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56
156
Chapter37 – 평가 (3)
놀랍게도, 접시 위에 놓인 요리는 무려 세 종류나 되었다. 이내 퍼스트 말론이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되물었다.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군요? 이 정도면 평범한 애피타이저가 아닌, 아뮤즈부쉬라 해도 믿겠습니다.”
기다란 접시 위로 세 개의 메뉴가 세팅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그 사이마다 자그마한 술잔이 놓인 상태였다. 이내 퍼스트 말론이 왼쪽 끄트머리에 놓인, 첫 번째 분자요리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분자요리 메뉴는 꽤 아기자기한 플레이팅의 튀김 요리였다.
우선 기다란 접시의 왼편 끄트머리에, 원목 재질의 원형 접시가 한 개 놓여있었다. 그 위로는, 지푸라기를 묘사하려 했던 것인지 모양을 잡아 노릇하게 튀겨낸 소면이 자리해 있었고 말이다.
다시 그 위로, 반으로 깨트린 계란 껍질과 엇비슷한 생김새의 접시가 한 개 놓여있었다.
첫 번째 분자요리 메뉴인 달걀노른자만 한 크기의 튀김은, 계란 껍질 모양의 접시 위에 자리해 있었고 말이다.
“흠, 튀김이라···.”
퍼스트 말론이 중얼거려 보인 말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중년 사내가 나직이 되물었다.
“조금은 생소하군요. 여타 파인다이닝의 코스에 튀김이 포함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던 것 같은데···.”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튀김이라는 요리의 특성상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특별하다는 느낌을 심어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니까요.”
이내 서버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우선 포크로 밑에 놓인 튀긴 소면을 살짝 깨트려 보시겠어요?”
그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원목 재질 접시 위에 놓인, 튀긴 소면을 포크로 ‘꾹.’ 눌러서는 깨트렸다.
바사삭-.
튀긴 소면이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먹기 좋은 크기로 으깨짐과 동시에, 전담 서버가 재차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스푼 위에 조각낸 소면과 튀김 요리를 차례로 얹어낸 뒤 함께 맛보시면 될 것 같네요. 또, 메뉴를 맛보시기에 앞서 페어링해드린 주류를 먼저 시음해보시면 더더욱 좋을 것 같고요.”
이내 두 사람이 곧장 서버의 설명대로, 스푼 위에 튀긴 소면을 얹었다. 그리고는 곧장 동그스름한 *구(*球) 형체의 튀김까지 얹어낸 뒤, 메뉴 옆에 놓여있던 자그마한 잔을 집어 들었다.
페어링된 술의 정체는 다름 아닌, 따뜻하게 데워진 ‘*사케’(*さけ:쌀을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로, 일본의 전통 술)였다.
“일본 전통주로군요?”
“예, 맞습니다.”
페어링된 사케를 한입에 털어 넣은 두 사람이, 동시에 미간을 찡그려 보이고는 곧장 스푼 위에 놓여있던 튀김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튀김 요리를 한입 깨물던 찰나였다. 두 사람의 입가 위로, 동시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름 아니라, 밑에 놓여있는 소면 튀김과 그 위에 놓인 구 형체의 튀김이 각기 다른 식감을 선사해주었던 까닭이었다.
둘 다 고온의 기름에서 잘 튀겨낸 튀김이라는 점에서는 같았으나, *경도(*硬度:단단한 정도)가 달랐기에 연출할 수 있던 대비감이었다.
튀김 소면은 짙은 반발력과 함께 거칠게 으깨졌으며, 위에 놓인 구 형체의 튀김은 조금 더 부드럽게 바스라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극도로 미세한 식감의 대비였으나, 글쎄? 몹시 성공적인 시도임과 동시에 필상과 갈라예프, 두 셰프의 섬세한 면모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대목이랄 수 있었다.
적어도 퍼스트 말론과 그의 일행인 중년 사내 만큼은, 두 셰프가 연출하려는 미세한 식감의 대비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튀김 요리가 지닌 장점은 단연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일리(Oily)할 것 같은 외형과 달리, 두 튀김 요리 모두 표면에 맺혀있는 기름기가 적어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형적인 동양풍 튀김 요리의 식감이었다. 차게 식힌 반죽을 이용해, 튀김 옷 사이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해둔 터라 크리스피한 식감을 더욱 강조하는 일본풍 튀김 요리 말이다.
이는 영 셰프가 지닌 요리에 대한 배경지식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퍼스트 말론이 문득 떠오른 의문 탓에 잠시 미간을 찡그려 보였다.
‘분명 분자요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응당 품어 마땅한 의문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튀김 요리에 불과할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하나, 이 의문은 수 초도 지나지 않아 쉽게 해소되었다.
주륵-.
구 형체를 지닌 튀김의 표면에 균열이 생김과 동시에, 그 안쪽에 자리해 있던 정체 모를 속재료의 보드랍고 뭉근한 촉감이 느껴졌다.
안쪽에서 달콤한 액체가 주륵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가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자, 짭조름한 맛을 지닌 바삭한 식감의 속재료가 느껴졌다.
이내 퍼스트 말론이 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마치 탐정이라도 되는 양 자신이 느끼고 있는 맛의 근간을 추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알겠네요. 망고와 치즈로군요.”
상념에 젖어 들어 있던 퍼스트 말론이 꺼낸 말에, 전담 서버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맞습니다. 액화질소로 굳힌 파르메산 치즈를, 젤리화시킨 망고 퓌레로 감싼 뒤 반죽을 입혀 튀겨낸 요리입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물론, 맛도 정말 훌륭하고요.”
퍼스트 말론이 화색을 해보이며 건넨 답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중년 사내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대기 시작했다.
식감의 대비에 한껏 집중한 요리였다.
