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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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2 – 방송의 힘 (3)
필상이 무어라 답하려던 찰나였다. 수화기 너머의 남현철 PD가 “흠···.”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뒤, 마냥 조심스러운 투로 재차 말문을 열었다.
–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직접 찾아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혹시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언제, 어디서 뵈면 좋을까요?”
– 제가 지금 바로, 정필상 셰프님 댁 근처로 이동한 뒤 다시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디 보자, 사전에 제출해주신 출연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주소로 가면 되는 거 맞죠? 아! 그리고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예? 지금 바로요?”
– 네. 만약 선약이 있으신 거라면, 가능한 시간을 말씀해주시면 맞춰서 찾아뵙도록···.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마무리되었다. 이내 필상이 제 손에 들린 휴대폰을 멍하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상황이 워낙 정신없이 전개 되어버린 탓일까? 혼이 쏙 빠져나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어째 근래를 통틀어 가장 정신 없는 하루가 완성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었고 말이다.
*
남현철 PD가 서류를 잘 정리하며 재차 말문을 열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해주시면 됩니다.”
대략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눴고, 결국 고정출연 계약서의 서명란에 서명 기입까지 마쳤다. 이로써 ‘냉장고를 털어라!’의 셰프 군단에, 정식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비록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만남이었다지만, 계산적인 내용은 일절 섞여있지 않은 담백한 대화만이 오갔을 뿐이었다.
강훈 셰프가 말한대로 시간이 흘러 귀찮은 상황이 생기기 전에 미리 포섭해두려는 것인지, 남현철 PD가 준비해 온 계약서에는 딱히 흠 잡을 만한 부분이 없었다. 필상 역시 그에 대한 예를 갖추고자, 괜히 출연료를 인상시켜보려는 등의 섣부른 흥정을 시도하지 않았고 말이다.
“좋은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내 남현철 PD가 한차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여러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긴 한데, 대부분의 셰프님들이 출연 이후 수익이 최소 서너 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기존에 운영하시던 레스토랑을 확장 이전 하시거나, 새로운 지점을 개업하신 분들도 수두룩하고요. 특히 최영도 셰프님같은 경우에는, 올해에만 무려 여섯 개에 달하는 CF를 촬영하셨습니다.”
“확실히 파급력이 대단하네요.”
“네. 그런데 여러 셰프님들과 접촉해 본 바에 의하면, 방송 출연을 꺼리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우스꽝스러운 모습 때문에 셰프로서의 이미지가 폄하되고, 신비성을 잃는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잠시 턱을 긁적여대던 남현철 PD가 몇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글쎄요? 이미 여러 셰프님들이 결과를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미식가들, 맛 칼럼리스트, 혹은 맛집 블로거들의 글줄에 휘둘리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믿고 따를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네,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반적인 대중들에게있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흔치 않은 일일 테고, 비싼 값을 지불하고 얻은 특별한 식사 기회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싶을 테니까요. TV에 출연한 셰프라는 타이틀 정도면, 믿고 기념일을 맡길 마음이 생길 법도 하고요.”
“바로 그겁니다. 분명 저희 프로그램이 정필상 셰프님의 등에 날개를 달아줄 거라 믿습니다. 물론 큰 덕을 보지 못하신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만, 정필상 셰프님은 상품성이 충분하시니까요.”
이내 필상이 의아하다는듯 “상품성이요?”하고 되묻자, 남현철 PD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약자의 마음을 응원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꼭 그렇지도 않거든요. 대중들은 오히려 ‘천재’를 보며 열광하기도 합니다. 더욱 거세게요.”
“글쎼요? 천재라, 지나치게 과분한 표현인 것 같은 감이 있는데요?”
“사실 정필상 셰프님이 진짜 천재인지, 아닌 지는 저희에게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닙니다. 여태껏 만들어진 정필상 셰프님의 이미지와, 편집과 연출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이미지가 ‘천재’에 가까우리란 점만이 중요할 뿐이죠.”
말을 마친 남현철 PD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명백한 자본주의의 미소였다.
“어쨌든 내일부터 최대한 힘을 써 볼 겁니다. 정필상 셰프님께서 냉장고를 털어라 셰프 군단에 정식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도 뿌릴 예정이고, 이번 촬영분 예고편 역시 힘을 잔뜩 줘서 제작한 뒤 곳곳에 내보낼 계획이거든요.”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벌써부터 반응이 조금 기대되는 것 같기는 하네요.”
사뭇 덤덤한 어투로 꺼낸 말이라지만, 진심이 잔뜩 담겨있는 말이기도 했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도 다큐멘터리보다는, 더 가벼운 느낌의 예능 프로그램 쪽에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적어도 지난 번 다큐멘터리보다는 더 큰 여파를 몰고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자연스레 품게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셰프님께 감사받을 일까지는 아닐 겁니다. 사실 셰프님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저희 제작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나직이 답해 보인 남현철 PD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재차 몇 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저희 제작진도 이번 계약이 몹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좋은 기회가 왔으니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붙잡고, 최대한 잘 이용해야겠죠.”
