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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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3 – 기회는 늘 위기 속에서 (4)
어제 저녁 일괄적으로 게시되었던 유명 칼럼리스트들의 공격적인 칼럼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아침이 밝기 무섭게 어제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던 칼럼 한 개가, 인터넷 뉴스페이지의 메인 화면으로 고스란히 옮겨지더니 관련 기사들이 줄줄이 보도되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
[ 유명 맛 칼럼리스트 박기영이 남긴 의미심장한 칼럼, 박기영曰 “대중들은 먹방・쿡방 열풍에 우롱당하고 있다.” ]칼럼리스트 박기영이 지난 22일 저녁, 여러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칼럼이 장안의 화제에 올랐다.
박기영 칼럼리스트(54세, 이하 박기영)는 “이제는 TV의 채널을 돌리다가 요리사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게, 아무렇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는 말로 칼럼의 초미를 장식한 뒤, 이후 먹방・쿡방이 대세 키워드로 급부상하며 발생하고 있는 부정적인 여파를 신랄히 비판했다.
박기영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요리사들이 감히 ‘셰프’라는 타이틀을 내건 채, 방송에 나와 거드름을 피운다. 미디어가 브라운관 너머의 대중들이 그 맛을 느낄수는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탄복을 금치 못했다.
또한 “눈앞의 이익에 먼 미디어는 더 이상 대중들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없다. 먹방・쿡방은 대중들을 우롱하고 있으며, 한국 요리계의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을 뿐.”이라 말하며 측근에 있는 모 투자자로부터 전해들은 바 있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칼럼 *말미(* 末尾)에 기재하기도 했다.
박기영은 “한창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모 셰프와 관련된 이야기인만큼 용기를 내서 적는다.”라고 말문을 연 뒤, 특정 셰프와 관련된 일화를 풀어놓기도 했다.
다름 아니라, 레스토랑 사업을 다년간 준비 해왔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말한 바에 따르면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사고 있는 신예 셰프와 투자 관련 대화를 나누던 도중 심각한 인격모독 및 인신공격을 당했으나 투자가 결렬될까 싶은 마음에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는 것.
또한 박기영은 “앞서 말씀드린 일화의 주인공인 신예 셰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다. 감히 장담컨대, 끝까지 대중들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까치발을 든 채 평생을 살 수는 없을 테니까.”라는 말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동을 용서받을 수는 없다. 지금의 인기가 절대 영원하지 않으리란 사실을 깨달았으면.”이란 의미심장하기 그지없는 말로 칼럼을 끝맺었다.
단연 박기영 칼럼리스트 뿐 아니라 여러 평론가들이 현재 먹방・쿡방 열풍을 조금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
인터넷 뉴스 메인 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던 기사의 본문을 확인한 필상이, 저도 모르게 “허···.”하고 헛웃음을 흘려보였다.
모르긴 모르더라도,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안좋게 돌아가고 있음은 분명해보였다. 바보가 아닌 이상, 칼럼리스트 박기영의 날카로운 펜촉이 가리키고 있는 대상이 자신이란 사실을 알아챌 수밖에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내용이었으니까.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이유는 자못 간단했다.
칼럼리스트 박기영 역시 필상과 마찬가지로, 여러 TV 프로그램을 통해 심심치 않게 대중들에게 얼굴을 내비추곤 하는 유명인사이기 때문이랄 수 있었다. 송승철이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벌인 ‘협잡질’에 박기영이 개입함으로 유명인과 유명인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마냥 자연스럽게 희대의 핫 토픽으로 발전해버리기까지 한 것이다.
이내 필상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한 손으로 감싸쥔 채, 기사 밑으로 달린 댓글들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 역시 박기영 칼럼리스트,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을듯. ] [ 누군지 긴가민가 하다가 마지막 부분 보니까, 알 것 같네. 이거 정읍읍 셰프 이야기 아님? ] [ 딱 봐도 정읍읍. 개인 SNS도 난리났던데, 역시 어린 나이에 큰 성공 거두면 꼭 이런 사건・사고가 터지더라. ] [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으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 [ 그러게요. 익명의 투자자 제보가 팩트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해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 [ 이쪽도 이제 확실히 돈이 되긴 하나보네.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아이돌 대신 셰프를 키우는구나. 양성 커리큘럼 내에 인성 교육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건가? ]잔뜩 신이 난 듯 자신을 맹렬히 물어뜯어대고 있는 이들과,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로 옹호해주고 있는 이들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상태였다. 언뜻 살펴본 결과, 자신의 개인 SNS 역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보일 따름이었고 말이다.
