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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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44 – 스타 셰프 (4)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필상이 탑승한 걸프스트림 G650 여객기가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착륙했으며 그 이후의 모든 일은 예정대로 처리되기 시작했다. 뉴욕 시내 중심지 곳곳에서 치러진 시상식 일정, 사업 규모 확장에 자금을 보태기로 약조한 투자자들과의 정찬, 인터뷰 및 TV프로그램 촬영 등···.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누군가가 머리칼을 움켜쥔 채 자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일정은 세밀히 짜여있었다. 좁쌀만 한 크기의 글씨가 빼곡히 적힌 스케줄 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당사자가 아닌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한숨을 내쉴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양, 마냥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것은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전 시간대에만 무려 네 개의 스케줄을 마친 뒤, 곧장 ‘*뉴욕 링컨센터’(*New York Lincoln Center)로 향했다.
다름 아니라,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나 마찬가지인 ‘JFB 협회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이 *화이츠(*조리복) 차림이 아닌, 정장 차림을 한 채로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상태였다. 여러 푸드 매거진을 통해 어렵지 않게 얼굴을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이라지만, 정장 차림을 한 모습은 오직 시상식 석상에서만 볼 수 있을 터였다.
필상 역시 톰포드 사의 정장을 갖춰 입은 채, 또 머리를 한껏 단정히 정리한 채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중이었다.
“필상, 다음 시상이 올해의 셰프 부문인가요?”
멜리가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건네 온 말에, 필상이 제 시선을 팸플릿에 고정해둔 채로 답했다.
“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그렇겠네요.”
어느덧 시상식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이었다. 그 사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몇몇 셰프들이 꿰차고 앉은 원형 테이블 위로 놓인 트로피와 상패 등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트로피와 상패가 놓인 것은 단연 필상의 테이블이었다. 아직 시상식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무려 세 개의 트로피와 상패가 놓여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우선 첫 번째는 베스트 셰프 브랜드 어워드(Best Chef Brand Award) 부문의 트로피와 상패였다.
이는 영향력과 인지도, 외식 산업에 대한 기여도를 포함한 여섯 개 항목을 채점하여 수상자를 정하는 부문으로 쉽게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가장 잘 나가는 셰프’에게 주어지는 상이랄 수 있었다.
다음 두 번째는 베스트 아이디어 디쉬 어워드(Best Idea Dish Award) 부문의 트로피와 상패였다.
이는 사전 투표를 통해 수상의 영예를 거머쥘 셰프를 선정하는 상이었는데, 쉽게 말하자면 올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인 메뉴를 선보인 셰프에게 주어지는 상이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놀랍게도 필상이 아닌, 파우스트의 디저트 섹션 총괄 셰프 ‘줄리’가 수상한 트로피와 상패였다.
디저트 섹션 및 베이커리 섹션 셰프들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랄 수 있는, 올해의 페이스트리 셰프’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덕분에 파인다이닝 ‘파우스트’에게 배정된 테이블로 부러움과 시기가 적절히 뒤섞인 눈길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필상이 시상식의 트로피와 상패를 휩쓰는 것이야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지만, 디저트 섹션의 총괄 셰프마저 파티쉐들에게 있어 최고 권위를 지닌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리라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니 말이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던 그때, 연단 위를 지키고 서 있던 중년의 진행자가 말문을 열었다.
– 2015 JFB 협회 시상식, 대망의 ‘올해의 셰프’(Years of the chef) 부문 수상자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상 후보로 등재되신 셰프분들을 차례로 호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스크린 위로, 수상 후보로 등재된 여러 유명 셰프들을 소개하는 인트로 무비가 송출되기 시작했다. 모두 하나같이 세계 각지에서 이름난 파인다이닝을 운영 중인 유명 셰프들이었다.
그중에는 필상과 친분이 두터운 이들 역시 더러 섞여 있었다. 장 조니의 주방을 지키고 있는 다빈을 시작으로, 분자 요리의 선구자 갈라예프, 필상이 기록을 깨트리기 전까지는 최연소 미슐랭 스타 획득 셰프였던 호세 아빌레, 도합 열다섯 개의 미슐랭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피어슨&하드먼 셰프에 이르기까지···.
이윽고, 마지막 수상 후보의 이름이 스크린 위로 나타나자 한차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12. Pilsang Jung, Paust in New York ]그렇게 수상 후보에 대한 소개가 모두 끝난 뒤, 진행자가 수상자 선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투표를 시작으로, 업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또 수상자 결정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JFB 협회 내부 심사위원 측의 투표 및 회의 등···.
