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22
22
Chapter6 – High Risk, High Return (4)
프로페셔널 부문 결선이 막을 내린 뒤, 필상은 타 참가자들과 함께 대기실로 돌아왔다.
예상했던 대로 참가자들의 얼굴 위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아직 공식적인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은 시점이라지만, 심사위원들의 짤막한 심사평을 통해 결과를 어느정도 유추해 볼 수 있던 탓인 듯 했다.
그렇게 다들 아쉬운 마음을 어쩌지 못한 채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중이었으나, 오직 딱 한 사람.
필상 만큼은 대화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는 듯, 두 귀에 이어폰을 꽂아놓은 채 제 짐을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을 따름이었다.
스으윽-.
자신의 조리도구 표면에 맺혀있는 물기를 마른헝겊으로 꼼꼼히 문질러 닦아가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아쉽네.’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떨쳐내고 있지 못한 것은, 필상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심사위원들이 코스의 앞쪽에 배열된 요리를 시식하고, 심사평을 말하는데 소요될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예측했다. 덕분에, 코스의 핵심이랄 수 있는 두 종류의 메인 요리. 농어 스테이크와, 채끝살 스테이크를 다소 미지근해진 상태로 선보일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물론, 심사위원들에게 그 점을 지적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마 코스의 다채로운 구성과, 조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장점 덕분에 그 단점이 잘 가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글쎄?
지적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냥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느끼고 있는 요리사로서의 ‘갈증’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요리를 찾아 온 이들에게 더 촘촘하고, 견고한, 짜임새있으며, 본질적으로 맛있는 요리만을 선보이고 싶다는 요리사로서의 갈증 말이다.
앞으로 불과 몇 해 뒤쯤이면, 시대회의 심사위원들이 아닌 유명 매거진에 소속되어 있는 비평가들이. 혹은, ‘*미슐랭 가이드’(*Guide Michelin)의 평론가들이 자신의 두눈을 부릅뜬 채 더욱 냉정한 기준으로 자신의 요리를 평가하게 될 테니까.
한차례 “후-.”하고 숨을 내쉬어 보인 필상이, 제 조리도구들을 나이프 키트 안에 잘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나이프 키트를 챙겨든 뒤, 가장 먼저 참가자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한창 영 셰프 부문의 경연이 진행중인 코엑스 인도양 홀 내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내 필상이 넓게 펼쳐진 간이 객석을 두리번 거려가며, 두분 부모님이 앉아계신 자리를 찾는데 여념이 없던 찰나였다.
“아이고, 짱구 박사님! 이제 오십니까-?”
그닥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앉아계시던 아버지께서, 필상을 발견하기 무섭게 한없이 반가운 투로 건네온 말이었다.
이내 필상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부모님이 앉아계신 방향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필상이 지척에 다다랐을 무렵.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사뭇 밝은 투로 말을 건네왔다.
“아들, 힘들지? 정말 고생 많았어.”
필상이 빈 자리를 자연스레 꿰차고 앉으며 나직이 답했다.
“제가 무슨 고생을 했겠어요? 두분께서 기다리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죠.”
손사래까지 쳐가며 “아냐, 아냐.”하고 답해 보이신 어머니께서, 유려하게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지루했는데, 심사 시작되고 나니까 의외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던데? 그리고 끝나자마자 곧장 학생 부문 경연 시작되서 지켜보고 있었어. 엄마가 보기엔 다 어린 애들인데, 고사리같은 손으로 어쩜 저리 야무지게도 잘 하는 건지 참 신기하고 그렇네···.”
그때였다. 한차례 침음을 흘려 보인 아버지께서, 방금 전과 달리 사뭇 심각한 어투로 재차 말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참 신기하고 그렇네. 원래 우리 필상이도 성인 부문이 아니라, 저 친구들 사이에 섞여있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필상이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마냥 멋쩍은 미소만 지어보이고 있던 찰나였다. 아버지께서 돌연 마냥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필상의 양손을 꽉 맞잡아주며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보니까, 우리 아들이 제일 돋보이더라. 사실 이렇게까지 잘 해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한 편으로는 마냥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혼자 얼마나 끙끙 앓았을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서서히 멎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부자 사이로, 마냥 무거운 정적이 드리우기를 잠시. 아버지께서 재차 엷게 떨리는 투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셨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말이야. 매일 식당 일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한 것 같은데, 또 부모로서 이렇다 할 조력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같은데···.”
다시금 말끝을 흐려보였던 아버지께서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미안하다.”