이내 휴대폰을 움켜쥐고 있는 필상의 양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송승철과 그 최측근에 있는 유명 칼럼리스트들이 두려워서? 아니다. 마음 속에서 솟구치다시피 하고 있는 뜨거운 분노 때문이었다. 마치 활활 타오르고 있는 뜨거운 불꽃을 한 움큼 집어 삼키기라도 한 것 마냥, 속이 후끈거리고 부글거릴 따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한 가지 꼽아보자면, 자신이 지면매체를 비롯한 온갖 미디어를 활용한 더럽고 추잡한 진흙탕 싸움에 몹시 익숙하고 능하다는 것이리라.
해외 일류 셰프들이 연 수백억 원 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해외 요리계는 움직이는 자금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 덕분에 서로의 이권과 이익을 위해, 온갖 매치를 이용하여 상대를 물어뜯고 힐난하는 진흙탕 싸움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리고 자신은 회귀 이전의 삶 속에서 무려 수년이란 시간 동안, 세계적인 셰프 ‘조엘 르뷔숑’의 모든 비즈니스를 바로 곁에서 몇 번이고 지켜보았던 바 있었고 말이다.
이내 필상이 양손으로 제 양손으로 뺨을 “짝, 짝.” 소리가 나게끔 거세게 쳐보였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우선 이성적으로 상황을 점검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녹취 파일’이라는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카드가 제 들려있으니, 사실상 승리가 확정되어 있는 싸움이라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필상은 신중에 신중을 가했다. 계속해서 가정을 세우고, 무너트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 간단했다. 먼저 송곳니를 드러낸 상대를 최대한 철저하고, 잔혹하게 박살내버리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
우선 집을 나서기 무섭게 택시에 올랐다. 목적지는 경기도 파주 외곽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였다.
택시가 제2 자유로 위를 매끄럽게 달려나가는 사이, 필상은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이강준과 김정아에게 오늘은 하루 휴점 예정이니, 출근을 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는 곧장 예약손님들에게 오늘 하루,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연락을 돌렸고 말이다.
물론 예약 당시 지불한 예약금을 돌려준 것은 물론이고, ‘추후 방문시 꼭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드리겠다.’는 말 역시 잊지 않고 첨언했다.
가급적이면 영업을 하고 싶었으나, 분명 몇몇 기자들이 레스토랑에 걸음하여 문을 두드려댈 게 분명했다. 그 점을 고려해 본다면 영업을 강행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또 손님들에게도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말이다.
또한 단연 파미유 뿐 아니라, 부모님의 가게 ‘식구백반’ 역시 덩달아 하루 휴점을 하게 되었다.
일전에 출연했던 다뮤멘터리를 통해 몇 번이고 공개된 데다가, 인터넷을 통해 몇 번이고 언급이 됐던 터라 기자들이 들이닥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던 까닭이었다.
이윽고.
게스트 하우스의 내부, 객실 문 앞에 다다른 필상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 보이던 찰나였다.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문틈 사이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강훈 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어? 일단 앉아.”
안으로 들어서니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멀끔한 정장차림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이내 강훈 셰프가 한차례 “아.”하고 중얼거려 보인 뒤, 나직이 소개를 덧붙였다.
“내 에이전시 쪽과 협약을 맺은 법무법인 측 변호사야.”
그와 동시에 사내가 한차례 씽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중히 악수를 청해왔다.
“TV를 통해서만 뵙던 분을 실제로 보게 되니 감회가 상당히 새롭네요. 변호사 김우현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정필상입니다.”
그렇게 김우현 변호사와 한차례 악수를 나눈 뒤, 자연스레 빈 자리 하나를 꿰차고 앉던 찰나.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연신 입술만 옴싹달싹대고 있던 강훈 셰프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많이 놀랐지? 일단 정말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까지 휘말리고···.”
아무래도 자신이 소개해 준 투자자 탓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인 것인지, 막중한 책임감과 더불어 일련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그러니, 모든 일정을 내팽겨친 채 변호사까지 대동하여 한 달음에 달려왔을 테고 말이다.
이내 필상이 손사래까지 쳐가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냥 평온하기 그지없는 투로 답했다.
