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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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6 – 획득 가능, 불가능 (2)
“두 분 모두 파우스트 방문 이력이 있으시죠? 리뉴얼된 파우스트 홀의 웨이팅 존(waiting Zone)입니다. 본래대로라면 예약 확인 및 담당 서버 배정, 계산을 돕는 공간이랄 수 있겠네요.”
여직원의 짤막한 설명이 이어졌으나, 두 사람 모두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못한 듯 느껴질 따름이었다.
멍한 얼굴을 한 채, 안쪽에 펼쳐진 내부 전경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일전에 방문했던 때와는 아예 다른 느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놀라운 풍경이 조성된 탓이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에밀 아자르도, 조엘 르뷔숑도 무수히 많은 파인다이닝에 방문해 본 이력이 있는 이들이 아니던가? 상업보다는 예술을 지향하는 셰프들의 파인다이닝에 방문해 본 경험 역시 숱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매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와 완벽히 부합하는 인테리어를 통해, 자신의 예술관을 드러내곤 하는 고고한 셰프들의 잘 꾸며놓은 파인다이닝 말이다.
한데, 뭐랄까?
변화를 거친 파우스트는 그 많고 많은, 예술가 성향의 셰프들의 파인다이닝 중에서도 가히 압도적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원수와 함께 오더라도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난 뒤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로군요.”
에밀 아자르의 말에 조엘 르뷔숑이 아무런 답 없이 제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두리번거려가며 장내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연속이었다. 발치에는 옅은 습기가 느껴지는 연기가 자욱이 깔려 있는 상태였다.
아마 스모그 머신을 활용한 인테리어일 것이라 확신했다. 여타 무대예술에서는 흔히 쓰이는 물건이라지만, 글쎄?
파인다이닝의 인테리어에 대입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꽤 파격적인 선택이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 바닥부에 매립하는 형태로 설치해 둔 조명 불빛들이 몽환적인 느낌을 더욱 배가시켜주는 듯했으며, 자욱한 연기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닥에는 형형색색 꽃잎들이 마구잡이로 흩뿌려진 상태였다.
그다음에는 테이블의 배치 간격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오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한없이 비효율적인 배치였다.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다. 만약 간격을 조금만 좁힌다면, 한 타임에 최소 몇 팀가량의 손님을 더 받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파인다이닝을 찾은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자연스레 안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배치랄 수 있었다. 프라이빗 룸을 방불케 할 정도의 보안성을 지닐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배치였으니까.
그때, 그들 두 사람보다 한두 걸음가량 앞서 걷고 있던 홀 직원이 마치 박물관의 큐레이터마냥 조곤조곤한 어투로 설명을 덧붙였다.
“잠시 홀 중앙에 비치된 분수를 한번 바라보시겠어요?”
이내 두 사람이 멈춰 서서는, 그녀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조형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허어···.”
“와.”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니라, 홀 중앙에 비치되어 있는 크리스탈 재질로 제작된 삼단 분수대였다.
우선 분수의 중앙 상단부에는 *모르페우스(*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꿈을 관장하는 신) 형태로 제작해 둔 흉상이 거치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그 안에 담긴 노고와 더불어,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단아하고 우아한 예술 작품이었다.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분수의 테두리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손톱만 한 크기의 조명들이었다.
얇은 보라색 빛줄기가 분수의 아름다움과 몽환적인 느낌을 한껏 격양시켜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팜플렛에도 기재되어 있는 사항이지만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파우스트의 이번 스프링 시즌 컨셉은 ‘꿈의 도시에 찾아온 봄’입니다.”
“꿈의 도시에 찾아온 봄이라, 설명을 듣고 나니 인테리어와 컨셉이 완벽히 일치하는 느낌이로군요.”
“그리고 중앙에 비치된 작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받은 ‘꿈의 여신’이란 제목의 작품입니다. 중앙 흉상 역시 그리스∙로마 신화의 꿈을 관장하는 여신, 모르페우스를 본떠 제작한 흉상이고요.”
그 말에 에밀 아자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대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의 컨셉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다시금 내부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있자니 공간이 지닌 여러 장점들이 더욱 부각되어 다가오는 듯 느껴질 따름이었다.
모든 요소들이 과하지 않게, 또 완벽히 어우러져 있었다. 적어도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소품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음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연신 감탄을 연발하고 있는 에밀 아자르와 달리, 조엘 르뷔숑은 스멀스멀 피어올라서는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질투심을 어쩌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대상이 불분명한 화가 용광로의 쇳물처럼 끓어오르던 찰나였다.
에밀 아자르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는듯, 조엘의 한쪽 어깨 위에 가볍게 손을 얹어가며 홀 직원에게 나직이 말했다.
“저희에게 배정된 테이블은 어느 쪽이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빈 테이블로 향하는 십수 초 남짓한 시간 사이, 두 사람은 족히 몇 번은 더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연신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분수대를 시작으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공중에 설치되어 있는 나비 모양의 조형물.
또 조명 빛이 닿지 않아 어스름하게 간신히 형태만 식별할 수 있는 천지창조 천장화와 더불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영롱히 빛나고 있는 큼지막한 샹들리에, 마지막으로 홀 전체 곳곳에 흩뿌려진 꽃잎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고, 아름다웠으며, 또 아름다웠다.
이윽고, 두 사람이 테이블 앞에 다다르던 찰나였다. 대기하고 있던 서버가 외투를 받아주었으며, 다른 서버 한 명이 거추장스러운 움직임 없이 곧장 자리에 착석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었다.
서비스의 질에도 상당히 많은 신경을 기울였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두 사람이 착석함과 동시에, 홀 한편에 서 있던 홀 매니저 ‘베니’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들이 앉은 테이블을 향해 다가왔다.
