 이번 미슐랭 심사단의 눈에 드는 데 성공했잖아요? 알고 계시죠?”
“예, 그랬죠. 이 자리에서 멋진 선전포고도 하셨고요. 아마 ‘어이, 미슐랭. 올 테면 와봐.’라고 하셨죠?”
“조금 와전된 것 같지만 맞긴 맞아요. 덕분에 이래저래 준비할 일이 많았어요. 시즌 컨셉에 맞게끔 내부 인테리어에도 변화를 줘야 하고, 메뉴도 새롭게 구상해야 했죠. 지금은 그런 준비들이 거의 다 끝난 상황이고요.”
“그러니까 ‘이제 슬슬 방송이나 나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 때쯤, 투데이 쇼의 섭외가 들어왔다는 뜻이로군요.”
“뭐, 그렇게 되겠네요. 어쨌든 제가 투데이 쇼 출연 제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겠어요? 무료로. 아니, 출연료까지 받아가며 250만 명에게 홍보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 말에 존 스튜던트가 제 미간을 가볍게 움켜쥔 채, 투데이 쇼의 담당 PD에게 신경질적인 어투로 말했다.
“오늘 녹화는 여기서 끝내자. 이 녀석, 지금 우리 쇼를 250만 명에게 노출되는 배너쯤으로 생각하고 있잖아?”
이내 스튜디오 측면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션맨들이 쇼의 엔딩을 알리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방청석에서 다시금 큰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쇼는 존 스튜던트의 능숙한 진행에 맞춰 막힘없이 유려하게 이어졌다.
“어쨌든, 우린 친구잖아요? 그래서 당신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가는군요. 아마 쇼를 시청하시는 분 중 꽤 많은 분께서도 궁금해하실만한 문제기도 하고요. 일단 가장 많은 분이 알고 싶어 할 만한 문제네요. 속물 같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셰프의 수입이 궁금하군요.”
그 말에 필상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존 스튜던트의 귓가에 대고 무어라 속삭여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존 스튜던트가 제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방청객들을 바라보며 호들갑스러운 투로 말했다.
“맙소사, 자녀가 계신 분들은 당장 오늘부터 요리를 시키세요.”
다시금 장내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존 스튜던트가 손에 쥐고 있던 큐 카드를 한 장 뒤로 넘겨가며 재차 물었다.
“그나저나, 셰프께서 운영 중이신 파인다이닝, 파우스트가 내부 리모델링을 위해 영업을 중단하셨다고 하셨죠?”
“네. 맞아요. 스프링 시즌을 맞아 새로운 컨셉의 다이닝으로 찾아뵙고자,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에요.”
“꽤 심혈을 기울이고 계신 것 같네요. 제가 다녀본 파인다이닝 중 매 시즌 리모델링을 한 곳은 몇 안 되거든요.”
“당연히 심혈을 기울여야죠. 일생일대의 기회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중이니까요.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필상, 스스로의 의견은 어때요? 파우스트가 올해 미슐랭 심사단으로부터 별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필상이 다리를 꼬아가며 능글맞은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흠, 글쎄요? 자신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TV쇼에 나와 떠들고 있을 시간이 없지 않았을까 싶네요?”
“혹시 지금 이 방송을 시청하고 계신 미슐랭의 심사위원분이 계신다면, 지금 이 거만한 표정을 잊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절대, 절대로 잊으셔선 안 됩니다. 잘 기억해두셨다가 꼭 심사에 반영해주세요.”
그 말에 “크큭···.” 하고 웃음을 흘려 보인 필상이 다시금 메인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파우스트의 이번 스프링 시즌에 대한 제 의견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아마 파인다이닝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갤러리로서의 역할까지 해내는 곳이 될 것 같네요.”
“아까 지어 보였던 거만한 표정을 떠올리면 인정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파우스트의 메뉴는 항상 훌륭했죠. 그런데 갤러리로서의 역할이라, 꼭 영감 가득한 공간을 조성해두신 것처럼 들리는데요?”
“음, 말 대신 결과로 답해드리고 싶군요. 어쨌든 파우스트는 재개장 전부터 화제가 될 테고, 스프링 시즌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뉴욕 파인다이닝의 전설이 될 겁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서 저와 제 팀원들이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해 온 준비를 지켜봐 주셨으면 할 따름입니다.”
이내 존 스튜던트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려가며 되물었다.
“흠, 그나저나 재개장 전부터 화제가 되리란 말씀은 어떤 뜻이죠?”
“유명 평론가 및 셰프 수십 분께 테스트 키친 초대장을 발송했거든요.”