“아뇨, 이뇨. 저는 괜찮아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놀랐는데, 오히려 유명해졌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것 같고 좋던데요?”
“정말 면목이 없다. 이번 일은 내가 어떻게든 수습하고, 잘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해볼게.”
말을 마친 강훈 셰프가 옅은 미소를 한 번 지어보였다. 사실상 심정이 말이 아닌 상태였으나, 그렇다고 하여 필상 앞에서 그런 내색을 내비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에 비해 족히 몇 배는 더 참담한 심정일 필상조차, 애써 덤덤한 척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김우현 변호사가 가볍게 손뼉을 마주쳐 보이고는 말문을 열었다.
“일단 다행스럽게도 상황 자체는 우리 쪽이 훨씬 더 유리한 것 같네요.”
유독 ‘우리’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해 보인 김우현 변호사가, 계속해서 유려하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살펴본 결과 일단 ‘질 수 없는 싸움’ 인 것 같습니다. 투자자 송승철과 대화를 나누던 당시의 녹취 자료도 있을 뿐더러 송승철 측근 칼럼리스트들이 작성한 칼럼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본 결과, 소송으로 이어나간다면 승소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액수의 손해배상금까지 받아낼 수 있을 게 분명해 보이더군요.”
“그럼 혹시 송승철과 칼럼리스트들의 관계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글쎄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당장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 것 같네요. 우선 수순대로 조치를 취해가며, 대책을 간구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일단 ‘녹취 자료’를 공개하고,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게···.”
이내 필상이 “흠···.”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뒤, 깊은 상념에 젖어들어 있기를 잠시.
“저, 변호사님. 혹시 향후 며칠 정도는 침묵하고 지켜보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네? 굳이 왜···.”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차서요. 아무래도 판을 더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성에 찰 만큼 망가트릴 수 있을까?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잔혹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
한 편, 필상이 한창 고민에 젖어들어 있던 그때. 족히 만 키로미터는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빌리 반 코퍼레이션(Billy Ban Corperartion)의 사옥 내부에 위치한 사무실 안.
한 백인 사내가 피로에 절은 얼굴을 한 채,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흐음.”
사내의 이름은 마틴. 빌리 반 코퍼레이션 내부 에이전시 2팀에서 근무 중인 팀장 급 직원으로, 그의 주된 업무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아낸 뒤, 가능성과 가치를 점건한 뒤 사측에 추천하는 것이랄 수 있었다.
사측 직원들은 이와 같은 작업을 ‘발굴’이라 표현하곤 했는데, 그는 지난 수개월간 이렇다 할 아티스트들 발굴하지 못한 터라 이래저래 심정이 복잡한 상태랄 수 있었다.
‘정말 쓸만한 아티스트들은 빌리 반이 다 긁어모으기라도 한 건가? 어떻게 된 게 정말 한 명도 없는 건지···.’
몇 번 혀를 차보인 마틴이, 인터넷 창 위로 복잡하게 떠있는 온갖 뉴스 기사들을 한 번에 꺼버렸다. 더 이상 들여다 보고 있다가는,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던 탓이었다.
곧장 퇴근 길에 오르려던 마틴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측 공식 메일함에 도착한 메일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딱히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사실상 수신 메일의 8・90% 가량이 전 세계의 별 볼일 없는 괴짜 아티스트들로부터 도착한, 궤변 가득한 메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무심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스크롤을 죽죽 내려대던 마틴이, 이내 “음?”하고 침음을 흘려보였다. 다름 아니라,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의 메일 한 통 때문이었다.
[ 빌리 반 코퍼레이션, 귀사에게 거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내 “이건 조금 재미있겠는데?”하고 중얼거려 보인 마틴이 곧장 메일의 내용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메일 본문을 모두 확인한 마틴이, 마냥 멍한 얼굴을 한 채 제 옆에 앉아있던 부하직원에게 말했다.
“맙소사, 빌. 이리와 봐. 아무래도 쓰레기 더미에서 새로운 빌리 반 패밀리를 찾은 것 같은데?”
“쓰레기 더미요? 설마 빌리 반 코퍼레이션 공식 메일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맞아. 그 쓰레기 더미에서 찾았다니까? 아니지, 일단 비행기 티켓부터 예약해줬으면 하는데.”
이내 ‘빌’이라 불린 부하직원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려가며 조심스레 되물었다.
“목적지는요?”
“한국.”
“한국이요?”
“그래,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