설명을 모두 마친 진행자가 제 손에 쥔 큐 카드를 다시금 힐끔 살핀 뒤,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올해의 셰프 부문 같은 경우, 모든 부문을 통틀어 수상자 결정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부문입니다. 심사위원단 중 한 명이라도 수상자로 선정된 셰프의 시상을 반대하게 될 경우,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수상자 결정 회의를 거쳐야 하는 원칙적인 시스템 덕분이죠. 하나, 올해는 조금 달랐습니다.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 올해의 셰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셰프께서는, 대중 대상 사전 투표는 물론이며 업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투표에서부터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심사위원들 역시 한 치의 이견조차 없이 만장일치로 위 셰프를 수상자로 결정하셨습니다.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이랄 수 있겠군요.
그 말에 장내에 한차례 큰 술렁임이 일자, 그가 만류하듯 손바닥을 들어 올려 보이고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 지체 없이 올해의 셰프 부문 수상자를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게 될 셰프께서는 이번 JFB 협회 시상식에서 무려 네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이번 시상으로 3관왕 기록을 수립하게 되었습니다. 화제의 영 셰프, 파우스트의 필상!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말해 보인 진행자가, 손끝으로 필상이 앉은 테이블을 가리켜 보이며 덧붙였다.
–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마냥 밝은 롱핀 조명 한 줄기가 어두컴컴하던 객석을. 아니, ‘필상’을 비춰주었다.
또 장내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으며, 곳곳에서 높은음의 휘파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내 필상이 놀란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자리에서 일어선 뒤 객석 곳곳을 향해 정중히 묵례를 해대기 시작했다.
“필상, 축하드려요.”
“축하해.”
“축하해요.”
필상이 객석을 가로질러 연단을 향해 걷는 내내, 이런저런 축하의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윽고 필상이 연단 위에 올라서던 찰나였다. 돌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부에서 스노우 스톰(Snow Storm:종이 꽃가루)가 마구잡이로 흩날리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스피커에서 마냥 경쾌한 팡파르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내 진행요원이 다가와서는 들고 있던. 아니, 품에 끌어안다시피 하고 있던 올해의 셰프 부문 트로피를 건네주었다. 앞서 시상된 타 부문 트로피에 비해 훨씬 크고 아름다운 외형을 하고 있는 트로피였다. 마치 영광의 정도를 크기와 호화스러움으로 나타내려는 듯 말이다.
진행자가 스탠드 위에 거치되어 있던 마이크를 뽑아, 필상의 입가에 가져다 대자 필상이 덤덤한 어투로 답했다.
– 공교롭지만, 준비해 온 소감이 바닥나버렸군요. 덕분에 뻔한 소감을 늘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군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필상이 소감이 끝났음을 알리듯, 묵례를 해 보이자 다시금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필상이 연단 아래로 내려서려던 찰나, 진행자가 다급하게 큐 시트(Cue Sheet)를 쥔 손을 허공에 뻗으며 말했다.
– 영 셰프,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대기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필상이 이유를 묻듯,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빤히 바라보자 진행자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덧붙였다.
– 곧장 마지막 부문인 ‘올해의 파인다이닝’ 부문 시상을 진행해야 하거든요.
한차례 “아.” 하고 중얼거려 보인 필상이 느릿하게 두 눈을 꿈뻑이다가 재차 말문을 열었다.
“설마···?”
이내 진행자가 연회장 안에 모여있는 모든 이들을 좌에서 우로, 천천히 한 번씩 훑은 뒤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번 시상식의 마지막 시상 부문인 ‘올해의 파인다이닝’ 부문 수상 후보 선정 기준은 자못 간단합니다. 전 세계 각지, 어디든 뛰어난 파인다이닝이라면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될 수 있죠.
말을 마친 그가 검미를 꿈틀대고는 재차 덧붙였다.
– 본 협회는 위 기준을 토대로 무려 120여 개의 파인다이닝을 선별했습니다. 그렇게 선별해 낸 파인다이닝을 본 협회가 미리 수립해 둔 자체적인 기준과 방식으로 추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유명 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고객만족도, 인지도, 접근성 등 도합 여덟 가지 기준을 따져가며 120개가 넘던 후보 파인다이닝을 단 두 곳으로 줄여냈죠.
