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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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4 – 영 셰프 VS 쓰리 스타의 숨은 공신 (6)
한 편, 그 시각. 프라이빗 룸에 자리해있는 심사위원들은 장 조니 팀이 서비스한 첫 번째 메인 디쉬, ‘샤프란과 훈제 파프리카 소스를 곁들인 농어 스테이크’의 시식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가운데 부분이 움푹 파인 접시의 바닥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맑은 연주황 빛 소스가 얇게 깔린 상태였다. 또 그 위로, 한눈에 보기에도 잘 구워낸 듯 보이는 농어 스테이크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말이다.
소스에 닿지 않은 윗면은 전분을 입혀 구워낸 듯, 유달리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내 안톤 쉬거 셰프가 포크를 집어 들어서는 끄트머리로 윗면을 가볍게 ‘톡, 톡.’ 두드려 보았다. 바삭하게 익은 껍질 면과 포크가 맞닿을 때마다 울리는 기분 좋은 소리, 이는 크리스피한 식감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어디 보자···.”
이내 안톤 쉬거 셰프가 곧장 포크를 찔러 넣어서는, 농어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냈다. 바삭하게 익은 껍질 부분은 약간의 반탄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속살은 포크와 맞닿기 무섭게 마치 허물어지는 양 보드랍게 결을 따라 바스러졌다.
이윽고.
안톤 쉬거 셰프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 속살을 접시 바닥에 고여있는 연주황 빛 소스에 흠뻑 적신 뒤 곧장 맛을 보았다. *초미(*初味)를 장식한 것은 훈제 파프리카와 샤프란의 조화였다.
본래 맛을 인지하는 혀라는 감각기관은 향이 없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좋은 향신료를 가미하면 요리의 격이 달라진다 느끼게 되는 것도 아마 그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훈제 파프리카가 지닌 특유의 짙은 풍미와 달콤함, 또 샤프란이 지닌 고풍스러운 건초 향과 쌉싸름한 맛이 끈적하게 어우러졌다.
본래 훌륭한 요리였으나, 향을 살리기 어려운 향신료를 적재적소에 사용한 터라 격이 몇 단계나 더 상승한 느낌이었다. 이내 그가 입안에 머금고 있던 농어 속살을 한 입 베어 물던 찰나.
그의 입가 위에 자리해있던 미소가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신선한 농어, 완벽한 손질, 계산적인 마리네이드, 정확한 굽기, 양면의 상반되는 식감,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냈을 맑은 소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노력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가히 완벽에 가까운 맛이었다.
이내 그가 고개를 돌려서는, 장 조니 셰프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역시 다빈이야.”
그 말에 존 그리샴이 제 아랫입술을 한 번 핥아내고는 답했다.
“정말 굉장하군요. 팀 파우스트가 푸아송(*Poisson)으로 선보였던 랍스터 요리가 세미 클래식이라면, 이 농어 스테이크는 클래식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악보가 보존되고 있는 명곡을 재현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한 합주를 거쳐 완성한 클래식 말입니다.”
“뉴욕 파인다이닝 업계의 최고 기대주, ‘다빈’의 위상이 그대로 담겨있는 접시인 것 같군요.”
“하기야, 필상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빈만큼 많이 회자되는 수 셰프 급 요리사도 없었지요.”
심사위원들이 하나같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긍정적인 평을 주고받고 있던 찰나였다. 다시금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홀 서버가 음식이 담긴 카트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실례하겠습니다. A팀의 비앙드 메뉴를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생크림과 블루베리 퓨레를 곁들인 푸아그라 스테이크입니다.”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괜히 제 콧잔등을 어루만져가며 “정말 무자비하군···.” 하고 낮게 중얼댔다.
지금 필상이 상대 팀의 코스 전개에 ‘단절성’을 만들어내고자, 제 코스의 완급을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음을 명확히 깨달을 수 있던 탓이었다.
심사위원들로서는 담백한 편에 속하는 해산물 요리를 연달아 두 개나 맛본 상황이 아니던가?
다들 자연스레 기름기가 가미된 육류를 활용해 조리한 메인 디쉬를 내심 기다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장 조니 팀의 담백한 농어 스테이크의 시식을 모두 마친 지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오일리’(*Oily)한 식재료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푸아그라 스테이크를 내놓았고 말이다.
감히 장담컨대, 이대로라면 푸아그라 스테이크를 한입 맛보는 순간 장 조니 팀이 선보였던 농어 스테이크 역시 파우스트 팀이 선보이고 있는 코스 메뉴의 일부처럼 느끼게 될 게 분명했다.
이윽고, 서버가 심사위원들의 앞에 푸아그라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각각 한 개씩 내려놓아 주던 찰나.
