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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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4 – 영 셰프 VS 쓰리 스타의 숨은 공신 (5)
“푸아송 메뉴는 ‘*와일드 머쉬룸’(*손으로 으깬 버섯)과 카푸치노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구이입니다.”
흰 접시의 중앙부에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볶은 양송이, 새싹잎 채소, 그리고 마리네이드 과정을 거친 뒤 노릇하게 구워낸 듯 보이는 랍스터 속살이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또 접시 외곽을 따라 실처럼 얇게 흩뿌려놓은 카푸치노 소스가, 흩뿌려져 있는 상태였고 말이다.
“우선 맛보도록 하죠.”
짤막하게 말해 보인 평론가 데이빗 사우어가 랍스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 뒤 포크 끄트머리로 가볍게 ‘톡, 톡.’ 두드려보았다. 그럴 때면 노릇하게 익은 랍스터 속살이 반탄력에 의해 부르르 떨리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신선한 랍스터를 적당한 굽기로 잘 구워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최고의 증거였다.
“눈으로 먹을 때부터 맛있는 요리는, 입으로 먹을 때 절대 배신하는 법이 없죠.”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 마냥 조심스러운 투로 말해 보인 그가, 잘라낸 랍스터 속살 위에 와일드 머쉬룸과 새싹잎을 조금씩 얹은 뒤 포크로 한 번에 ‘콕-.’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접시 외곽에 아주 얇은 실 모양으로 흩뿌려져 있는 카푸치노 소스를 아주 조금 발라낸 뒤 곧장 입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데이빗 사우어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또 한 손으로 황급히 제 입가를 가린 채 웃음기 서린 감탄을 흘려 보였다.
“와아우-.”
입안에 머금은 탱글탱글한 식감의 랍스터를 베어 물기 무섭게 진한 육즙이 잔뜩 새어 나왔다.
오직 신선한 랍스터를 먹을 때만 느껴볼 수 있을 법한 달콤한 맛과 진하디진한 풍미, 또 마리네이드 및 시즈닝 과정에서 첨가되었을 여러 향신료에서 비롯된 짭조름한 맛이 촘촘히 뒤섞여있는. 가히 *성수(*聖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별한 맛을 지닌 육즙이었다.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릴 때마다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반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랍스터의 쫄깃하고 탱글한 식감과 와일드 머쉬룸의 투박하고 거친 식감, 마지막으로 새싹잎 채소의 싱그러운 식감에 이르기까지. 상반된 느낌이지만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여러 식감의 협연 덕이었다.
‘그래, 이거지···.’
가장 놀라운 대목은 ‘카푸치노 소스’의 역할과 비중이었다. 아주 소량을 묻혀냈을 뿐이었음에도, 계속해서 이를 움직이다 보니 처음에는 마냥 미약하게만 느껴지던 특유의 은은한 향이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인. 또, 지금 이 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자꾸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은 치명적인 맛이었다.
이내 그가 냅킨으로 제 입매를 한 번 닦아내고는 나직이 중얼댔다.
“만약 이 메뉴가 파우스트의 정식 메뉴로 등재된다면,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방문하게 될 것만 같군요.”
이윽고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려 보인 안톤 쉬거 셰프가, 시선을 옮겨서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 조니 셰프를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셰프 필상 말이야, 분석력이 정말 뛰어난 것 같군. 앞서 선보인 카나페에서는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이용해 만든 생크림에, 이번에는 자네 파인다이닝의 명물 중 하나인 카푸치노를 활용해 소스를 만들어 랍스터에 곁들일 줄이야···.”
“일전에 파우스트에 방문했을 때, 셰프 필상을 나폴레옹에 빗대어 표현했었네. 더 나은 맛을 위해서라면 틀이나 관념, 기법, 국경. 그 모든 것을 초월해서 흡수하고 자신의 요리에 투영시키는 느낌이었지.”
한차례 “나폴레옹이라···.” 하고 중얼거려 보인 그가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나직이 답했다.
“꽤 훌륭한 비유로군. 실제로 필상이 선보이고 있는 요리의 뿌리를 구분 짓자면 영락없는 ‘프렌치’(French)니까.”
“그래. 그렇지. 그런데, 지금 내가 그 교활하고 어린 나폴레옹에게 제대로 약탈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일세. 필상은 지금 내 영토. 그러니까, 내 파인다이닝이 지니고 있는 강점을 찾아내서는 마치 제 것인 양 활용하고 있지 않나? 심지어 애지중지 기른 제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고 말일세. 이걸 약탈이 아니면,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나? ”
*
한 편, 그런 지금.
