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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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7 – 평가 (5)
퍼스트 말론이 중얼거려 보인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전담 서버가 덤덤한 어투로 나직이 설명했다.
“첫 번째 메인 디쉬 메뉴는, 네 가지 소스와 파프리카 가루를 곁들인 스페인산 이베리코 등심 스테이크입니다.”
그 말에 퍼스트 말론이 “역시.” 하고 나직이 중얼거려 보이고는, 첫 번째 메인 디쉬를 더욱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널찍한 원형 접시의 밑면에 파프리카 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었다.
하나 그냥 마구잡이로 흩뿌려둔 것이 아니라, 모양 틀을 대고 흩뿌려 둔 터라 접시 밑면에 ‘파우스트’라는 글귀가 수놓아진 상태였고 말이다. 메인 디쉬는 그렇게 파프리카 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는 접시의 정중앙에 놓여있었다.
기다란 뼈 옆에 붙어있는 손바닥 반만 한 크기의 이베리코 등심 스테이크 위로, 새싹 잎과 형형색색의 식용 꽃. 마지막으로 *칼솟타다(*구운 대파 요리)가 올려진 상태였다.
확실히 화려하고, 매혹적인 플레이팅이었다.
하나, 퍼스트 말론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단연 메인 디쉬의 외형 때문이 아니었다. 이내 그가 손끝으로, 메인 디쉬와 함께 서비스된 자그마한 크기의 *소스 볼(*Sauce Bowl) 가리켜 보이며 물음을 건넸다.
“함께 서비스된 네 가지 소스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나직이 “물론입니다.” 하고 답해 보인 서버가, 손끝으로 정중히 접시를 가리켜 보이며 재차 되물었다.
“예, 물론입니다. 우선 이베리코 등심만,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 보인 퍼스트 말론이, 조심스레 제 몫의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심호흡을 해 보인 뒤, 나이프 끄트머리를 노릇하게 익은 육질의 표면에 가져다 대 보였다.
톡톡-.
겉을 튀기듯 바싹 익혀낸 탓인지, 껍질 부분에서 일련의 반탄력이 느껴지는 듯했다. 한차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그가, 곧장 나이프의 날 부분을 이용해 등심을 부드럽게 ‘꾹-.’ 눌러대기 시작했다.
스으윽-.
속은 한껏 촉촉하게 구워낸 이베리코 등심이 결을 따라 썰리고 있단 사실이, 그로 인해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촉감이 나이프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이내,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썰어낸 등심을 포크로 푹 찔러 집어 든 퍼스트 말론이 서버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일단 촉감은 정말 환상적이군요.”
그리고는 이베리코 등심을 한입에 ‘쏙.’ 집어넣은 뒤, 노련한 칼질로 *칼솟타다(*구운 대파 요리)를 길게 찢어내듯 썰어서는 연달아 입안에 욱여넣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오물오물, 천천히 입을 움직여대던 퍼스트 말론이 돌연 제 두 눈을 지그시 감아 보이기에 이르렀다. 쉽사리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훌륭한 맛이었다. 튀겨내듯 바짝 익혀낸 겉면은 마냥 크리스피한 식감을 지니고 있었으며, 안쪽은 한없이 보드라운 식감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연신 감칠맛과 고소한 향이 도는, 눅진한 기름기가 잔뜩 새어 나와서는 입안을 흠뻑 적셔주었다.
또 강렬한 풍미의 칼솟타다와, 이베리코 등심의 밑면에 잔뜩 묻어난 파프리카 파우더가 맛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춰주는 듯했다.
이윽고.
탁-.
손에 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도로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퍼스트 말론이 제 고개를 좌∙우로 내저어 보이고는 마냥 천연덕스러운 투로 말했다.
“음, 제 생각에는 그냥 이대로 요리를 마쳐도 만점일 것 같군요.”
“소스가 단점이 될 수도 있단 뜻인가요?”
“정답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짧게 답해 보인 서버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가며,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쎄요? 그래도 한번 드셔 보시는 쪽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흔쾌히 답해 보인 서버가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모두 파우스트 내에서 직접 조리한 소스들로, 셰프께서 기존 레시피에 약간의 변형을 주신 터라 오직 파우스트에서만 맛보실 수 있으리란 설명해 드리고 싶네요. 우선 첫 번째 소스는 스페인풍의 ‘*알리올리’(*Alioli) 소스입니다.”
