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80
80
Chapter21 – 모두의 집착 (3)
주어진 재정비의 시간이 모두 흘러가고 어느덧 ‘디데이’(D-day)가 밝았다.
PM 4:00
집무실 의자를 꿰차고 앉아있던 필상이 마냥 심각한 얼굴을 한 채로, 제 손목시계를 한 번 들여다보았다.
빅토르 위고와 그 일행이 방문하기로 한 시간까지, 고작 세 시간가량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렇게 필상이 한창 상념에 젖어들어 있던 찰나, 리포터 ‘토니’가 다가와서는 조심스레 물었다.
“세팅 끝났는데 곧장 촬영 시작할까요?”
“예, 그러시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치된 카메라의 불빛이 점멸하기 시작했고, 카메라 맨이 촬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수신호를 보내주었다.
다큐멘터리 중간에 수록될 인터뷰 장면의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필상, 만약 오늘 빅토르 위고 씨와 그 일행분께 합격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레스토랑 재오픈이 유보되는 상황이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한 달이란 시간 안에 이뤄낼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를 이뤄냈어요. 파우스트는 이제 제법 맨해튼에 위치한 레스토랑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죠. 인테리어도, 홀・주방의 매커니즘도, 메뉴의 맛과 퀄리티도,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요.”
“당당한 모습이 정말 보기 좋군요. 그럼 혹시 그 말씀을 ‘손님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흠, 글쎄요?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런 것 같네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같은 서류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에 걸쳐 퇴고한 느낌이거든요. 그러니까, 직접 작성한 서류를 그렇게 거듭 퇴고하다 보면 글씨 자체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일쑤잖아요?”
토니 역시 몇 번이고 그런 상황을 겪어본 것인지 동감한다는 듯 “예, 그럴 때가 종종 있죠.” 하고 답해 보였다.
이내 필상이 그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제 고개를 세차게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재차 말을이었다.
“지금 파우스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저와 제 팀원들의 심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들은 모두 바로잡은 것 같은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흠, 와 닿는 비유로군요. 더 이상은 허점을 찾아내고, 수정하기 지쳐버렸다는 뜻인가요?”
“만약 직접 작성하는 서류를 퇴고하는 일이었더라면, 눈을 벅벅 문질러가며 몇 번을 더 검토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레스토랑을 바로잡는 것이지, 서류를 퇴고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말을 마친 필상이 제 어깨를 가볍게 들썩여 보이고는 덧붙였다.
“여태껏 찾아내지 못한 문제라면, 영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찾아낼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몰라요. 비로소 영업을 개시했을 때에서야, 그러니까 실전에 부딪혔을 때 보이기 시작하는 문제나 실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럼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는 모두 바로잡았고, 이 정도면 손님을 받을 준비는 마쳤다는 뜻인가요?”
불안감을 유발하는 화법이었다. 이내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미심쩍은 기분을 떨쳐내지 못한 채 답했다.
“네, 그렇기는 한데···.”
이내 토니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유려하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실은 그럴 줄 알고, 미리 중요한 손님들을 섭외해 둔 상황이죠.”
“중요한 손님이요?”
“네, 그러니까 위고 씨와 함께 방문하실 손님들 말입니다.”
그 말에 필상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가며 되물었다.
“위고 씨께서는 요리와 미식에 대한 조예가 깊은 친구분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입니다. 동행하시기로 한 일행분들은 요리와 미식에 대한 조예가 깊은 분이시지만, 사실 위고 씨의 지인은 아니거든요. 이번 심사 건 덕에 업무적으로 알게 된 관계일 뿐이죠.”
말을 마친 토니가 제 시선을 슬쩍 옮겨서는, 굳게 닫혀있는 집무실 문 쪽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들어오시죠.”
이윽고,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더니 빅토르 위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셰프,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두 명의 남성이 집무실 안에 발을 들였다. 한 명은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능글맞은 인상의 백인 사내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중후하고 인자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이내 필상이 두 사람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토니에게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분 다 셰프인가요?”
“어떻게 아셨어요?”
“셰프 특유의 아우라가 있거든요.”
실은 손을 보고 그들이 셰프라는 사실을 파악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 모두, 양쪽 손등에 크고 작은 화상 자국들이 수놓아져 있던 것이다. 주방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음을 증명해주는 훈장이었다.
이내 빅토르 위고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필상에게 두 사내에 대한 소개를 해주기 시작했다.
“인사 나누시죠. 우선 이쪽은 브롱스 지역에서 파인다이닝을 경영 중인 ‘안톤 쉬거’ 셰프입니다. 비록, 미슐랭 스타는 없지만 타임지로부터 4성을 받은 유능한 셰프죠.”
그 말에 중후한 인상의 안톤 쉬거 셰프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왔다.
“화제의 영 셰프가 이끄는 파인다이닝의 첫 번째 손님으로 방문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안톤 쉬거라고 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타임지로부터 4성을 받은 유능한 셰프님께 요리를 대접해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필상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빅토르 위고가 재차 입을 뗐다.
