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10
– 111화 –
시간은 훌쩍훌쩍 잘 흘러갔다.
[임시 거주증]을 [상업인 거주증]으로 확장.
그다음으로 [RO(연락사무소)] 명의로 계좌를 개설.
동시에 한국 본사부터 압도적인 자본을 수혈받았다.
– 입금 내역 : 204,498,977,505 VND
무려 2,044억 베트남 동.
한화로는 약 100억 정도로, 일반적인 기업들이 해외 지사 설립에 들이는 비용을 생각했을 때 적은 편이었지만…
2000년 베트남 1인당 GDP 400달러에 불과했고, 직장인 연봉이 230만 원 수준이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100억이라는 돈은,
숨만 쉬고 4,350년(!)을 벌어야 하는 돈이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신흥 개발국(개발도상국)에서는 빠른 국가 성장을 위해 인건비를 낮게 유지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직장인 월급을 기준으로 해당 통화의 가치를 논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큰돈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돈을 받았을 무렵 문득 전화가 걸려왔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꼭 투박한 무전기처럼 생긴 것은 물론이오,
안테나가 성인 새끼손가락만큼 두꺼운 물건.
바로 위성전화였다.
당시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노키아가 [이리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위성 77개를 쏘아 올려 만든 물건이자, 이동통신 최고의 흑역사였다.
겨우 1년 만에 10조를 날려 먹은 뒤 보잉에게 250억이란 헐값에 팔린 기업사 역대급 삽질 중 하나였다.
하지만 피눈물 나는 건 노키아 얘기고,
쓰는 입장에서는 참 편리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초당 100원이라는 무서운 통신비를 자랑했지만… 어차피 돈이야 많이 벌고 있었기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 송금 완료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확인했습니다. 네스트 측은 별일 없습니까?”
– 예. 현재 점포관리 1팀장이 사장대리 중이며, 딱히 별다른 사건은 없습니다. 하지만… 네스트 쪽에서 조금 소음이 나는 것 같습니다. 따로 전화하라고 언질을 줄까요?
그 얘기에 슬쩍 귀동냥 중이던 권영이 이쪽을 쳐다봤으나, 준성은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위성전화는 권영 역시 가지고 있을 터. 만약 큰 문제였다면 직접 전화했으리라.
“아뇨, 괜찮습니다.”
– 예.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연락해 주십시오.
…
자본이 확보된 다음으로는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네스트와 디움의 사업 영역이 달랐기에, 현지 조사는 자연스럽게 두 팀으로 나뉘었다.
디움은 곽권영을 선두로…
[PC 보급률], [PC 가격], [PC 평균 사양], [네트워크 인프라], [기반 하드웨어 가격], [경쟁 현황], [타 외자계 진출 상황]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떠났다.
그들은 준성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살짝 긴장한 듯했지만, 주먹을 꽉 쥐고는 해내리라 다짐했다.
반면 네스트에는 준성이 함께했다.
아무리 회귀 전에 준성이 잠시나마 대영 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일을 처리했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2007년 무렵.
지금과는 시간이 맞지도 않거니와, 기억 역시 어느 정도 풍화되어 새롭게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
…
제일 먼저 조사한 건 바로 베트남의 [커피 문화]였다.
이에 대해서는 약간 놀라운 점이 있었는데…
한-중-일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다면,
베트남은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있다는 거였다.
생각해보면 조금 뜬금없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커피가 동북&동남아시아에 들어온 건 제국주의 시절이다. 그럼 적어도 16~17세기에야 들어왔다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역사가 한참 긴 [차]보다 [커피]가 앞선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으레 문화적인 것들이 그렇듯, 역사를 약간 짚고 가야 했는데…
베트남의 커피 역사 18세기 프랑스 식민 지배 시절부터 시작됐다. 식민 지배 과정에서 삼모작이 가능한 따뜻한 기후에 착안. 대규모 커피 농장이 생겨나고, 주 수출품목이 커피 원두가 되면서 [커피]가 급격히 떠오른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정확히 어떠했는지는 몰랐다.
프랑스인이 더운 나라 특유의 낮잠 문화를 깨부수기 위해 문화 개조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넘치는 원두 공급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시장에 녹아들어 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건…
베트남 사람들이 커피를 미친 듯이 좋아한다는 거였다.
아침 출근할 때 커피를 마시는 사람부터,
점심에 잠시 나와 커피와 담소를 즐기는 사람,
저녁때 가족, 연인, 친구끼리 모인 여러 사람들까지.
여기가 서양인지, 동양인지 헷갈릴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커피를 사랑했다. 한국만 하더라도 커피는 약간의 사치스러운 느낌이 있었지만, 베트남은 아니었다. 그들은 커피에 한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었다.
