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08
– 109화 –
베트남을 지배한다는 말에,
재민과 권영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워낙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연달아 일으켰기 때문일까?
그들은 준성의 말을 단어 그대로 해석한 것 같았다.
“하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정치나 군사적인 얘기가 아니라 경제 얘기입니다.”
당연히 경제에 한정한다고 한들 그 무게감은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기에, 권영과 재민은 여전히 벙- 쪄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글쎄요. 불가능할 것 같단 생각은 안 듭니다만.”
실제로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었다.
회귀 전 준성이 이끌던 대영이 그랬는데, 과장 조금 섞어서 베트남의 경제를 종속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장 베트남 GDP의 20%를 대영이 생산했었고,
준성의 지휘 아래 베트남이 한국 3위 수출국이 됐으며,
사실상 한 기업이 국가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저 자료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으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저 정도 수치면 기업 하나가 사실상 국가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옳았다.
그리고 한 기업이 저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면…
국가가 기업에 끌려다니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물론,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기 때문에 수틀리면 [국유화]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었지만, 그들도 바보 아니었기에 절대 그런 짓을 할 리 없었다.
나라 경제가 주저앉을 수도 있는 데 그럴 리가.
만약 저걸 거꾸로 중국으로 대입한다면?
제아무리 날고 기는 기업이라고 한들, 중국의 경제를 종속시킬 정도로 힘을 발휘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중국은 국가의 힘이 너무나도 강력해.
‘당장 알리바바라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를 만든 마윈조차도 공산당과의 불화로 인해 그룹의 소유권까지 포기하며 거의 맨손으로 내려왔다.’
그런 국가에서 과연 어느 한 기업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하리라. 이에 더해 텐센트(중국 최고 IT 회사) 역시 기겁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알파고의 등장 이후 AI 개발이 한창일 때.
텐센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AI를 하나 만들었다. 이에 그걸 중국 공산당 간부가 실험했는데…
– 야, 네 꿈이 뭐니?
라는 질문에 해당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대답을 내놓았는데…
– 미국에 이민 가는 거요.
자, 그래.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공산당 간부는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다음 질문을 던지는데…
– 공산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니?
– 미치지 않고서야 옹호할 순 없겠죠?
그날.
농담 조금 섞어 텐센트가 사라질 뻔했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현재 준성의 최종 목표는 베트남의 정복이었고, 그에 따른 플랜 역시 다 짜 놓은 상태였다.
“그 외에도 좋은 점은 많습니다. 베트남이 브라질에 이어 원두 수출 세계 2위인 건 아시죠?”
그 말에 재민이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눈을 부풀렸다.
“설마… 후방통합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맞습니다. 슬슬 네스트도 자체적으로 원두를 만들어야죠. 그러기 위해선 베트남 진출이 필수적입니다. 게다가 디움 역시 똑같습니다. 이미 IT가 진척된 나라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지만, 아직 기술 발전이 덜 된 나라는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베트남은 겨우 시작일 뿐.
목표는 어디까지나 ‘세계’다.
“자, 전략 얘기는 이쯤 하고. 슬슬 준비들 하시죠. 곧 출장 나가야 하니까 가기 전에 할 일들 처리해 놓으세요.”
*
한창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대영 전자, 회장 집무실.
“뭐? 그 부분 다시 한 번 얘기해 봐라.”
마광위는 준성에 대한 보고를 받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피승원 비서가 읽었던 부분을 반복했다.
“예. 얼마 전 네스트가 주식 시장에 묻어 뒀던 천문학적인 돈을 회수한 뒤, 디움과 함께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전략은…”
“… 월남? 중국이 아니라?”
“예. 월남입니다.”
마광위는 실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까닥이기도 잠시.
이내 뭔가 짚이는 점이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오호라, 중국은 아직 힘이 부족하니 내버려두겠다는 게로구만? 그래.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했겠지. 디움 역시 아직 제대로 된 수익 구조가 없어서 적자투성이일 테니 자본으로 승부해 봐야 진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 거다.’