평론가 데이빗 사우어가 “오!” 하고 감탄을 흘려 보인 뒤, 엷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맙소사, 푸아그라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요리죠. 정말 아름답게도 생겼군요. *브라우닝(*browning) 좀 보세요. 이 정도 두께의 푸아그라를 제대로 구워내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지만, 필상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겁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겉면은 바삭하게, 또 안쪽은 푸딩처럼 보드랍게 구워냈을 게 분명하죠.”
말을 마친 그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 마냥, 곧장 나이프를 집어 들고는 푸아그라를 썰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서슬이 퍼렇게 선 예리한 칼로, 푸딩을 썰어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윽고, 썰어낸 푸아그라를 포크로 콕 찍어낸 그가 잘 휘핑된 생크림과 블루베리 퓨레를 적당량 묻혀서는 입안에 집어넣고는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고자 두 눈을 지그시 감아보았다.
겉면은 바삭했고, 안쪽은 푸딩처럼 부드러웠다. 살짝 묻혀낸 생크림이 구름처럼 푸아그라를 코팅해주었고, 푸아그라는 혀에 닿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녹아내리더니 액체의 질감을 연상시켰다. 마치 부드럽고 따뜻한 ‘*벨벳’(*Velvet:짧고 부드러운 솜털이 있는 최고급 원단) 천이, 혀를 지나 목구멍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또 달콤 시큼한 블루베리 퓌레가 푸아그라 특유의 눅진하고, 꾸덕한 기름기를 적당히 중화시켜주었다.
이 모든 느낌이 정말 순식간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입안에 넣은 뒤, 불과 수초 남짓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남아있는 것이라곤 강렬한 여운뿐인 상황이기도 했고.
“완벽해···.”
몽롱한 투로 중얼거려 보인 그가 조바심을 억누르지 못한 채로, 다시 한 조각을 더 썰어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큼직하게. 그리고는 생크림과, 퓨레를 듬뿍 묻힌 뒤 곧장 입에 넣었다.
덕분에 접시 위에 놓여있던 손가락 세 마디 만한 크기의 푸아그라가 자취를 감추는 데에는, 채 일분조차 걸리지 않았다.
이내 평론가 존 그리샴이 제 입 끝에 남아있는 기름기를 냅킨으로 잘 닦아내며 말문을 열었다.
“뛰어난 품질의 식재료와 훌륭한 셰프의 만남이 빚어낸 결과인 것 같군요. 손질 과정에서 결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도, 혈관과 힘줄을 완벽히 제거해냈어요. 겉은 바삭하게, 또 속은 정말 버터보다. 아니, 크림보다도 훨씬 부드럽다 느껴질 정도로 잘 구워냈고요. 곁들인 생크림과 퓨레의 조화도 인상적이네요.”
“정말 부드럽고, 부드럽고, 또 부드럽군요. 어째서 파우스트의 코스 메뉴에 푸아그라를 등재시키지 않은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질 지경이군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 안톤 쉬거 셰프가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셰프께서는 거듭된 시식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을 저희를 위해, 소화를 돕는 성분이 다량 포함된 ‘*올 스파이스’(*All Spice)로 간을 맞추고 향을 낸 것 같군요. 잔잔한 배려가 담겨있는 훌륭한 디쉬였던 것 같네요.”
그때, 타임지 소속 평론가 제임스 파커가 “흠.” 하고 중얼거려 보인 뒤 제 의견을 꺼내 들었다.
“맛은 훌륭한데, 이대로 *프로마쥬(*치즈) 메뉴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 이쯤에서 씹는 재미가 있는 디쉬가 하나쯤 더 나와준다면 아주 좋을 텐데 말입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려 보이던 찰나였다. 문 너머에서 한차례 노크 소리가 들려오기를 잠시. 미닫이문이 열리고, 서버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B팀. 그러니까, 장 조니 팀이 만든 두 번째 메인 디쉬가 담겨있는 접시와 함께 말이다.
“B팀의 두 번째 메인 디쉬를 서비스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통마늘 구이와 토치로 구워낸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입니다.”
이내 심사위원들이 저들끼리 시선을 주고받기 시작하더니, 종지에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정말 한 셰프의 지휘하에 만들어지고 있는, 풍부한 구성의 코스를 맛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로군요.”
존 그리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여대기 시작했다. 룰이 지닌 허점을 파악하고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순서를 조절하고 흐름을 손에 쥐었다. 베테랑 셰프들로 구성된 상대 팀을 제 주방의 ‘섹션 쿡’(Section Cook)으로 전락시켜버린 뒤, 자신은 코스 전체의 완성도와 맛에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안톤 쉬거 셰프가 밝은 투로 한차례 화제를 전환했다.
“식기 전에 맛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포터하우스는 티본 스테이크의 한 종류로 가운데 자리한 뼈를 기점으로 한쪽은 등심, 또 다른 한쪽은 안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두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부위랄 수 있었다. 하나, 등심과 안심이 구워지는 정도가 미묘하게 다른 터라 굽기 정도를 조절하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기에 요리사의 기량을 시험하는 재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실정이었고 말이다.
