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41
41
Chapter11 – 같은 주제, 다른 요리 (5)
이내 스태프 한 명이 박찬혁 셰프의 비프 브루기뇽이 담긴 접시를, 연예인 패널. 싱어송라이터 김성동이 앉은 자리 앞에 가져다주었다. 이윽고, 한차례 입맛을 다셔 보인 김성동이 기대감이 잔뜩 서린 투로 말을이었다.
“와, 일단 외형은 제가 프랑스에서 먹었던 요리들이랑 엇비슷한 것 같은데요?”
그 말에 김주성이 “아아!”하고 한차례 안타까움 서린 침음을 흘려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벌써부터 박찬혁 셰프 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느낌입니다. 사실 많이 힘든 싸움이긴 했거든요.”
“그렇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죠. 그래도 정필상 셰프, 너무 낙담하실 것 없습니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우선 맛보겠습니다.”하고 답해 보인 김성동이, 고기 한 점과 야채를 함께 찍어서는 소스를 잔뜩 묻힌 뒤 입에 쏙 넣었다. 그리고는 몇 번 씹지도 않은 채, 제 입을 한 손으로 가린 채 엷게 떨리는 투로 재차 말문을 열었다.
“와, 진짜···.”
그리고는 입 안에 머금고 있던 고기를 삼켜내기 무섭게, 곧장 다시 한 점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이내 진행자 이돈우가 답답하다는 듯, 살짝 이죽거리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김성동 씨,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지 시식평은 말씀을 해주셔야죠.”
멋쩍은 듯 미소를 지어 보인 김성동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흥분이 묻어나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뭐라고 해야하지? 와인 향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 떠나서 정말 고기가 정말 야들야들해요. 혀 위에서 몇 번 굴리지도 않았는데 녹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김주성이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가며 장난기 서린 투로 되물었다.
“어떻습니까? 프랑스 파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습니까?”
그 말에 김성동이 두눈을 휘둥그레 떠보이며 능청스레 답했다.
“어라? 여기 파리 아니였어요···?”
이내 박찬혁 셰프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채 필상을 힐끔 바라보았다.
반면 필상은 그런 박찬혁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연예인 패널 김성동이 앉은 방향만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고 말이다.
이윽고.
스태프가 박찬혁 셰프의 요리가 담긴 접시를 가져간 뒤, 필상이 선보인 세 가지 요리가 담긴 접시를 차례로 내려놓아주었다.
세 가지 요리를 천천히 훑어본 김성동이, 실소를 한 번 흘려 보인 뒤 재차 말문을 열었다.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15분이란 시간 만에, 이렇게 구색이 갖춰진 코스 요리가 완성된 건지···.”
이내 최영도 셰프가 한차례 낮은 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천연덕스럽기 그지없는 투로 대꾸했다.
“네, 그건 저희도 의문입니다.”
이윽고, 김성동이 필상을 바라보며 나직이 되물었다.
“정필상 셰프님. 혹시 먹는 순서나,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순으로 드시면 됩니다.”
“왜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만드셨어요? 아까워서 못 먹겠는데···.”
너스레를 한 번 떨어 보인 김성동이 스푼을 집어들어서는, 먹기 좋게끔 딱 한 입 크기로 세팅된 연어 타르타르를 먼저 맛보았다. 오묘한 표정을 한 채, 그 맛을 음미하던 김성동이 “흠.”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뒤 말문을 열었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에요. 그냥 딱 프렌치 레스토랑의 에피타이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1분만에 만드셨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엄청난 거긴 한데···.”
예의상 시식평을 장황하게 늘어놓기야 했으나, 한 마디로 말하자면 박찬혁 셰프의 비프 부르기뇽만큼 임팩트 있는 맛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내 이돈우가 필상을 힐끔 바라보고는, 장난스러운 투로 재차 말문을 열었다.
“정필상 셰프 안색이 다소 안 좋아진 것 같은데요? 안쓰럽습니다!”
이윽고, 김성동이 “다음 요리 먹어보겠습니다.”하고 말해 보인 뒤 포크를 집어들자 필상이 짤막한 설명을 덧붙였다.
“메인 요리, ‘파프리카를 곁들인 훈연 조기 구이’입니다. 가니쉬로 얹은 파프리카와 함께 드시면 될 것 같네요.”
이내 김성동이 도톰한 조기살을 포크로 작게 잘라낸 뒤, 잘게 썬 파프리카와 함께 담아내서는 우선 향을 맡아보기 시작했다.
“와, 이걸 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고급스러운 향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혹시 프랑스의 향기입니까?”
이돈우의 물음에 김성동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포크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어져있던 야들야들한 조기살과, 파프리카를 제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그렇게 굳게 닫힌 입술이 오밀조밀 움직여대기를 잠시. 김성동이 돌연 제 두 눈을 휘둥그레 떠 보이고는, 거세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이었다.
“와, 씨. 미쳤다···.”
격한 표현 탓에 스튜디오 안이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것 마냥 고요해지기를 잠시, 그제야 제 실수를 깨달은 김성동이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담당 PD에게 나직이 물음을 건넸다.
