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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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4 – 영 셰프 VS 쓰리 스타의 숨은 공신 (4)
프라이빗 룸 안에 앉은 심사위원들이 저들끼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던 찰나, 돌연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서버 한 명이 들어섰다.
“A 팀의 아페르티프와 아뮤즈부쉬 메뉴를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짐짓 놀란 표정을 해보이고는, 끝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경연이 시작된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뮤즈부쉬 메뉴 서비스라, 일반적인 레스토랑이라면 착석과 동시에 서비스되는 메뉴라지만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이 정도 속도로 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그 말에 서버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실은 훨씬 빨리 완성되었는데, A팀 셰프께서 *아페르티프(*식전주)를 함께 서비스해주실 것을 요구하셔서 서비스가 조금 지연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가 심사위원들 앞에 연 노란색 술이 담겨있는 온더록스 잔을 각각 한 잔씩 내려놓아 주었다. 이내 이브닝 스탠다드 매거진의 평론가, 존 그리샴이 온도락 잔을 집어 든 채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말을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식전주 ‘리카’(Ricard)를 찬물에 희석했군요. 아니스 향이 들어간 독특한 리큐어로 독특한 향이 입맛을 돋워주죠.”
이내 안톤 쉬거 셰프가 리카를 단숨에 쫙 들이켜고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힘겹게 말을이었다.
“그나저나 블라인드 테스팅이 의미가 있을까 싶군요. 아페르티프까지 제공하는 전통적인 오트 퀴진 형식의 코스 전개는 특정 셰프의 특징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
그 말에 다른 평론가들 역시 한차례 웃음을 흘려 보였다. 장내에 자리해 있는 심사위원 중, 필상이 선보이는 요리의 뿌리가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든 심사위원이 아페르티프까지 서비스하는 전통적인 오트 퀴진 형식의 코스 전개만으로, A팀이 파우스트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던 것이다.
“그럼 아뮤즈부쉬 메뉴를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구운 식빵에 각종 토핑을 곁들인 토스트 꼬치입니다.”
나직이 말해 보인 서버가 심사위원들의 앞에 아뮤즈부쉬가 담긴 접시를 각각 한 개씩 내려놓아 주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접시 안에 담긴 자그마한 크기의 아뮤즈부쉬 메뉴를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구운 식빵을 지름이 2cm 남짓한 자그마한 크기의 원형 빵틀로 찍어낸 뒤, 각종 토핑을 차곡차곡 얹어낸 듯 보였다.
노릇하게 익은 동그랗고 아기자기한 식빵 속살 위로, 버터와 크림치즈, 얇게 썰어낸 방울토마토와 얇게 저며낸 후 토치로 겉면만 살짝 익힌 듯 보이는 안심살, 마지막으로 타임 잎사귀가 얹어져 있었고 중심부에 꽂아둔 나무 꼬챙이가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게끔 잘 고정해주고 있는 모양새였던 것이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이브닝 스탠다드 매거진 소속 평론가 ‘존 그리샴’이었다.
“금세 만들어낸 것치고는 놀랍도록 아기자기하군요.”
말을 마친 그가 아뮤즈부쉬 메뉴 ‘토스트 꼬치’를 맛보았다. 식전주로 서비스된 리카가 남긴 쌉싸름한 맛 덕에, 모든 식재료의 풍미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뭉근하게 녹아내리는 버터의 고소함, 산미와 달짝지근한 맛의 크림 치즈, 겉면만 살짝 익힌 터라 부드러움과 씹는 재미가 공존하는 얇게 저민 안심살, 토마토와 타임 잎사귀가 선사하는 일련의 상쾌함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재료로 꽤 훌륭하고 재미있는 요리를 만들었군요. 아뮤즈부쉬의 존재 이유인 입맛을 돋구는 역할도 톡톡히 했고, 이래저래 흠 잡을 데 없는 훌륭한 아무즈뷰쉬인 것 같네요.”
그의 말에 다른 이들 역시 저마다 한 마디씩 공감을 표해 보였다.
“아무래도 도수가 높은 리카를 식전주로 내놓은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네요. 리카의 주성분인 아니스와 감초 탓에 혀끝에 남아있던 쓴맛이, 모든 재료의 풍미를 한 층 더해준 것 같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한 뒤 마시는 달콤한 물 한 모금과 같은 맛이로군요.”