이내 퍼스트 말론과 그의 일행이 첫 번째 소스 볼에 담겨있는, 연노랑빛 소스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서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달걀, 마늘, 퓨어 등급의 올리브유, 레몬, 소금 등을 혼합하여 만든 소스입니다. 크리미한 질감 사이에서 느껴지는 마늘 풍미가 일품인 소스로, 스페인 내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소스랄 수 있겠네요.”
그 말에 퍼스트 말론이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되물었다.
“퓨어 등급이라고요?”
다름 아니라, 이 정도 수준의 파인다이닝에서 향미가 더욱 진하고 또렷한 버진 엑스트라 등급이 아닌 퓨어 등급의 올리브오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리송하게 느껴졌던 까닭이었다. 이내 서버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특유의 조곤조곤한 어투로 답했다.
“네. 의도가 있는 선택이니, 한번 곁들여서 드셔 보시겠어요?”
한차례 “그러죠.” 하고 답해 보인 퍼스트 말론이 재차 한 조각을 더 썰어내서는, 알리올리 소스를 적당히 묻혀낸 뒤 곧장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혀를 천천히 굴려가며, 그 맛을 깊게 음미해보기 시작했다.
한데, 왜일까? 차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퍼스트 말론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군.’
앞서 단순히 칼솟타다를 곁들였을 때와는 아예 다른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베리코 등심 스테이크 특유의 감칠맛과 진한 마늘 풍미가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칼솟타다를 곁들여 먹었을 때,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던 일련의 공백감을 알리올리 소스가 꽉 메워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올리브유의 역할이었다. 비교적 향이 약한 올리브유를 사용한 터라, 눅진하고 끈적하게 달라붙는 질감은 제대로 살릴 수 있었으나 마늘의 풍미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은 그의 일행인 중년 사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오.” 하고 감탄을 흘려 보인 그가 마냥 호들갑스러운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베리코 등심과 알리올리 소스가 이토록 조화를 이루리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만 정말 훌륭하군요. 일반적인 알리올리 소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 것 같은 게 뭉근한 단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지···.”
“네, 맞습니다. 조리 과정에서 레몬으로 느끼한 맛을 살짝 걷어낸 뒤, 삶은 사과와 모과를 넣어 단맛을 조금 더했습니다. 삶은 과일의 단맛으로 마늘의 풍미를 지그시 눌러주고 좀 더 유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요.”
“그렇군요. 제 생각에는 바닥에 뿌려둔 *피멘톤(*파프리카 파우더)과도 잘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은은하게 올라오는 은은한 풍미가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한차례 “감사합니다.” 하고 답해 보인 서버가 곧장 다음 소스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두 번째 소스는, 스테이크 메뉴에 가장 많이 곁들여지곤 하는 데미글라스 소스를 베이스 삼아 만든 ‘*샤토브리앙 소스’(*데미글라스 소스에 화이트 와인, 다진 양파, 레몬주스, 후추, 버터 등을 넣어 만드는 소스)입니다.”
이내 두 사람이 다시금 이베리코 등심을 썰어내서는, 갈색 묽은 질감의 샤토브리앙 소스에 흠뻑 적셔낸 뒤 맛을 보았다. 비록 방금 맛본 알리올리 소스만큼 독특한 맛은 아니라지만, 데미글라스 소스의 끈적함과 육중함을 적당히 잘 걷어낸 훌륭한 맛의 소스였다.
“두 번째 소스도 나쁘지는 않군요. 인상적인 맛까지는 아니라지만, 굉장히 정돈된 맛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베리코 등심과도 잘 어우러지고요.”
퍼스트 말론이 제 입 끝을 살짝 닦아내며 꺼낸 말에, 서버가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다음, 세 번째 소스에 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소스는 밀라노풍 토마토소스로, 일반적인 토마토소스에 여러 종류의 버섯과 잘게 다진 햄을 넣은 뒤 다시 한번 졸이는 것으로 풍미를 배가시킨 소스입니다.”
이내 두 사람이 소스 볼에 담긴 세 번째 소스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붉은 윤기가 흐르는 토마토소스 위로, 자그마한 햄과 버섯 알갱이들이 둥둥 떠 있었다.
잠시 소스를 들여다보고 있던 퍼스트 말론이 제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아내고는, 다시금 이베리코 등심을 작게 썰어낸 뒤 소스 안에 푹 집어넣었다가 꺼내 들었다. 등심살 위로 토마토소스가 끈적하게 줄줄 흘러내렸으며, 점성 탓에 잘게 썰어 넣어둔 버섯과 햄 역시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다.