스트리밍 방송 송출 카메라가 다시 변경되었다. 심사위원들의 시식이 일단락되었으니, 양 팀 요리사들의 조리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마냥 분주하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가득한 주방의 풍경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창 다음 요리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던 필상이, 곁눈질로 아이패드 화면 위에 쏟아지다시피 하고 있는 실시간 채팅을 확인했다. 채팅이 장마철 소낙비처럼 멈출 줄 모르고 쏟아지고 있던 터라, 내용을 제대로 식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떤 말이든 해야 할 것 의무감이 솟구쳤던 터라, 괜히 지금 조리 중인 요리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제 ‘*쁠라 프란시팔’(*Plat principal). 즉, 본식 메뉴를 조리할 겁니다.”
말을 마친 필상이 “쁘띠!” 하고 외치자, 스토브 위에 놓인 냄비의 내용물을 주걱으로 휘젓는 데 여념이 없던 이정준이 “예, 셰프.” 하고 나직이 답했다.
“푸아그라 세팅 좀 해주시겠어요?”
“예, 셰프.”
그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다시금 실시간 채팅이 우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나저나 준을 쁘띠라고 부르는 이유가 대체 뭐야? 쁘띠가 프랑스어로 귀엽다, 정답다, 사랑스럽다, 뭐 이런 뜻 아닌가? ] [ 그러게. 나도 궁금한데. ] [ 별 걸 다 궁금해하네. 그냥 별 뜻 없는 애칭 같은 거겠지. ] [ 이봐, 보이. 그러니까 대체 왜 저따위 애칭을 사용하는 건지가 궁금하다고. ]이윽고 이정준이 스테인레스 재질의 *보울(*Bowl:접시)에 뜨거운 물을 담아내 주자, 필상이 곧장 나이프를 뜨거운 물에 담궜다.
“제가 냉장고에서 아주 매력적인 식재료를 찾았어요. 소위 세계 3대 진미라고 말하곤 하는 ‘푸아그라’입니다. 품질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말을 마친 필상이 비닐 팩에 진공 포장된 푸아그라를, 카메라 렌즈를 향해 들이밀어 보이고는 재차 설명을 덧붙였다.
“품질 좋은 푸아그라는 이렇게 흰빛이 돌고, 혈관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확실한 탄력이 느껴지고요. 달랑 한 팩밖에 구비되어 있지 않은 걸 보면, 판매용이 아니라 주방 관계자 중 한 명이 연습이나 개인식사를 위해 구매한 것 같군요. 어쨌든, 눈에 띄었으니 이제 제 겁니다.”
이내 필상이 조리대 위에 재빨리 유산지 한 장을 깔고는, 그 위에 곧장 푸아그라를 내려놓았다.
“이 자태 좀 보세요, 아주 섹시하지 않습니까? 꼭 버터 블럭처럼 생겼죠? 아마 우리의 간도 엇비슷한 모양일 겁니다. 일단 손질 방법부터 가르쳐 드릴게요. 많은 분들이 손질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던데, 뜨겁게 데운 나이프로 썰어내면 아주 손쉽게 썰어낼 수 있습니다. 힘줄 제거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직접 보여드리죠.”
이윽고, 필상이 뜨거운 물에 담가뒀던 나이프를 집어 들어서는 푸아그라를 두툼한 크기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 대결하다가 말고 갑자기 웬 쿠킹 클래스? 역시 ‘지니어스 나폴레옹 크레이지 영 셰프’는 달라도 확실히 다르군.] [ 와, 진짜 여유 넘치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배워뒀다가 조만간 한 번 써먹어 봐야겠다. ] [ 희대의 쿨가이···. ] [ 그런데 육안으로 보기에는 그냥 썰어도 부드럽게 잘 썰릴 것 같은데, 아닌가? ] [ 응, 아니야. ] [ 미끄럽고 기름기가 많아서 결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 뜨겁게 데운 나이프로 써는 건 정말 유용한 팁이네. ]이내 채팅 내용을 한 번 확인한 필상이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조각을 썰어낼 때마다, 나이프를 다시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내주시면 됩니다. 저는 이렇게 두툼하게 썰어냈지만, 여러분이 집에서 직접 요리하실 때는 대략 1.3cm 정도의 두께로 썰어내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가정용 화구는 화력이 약한 데다가, 본래 두껍게 썰어낸 푸아그라는 기술이 부족하면 적당한 굽기를 맞추기가 아주 힘들거든요. 오버 쿡(Overcook) 되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범주 바깥에 놓인 요리로 변모해버립니다. 당장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하죠.”
금세 손질을 끝마친 필상이 스토브의 불을 켠 뒤, 그 위에 곧장 팬을 올려두었다.
“팬을 예열하는 사이에 시즈닝을 마칠 겁니다. 간단해요. 소금과 후추를 조금씩 뿌려주면 끝이죠. 하지만 저는 올스파이스를 이용해서 간을 맞출 겁니다. 소화를 돕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묵직한 메뉴를 연달아 맛본 심사위원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랄 수 있죠.”