마광위는 준성이 참 영악한 맹수처럼 느껴졌다.
사실 아무리 판을 크게 보는 경영인이라도,
돈 앞에서 초연하기는 힘들다.
당장 중국 시장이 개방되며 10억 인구의 시장이 떡-하나 나타났는데 거기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근데 그 와중에 준성은 중국 시장의 역설을 파악하고는 월남으로 노선을 틀었다.
끼릭- 끼릭- 파슥- 파스스-
마광위가 제 곰방대를 조립하자, 피승원이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그 안에 담뱃잎을 넣어 불을 붙여줬다.
스읍- 하아-
“승원아. 지금 예라 상태 어떠니?”
“…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계십니다만, 아직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병수는 어딨… 아니다. 됐다. 그 짐승 새끼는 그냥 둬라. 붙여 봐야 대영 망신만 시킬 게다.”
“그럼 네스트랑 디움 해외 진출 견제는 어떻게 할까요?”
그 말에 마광위는 곰방대를 씹고는 대답했다.
“내버려 둬라. 어차피 막아 봐야 헛수고니까. 대신 본진이 잠시라도 비었을 때 대비해서, 이강건이한테 조금 분발 좀 하라고 압력 좀 넣어 놔라. 그럼 됐다.”
“…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마광위는 흔쾌히 승낙했다.
“베트남이면 대영의 힘이 강하진 않지만, 연줄이 있는 곳입니다. 돈 좀 먹이면 공권력을 이용한 압박이 가능할 것 같은데, 손 좀 써 둘까요?”
“아니. 됐다.”
마광위는 이후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해외라. 어디 한번 잔뜩 발버둥 쳐 봐라, 애송아. 네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세계 시장은 절대 쉽지 않을 테니까. 만약에 네놈이 해외에서도 성공한다면…’
환갑을 넘어가며 낡은 육체와 오랜 경험으로 조금씩 둔해져 가고 있던 와중에 오래간만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꼭 호적수를 만난 기분이 이러할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오히려 네스트나 디움보다 훨씬 더 큰 상대를 쓰러뜨렸을 때도 이만큼 심장이 뛰진 않았었다. 광위는 왜 심장이 뛸까 고민하기도 잠시…
이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 내 젊었을 적을 보는 것 같구나.’
그래서 그렇게 탐이 났었나 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광위의 눈에 다시금 침착함이 돌아왔다.
‘그래 봐야 아직 피라미야. 여태까지 능력만 믿고 설치다 쓰러지는 놈들 여럿 봤어.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지.’
마광위는 곰방대를 씹으며 씨익 웃었다.
‘빨리 성장해라 이준성. 그래야 내가 널 짓밟고 난 뒤, 대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상상만 해도 짜릿했기에,
마광위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베트남으로 가게 될 네스트의 [임형석]과 디움의 [김창훈]은 인수인계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제 팀원들을 모집했고,
인사팀 직원들은 첫 해외 진출을 위한 복잡한 사무들을 처리했으며, 재무팀 역시 앞으로 돈 나갈 구석이 늘었기에 쏟아지는 업무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 외에도 의사결정자들 역시 바빴다.
준성은 해외에 나가기 전 앞으로 해외 지사의 매뉴얼이 될 전략들을 가다듬었고, 재민과 권영 역시 앞으로 베트남 지사를 잘 관리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대망의 출국 날.
장마가 쏟아지는 가운데 김포공항.
“잘 다녀와. 몸 조심하구.”
“하하, 별일 있겠어요? 그냥 출장인걸요.”
“그래도. 이렇게 길게 간 적은 없었잖아. 걱정돼서 그렇지… 월남이면 전쟁 났던 곳이잖아… 우리 동네에도 파병 갔다가 못 돌아온 사람이 있어서 그래. 혹시 거기 사람들이 한국 사람 싫어하면 어떡해?”