“그리고 이쪽은 스테판입니다. 공교롭게도 그닥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맨해튼에서 7년째 파인다이닝을 경영 중인 오너 셰프로, 안톤 쉬거 씨가 배출한 제자이기도 하죠.”
스테판이란 이름의 셰프가 배시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곧장 제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해왔다.
“반가워요, ‘스테판’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필상입니다.”
이내 스테판이 집무실 내부를 두리번거려가며 나직이 말을이었다.
“그나저나 못 온 사이에 놀라우리만큼 많은 변화를 거쳤네요.”
“파우스트의 집무실에도 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홀 말이에요. 염탐 목적으로 방문했던 적이 몇 번 있거든요.”
말을 마친 그가, 우월감이 녹아들어 있는 투로 덧붙였다.
“사실 염탐할 가치도 없는 곳이었지만요.”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스테판.” 하고 낮게 주의를 주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갈 따름이었다.
“왜요?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요?”
“네, 맞습니다. 형편없었죠.”
“지금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말을 마친 스테판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이던 찰나, 필상이 검미를 꿈틀거려 보이고는 되물었다.
“여전히 형편없을 것 같다는 뜻인가요?”
“아뇨,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니까요.”
“예, 그렇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치의 굴곡조차 없는 덤덤한 투로 답해 보인 그가, 필상의 두눈을 빤히 응시해가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쓸데없이 고른 치열을 박살을 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재수 없는 미소였다.
스테판.
비록 몇 마디 말을 나눠본 게 전부라지만,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에 속하는 인물일 것이라 확신했다. 괜한 신경전을 유발해가며, 웃는 낯으로 속을 긁어대는 것을 즐기는 이들 말이다.
이내 그가 자연스레 집무실 쇼파 한 자리를 꿰차고 앉으며, 막힘없이 제 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앉아도 되죠? 참고로 저는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스테판 키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필상처럼 투자를 받아 개업했지만, 지금은 나머지 지분을 전부 구매한 터라 오롯이 제 가게가 된 곳이죠.”
“그렇군요.”
“이런 이야기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적자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면서요? 제 레스토랑 역시 규모 자체는 파우스트와 비슷하지만, 수완이 좋은 편인지라 어느덧 맨해튼에서 7년째 버티는 중이죠. 도움이 필요한 일이나, 레스토랑 경영과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고 편히 여쭤보셔도 좋아요.”
필상이 아무런 답 없이 그를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자, 그가 능청스레 제 눈썹을 한 번 튕겨 보이고는 덧붙였다.
“선배로서 아낌없이 조언해드릴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오늘 방문한 목적 자체도 필상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함이었죠. 제 안목을 빌리고 싶다면서요?”
“제가요?”
“아뇨, 그쪽의 보스와 다큐멘터리 제작사 측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던데요?”
이죽거리는 투로 되물어 보인 그가 한차례 “크큭-.” 하고 재차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려 보인 뒤 재차 덧붙였다.
“그리고 노파심에 감히 조언 한 마디 해드리자면 고집은 최대한 버리는 편이, 또 연장자의 충고는 새겨듣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러니까, 요리사로서 롱런(Long-run)하고 싶다면 말이죠.”
이내 필상이 애써 덤덤한 투로 답했다.
“새겨듣도록 하죠.”
그리고는 토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토니, 혹시 잠깐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잠깐 나가서요.”
“음,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닌 건가요?”
“네. 잠깐이면 됩니다.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나직이 물어 보인 필상이 토니가 무어라 답하기 전에 먼저 집무실 바깥으로 나섰다. 따라 나오라는 의미가 내포된 행동이었고, 이내 토니가 마지못해 필상의 뒤를 따라 쭈뼛쭈뼛 복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복도 끄트머리 부근에 다다른 필상이 제 앞머리 칼을 위로 한 번 쓸어넘겨 보이고는 말문을 열었다.
“위고 씨의 의견이었나요?”
“예···?”
“스테판 말입니다.”
필상이 꽤나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토니가, 바짝 마른 아랫입술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그간 다큐멘터리 촬영을 진행하느라 필상이 불같은 화를 쏟아내는 광경을 몇 번이고 봐왔던 그였다. 필상이 화를 쏟아낼 때면 팔・다리가 통나무처럼 두껍거나, 곰과 사람을 섞어놓은 것 같은 험상궂은 인상을 한 요리사들조차 그의 앞에 서면 주눅들기 일쑤였고 말이다.
그의 일갈이 향하는 대상이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음 속 한 편에서 불길함이 치솟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내 토니가 필상의 눈치를 살펴가며, 마냥 조심스러운 투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저희 쪽에서 제시한 안건이었고, 위고 씨께서 수락해주셨죠. 안톤 쉬거 셰프는 실력도, 안목도 뛰어나신 분이니만큼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타임지로부터 4성을 받았다는 점만 놓고 보더라도 실력과 안목이 입증된 셈이니까요. 하지만 스테판 셰프는요?”