필상이 올스파이스를 뿌려대고 있던 찰나, 다시금 실시간 채팅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 와, 저런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요리하는구나. ] [ 다 그런 건 아냐. 필상이 특별한 거지. ] [ 저렇게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했으니까, 이 정도 위치에 오를 수 있던 게 아닐까? ] [ 와, 대단하네. 파우스트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이내 필상이 손질과 시즈닝을 마친 두툼한 푸아그라 네 조각을, 차례로 팬에 올려주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먹음직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필상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설명을 덧붙였다.
“푸아그라의 90%는 지방입니다. 따로 기름을 두를 필요가 전혀 없죠. 만약 여러분께서 제가 말씀드린 두께로 잘라내셨다면, 한쪽 면당 25초씩만 구워주시면 됩니다. 단, 저는 두툼하게 썰어냈으니 풍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말을 마친 필상이 곧장 진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한 채, 화구에 놓여있던 팬을 집어 들었다. 불에서 내려놓더라도 잔열(잔열)로 충분히 한쪽 면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다음에는 팬을 살짝 기울여서, 기름을 이용해 테두리를 익혀주기 시작했다.
이윽고.
“자, 이제부터가 핵심입니다. 모양을 망치지 않으려면 정말 조심스럽게 뒤집어야 합니다.”
이내 필상이 스푼을 이용해서는 조심스레 푸아그라를 뒤집고는, 다시금 팬을 기울여서는 고여있는 기름을 떠서 표면에 끼얹어주기 시작했다. 색을 맞추고, 맛과 풍미를 더욱 살려내기 위함이었다.
“끝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제가 말씀드린대로 1.3cm가량의 두께로 썰어내셨다면 2분이면 만들 수 있는 파인다이닝 요리입니다. 손질 30초, 시즈닝 10초, 그리고 한쪽 면당 25초씩 총 50초. 소요된 시간을 전부 합쳐도 1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입니다. 파인다이닝에서 *얄라까르뜨(*단일 판매 품목)으로 주문하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해야하죠. 심지어 대부분의 파인다이닝이 얌체처럼 200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코스 안에 끼워 넣어두는 경우가 많아요.”
말을 마친 필상이 “쁘띠.” 하고 말하자, 이정준이 잽싸게 달려와서는 플레이팅을 시작했다. 원형 접시의 중심부에 생크림을 잔뜩 올리고, 그 위에 기름기를 살짝 빼낸 푸아그라를, 마지막으로 미리 만들어 둔 블루베리 퓌레를 끼얹은 뒤, 접시의 테두리를 따라 시나몬 가루를 흩뿌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 뭐지? 정말 간단해 보이는데? ] [ 그러게. ] [ 귀에 쏙쏙 박히게끔 잘 설명해주네. ] [ 목소리도 좋고. 자기 전에 틀어놔도 되겠는데. ] [ 배고파서 잘 수 있겠어? ] [ 그나저나 ‘쁘띠 준’ 귀엽다. 꼭 강아지 같아. 부르면 달려오잖아. ] [ 아예 쿠킹클래스 영상도 제작해주면 좋겠다. ]금세 네 접시의 푸아그라 스테이크가 완성되었고, 플레이팅 상태를 점검한 필상이 곧장 벨을 울렸다.
“*비앙드(*Viandes:육류 요리), 서비스-!”
그리고는 고개를 슬쩍 옮겨서는 다빈과 그의 서포트 쿡 로버트가 조리 중인 메뉴를 한 번 살펴보았다.
장 조니 팀 역시 첫 번째 메인 디쉬 격인 농어 스테이크 서비스를 마친 뒤, ‘*포터하우스’(등심∙안심이 적절히 뒤섞여있는 부위) 안심을 활용한 두 번째 메뉴를 조리 중인 상황이었다.
필상이 비앙드 메뉴를 푸아그라로 선정한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
‘좋아···.’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 필상이, 이정준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진짜 메인 디쉬는 장 조니 팀이 열심히 조리 중인 것 같으니, 우리는 잠깐 숨 좀 돌리고 있죠.”
다음 코스는 별도의 조리가 필요하지 않은 *프로마쥬(*치즈) 메뉴였을뿐더러, 장 조니 팀의 안심을 활용한 묵직한 메인 디쉬 이후에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디저트 역시 마찬가지로, 장 조니 팀의 디저트가 먼저 서비스될 수 있도록 만든 이후에 자신들의 디저트를 내보낼 의향이었고 말이다.
그래야 심사위원들이 느끼기에 장 조니 팀이 내놓은 모든 코스를, 자신들이 선보인 코스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이내 필상이 다빈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댔다.
“인생은 실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