그 말에 존 스튜던트가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메일을 확인해봤는데 초대장이 도착해있지 않은 평론가 및 셰프분들이라면 잠깐의 반성 이후 분발하셔야 할 것 같군요. 왜냐면, 일개 코미디언에 불과한 저조차도 그 초대장을 받았거든요.”
*
투데이 쇼 방영과 더불어, 여러 매체를 통해 파우스트와 관련된 소식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 존 스튜던트의 투데이 쇼가 만든 여파? 파인다이닝 파우스트 테스트 키친 초대장 인증 열풍. ] [ 영 셰프, 필상 왈 “파우스트, 파인다이닝 겸 갤러리로 탈바꿈 중.” ] [ 특집 칼럼 – 맨해튼 Best5 파인다이닝에 찾아오게 될 큼직한 변화들을 간단히 알아보다. ] [ 파우스트의 젊은 수장, 영 셰프를 만나다. 젊은 천재 셰프가 꿈꾸는 주방은 어떤 모습인가? ]드르륵, 드르륵-.
연신 마우스 스크롤을 내려대던 중년 남성이 한차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다름 아니라 오늘 진행될 1일 차 테스트 키친에 초대받은 유명 평론가이자, 필상의 절친한 친구로 자리매김한 ‘에밀 아자르’였다.
필상이 보내온 테스트 키친 초대장 탓에, 꼬박 반년 만에 바다 건너에 자리한 뉴욕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이내 그가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자신의 개인 SNS에 게시할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몇 번의 퇴고를 끝낸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글을 게시했다.
딸깍-.
[ 저는 지금 영 셰프, 필상의 파인다이닝 ‘파우스트 테스트 키친’을 위해 뉴욕에 방문했습니다. 이제 곧 출발하겠군요. 룰 때문에 사진을 첨부하거나, 자세한 내용을 기재할 순 없으나 ‘미슐랭 스타 획득 가능’ 혹은 ‘미슐랭 스타 획득 불가능’ 정도의 평과 더불어 간단한 내용을 게시하고자 합니다. ]글을 게시한 지 불과 수십 초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으나, 그 밑으로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내 게시를 마친 에밀 아자르가 제 외투를 걸치며, 널찍한 호텔 스위트룸을 빙글빙글 걷고 있던 조엘 르뷔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뭐랄까?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모습만 놓고 보더라도, 또 손톱을 물어뜯어 대는 모습만 놓고 보더라도, 마지막으로 긴장감이 역력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더라도 파우스트 테스트 키친 방문을 꺼리는 눈치였다.
이내 에밀 아자르가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셰프, 정말 괜찮겠습니까?”
“아, 예. 물론입니다.”
“만약 정 그러시다면···.”
에밀 아자르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려던 찰나였다. 조엘 르뷔숑이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이고는 답했다.
“맞아요. 사실 그가 얼마나 발전했을지를 상상하면 두렵습니다. 지난 육 개월간 영 셰프가 보낸 시간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왔어요. 그러니,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 된 것 같군요. 아무래도 이제 슬슬 나가는 게 좋겠어요.”
이내 두 사람이 객실을 나서서는, 호텔 앞으로 호출한 우버에 올라탔다. 교통체증 탓에 발이 묶이다시피 한 와중에도, 조엘 르뷔숑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택시는 지독한 정적 속에서 뉴욕 땅을 가로질러 나아갈 따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이 탄 택시가 파우스트 앞에 멈춰 섰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놀람을 금치 못했다.
“와···.”
“허.”
낯익은 여러 평론가 및 셰프들이 한껏 격식을 갖춘 복장을 차려입은 채로 잔뜩 줄지어 서 있는 상태였다. 셰프라면 미슐랭 스타를 적어도 한두 개쯤은 지니고 있었으며, 내로라하는 평론가라면 유명 요리 매거진의 특집 칼럼난을 보유 중인 인물들뿐이었으니 말이다.
이내 두 사람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버에서 내려선 뒤, 줄 맨 끝에 합류하여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우습게도 앞∙뒤로 자리한 이들 역시 업계 내에서의 명성을 갖춘 이들인지라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입장이 시작되었고, 줄이 천천히 줄어들었다. 한 팀, 두 팀, 직원의 안내에 따라 꽤 빠른 속도로 매장 내부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에밀 아자르와 조엘 르뷔숑의 차례가 다가왔고 입장을 돕고 있던 직원이 명단을 체크한 뒤, 두 사람을 안으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파우스트의 내부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이었다. 에밀 아자르도, 조엘 르뷔숑도. 두 사람 모두,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동시에 깊은 탄식을 흘려 보이기에 이르렀다.
“맙소사.”
“이건···.”
다름 아니라, 스프링 시즌을 맞아 변화를 거친 파우스트의 내부 분위기에 압도된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