“에이~ 어머니, 아니에요. 이제 21세기잖아요. 언젯적 얘기를 하고 그러세요. 하하하.”
준성은 어머니와 출장 전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출장은 좀 길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미국보다 위험해 보이는(적어도 어머니께는) 베트남으로 간다는 것에 퍽 걱정이 되셨던 걸까?
어머니께서는 괜찮다는 말에도 한사코 배웅해 주겠다며 공항까지 따라오셨다. 그사이 머지않아 재민과 권영을 포함한 직원들이 나타났고…
–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 알아요! 김재민 부사장님 맞죠? 우리 준성이가 집에만 오면 얼마나 재민 씨 얘기를 하는지… 어쩜 똑같다!”
어머니께서는 밝은 얼굴로 웃으며 직원들을 반겨주셨다. 특히 권영은 토킹클럽 인수 당시 잠시 집에 들르며 본 적 있었기에, 더욱 친근하게 대해 주시기도 했고 말이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많이 부족해서 대표님을 항상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재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준성이 집에서 재민 얘기를 했다]는 게 기분이 좋았는지, 내심 미소를 지었다.
“에구구. 아니에요… 마음 같아선 더 얘기하고 싶은데, 일하는 데 방해될 것 같네요. 준성아, 나는 가볼게! 잘 다녀오고! 아프지 말고! 이거 받아!”
어머니께선 가기 전 파우치 하나를 건네주셨는데…
그 안에는 온갖 상비약이 들어있었다.
‘하하… 물가에 내놓은 애도 아니고…’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비록 회귀 전에는 비서가 약 성분까지 꼼꼼히 따져서 챙겨줬었으나, 오히려 지금이 더 좋았다. 따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고맙습니다, 어머니. 잘 다녀올게요.’
이후 아들로서의 마음은 넣어 두곤,
다시 경영인으로 돌아왔다.
“곧 비행기 시간이네요. 가시죠.”
그렇게 준성과 재민 권영.
그리고 네스트와 디움의 RO(Representative Office, 연락사무소. 지사나 법인이 세워지기 전까지 현지조사 및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전진기지)를 구성할 6명의 직원까지.
총 9명이 탄 항공기가 베트남을 향해 이륙했다.
– 안녕하십니까. 본 항공기는 베트남 호치민, 베트남 호치민 공항으로 가는 HL0192번 항공기입니다. 안전한 운항을 위하여 … … …
자리에 앉자 머지않아 기장의 방송이 들려왔다. 이에 준성은 가볍게 흘려들으며 베트남에 대한 정보를 재점검했다.
[베트남] – 국명 :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위치 :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
– 면적 : 331,689km² (비고 : 한반도 223,350㎢).
– 인구 : 약 9,000만 명 (노동 가능 인구 70%).
– 종교 : 신앙인(17%), 불교(43%), 가톨릭(37%).
– 통화 : 베트남 동 (đồng Việt Nam).
– GDP : 312억 (비고 : 00년 한국 GDP 5,334억).
– 특징 :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 따뜻한 기후로 1년에 3모작 가능. 커피 수출 세계 2위.
베트남.
이제는 세계에 몇 남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였으나…
이 국가는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망가지는 경제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국가가 망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의 문제가 아니다.
– 결국,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다.
1978년,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토대로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는 것을 목격한 베트남은 1986년. 총비서 [응우옌-반린]의 주도 하에 도이머이(Đổi mới, 쇄신)이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개혁개방을 실시했다.
이후 베트남은 많은 국영 회사(참고로 베트남에는 90년도 이전에 민간기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를 민영화.
동시에 FDI(외국인 직접 투자)의 문을 열었고,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외자계들이 베트남이라는 기회의 땅을 주시하며 진출하는 가운데…
2000년 7월.
우기로 인해 스콜이 쏟아지던 날.
차후 베트남 경제의 멱살을 잡고 성장시킬 씨앗.
디움과 네스트가 호치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