그때 반쯤 열려있는 문 너머에서 다시금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른 서버 한 명이 추가로 들어섰다. 이내 안톤 쉬거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이제 장 조니 팀의 에피타이저를 맛볼 시간인 것 같군요.”
하나, 막 들어온 서버가 잠시 망설이다가 답했다.
“A팀의 두 번째 아뮤즈부쉬 메뉴를 서비스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첫 번째 서버가 빈 접시를 모두 회수하자, 두 번째로 들어선 서버가 심사위원들의 앞에 두 번째 아뮤즈부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아 주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생크림과 곱게 간 *레몬 제스트(*레몬 껍질), 그리고 송어 알을 곁들인 카나페입니다.”
이내 심사위원들이 실소를 흘려가며 두 번째 아뮤즈부쉬를 맛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아뮤즈부쉬 역시 간단한 재료를 이용해, 단순한 레시피에 의거하여 조리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핑거 푸드’였다.
하지만 그 맛은 누구나 연출할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바삭한 식감의 크래커와 혀에 닿기 무섭게 녹아내리는 생크림의 지고한 부드러움과 달콤함, 톡톡 터질 때마다 진한 풍미가 입안에 휘몰아치는 송어 알에, 약간의 산미와 더불어 재미있는 식감을 선사해주고 있는 레몬 제스트에 이르기까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맛을 음미하고 있던 안톤 쉬거 셰프가, 끝내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장 조니 셰프에게 물었다.
“자네의 노력이 보태져서 완성된 맛인 것 같군.”
“무슨 말인가?”
“자네가 아침마다 스테이턴 목장에서 공수해오고 있는 우유 말일세.”
그 말에 장 조니 셰프가 “아!” 하고 탄성을 흘려 보이기에 이르렀다. 장 조니 셰프 본인은 따로 시식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지라, 미처 눈치챌 수 없던 비밀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니라 카나페 위에 토핑으로 올려진 생크림이 지닌 뛰어난 맛과 강렬한 풍미의 비결이, 사실 자신이 목장에서 공수해 온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크하하, 코스 구상을 더할 나위 없이 영리하게 잘한 것 같군.”
그때 다시금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른 서버 한 명이 룸 안으로 들어섰다.
“B팀의 에피타이저 메뉴를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타임지 소속 평론가인 ‘제임스 파커’가 한차례 너털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밝은 어투로 말했다.
“드디어 장 조니 팀의 요리를 맛볼 수 있겠군요.”
다빈과 로버트가 준비한 에피타이저 메뉴는 완두콩과 어린잎 채소, 유자 향이 물씬 풍기는 수제 드레싱을 곁들인 참돔 회였다.
가장 먼저 맛을 본 아트 컬리넬리 소속 평론가 데이빗 사우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모르게 “허.” 하고 낮은 탄성을 흘려 보이기에 이르렀다. 조화를 아주 잘 살려낸 싱그러운 요리였다.
유자의 달곰하고 시큼한 향이 어린잎 채소의 맛을 족히 몇 배는 배가시켜준 것은 물론이고, 참돔의 비린 맛을 아예 잡아준 듯했다. 아삭하고 보드라운 식감과 더불어, 뭉근하게 으깨지는 완두콩의 식감이 더해졌고 그럴 때면 묵직한 고소함이 과해질 수도 있었던 산미를 중화시켜주었다.
모든 재료가 마치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한없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훌륭한 맛이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심사위원이 한껏 심각한 표정을 한 채로 말을 아끼고 있을 따름이었다. 맛은 훌륭했다. 다만 형용하여 말할 수 없는 묘한 이질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그렇게 침묵 속에서 고민의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기를 잠시. 평론가 존 그리샴이 “딱!” 소리가 나게끔, 제 손가락을 튕겨 보이고는 말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장내에 드리워있던 침묵을 걷어냈다.
“유레카, 이제야 알겠군요.”
“예?”
“실은 분명 훌륭한 맛인데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이내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를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하던 찰나.
“B팀이 선보인 에피타이저 메뉴는 뭐랄까? 마치 A팀이 선보인 아뮤즈부쉬 이후에 연계적으로 서비스 된 에피타이저 메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마치 세 가지 요리가 모두, 단 한 명의 셰프의 지휘 하에 만들어지고 있는 하나의 코스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의 말이 끝맺어지자 안톤 쉬거 셰프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려 보이고는, 냅킨으로 제 입매를 닦아내며 덧붙였다.