이내 안톤 쉬거 셰프가 두툼하기 그지없는 안심을 살살 썰어가며 나직이 말을이었다.
“포터하우스는 같은 온도에서 조리하게 되면, 등심 쪽이 안심 쪽에 비해 훨씬 빨리 익곤 하죠. 과연 두 부위의 굽기를 정확히 일치시키는 데 성공했을지가 관건인 것 같은데···.”
그리고는 막 썰어낸 안심의 단면을 한 번 살펴보았다. 겉면부에서 중심부로 파고들수록 갈색에서 시작되어 종지에는 선홍색으로 마무리되는 먹음직스러운 그라데이션(Gradation)이 자리해 있는 상태였다. 또 어찌나 잘 구워낸 것인지, 빛을 받은 스테이크가 육즙으로 반들대는 중이었고 말이다.
그리고는 맛을 보지 않고 곧장 등심 부위를 썰어내기 시작했다. 굳이 입에 넣고 맛을 보지 않더라도, 스테이크의 단면을 보면 굽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등심 역시 한껏 부드럽게 썰렸다. 이윽고, 포크 끄트머리로 두툼한 등심을 ‘콕.’ 찍어낸 뒤 들어 올려 단면을 확인해보았다. 등심 역시 정확히 미디움 레어 정도의 굽기로 알맞게 익혀낸 상황이었다.
“역시 정확하군요.”
이내 안톤 쉬거 셰프가 곧장 맛을 보기 시작했다. 함께 서비스된 세 종류의 소금과 홀그레인 소스를 살짝 묻혀낸 뒤 먹기도 했고, 노릇하게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통마늘을 함께 곁들이기도 했다.
모두 하나같이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을 마친 전통적인 조화였다. 마리네이드와 시즈닝 역시 아주 간단하게 마무리한 듯 보였다.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거나, 변질시키지 않는 적당한 선의 심심한 밑간.
한 입, 한 입을 베어 물 때마다 육즙이 터져 나왔고 그럴 때면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기분이었다. 한데, 뭐랄까? 밝고 화사한 느낌의 섬광이 아닌, 발포 순간 총구 끝에서 번쩍이곤 하는 폭력적인 성향의 섬광이었다.
원초적이기 그지없는 맛의 향연 덕에, 장내에 침묵이 드리우기를 잠시. 접시에 담겨있던 큼지막한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를 모두 먹어치운 평론가, 존 그리샴이 한차례 “후우-.” 하고 숨을 길게 내쉬어 보인 뒤 말문을 열었다.
“고기를 끊을 바에 차라리 숨을 끊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정말 완벽합니다. 장담하는데 만약 다빈이 라스베가스 쪽에 전문 스테이크 하우스를 런칭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동감하는 바예요. 이 정도면 제가 여태껏 살면서 먹어온 무수히 많은 스테이크 중 당당히 Best3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 같군요. 특색을 살리지 않는 게, 도리어 특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던 요리였네요.”
“맞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스테이크를 밀어 넣고 있는 와중에, 정말 우습게도 고기를 끊을 바에는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명 이전으로 회귀한 느낌이 드는 야생적인 디쉬였습니다. 아주 훌륭하네요.”
세 명의 평론가가 화기애애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다빈이 내놓은 스테이크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고 있던 찰나, 안톤 쉬거 셰프가 “큼, 흠.” 하고 헛기침을 해 보이고는 무겁기 그지없는 투로 말문을 열었다.
“이제 디저트 메뉴밖에 안 남았군요. 슬슬 어느 팀이 우위에 있는 것인지를 정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그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착-.’ 가라앉았다. 미루고 있던 숙제 마냥 애써 기억의 수면 아래에 가라앉혀 두었던, 자신들의 의무를 떠올려 버린 탓이었다. 한데, 난감하기 그지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각 팀의 코스를 구분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마치 본래 하나인 코스를, 애써 분리하는 느낌이 들었던 터라 쉽사리 평가를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기량을 가늠하기 위해 벌인 승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당연히 영 셰프의 손을 들어주는 게 올바른 처사일 겁니다. 룰을 완벽히 파훼하고, 흐름을 손에 꽉 쥐었으니까요.”
존 그리샴의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만약 제 파인다이닝의 수 셰프를 뽑는 대결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필상의 손을 들어줬을 겁니다. 하지만 각 팀이 선보인 코스를 분리해서 놓고 봤을 때는 말 그대로 박빙 그 자체입니다.”
“맞습니다, 정말 어느 한쪽도 뒤처지지 않죠. 애초에 요리라는 게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항목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놓고 봤을 때는 자연스레 기호나 식성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겠네요.”