이내 필상이 저도 모르게 낮은 침음을 흘려보였다. 일순 누군가가 가슴팍을 쥐어짜는 것 같은 저릿한 고통이 엄습해오더니, 종지에는 귓가에 들려오던 온갖 소음들이 서서히 멎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세상과, 자신이 아예 격리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죄인 마냥 고개를 숙이고 계신 아버지께 되묻고 싶었다. 아버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는 받은 기억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이 그리도 미안하십니까? 금방이라도 툭 튀어나와버릴 것 마냥, 목 울대를 살살 간질이고 있는 말들이 한 가득이었다.
한데, 어째서일까?
굳게 닫힌 입술을 옴싹달싹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미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던 그때였다.
어머니께서 괜히 아버지의 팔뚝을 가볍게 ‘툭.’하고 쳐보이신 뒤, 물기가 넘실대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이고, 이 양반아. 안 어울리게 갑자기 왠 청승이래···?”
이내 필상의 시선이 아래로 툭 떨어져서는, 아버지의 손등 위에 안착했다. 큼직하고 두툼한 손 위로 칼에 베이고, 불에 데여 생겨난 흉터가 잔뜩 자리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어머니의 손 역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곳곳이 잔뜩 트고 갈라져 있었으니 말이다.
부모님의 손이다.
전생의 이맘때쯤에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아니.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손이다. 지난 시간 겪으셨을 고초와 역경이 오롯이 담겨있는, 슬프고 위대한 손이다.
이윽고, 필상이 차분해보이려 짐짓 애를 써가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는, 진심 어린 투로 덧붙였다.
“저는 늘 두분께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때론 온갖 미사여구를 장착한 길고 화려한 말보다, 한 마디 말이 더욱 깊숙히 와닿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바로, 지금이 그랬다.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영 셰프 부문의 결선이 마무리되고, 장내의 분위기가 한껏 어수선해졌을 무렵. 돌연 장내의 모든 조명이 암전(暗轉)되더니, 갑작스레 내리앉은 어둠 속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우선 자리를 지켜주신 귀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 입니다. 이로써 2013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의 결선 무대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순간, ‘탁.’하고 낮은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롱 핀 조명 한 개가 연단을 비춰주기 시작했다. 연단 위에는, 말끔한 정장차림의 사회자가 큐 시트를 손에 쥔 채 서있을 따름이었다.
– 곧장 시상식을 속개하기에 앞서 시상식 진행방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프로페셔널 부문의 시상식이 먼저 이어질 예정이며, 연달아 영 셰프 부문의 시상식이 진행될···.
그렇게 진행자의 설명이 한창 이어지고 있던 때였다. 아버지께서 필상의 무릎 위에 제 손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윽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딱뜨리던 찰나. 아버지께서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으신 채,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만, 그래도 결과에 연연할 것 없다.”
그리고는 재차 덧붙이셨다.
“이만하면 충분히 잘했어.”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 보인 필상이, 조곤조곤한 투로“네, 아버지.”하고 답해 보인 뒤 다시금 고개를 돌려 연단을 바라보기 시작하던 그때였다.
– 우선 프로페셔널 부문 3위 입상자 입니다. 심사위원 직을 도맡아 주셨던, 이혜원 셰프님꼐서 직접 발표해주시겠습니다.
이내 이혜원 셰프가 느릿한 걸음으로 연단 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구둣굽 소리가 그녀의 뒤를 따라 울려퍼지기를 잠시. 이윽고 이혜원 셰프가 손에 쥔 무선 마이크를 제 입가에 가져다 댄 뒤, 잔잔한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이번 2013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의 심사를 맡았던, 레스토랑 수미의 오너 셰프 이혜원입니다.
장내 곳곳에서 높고 낮은 박수소리가 일기를 잠시. 만류하듯 손바닥을 들어올려 보인 그녀가, 다시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수상자 발표를 진행하기에 앞서, 귀빈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시상식은 참가자들이 그간 행한 노력과, 고초를 치하받는 시간이니만큼, 수상자가 호명되는 순간. 부디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맞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차례 숨을 걸러 보인 이혜원 셰프가 객석을 좌에서 우로, 천천히 한 번 훑어본 뒤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그럼, 곧장 프로페셔널 부문 3위 수상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3위 수상자에게는 트로피 및 상패와 더불어, 삼백만 원의 상금이 부상(副賞)으로 지급됩니다. 대망의 3위 수상자는···.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 유승우 참가자입니다. 연단 위로 올라와 주시겠습니까?
이내 장내에 한차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성소리, 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상자로 호명된 유승우 참가자가 연단 위에 올라섰다. 그가 트로피와 상패, 또 ‘상금 삼백만 원’이란 글귀가 각인되어 있는 큼지막한 하드보드지까지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서울시장과 악수를 한 번 나눈 뒤,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무대 측면으로 비켜섰다.