“비록 명망 높은 셰프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그 역시 맨해튼에서 7년이나 살아남은 수완 좋은 사업가인 것은 사실이니 이래저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명망 높은 셰프가 아니라고요? 언행만 놓고 보면 제 스승보다 훨씬 더 대단한 셰프처럼 보이던데요? 아니지, 무슨 미슐랭 스타를 수십 개쯤 지닌 스타 셰프처럼 굴어 대던데요?”
말을 마친 “하아-.” 하고 묵은 숨을 토하듯 내쉬어 보인 필상이, 고개를 몇 번 끄덕여 보이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안톤 쉬거 셰프야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정말 도움을 주고 싶으셨던 거라면 스테판 대신 명망 높은 셰프를 부르셨어야죠? 인근 지역에도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 수두룩하잖아요? 프레드릭도 있고, 다니엘도 있고, 그 밖에도 안톤 쉬거 셰프처럼 타임지 별을 받은 분들도 더러 계시고···.”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섭외에 실패했어요. 도움이 될만하다 싶은 셰프들 중, 촬영에 응해준 것은 안톤 쉬거 셰프와, 스테판 셰프가 유일했고요. 어려운 부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제작진이 이번 다큐멘터리의 퀄리티와, 파우스트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아시잖아요?”
말을 마친 토니가 엷게 떨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러니까, 파우스트가 정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게 된 이후 방문하기로 약속한 평론가분들 말입니다. 괜히 생색내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 않으려 했지만 타임, 이브닝 스탠다드, 아메리칸 푸드, 아트 컬리넬리까지. 쟁쟁한 메이저 급 매거진 소속 평론가분들을 섭외하기 위해 추가예산까지 잔뜩 끌어온 상황이라고요.”
그 말에 필상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가까스로 삼켜냈다. 파우스트의 성공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제작진 측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유명 평론가들의 방문은 자신에게도 큰 기회가 되어 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내 분기를 삭혀 보인 필상이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좋아요. 하지만 미리 말해둬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는 것 같군요.”
“어떤···?”
한차례 “간단합니다.” 하고 답해 보인 필상이, 유려하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만약 저 나르시시즘에 젖어있는 셰프께서 제 직원들에게 말실수를 하거나, 되지도 않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가며 그간 행해온 노력을 깎아내린다면 언성을 높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설령 제가 스테판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폭언을 가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어요.”
“필상, 하지만···.”
“이봐요, 토니. 파우스트는 이미 많은 변화를 거쳤어요. 일단 홀은 명망 높은 셰프가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레스토랑 내지는, 유명 브랜드 호텔 레스토랑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견고한 서비스 및 응대 메뉴얼을 갖추게 됐죠.”
그리고는 주방 방향을 손끝으로 가리켜 보이고는 덧붙였다.
“주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타 파인다이닝과 비교해도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견고한 시스템을 갖췄고, 다들 각자 맡은 섹션의 업무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모르긴 모르더라도, 한 달이란 짧은 시간 만에 이룩해냈다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요.”
“예, 그렇죠···.”
“직원 중 누구 한 명도 빠짐없이, 다들 자신의 발전과 파우스트의 질적 향상을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되지도 않는 트집을 잡아가며 그간의 노력을 깎아내린다? 폭언이 아니라, 주먹을 휘두르더라도 무조건 이해해주셔야죠.”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옴짝달싹 대고 있던 리포터 토니가,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괜히 트집을 잡는 등, 그 정도로 치졸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는 굳게 닫힌 집무실 문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아마도요.”
이내 필상 역시 집무실 문을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빅토르 위고와, 안톤 쉬거, 그리고 스테판에 이르기까지.
저들 세 사람 중 최소 두 사람은 만족시켜야, 재오픈 날짜에 대한 유보 없이 당장 내일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터였다.
한데, 스테판이 자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흠, 한 표는 무조건 잃고 시작해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남은 두 사람을 만족시키기만 해도, 재오픈 일정에 별다른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터였고 그럴 자신도 있었으니까.
다만 ‘스테판’이 심히 거슬렸다. 업적이라고 해봐야 커리어가 탄탄한 스승 밑에서 배웠다는 점과 이도 저도 아닌 파인다이닝을 말아먹지 않고 7년간 존속시켰다는 것밖에 없는 주제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신경전을 걸어오고 우월감을 드러내는 꼴이 영 아니꼽게 여겨졌던 것이다.
“쯧.”
답답한 마음에 혀를 한 번 차보인 필상이, 다시금 집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차라리 한바탕 화를 쏟아내거나, 자신 역시 그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낼 수 있게끔 그가 큰 실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만약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박살을 내버리겠다는 결심을 품은 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힘이 실린 발소리가 그런 필상의 뒤를 따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윽고, 선 자리에서 그런 필상의 모습을 잠자코 들여다보고 있던 토니가 한차례 거센 숨을 내쉬어 보이고는 곧장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지금 파우스트의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겨버릴 것만 같은, ‘폭풍전야’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