“두 분 모두 오랜만에 뵙네요.”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베니가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에밀 아자르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확인해보니 SNS에 재미있는 글을 게시하셨더라고요? 식사를 마치신 뒤 SNS에 파우스트가 미슐랭 스타를 획득할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한 사견을 남기기로 하셨다면서요?”
“예, 맞습니다. 어차피 주관적인 의견일 테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인 베니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메뉴판을 가볍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재차 물었다.
“지금까지는 어때요? 우리가 고고한 미슐랭 심사단의 콧대를 꺾고 미슐랭 스타를 획득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놓고 미슐랭 스타 획득 가능 여부를 짐작할 순 없겠죠.”
사뭇 덤덤한 어투로 답해 보인 에밀 아자르가 홀에 배치된 인력을 눈대중으로 헤아려보기 시작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력이 홀 곳곳을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홀에 비치된 테이블이 만석인 까닭도 있겠지만, 글쎄? 서비스의 질을 위해 내린 선택이라는 점을 손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테이블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연보라색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 위로, 손잡이 부에 파우스트라는 글귀가 각인되어 있는 식기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파우스트라는 공간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 전원이, 만반의 준비를 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내 에밀 아자르가 “하지만.” 하고 말해 보인 뒤, 조곤조곤한 어투로 제 사견을 덧붙였다.
“외적인 요소에 이렇게 심혈을 기울였는데, 음식에는 집중하지 못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긍정적인 평가 감사합니다. 그럼 우선 곧장 테스트 키친에 관련된 설명을 드리는 게 좋겠네요.”
말을 마친 베니가 여유로운 어투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파우스트의 스프링 시즌 테스트 키친에 응해주신 분들께 대접해드릴 코스는 하나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재개장 이후 디너 타임에 판매될 ‘파우스트 디너 A코스 – 드림 퀴진’입니다.”
“드림 퀴진이라, 멋스러운 이름이로군요.”
“감사합니다. 한데, 코스를 서비스해드리기에 앞서 한 가지를 선택해주셔야 할 것 같네요. 다름 아니라 각 메뉴별로 어울리는 술을 소량씩 서비스해드릴까 하는데, 함께 준비해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부탁드리고 싶군요.”
이내 베니가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하고 답해 보인 뒤, 제 등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홀 서버 한 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베니를 비롯한 모든 서버들이 그들의 테이블을 떠나간 뒤, 에밀 아자르가 눈썹을 한 번 튕겨 보이고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미슐랭 스타를 향한 영 셰프의 집착이 느껴지는군요. 확실한 컨셉, 인테리어, 홀 서비스 매커니즘 및 직원들의 숙련도와 애사심, 자잘한 소품이나 집기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말입니다.”
한차례 “예, 그렇군요.” 하고 답해 보인 조엘 르뷔숑이 살짝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말 독보적인 느낌입니다. 만약 음식의 맛과 질 역시 뛰어난 데다가, 코스의 구성마저 컨셉에 부합한다면 영 셰프도 ‘*아트 퀴진’(*Art Cuisine)을 이끌어나가는 셰프들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겁니다.”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에밀 아자르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영 셰프가 보낸 육 개월이란 공백의 시간을 확인해 볼 수 있겠군요.”
“떨리는군요.”
“셰프, 여전히 영 셰프를 시기하고 질투하시나요?”
“해로운 감정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노력 중이기야 합니다만 아무래도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에밀 아자르가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위로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극을 받는 정도라면 모를까, 지나치게 의식하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셰프 역시 훌륭한 파인다이닝을 이끌고 있지 않습니까? 두 분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요리를 선보이고 있기도 한 데다가···.”
“에밀.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엘 르뷔숑이 불쑥 건네 온 물음에 에밀 아자르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가며, “뭐든지요.” 하고 답해 보였다.
“식사를 마친 후 친구로서가 아니라 평론가로서, 누구의 파인다이닝이 더 나은 곳인지 평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딱히 훌륭한 제안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파인다이닝을 평가할 뿐이지 비교하지는 않아요. 셰프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비록 평론가로서의 책무를 요구했지만, 그래도 친구로서 드리는 부탁이라고 해두죠. 그래도 안 되겠습니까?’
이내 에밀 아자르가 마지못해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때였다. 홀 서버 한 명이 다가와서는, 두 사람 앞에 직사각형 형태의 기다란 접시를 각각 한 개씩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마치 살펴볼 시간을 주겠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두 사람의 시선이 기다란 직사각형 형태의 접시 위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조엘 르뷔숑이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꽉 움켜쥔 채, 손을 부들부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침울하기 그지없는 투로 에밀 아자르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정식 코스에 포함되지 않는 아뮤즈 메뉴만 봐도 알겠군요.”
“셰프···.”
“제가 졌어요.”
짙은 탈력감에 휩싸이기라도 한 듯,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조엘이 한차례 심호흡을 해 보이고는 씁쓸한 투로 되물었다.
“영 셰프는 대체 지난 육 개월간 어떤 시간을 보낸 걸까요?”
그가 보낸 시간이, 정수가 접시 위에 오롯이 담겨있었다. 서비스된 아뮤즈를 먹어보지 않더라도, 구성과 외형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또, 이쯤 되니 시식 자체가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행여나, 압도적인 재능 탓에 다시 한번 무너지지는 않을까? 자신이 보낸 노고의 시간들이 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이윽고,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채 고개를 한 번 내저어 보인 조엘 르뷔숑이 곁에 선 서버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각오가 되어 있으니, 설명해달라는 눈을 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