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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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9 – 상승기류 (4)
영업을 마친 뒤, 우선 이정준과 김정아를 먼저 퇴근시켰다. 그리고는 레스토랑 홀 테이블을 꿰차고 앉은 채로, 오늘 하루 매출을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 총 얼마야?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물음에, 필상이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나직이 답했다.
“계산해보니까 도합 1,985,000원이네요.”
– 맙소사, 정말로?
오늘 하루새 벌어들인 돈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이백만 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여기서 대략 30%에 달하는 금액이 식재료비로 빠져나갈 테고, 그 밖에도 두 사람의 인건비와, 일할 계산한 월세 및 공과금 등을 제해야겠지만···.
그래도 테이블이 한 개밖에 없는 열평조차 되지 않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하루만에 벌어들이기엔 과분한 금액임이 분명했다.
– 정 셰프, 이러다가 조만간 빌딩 세우는 거 아냐? 이건 예상치를 아득히 벗어난 결과인데···.
이 정도면 강남 땅의 비싼 월세와 지나친 인건비를 아슬아슬하게 감당해가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여타 셰프들의 자그마한 레스토랑보다 훨씬 나은 수준일 것이다. 물론 총 매출액에서야 차이가 있겠지만, 순이익을 계산해보면 엇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올 테니 말이다.
만약 필상이 품고 있는 꿈의 크기를 몰랐더라면, 원 테이블 레스토랑 운영에 전념해보라는 조언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글쎄요? 이렇게해서 빌딩 세우려면 최소 십 수 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쨌든 지금부터 차곡차곡 잘 모아두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친 강훈 셰프가 재차 몇 마디를 덧붙였다.
– 나중에 투자를 받아서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개업하더라도 지분을 섞느냐, 안 섞느냐에 때라 수입 차이가 커질테니까.
“네, 그래야죠.”
– 그나저나 지금 같은 매출 추이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정셰프 말대로 일 년 안에 ‘중심상권’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이내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일단 이번 주 예약은 꽉 찬 상태에요. 다음 주 중에 다큐멘터리 방영 될 테고, 푸드&푸드 매거진에 칼럼까지 실리고 나면 당분간은 지금같은 추이가 지속되겠죠.”
아마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 위로, 기름을 잔뜩 끼얹은 모양새가 될 게 분명했다.
– 흠, 그럼 그 다음부터가 문제인 셈인가?
한차례 “네, 뭐···.”하고 얼버무려 보인 필상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름 아니라, 과연 그 다음이 문제가 되기는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그쯤이면 파미유는 열일곱 살 셰프가 운영하는, 일매출 이백만 원 대의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란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다. 방송의 땔감으로 사용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적절한 소재이지 않은가? 한없이 자극적인데다가, 적당히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니까.
– 일단 그때가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어쨌든, 정준이는 앞으로 정 셰프가 데리고 있고 싶다는 거지?
“네. 하루 일해보니까 잘 맞더라고요.”
– 그래? 당사자만 괜찮다면야 상관없지. 정식 쿡이면 모를까, 쿡 헬퍼야 하루새 충원되는 인력이기도 하니까···.
“감사합니다.”
– 일단 홀 직원 구해질때까지는 정아 씨도 계속 보내줄 테니까 걱정 말고. 칼럼은 읽어봤어?
한차례 “네.”하고 답해 보인 필상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
“확실히 좋은 말씀을 많이 적어주셨더라고요. 이게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평론가가 지닌 힘인가봐요.”
– 그래, 맞아. 그래도 국내 평론가들은 힘이 그렇게 쎄지 않은 편이야. 해외 같은 경우에는 말 몇 마디로 레스토랑 하나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어버리기도 하는 게 평론가들이거든.
말을 마친 강훈 셰프가 재차 몇 마디를 덧붙였다.
– 어쨌든, 내일도 예약 꽉 차 있다며? 오늘이랑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야 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네, 셰프님.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영업마치고 매출 현황 보고서 작성해서 올릴게요.”
– 차라리 월초든, 월말이든 날짜를 정해놓고 한 달에 한 번씩 보내는 게 낫지 않겠어?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정산하는 레스토랑이 어디 있어요? 셰프님도 그렇게 안하시잖아요?”
– 그건 그렇지만···.
“혹시 제가 걱정되서 그러시는 거면 정말 괜찮아요. 어차피 매주 월요일에는 가게 문 닫을 생각이거든요.”
– 이럴 때 보면 정말 꽉 막혀있다니까? 그래, 알겠어. 편한대로 해.
강훈 셰프와 통화를 마친 뒤, 필상이 길게 숨을 내쉬어 보인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우여곡절 가득했던 하루가 끝났다. 하지만 머지않아 또 하루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TV밖 셰프들의 삶이 으레 이런 식이다.
탁-.
스위치를 내리자 원 테이블 레스토랑, 파미유의 홀 안으로 짙은 어둠이 내리앉았다.
*
그렇게 며칠이란 시간이 더 흘렀고, 어느덧 일주일에 달하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또, 그 사이 몇 가지 크고 작은 변화들이 ‘파미유’에 찾아온 상태였다.
“셰프, 오늘 다큐멘터리 방영일이죠?”
저녁 일곱시 무렵, 이정준이 나직이 건네 온 물음이었다. 이내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얼른 정리하고 부모님 가게로 가서 시청하려고요.”
바로 오늘. 그간 촬영했던 다큐멘터리 ‘영 셰프’(Young Chef)가 방영될 예정이었던지라, 저녁 여섯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예약손님을 받아두지 않은 상태였다. 앞으로 한 시간 뒤인 여덟시 무렵에 1부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니, 지금 당장 정리를 시작하고 식구백반으로 부리나케 뛰어간다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 듯 했다.