우선 처음에는 경도의 차이 탓에, 각기 다른 식감을 지니게 된 두 가지 튀김 요리가 주는 대비감이 일품이었다.
그다음에는 젤리화된 망고 퓌레가 ‘톡.’ 하고 터지더니, 끈적하게 흘러내려서는 혀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마지막에는 액화질소 탓에 크리스피한 식감을 지니게 된 파르메산 치즈가 재차 크리스피한 식감을 선사해주었고 말이다.
또 단연 식감뿐 아니라, 맛이나 향 역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망고 퓌레의 달착지근한 맛과 산뜻한 향, 그리고 파르메산 치즈가 지닌 짭조름한 향과 치즈 특유의 꼬릿한 향이 묘하게 어우러졌으니 말이다.
‘정말 섬세하군.’
한없이 견고하고 치밀한 요리였다. 애초에 첫 번째 분자요리 메뉴와 함께 페어링 된 술부터가 그랬다.
후끈하게 식도를 데우며 흘러내려 간 높은 도수의 사케가 남긴 씁쓰름한 맛을, 튀김 속의 뭉근하고 눅진한 퓌레와 치즈가 완벽히 걷어내주지 않았던가? 단연 튀김만 놓고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황금 비율을 갖춘, 또 여러 색의 매력을 두루 갖춘 요리임이 분명했다. 또 분자미식학에 심취한 셰프들이 흔히 범하곤 하는, 맛보다 질감을 속이는 데 치중하는 실수 역시 찾아볼 수 없었고 말이다.
두 셰프는, 분자미식학의 조리 기법을 오직 더 나은 맛을 위해서만 사용했다. 파르메산 치즈의 질감을 변형시켜 식감의 대비를 연출하기 위해, 또 퓌레의 질감을 바꿔 튀김 안에 넣고 튀겨내기 위해 말이다.
‘정말 놀랍군···.’
이내 퍼스트 말론이 시선을 살짝 옮겨서는, 두 번째 분자요리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분자요리 메뉴는 다름 아닌, ‘올리브’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생긴 요리였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금색 꼬챙이에 올리브 몇 알이 꿰어져 있었으며, 그 위로 식용 금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는 상태였다.
뭐랄까? 얼핏 보기에는 파인다이닝의 분자요리라기보다는, 재패니즈 레스토랑의 애피타이저 메뉴쯤 되어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우선 플레이팅은 흠잡을 데가 없군.’
이내 한차례 제 아랫입술을 살짝 핥아 보인 퍼스트 말론이 곧장 꼬챙이에 꿰어져 있는 올리브 한 알을 절반가량 베어 문 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남은 단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우선 올리브 껍질의 정체는 물컹한 질감의 젤리였다. 한입 베어 물기 무섭게, 바질 페스토 향이 확 쇄도해왔다. 젤리화시킨 바질 페스토를 이용하여, 속재료를 감싸준 요리였던 것이다.
속재료는 새우 완자였다. 돼지비계와 살짝 섞은 새우 완자를 젤리화시킨 바질 페스토로 감싸 올리브의 형체를 만든 듯 보일 따름이었다.
바질 페스토와 새우, 이 또한 무조건 정답이랄 수 있는 환상의 조합이 아니던가?
애초에 궁합이 잘 맞는 요리들인 만큼, 또 치밀한 두 셰프의 손을 거쳐 탄생한 요리인 만큼 맛 역시 훌륭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전담 서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모두 동일한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각기 다른 속재료로 이루어져 있으니 입을 헹궈가며 꿰여진 순서대로 맛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 말에 퍼스트 말론과 그의 일행이 올리브 모양 요리를 차례로 맛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올리브는 짭조름하게 간이 된 대구살 완자가, 또 세 번째 올리브에는 조금 더 육중한 느낌의 돼지고기 완자가 자리해 있었다.
금세 세 개의 올리브 모양 분자요리를 모두 맛본 두 사람이, 멍하니 시선을 주고받고 있던 찰나였다.
“이제 마지막 분자요리만을 남겨놓고 있군요. 앞서 맛보신 두 종류의 분자요리는 입에 맞으셨나요?”
서버가 건네 온 물음에, 두 사람이 차례로 답했다.
“물론입니다. 엘 불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더군요.”
“무엇보다 질감과 외형의 변형보다 맛에 집착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던데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서버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다음 세 번째 메뉴야말로, 이번 시즌을 대표할 분자요리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세 번째 설명해드리기에 앞서, 페어링해드린 술을 먼저 드셔보시는 것을 권해드릴까 하는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그 말에, 두 사람이 기다란 접시 위에 놓인 스트레이트 잔을 집어 들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도수가 높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는, 허여멀건 하고 투명한 액체가 잔의 절반가량을 채우고 있는 상태였다.
이내 두 사람이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는, 미간을 잔뜩 찡그려 보이자 서버가 짤막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페어링해드린 주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드리자면, 셰프의 모국인 한국의 전통주이자 가장 대중적인 술이랄 수 있겠네요. 다음 메뉴를 맛보시면, 페어링해드린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퍼스트 말론이 시선을 옮겨서는, 마지막 세 번째 분자요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 번째 분자요리 메뉴는 베일에, 아니. 컵에 가려져 있는 상태였다. 거친 질감의 컵이 뒤집어져 있었다. 아마, 분자요리 코스의 대미를 장식할 세 번째 요리는 저 너머에 자리해 있으리라.
이내 서버가 뒤집어져 있던 컵을 집어 들자, 그 사이로 희뿌연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숨죽인 채, 접시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였다. 서버가 컵을 완전히 들어 올렸고 덩달아 세 번째 분자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또 그렇게 세 번째 분자요리의 정체를 확인한 두 사람이 저도 모르게 동시에 탄성을 흘려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게 대체 무슨···.”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