“예, 맞습니다. B팀의 셰프가 운이 없었군요. A팀이 아뮤즈부쉬 부터 시작한 덕에 공들여 만든 에피타이저 요리를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니까요.”
그때, 장 조니 셰프가 한껏 심각한 투로 말문을 열었다.
“흠, 글쎄?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단순히 운이 없었던 정도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게 무슨 뜻인가?”
“만약 A팀이 다음에 선보이게 될 메뉴가 가벼운 느낌의 앙트레. 즉, 에피타이저 형식의 메뉴가 아니라면···.”
그가 말끝을 흐려 보이자 평론가 존 그리샴이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되물었다.
“그럼 셰프 필상이, 다빈의 코스를 의도적으로 빼앗고 있다는 뜻이 되겠군요. 정말 영리하고, 교활하게 말입니다.”
이내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저마다 한 마디씩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설마 그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을 했을까요? 그저 다채로운 오트 퀴진을 선보이고자, 두 가지 아뮤즈부쉬를 선보인 것뿐이겠죠.”
“동감입니다. 이번 추측은 지나치게 앞서간 게 아닐까 싶군요.”
그때, 다시금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음 서버가 룸 안으로 들어섰다. 이내 장내의 모든 심사위원이 미어캣이라도 된 것 마냥 일제히 고개를 ‘휙-!’ 돌려서는, 막 들어선 서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끌고 온 카트 위에 담겨있는 접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갑자기 자신에게 쏠린 시선 탓에 잠시 움찔했던 서버가 의식적으로 미소를 머금은 채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A팀의 다음 메뉴를 서비스해드리고자 하는데, 그 전에 셰프의 말씀을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해보시죠.”
“셰프께서 ‘*앙트레’(*Entree:프랑스 코스 오트 퀴진의 에피타이저쯤 되는 코스)는 입에 맞으셨는지 여쭤보시더군요. 앙트레는 본인이 직접 조리하지 못한 터라 신경 쓰인다면서요.”
말을 마친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곧장 덧붙여 말했다.
“그럼 A팀의 첫 번째 메인디쉬 ‘*푸아송’(*Poissons:오트 퀴진의 두 가지 메인 요리 중 해산물을 활용한 메인 요리를 일컫는 단어.)을 서비스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맺어지던 찰나, 심사위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양 동시에 낮은 침음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맙소사···.”
“허.”
“이게 무슨···.”
이로써, 영악하기 그지없는 어린 셰프 필상이 장 조니 팀의 메뉴를 의도적으로 빼앗고 있음이 역력해진 것이다. 이내 장 조니 셰프가 답답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가 “쯧.” 하고 혀를 차보인 뒤 도로 앉기에 이르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자신의 제자에게 달려가, 모든 사실을 일러주고 싶었다. 지금 영 셰프가 네 요리를 빼앗아, 자신의 코스인 양 굴어대고 있다고. 아무리 훌륭한 요리를 만든다 한들, 영악하기 그지없는 영 셰프의 코스 부품이 될 뿐이라고. 그러니, 어서 그 교활하기 그지없는 함정에서 빠져나오라고 말이다.
한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래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내 장 조니 세프가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제 가슴팍만 거세게 툭툭 쳐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지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은 단연 심사위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 보였다. 실시간 채팅 창을 통해 스트리밍 방송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이례적인 반응이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 나 프렌치 요리 배우고 있는 학생인데, 아무래도 방금 전부터 필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것 같다. ] [ 와, 씨. 나 지금 진짜로 소름 돋았다고! ] [ 역시 크레이지 영 셰프···. ] [ Holy-Shit! 진짜 미친 거 아니야? ] [ 안녕하세요? TBS 관계자입니다. 섭외 관련하여 채널 계정으로 메시지를 남겼으니 확인 후 답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잠깐만, 우선 파우스트 예약부터 좀 해야겠는데. ] [ 미친! 미친! 미쳤잖아! ] [ 유투브 스트리밍 보다가 지리는 날이 올 줄이야! ] [ 제기랄, 그래서 다음 요리가 뭔데? ]그런 지금, 스트리밍 시청 인원은 이미 만 명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