이윽고.
– 한 곳은 모두 예상하고 계시듯, 영 셰프의 파우스트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그가 말끝을 흐려 보임과 동시에 장내에 술렁임이 일었다. 모두가 과연 어떤 파인다이닝이 수상 후보로 등재되었을지에 대한 추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차례 크게 심호흡을 해 보인 진행자가 재차 우렁찬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 놀랍게도, 호주 선샤인 코스트에 위치한 아트 퀴진 파인다이닝 홀리데이로 선정되었습니다.
그 말에 필상이 넋이 나간 사람마냥 멍한 얼굴을 한 채로, 진행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슴팍이 간질거렸으며, 눈앞이 아득해졌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마치 마주하고 있던 세상이 자신의 귀 뒤편으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흡사 세상과 자신이 분리된 기분이었다. 짙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만 같았다. 행여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좌중들을 둘러보기 시작했으나 그들의 반응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들 당혹감을 어쩌지 못한 채, 놀란 얼굴로 저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을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맙소사, 그러니까 한 셰프의 파인다이닝 두 곳이 동시에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다는 건가요?”
“허, 여태껏 이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다만, 당사자인 필상은 여전히 멍한 얼굴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다시금 본의 아니게, 앞으로 좀처럼 깨질 일이 없을 것 같은 기록을 세웠다. 요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그것도 심지어 가장 권위 있는 부문에, 자신의 파인다이닝 두 곳을 최종 수상 후보로 등재시키는 기염을 세운 것이다.
의도치 않은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의도한다고 한들 절대 이뤄낼 수 없을 일이었다. 웅성거림은 끊이지 않았으며, 필상은 여전히 정신을 다잡지 못한 채였다. 무방비 상태에서, 수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 파우스트, 축하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짝, 짝짝. 잔잔히 울리던 소음은 점점 덩치를 키워나가기 시작했으며, 몇몇 셰프들은 존중의 의미로 자리에서 기립한 채 열과 성을 다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태프는 다시금 큼지막한 트로피를 건네주었다. 엉겁결에 트로피를 받아든 필상이, 어쩔 줄을 모르고 있던 찰나였다.
“필상, 웃어야지!”
객석 중앙쯤에서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필상이 간신히 정신을 다잡았다. 목소리의 근원지에는 줄리가 서 있었다.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양, 환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필상이 그제야 정신을 다잡고는, 스탠딩 마이크 앞에 다가섰다. 양팔에 각각 한 개씩, 큼지막한 트로피를 품은 채였다. 얼굴 위로 기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채였다.
– 감사합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올해 연말에는 감히 기대조차 않던 영광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치솟는 감정을 어쩌지 못한 채로, 말끝을 흐려 보였던 필상이 좌중들을 한번 둘러본 뒤에 재차 말했다.
– 하지만 제가 올해에 세우게 될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곧 있을 미슐랭 가이드 아메리카 측의 미슐랭 스타 수여식 당일, 다시금 업계 역사를 모두 통틀어 유례없는 일이 빚어질 테니까요.
파우스트 역시 미슐랭 가이드 아메리카 측으로부터, 세 개의 별을 따내고야 말리란 포부와 확신이 담긴 말이었다. 파장을 일으키기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는 말이었다. 덕분에 그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다시금 장내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간간이 높은 휘파람 소리가 섞여 들려왔으며, 곳곳에서 플래시가 번쩍였다. 그때 필상이 재차 덧붙였다.
– 감히 약속드리죠. 올해에는 몇 가지 대단한 커리어를 수립한 셰프, 내년에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미슐랭 스타를 취득한 셰프, 그다음 해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미슐랭 스타)을 보유한 셰프가 될 겁니다.
파격적인 내용의 수상 소감의 끝을 알리기 위해 묵례를 해 보인 필상이, 다시금 연단 아래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줄리와 멜리, 이정준이 달려와서는 그런 필상을 부둥켜안기에 이르렀다. 종지에는 다빈과 로버트, 갈라예프, 호세 아빌레 등. 필상과 친분이 두터운 이들 역시 덩달아 달려들었다.
진심이 잔뜩 담긴 축하의 말들이 귓가로 파고들었다. 미처 감사를 전할 새도 없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이제 남은 연말 일정은 딱 하나.
업계의 모두가 관심을 한껏 기울이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 아메리카 측의 미슐랭 스타 수여식뿐이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