“만약 그렇게 개별적으로 ‘구성’만을 놓고 봤을 때는 장 조니 팀이 더 우세할지도 모르겠군요. 파우스트 팀의 구성이 탄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이사이에 함께 전개된 장 조니 팀의 요리들 덕이었으니까요.”
“흠, 글쎄요? 애매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파우스트 팀의 코스 역시 개별적으로 놓고 봤을 때도 일절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또한 식성이나 기호에 따라 결정될 부분인 것 같군요.”
논쟁이 길어질 기미를 보이자, 장 조니 셰프가 “짝!” 소리가 나게끔 손뼉을 쳐 보이고는 상황을 종식시켰다.
“우선 마지막 디저트 메뉴까지 맛본 뒤에 느긋한 마음으로 심사하도록 하죠. 전혀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른 요인은 모두 배제한 채로, 그저 훌륭한 코스를 선보였다고 생각되는 쪽의 편을 들어주시면 되는 거겠죠.”
그때, 다시금 서버가 들어서서는 파우스트 팀의 ‘프로마쥬’ 메뉴를 서비스해주었다. 파인다이닝 장 조니의 코스를 맛본 뒤, 디저트 이전에 서비스되는 여섯 종류의 치즈를 그대로 내놓는 형식이었다.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지닌 치즈들이 특유의 꼬릿함과 짭조름한 맛으로, 스테이크가 남긴 여운을 잠재워줄 터였다. 영 셰프는 무자비하게도 마지막까지, 다빈이 선보인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조차 제 것이었던 양 굴어대고 있었다.
이내 장 조니 셰프가 고개를 내저어 보이고는 낮게 중얼댔다.
“허허, 어쩜 이리 뻔뻔할 수 있을까.”
*
두 팀 모두 훌륭한 디저트를 선보였다. 장 조니 팀은, 속이 텅 빈 원형의 머랭쿠키 안에 걸쭉한 질감의 초콜릿 무스를 담아낸 독특한 디저트를 선보였다. 머랭 쿠키를 스푼으로 톡톡 두드려 균열을 만들자, 끈적하고 뜨끈한 초콜릿 무스가 흘러나왔고 잘게 부서진 머랭과 함께 먹는 형식이었다.
반면, 파우스트 팀은 디저트 메뉴와 ‘*디제스티프’(*식후주, 소화를 돕기 위해 마시는 독한 술)를 동시에 선보였다. 디저트 메뉴는 스쿱을 이용해 *구(*球)의 형체로 퍼낸 뒤 한차례 구워낸 수박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강판에 간 초콜릿, 잘게 다진 쿠키를 차례로 쌓고 흩뿌려둔 앙증맞은 요리였다.
그렇게 디저트를 맛본 뒤, 디제스티프로 서비스된 독한 꼬냑 한 잔까지 들이켜고 나니 식사가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는 듯했다. 이윽고, 심사위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짙은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하아,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군요.”
“동감하는바 입니다.”
“하지만 결정을 내려야만 하겠죠.”
그때, 안톤 쉬거 셰프가 “저는 결정했습니다.” 하고 말해 보인 뒤 재차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저는···.”
*
한 편, 그 시각. 주방은 한창 대결이 펼쳐지고 있던 때와 달리, 나른하고 한산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띠고 있을 따름이었다.
다빈과 알버트는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텅 비어있는 홀 테이블 몇 자리를 꿰차고 앉은 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필상과 이정준은 자신들이 어지럽힌 섹션(Section)을 깨끗이 정리하며 스트리밍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 필상, 어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 흠, 상대 팀도 워낙 고평가를 받은 터라 쉽사리 결과를 점칠 수가 없네. ] [ 괜히 내가 떨리네. ] [ 그래서 결과 발표는 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 [ 지더라도 낙심할 거 없어. 내 마음속 승자는 너와 쁘띠니까. ]필상이 말문을 열려던 그때였다. 2층 계단에 토니가 모습을 드러내고는, 괜히 헛기침을 해 보이는 것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 덕에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이 반사적으로 시선을 옮겨서는 토니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심사결과가 나왔네요.”
이내 다빈이 꿰차고 앉아있던 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서는, 초조함이 잔뜩 묻어나는 어투로 나직이 되물었다.
“어느 팀이 이겼죠?”
대결에 참가한 두 팀의 요리사들. 브레이크 타임을 맞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홀∙주방 직원들. 장내에 자리해 있는 모두가 숨까지 참아가며 토니의 입에서 흘러나올 다음 말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어느 팀이···.”
장 조니 팀의 서포트 쿡, ‘로버트’가 급한 성미를 어쩌지 못하고 재차 채근하려던 찰나였다. 계단 위에 올라서 있던 토니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음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결과 발표에 앞서 말씀드려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습니다. 심사위원 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 승리 팀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죠. 단 한 치의 이견도 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