“하, 어떻게 하죠?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다시 찍어야겠죠···?”
이내 담당 PD와 김주성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던 순간이었다. 담당 PD가 계속 진행하라는듯 다급하게 손짓을 해보였다.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이다.
공중파라면 모를까, 어차피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그대로 송출해도 일절 문제가 없을 게 분명했을 뿐더러, 정 신경 쓰인다거나 심의에 대한 지적을 받게 된다면 추후 편집 과정에서 소리를 덧입혀 버리면 될 노릇이었다.
담당 PD의 사인을 확인한 진행자 김주성이 “크으-.”하고 추임새를 넣어 보인 뒤, 곧장 상황을 수습해나가기 시작했다.
“아주 격정적인 반응입니다만, 그래도 조금은 순화된 시식평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제야 경직되어 있던 장내의 분위기가 풀어졌다. 한차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보인 김성동이, 제 입끝을 냅킨으로 살짝 닦아낸 뒤 천연덕스러운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외형만 봤을 때에는 그냥 익숙한 맛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조리 과정만 놓고 봤을 때에도 살짝 초벌하고, 다시 한 번 쪄준 게 전부잖아요? 그런데 진짜 입에 넣는 순간 막···.”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던 김성동이,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로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다 떠나서 ‘*향’(香)부터가 달라요. 입 안에 넣는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향이 확 퍼지거든요? 생선 살 표면이 그 향으로 얇게 코팅 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녹차 가루 향도 은은하게 나는 것 같고, 막 색이 엄청 진한 연기 있잖아요? 그 향도 조금 나는 것 같고···.”
“맛은 어떻습니까?”
“진짜 딱 먹는 순간, 향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지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머릿속이 잠깐 멍해져요. 와, 이게 대체 뭐지? 뭐지? 그러다가 갑자기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거든요?”
이내 김성동이 제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아 보이고는 재차 말을 이었다.
“일단 식감 자체는 되게 보드라운 편이에요. 촉촉하고 몽글몽글한 카스테라 느낌인데, 겉 부분은 짭조름하고 안쪽은 담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정말 과장이 아니라 생선 살이랑 파프리카를 오물오물 씹다 보면, 머릿속에서 폭죽이 ‘펑, 펑-.’하고 터지는 느낌이거든요.”
이내 진행자가 김성주가 한껏 과장스러운 투로 “아, 폭죽이 터진다!”하고 외쳐보인 뒤, 박찬혁 셰프의 얼굴을 슬쩍 돌아본 뒤 덧붙였다.
“두 셰프의 얼굴 위로 희비가 교차합니다. 잠깐 사이에 박찬혁 셰프의 낯빛이 상당히 어두워졌거든요?”
그 말에 필상 역시 고개를 슬쩍 돌려서는 박찬혁 셰프의 얼굴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최대한 표가나지 않게끔 애꿎은 아랫입술을 씹어대고 있는 모습이, 꽤나 애처로워 보일 따름이었다.
아마 지금에서야 ‘어쩌면 자신이 패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불안과, 초조함. 그 밖에도 여러 유쾌하지 못한 감정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었다.
그때, 연예인 패널 김성동이 필상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필상 셰프님께 정말 죄송하네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의심했었거든요.”
“의심이요?”
“네. 아무래도 다른 셰프님들에 비해 경력도 짧은 편이시고, 나이가 많이 어리다 보니 연륜에 의한 실력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끝을 한 번 흐려 보인 김성동이 멋쩍은 미소를 한 번 지어보이고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확실히 테이블 하나만으로 일 매출 이백만 원이 나올만 하네요. 혹시 이것도 판매하시는 메뉴에요?”
“음, 가끔씩요. 예약하신 손님분들의 앙케이트 자료를 토대로 코스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이 메뉴가 들어가면 좋겠다 싶을 때 몇 번 넣었던 적은 있어요.”
고개를 몇 번 끄덕여 보인 김성동이 재차 되물었다.
“만약 예약 단계에서 이 메뉴를 코스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하면, 맛볼 수 있는 거네요?”
“네. 그렇죠.”
“그럼 저는 정필상 세프님의 레스토랑 방문을 앞두고 계신 분들께 이 메뉴를 꼭 드셔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정말 여태껏 맛본 생선 요리들 중 최고였거든요.”
말을 마친 김성동이 곧장 덧붙였다.
“간단히 축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너무 맛있어서 하마터면 편집 될 뻔 했던 맛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말에 장내 곳곳에서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를 잠시. 필상이 고개를 숙여가며 “감사합니다.”하고 답해 보이자, 김성동이 마지막 요리가 담겨있는 접시를 제 앞으로 슬쩍 당겨왔다.
“이제 코스의 대미를 장식할 디저트 메뉴네요.”
그리고는 접시 안에 담겨있는 팬케이크를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평범한 핫케익 믹스로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진짜 디저트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팬케이크같지 않아요?”