남현철 PD가 손을 뻗어서는 악수를 청해왔다. 이내 필상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 손을 꽉 맞잡았다.
*
폭풍같은 하루가 흘러간 뒤, 지나치게 평온한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필상은 어김없이 이른 새벽에 눈을 떴고, 평소와 하등 다를 바 없이 믹스커피를 홀짝여가며 예약손님 리스트를 점검해보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
그렇게 앙케이트 자료를 확인해가며 코스를 구성・설계하고 있노라니,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 비취지는 여유로운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빙산의 일각이랄 수 있을 것이다.
스토브 앞에 선 채 뜨거운 열기를 만끽하고, 서비스될 음식을 냉철한 시선으로 점검하고, 집무실 의자를 지키고 앉은 채 스스로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고민과 변화를 거듭하고···.
이게 셰프들이 마땅히 해나가야 할 일들이며, 본모습이고, 마땅히 지키고 있어야 할 자리일 것이다.
그러니, 방송은 어디까지나 수단으로만 삼아야 할 뿐. 절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좋아···.”
코스 설계를 마친 필상이 곧장 전화로 식재료 발주를 마친 뒤,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첫번째 일과를 모두 마친 뒤, 곧장 자신의 레스토랑 파미유로 향했다. 가게 안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오랜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안락함이 느껴졌다. 확실히 스튜디오보다는 주방이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듯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로부터 대략 한 시간 가량이 흘렀을 무렵, 이정준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셰프님, 안녕하십니까?”
한 손에 자신이 주었던 스카프를 꼭 쥔 채였다. 아무래도 수 셰프라는 직책 자체에 큰 애착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좋은 현상이기야 했다만,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엽게 여겨졌던 탓이다.
“네, 좋은 아침이네요. 푹 쉬셨어요?”
한차례 “네, 저는···.”하고 대강 얼버무려 보인 이정준이, 침을 한 번 삼켜내 보이고는 연달아 물음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촬영은요? 잘 마치셨어요? 다른 셰프님들하고도 대화 많이 나눠보셨어요? 최영도 셰프님이라든지, 장용철 셰프님이라든지···.”
고정 출연 중인 셰프들의 경우 다들 하나같이 TV에 얼굴을 내비추기에 앞서, 이미 여러 요리사들로부터 존경받아 마땅한 커리어를 축척해 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정준처럼 요리를 생업으로 생각하고 정진하고 있는 요리사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자연스레 우상시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정준이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으려던 찰나였다. 필상이 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답했다.
“우선 옷부터 갈아입으시는 게 어떨까요? 준비하면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때였다. 돌연 레스토랑의 출입문이 활짝 열리더니, 김정아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들어섰다.
그리고는 인사 대신, 잔뜩 격양된 투로 “대박!”하고 대뜸 외쳐보인 뒤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셰프님, 냉장고를 털어라 고정 출연하시기로 하셨다면서요? 완전 축하드려요!”
그 말에 제 조리복을 챙겨들고 있던 이정준이 화들짝 놀라서는 두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예···?”하고 나직이 되물어보였다.
반면, 필상은 마냥 덤덤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을 따름이었고 말이다.
“고마워요. 그나저나 어떻게 아셨어요?”
“기사 엄청 많이 떴던데요?”
제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기울여 보인 김정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되물었다.
“어라? 설마 모르고 계셨던 거예요?”
“네. 이렇게 빨리 보도될 줄은···.”
“맙소사, 본인 일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에요?”
말을 마친 김정아가 배시시 웃음을 흘려 보이며, “지난 번에도 그렇고.”하고 말해 보인 뒤 제 스마트폰을 재차 건네주었다. 이내 필상이 김정아의 스마트폰 액정을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필상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나직이 중얼대듯 말을이었다.
“상식 셰프···?”
다름 아니라, 액정 화면 위로 나타나 있는 기사의 제목 탓이었다.
[ SNS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상식 셰프 정필상’, 냉장고를 털어라 셰프 군단 합류 결정! ]필상이 멍하니 액정을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였다. 한차례 “아, 맞다.”하고 중얼거려 보인 김정아가, 다시금 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재차 화면을 보여주며 덧붙였다.
“인기검색어 순위도 난리 났던데요?”
이내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를 확인해 본 필상이, 저도 모르게 “허···.”하고 웃음을 흘려보이고 말았다.
[ 10. 파미유 ] [ 9. 다큐멘터리 영셰프 ] [ 8. 강훈 정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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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상식 셰프 정필상 ] [ 3. 상식 아니에요? ] [ 2. 상식 셰프 ] [ 1. 정필상 ]이내 필상이 침을 한 번 삼켜내보였다. 자신의 합류를 알리는 웹 기사 몇 개만으로 이 정도 반응이라면, 촬영분이 방영됐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반응이 나올 것인지 미처 짐작할 수가 없던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