또 그 사이, 홀 앞쪽 스크린을 통해 유승우 참가자가 선보인 요리 영상이 송출됨과 더불어 사회자의 부연설명이 이어졌고 말이다.
– 유승우 참가자는 총점 86점을 기록하였으며, 심사위원 진으로부터 틀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요리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윽고.
– 다음, 프로페셔널 부문 2위 수상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2위 수상자 발표 역시, 심사위원 직을 도맡아주셨던 강훈 셰프님께서 직접 진행해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서는 연단 위에 올라선 강훈 셰프가, 곧장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2013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 2위 수상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 및 상패. 또 부상으로 오백만 원의 상금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대망의 2위 수상자는···.
마냥 무거운 침묵이 드리우기를 잠시.
– 이형우 참가자입니다. 연단 위로 올라와주시겠습니까?
동일한 과정이 다시금 반복되었다. 수상자로 호명된 이형우 참가자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연단에 올랐고, 트로피와 상패. 또 상금 액수가 적힌 하드보드지를 건네받았다.
이윽고.
– 다음은 프로페셔널 부문 1위 수상자 발표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본 대회의 심사위원 직을 도맡아 주신, 한원대학교 요리학부의 박한솔 교수님께서 발표해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연단 위에 오른 박한솔 교수가,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2013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 1위 수상자입니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 및 상패와 더불어, 천만 원의 상금이 부상으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1위의 영예를 거머쥐게 될 참가자는···.
필상이 바짝 말라붙은 입술을 혀로 한 번 핥아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길 바라는 타 참가자들과는, 사뭇 상반되는 바람을 품고 있을 따름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 최용준 참가자입니다.
이윽고, 장내에 다시금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하나,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낮은 술렁임이 일기도 했다.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최용준이 대상이 아니면, 대체 누가 대상을 거머쥐게 되었냐는 내용의 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최용준 참가자는 견고하고 촘촘한 유러피안 스타일의 코스 요리를 선보이며, 총점 92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룩해냈습니다.
연신 끈일줄 모르던 박수소리가 사그라든 것은, 사회자가 만류하듯 한차례 제 손바닥을 들어올려 보인 뒤의 일이었다. 어수선하기 그지없던 장내에 다시금 고요함이 내리앉던 찰나, 한차례 “큼, 흠.”하고 헛기침을 해보인 그가 재차 말을이었다.
– 이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게 된 참가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상 수상자 발표는, 현 서울시장 직을 역임하고 계신 김성동 시장님께서 직접 진행해 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김성동 시장이 제 정장 외투의 옷맵시를 가다듬어가며, 느릿한 걸음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는 점잖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우선 본 대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개숙여 감사드리는 바 입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 덕분에, 본 대회가 신예 요리사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손에 쥔 큐 카드(Que Card)를 한 번 바라본 뒤, 다시금 조곤조곤한 투로 말을 이었다.
–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한 가득입니다만, 시상식 이후 진행될 폐막식 때 마저 말씀드리는 게 좋겠군요. 그럼 대망의 대상 수상자입니다. 참고로, 올해 대상 수상자는 본 대회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최고점수’를 기록하며 당당히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2013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 프로페셔널 부문, 대상 수상자입니다.
그렇게 마냥 정적만이 가득하던 찰나, 필상이 좌・우에 앉아계신 부모님을 한번씩 살펴보았다. 아버지는 두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연단을 바라보고 계셨고, 어머니는 아예 두 눈을 질끈 감으신 채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계신 중이셨다.
꿀꺽, 침을 한 번 삼켜내 보인 필상이 다시금 고개를 돌려서는 연단을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지금.
필상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기대와 떨림, 은근한 불안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어서 빨리 트로피와 상패를 끌어안고 싶다는 욕망이자, 조바심이었을 뿐. 그때, 김성동 서울시장이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 정필상 참가자, 앞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이내 장내에 한차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필상이, 두분 부모님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다녀올게요.”
타 참가자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주변 사람들에게 “나? 나?”하고 물어대지도, 눈물을 글썽여대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필상 보다는 오히려 두 분 부모님이 더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이내 필상이 마냥 덤덤한 표정을 한 채, 연단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던 찰나였다.
– 정필상 참가자는 다채로운 구성의 정통 오트 퀴진을 선보이며, 모든 심사위원 분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 개최 이후 최초로 학생 신분으로, 프로페셔널 부문으로 출전하여 입상의 영예를 거두었으며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인 총점 98점을 이룩하는 쾌거를 이룩하기까지 했습니다.
홀 앞쪽 스크린을 통해 필상이 선보인 오트 퀴진 메뉴들이, 차례로 송출되기 시작했다.
예정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