다이아몬드 문양이 새겨진 팬케이크 위로 걸쭉한 질감의 오렌지 소스와, 볶은 견과, 알록달록한 색감의 과일 조각이 플레이트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내 김성동이 제 앞에 놓인 나이프와 포크로, 팬케이크를 작게 잘라내서는 소스를 듬뿍 묻힌 뒤 천천히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김성동의 입가 위로 은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맨처음으로 느껴진 것은 오렌지 소스 특유의 상큼한 풍미였다. 달콤함 뒤편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약간의 *산미(* 酸味)가, 생선 요리가 남긴 여운과 일말의 텁텁함을 완벽히 지워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팬케이크의 식감은 보드라운 병아리의 솜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부드럽고 폭신폭신했으며, 곱게 간 오렌지 껍질과 땅콩 덕분에 연신 기분 좋은 아삭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이윽고.
머금고 있던 팬케이크를 삼켜낸 뒤 김성동이 한차례 거센 숨을 내쉬어 보이고는, 한껏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말문을 열었다.
“아,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데요? 제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로 이 요리가 탄생했다는 게···.”
이윽고 진행자 김주성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나직이 되물었다.
“프랑스입니까?”
이내 한차례 “네.”하고 답해 보인 김성동이, 진중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재차 덧붙였다.
“봉쥬르···.”
그와 동시에 두 진행자가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과장스럽기 그지없는 탄성을 내질러대기 시작했다.
“아아! 지금 ‘봉쥬르’ 나왔거든요?”
이내 김성동이 장난기 가득한 투로 받아쳤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해버려서 불어로 말해버렸네요.”
장내 곳곳에서 높고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를 잠시. 한차례 “자!”하고 외쳐 보인 진행자 김성주가, 다시금 유려하게 진행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시식이 모두 종료되었으니 선택의 시간입니다. 만약 박찬혁 셰프님의 ‘비프 부르기뇽’이 더 맛있었다면 1번 스위치를! 정필상 셰프님의 ‘성동적인 퀴진 모데르노’가 맛있으셨다면 2번 스위치를 눌러주시면 됩니다!”
이내 제 아랫입술을 살짝 핥아내 보인 김성동이, 난감한 듯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나직이 말했다.
“아, 이거 정말 어렵네요.”
그리고는, 곧장 덧붙였다.
“네, 눌렀습니다.”
김성동의 말이 끝맺어짐과 동시에 스튜디오 내부 조명이 모두 *암전(暗轉)되더니, 곧장 긴장감을 고조시켜주는 웅장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프렌치 요리의 대가 박찬혁 셰프와,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요리사 정필상 셰프의 대결이었습니다. 과연 승자는···.”
김주성이 말끝을 흐려보임과 동시에, 장내에 짙은 적막이 내리앉기를 잠시.
이윽고.
스튜디오 천장 바텐에 설치된 ‘롱 핀’(Long Pin) 조명 한개가 켜지며, 어둠 속에 서있던 필상을 비춰주기 시작했다.
“정필상 셰프입니다!”
이내 필상이 조명 불빛 탓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떠보였다. 연예인 패널들은 물론이고, 진행자, 셰프들에 이르기까지. 장내에 자리해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오고 있는 중이었다.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 필상이 여러 방향으로 묵례를 해보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하자, 연예인 패널 김성동이 직접 걸어 나와서는 필상의 가슴팍에 승자에게 부여되는 별 모양 뱃지를 손수 달아주었다.
“박찬혁 셰프님의 요리도 정말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정필상 셰프님의 요리가 조금 더 제 취향에 가까웠던 것 같네요. 특히 메인이었던, 생선요리는 정말···.”
김성동이 말끝을 흐려보이자, 진행자 이돈우가 우렁차기 그지없는 투로 말을이었다.
“정필상 셰프가 박찬혁 상대로 첫 승을 거머 쥐게 되었습니다! 짤막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말에 고개를 슬쩍 돌려서는 박찬혁 셰프의 얼굴을 한 번 살펴보았다.
멍한 얼굴을 한 채로 제 발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어 말하자면 ‘혹시 나라를 잃은 게 아닐까?’ 싶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이내 헛기침을 두어 번 해보인 필상이 조곤조곤한 투로, 짤막한 소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단 평소 존경하던 셰프님들 앞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스로가 감히 셰프라 불려도 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데, 앞으로 더욱 정진해서 그 칭호에 걸맞는. 그리고···.”
그렇게 돌연 말끝을 흐려 보이기를 잠시, 필상이 나란히 서있는 박찬혁 셰프를 곁눈질로 슬쩍 바라보고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뒷말을 꺼내들었다.
“제게 향하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실력있는 요리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며 “감사합니다.”하고 말해보이자, 다시금 장내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돌연 한쪽 얼굴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던 터라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박찬혁 셰프가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을 한 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내 필상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묵례를 한 번 해보였다.
잠시간 아무런 말 없이 그런 필상을 내려다보고 있던 박찬혁 셰프가, 돌연 휙 뒤돌아서서는 제 자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승자의 너그러운 아량이라고 해야 할까? 겉으로는 아닌 척 했더라도, 내심 자신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일 테고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기고만장한 모습보다는 풀 죽은 모습이 훨씬 보기 좋은 듯 했다. 잘 어울리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