필상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머릿속 계산기를 부지런히 두드려대고 있던 찰나였다.
“먼저 들어가세요.”
이정준이 나직이 건넨 말에 필상이 “예?”하고 되묻던 찰나.
“어차피 뒷정리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제가 혼자 할 테니까, 먼저 들어가셔서 시청하세요.”
말을 마친 이정준이 괜히 “큼, 흠.”하고 헛기침을 해보인 뒤, 조리대 위에 놓여있던 접시를 제 자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런 이정준의 뒷모습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기를 잠시.
필상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그렇게 파미유를 나선 뒤,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늦여름의 끝자락에 서있는 것일까? 피부에 닿는 저녁 바람의 온도가 꽤나 쌀쌀하게 느껴졌다.
‘벌써 한 번의 여름을 다 보내가는구나···.’
이윽고, 식구백반 안에 한 걸음을 내딛던 찰나였다. 계산대 앞에 서있던 어머니께서 “아들, 왔어?” 하고 물음을 건넴과 동시에, 도처에 앉아있던 단골 손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인사를 건네오기 시작했다.
“이야, 주인공 오셨네.”
“조카, 여기 앉아라.”
그렇게 필상이 마냥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빈 자리 하나를 꿰차고 앉던 찰나. 가게 한 편에 놓여있던 TV화면 위로, 다큐멘터리의 인트로(Intro)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 채널 딜리셔스 라이프 특집 다큐멘터리 – 영 셰프(Young Chef) 1부. ]이내 아버지 역시 손에 묻은 물기를 앞치마에 문질러 닦아내시며, 주방 바깥으로 나오셨다. 그때, TV속 장면이 전환되며 지난 2013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박한솔 교수의 인터뷰 영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 정필상 참가자요? 압도적이었죠. 애초에 프로페셔널 부문으로 출전해서 대상을 거머쥔 게 대회 역사상 최초이기도 하고···. ] [ 정필상 참가자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해주신다면요? ]한차례 “글쎄요?”하고 중얼거려 보인 화면 속 박한솔 교수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덧붙였다.
[ 천재? 진부한 표현이라지만 이 이상으로 정필상 참가자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네요. ]충분히 예상했던 그림이라지만, 글쎄? 제 두눈으로 직접 보고나니, 괜히 낯이 뜨거워지는 듯 했다. 필상이 저도 모르게, 후끈하게 달아오른 제 양뺨을 번갈아 만지작거려 보이던 찰나.
다시금 화면이 전환되며, 이번에는 지난 대회 심사위원 ‘이혜원 셰프’의 인터뷰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 흠, 글쎄요? 아무리 늦어도 수 년 안에는 *메인스트림 마켓(*Mainstream market)을 당당히 활보하는 메이저 셰프가 되지 않을까요? 제가 지금껏 본 요리사들 중 가장 재능이 뚜렷한 친구거든요. 단순히 지망생들 뿐 아니라, 현역 셰프들까지 모두 포함했을 때에도 마찬가지고요. ]그 다음엔 연달아 강훈 셰프의 인터뷰 영상이 송출되었다.
[ 정필상 참가자의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 투자를 결심하게 되신, 결정적인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리포터의 물음이 끝맺어지던 찰나, 영상 속 강훈 셰프가 제 턱을 살살 어루만져가며 나직이 답했다.
[ 만약 어린 베토벤이, 리포터님을 찾아와서 피아노를 한 대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거예요? ]이내 필상이 가을철 단풍 마냥 붉게 물든 제 고개를, 푹 숙여보이기에 이르렀다.
‘어째서 부끄러움은 내 몫인 거지···?’
이윽고 장면이 다시금 전환되며 ‘첫째 날’이란 자막과 함께, 강훈 셰프의 집무실이 화면 위에 나타났다.
다큐멘터리 촬영 첫 날, 강훈 셰프와 이런저런 기본적인 사항을 조율하던 날인 듯 보였다. 이내 다큐멘터리의 1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강훈 셰프와 이런저런 사항을 논의하고, 가게 터를 고르고, 직접 인테리어를 해나가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직접 거쳐 온 길이라지만, 다시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 언젠가 오늘의 피로를 추억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지.’
필상은 마냥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날들을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어느덧 한 시간에 달하는 *런 타임(*Run time)이 모두 흘렀을 무렵, 원 테이블 레스토랑 파미유에, 간판을 부착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또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옴과 동시에, 필상과 리포터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처럼 들려오기 시작했고 말이다.
[ 아, 그나저나 상호명은 정하셨어요? ] [ 네, 아주 오래전에요. ] [ 혹시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 [ 파미유. ]돌연 흘러나오던 음악이 정지되며,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다시금 또렷하기 그지없는 필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프랑스어로 ‘식구’라는 뜻이에요. ]이윽고, 필기체로 휘갈겨 쓴 상호명이 프린트되어 있는 새하얀 간판이 클로즈업되며 1부가 마무리되었다.
이내 식구백반 내부 곳곳에서 왁자지껄한 소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하던 찰나, 필상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이 제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어보였다. 다름 아니라, 이민혁 PD가 방금 막 보내온 문자메시지 몇 통 탓이었다.
[ 셰프님, 지금 모니터링 중이시죠? 시청률도 나쁘지 않고, 포탈사이트 인기검색어 독점 중! ] [ 웹사이트도 불 났으니 한 번 확인해보세요! 반응 완전 대박!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이내 필상이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곧장 휴대폰으로 포탈사이트를 확인해보았다.
[ 10위 – 영 셰프. ] [ 9위 – 파미유. ] [ 8위 – 원 테이블 레스토랑 매출. ] [ 7위 – 원 테이블 레스토랑. ] [ 6위 – 파미유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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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 – 정필상 셰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