이내 퍼스트 말론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크에 꿰뚫린 등심을 제 입안에 쏙 집어넣고는 맛을 음미해나가기 시작했다. 토마토소스 특유의 산미가 꽤 진한 편에 속하기야 했으나, 이베리코 등심과 그 표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햄의 육중함을 어쩌지는 못했다.
한데, 뭐랄까? 육중함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보다는, 그 자극적인 맛이 마냥 재미있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이윽고,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한참 동안 자신이 느끼고 있던 맛에 대해 골몰하던 퍼스트 말론이 입을 뗐다.
“이번 소스도 훌륭하네요. 이견은 없습니다.”
이내 “감사합니다.” 하고 답해 보인 서버가 마지막 소스인, 네 번째 소스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네 번째 소스는, ‘멕시칸 살사 소스’입니다. 세 번째 소스와 마찬가지로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만들었다지만, 훨씬 더 자극적인 소스랄 수 있겠네요.”
그 말에 두 사람이 다른 소스 볼에 담겨있는 소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네 번째 소스는 뭐랄까? 살짝 거부감이 들 정도로 붉은색을 띤 소스였다. 또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중충한 색감의 야채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는 중이기도 했고 말이다. 두 사람이 선뜻 맛을 보지 못하고 망설이던 찰나, 전담 서버가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나직이 덧붙였다.
“토마토소스에, 마늘, 푸른 고추, 붉은 고추, 레드 와인, 타바스코소스, 올리브유, 코리엔더 등을 넣어 만든 매운 풍미의 소스에요. 아주 조금, 살짝 묻혀서 드시는 편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그 말에 퍼스트 말론이 어느새 입안 가득 고여버린 침을 한 번 삼켜내고는, 포크 끝에 꿰뚫려 있는 이베리코 등심의 표면에 살사 소스를 아주 살짝 묻혀냈다.
이윽고, 곧장 입안에 넣던 찰나. 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주 적은 양을 묻혀낸 게 전부였다지만, 입안에 넣기 무섭게 매운 향이 ‘확’ 하고 쇄도했던 까닭이었다.
하나, 불쾌감은 잠시뿐.
얼마 지나지 않아, 매콤하기 그지없는 풍미가 입안에 남아있던 기름기를 싹 걷어내 주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마지막 네 번째 소스 역시 앞서 맛본 소스들과 마찬가지로, ‘이베리코 등심 스테이크’를 아예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주는 느낌이 들었고 말이다.
조금 더 쉽고 간결히 말하자면, 소스를 바꿀 때마다 아예 새로운 느낌의 요리를 맛보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마냥 심각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 있던 퍼스트 말론이 돌연 “크큭.” 하고 웃음을 흘려 보이기에 이르렀다.
다름 아니라, 영 셰프가 코스 안에 담아둔 치밀함 탓이었다.
코스 전체의 전개뿐 아니라, 하다못해 이베리코 등심과 함께 서비스된 네 종류의 소스들조차 일련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소스가 점점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말이다.
이내 곁을 지키고 서 있던 서버가 재차 물음을 건네왔다.
“그럼 곧장 다음 메인 디쉬를 준비해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퍼스트 말론이 흔쾌히 답해 보이기 무섭게, 서버가 멀찍이 떨어져 있던 소믈리에에게 눈짓을 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믈리에가 다가와서는 새로운 주종의 주류를 페어링해주기 시작했고, 주종을 확인한 퍼스트 말론이 화색을 했다.
보르도의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 소테른.
이는 ‘푸아그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꼽을 때면, 늘 세 손가락 안에 꼽히곤 하는 와인이었다.
그 말인즉슨, 다음 메뉴는 푸아그라 스테이크라는 뜻이나 마찬가지.
이윽고.
다른 서버 한 명이 메뉴가 담긴 카트를 끈 채로 다가와서는, 맨 위 칸에 놓여있던 접시를 두 사람 앞에 각각 하나씩 내려놓았다.
그 순간, 한차례 실소를 흘려 보인 퍼스트 말론이 말문을 열었다.
“제기랄, 이제 다시는 영 셰프를 짐작하려고 시도하지 말아야겠군요.”
푸아그라는 푸아그라였다. 하나, 적어도 그의 예측 범주 내에 있던 형태의 푸아그라는 아니었기에 꺼내 보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