‘… 한낮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는 나라다. 밖에서 5분만 걸어도 땀이 뻘뻘 나는 극한의 환경이야. 그러니 그늘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 방식 중 하나로 봐야 옳겠지.’
그렇게 한창 주변 카페들을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창밖으로 신기한 풍경들이 펼쳐졌다.
바로 사람들이 가게 앞에 스쿠터를 주차해 놓고는, 목욕탕 의자 같은 것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거였다.
“… 혹시 저게 다 커피 마시는 사람들인가요?”
“예. 맞습니다. 커피나 차를 놓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아이나 여자는 콜라나 탄산음료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재민의 물음에 로켓이 대답했다.
재민에게는 충격 그 자체인 대답이었다.
한국에서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커피가 여기서는 아예 물 대신 들이키는 대체재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젊은 층은 아예 좋은 커피를 맛보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지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분명 본인이 가졌던 상식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으리라. 임형석 팀장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쉬이 입을 열지 못한 채 창밖을 쳐다봤다.
분명 차를 타도 계속 이동하고 있음에도,
길가에 주르르 앉아있는 사람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마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쪼그려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재민과 형석에게는 그 모습이 꼭 노다지라도 보는 것 같았으리라.
재민은 한참이나 그 모습을 쳐다보고는 물었다.
“… 혹시 전부 알고 오자고 하신 건가요?”
전부는 아니고 반쯤 알았지만…
굳이 티 낼 것 없이 웃어주기로 했다.
…
문화 다음으로는 [경쟁자]에 대해서 조사했다.
참고로 베트남이 ‘도이 머이’ 개혁 정책으로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에 타협하기 시작한 게 1987년.
이는 곧 자본주의의 첨병과도 같은 [기업]의 개념이 생긴 지 겨우 13년밖에 안 됐다는 뜻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건 빠르게 배우기 마련이었던 걸까?
‘… 벌써 베트남식 체인점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걸 증명하듯 베트남 왕조 이름을 딴 [쭝 응우옌 커피]가 전통적인 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서양식 커피 문화를 벤치마킹한 [하이랜더 커피]와 젊은 층을 겨냥한 [콩 카페] 등이 체인점으로서의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외자계 역시 만만치 않아.’
비록 세계구급 커피 프랜차이즈인 미국 [스타벅스]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캐나다 [팀 홀튼즈]와 호주 [글로리아 진즈]가 진입해 있었다.
게다가 시장 점유율 역시 압권이었는데…
소위 ‘동네 카페’라 불리는 개인 점포가 60% 베트남 커피 프렌차이즈가 30%, 외자계가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외자계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거꾸로 얘기하면 아직 개척할 시장이 넓다는 얘기도 되겠군요. 얼핏 본 결과 찻집이나 카페가 아니더라도 커피를 취급하는 것 같더라고요.”
재민이 자료를 슥 훑고는 의견을 얘기했다.
“맞습니다. 얼핏 보기엔 춘추전국시대처럼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제 막 시장이 열렸을 뿐입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
문화와 경쟁자 다음으로는 [메뉴]를 조사했다.
일단 제일 유명한 베트남 커피라고 한다면… 단연 카페 쓰어다(ca phe sua da)로 불리는 ‘연유 커피’였다. 이 커피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 허, 굉장히 독특한 맛이네요?”
바로 극단적인 단-쓴 조합이었다.
베트남에서 재배하는 로부스타(Robusta)는 안 그래도 카페인이 높고 쓴맛이 강한 원두다. 근데 그걸 베트남 특유의 스댕으로 만든 농축 드리퍼로 걸러낸 뒤… 그 안에 우유에 설탕을 넣고 졸인 연유를 거의 때려 박듯이 넣어 만든 커피.
그게 바로 연유 커피였다.
호로록 –
마치 매우 진한 밀크커피가 이럴까? 끈적한 연유 덕에 혀에 단맛이 들러붙은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단맛으로 따지자면 카라멜 마끼아또 따윈 뺨을 후려치고도 남으리라.
“맛있네요. 괜찮지 않아요?”
“예.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듯합니다만… 적어도 젊은 여성들에게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 것 같네요. 단맛을 뇌에 때려 박는 강렬한 맛이니까요.”
게다가 연유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과일 가격이 유독 미쳐 날뛰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국가였고, 다른 나라들은 과일 가격이 비교적 쌌지만… 베트남은 그 정도가 조금 심했다. 그래서 메뉴에 굉장히 특이한 제품들이 있었는데…
바로 과일 커피였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커피에 과일을 섞는다는 게 도대체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베트남에선 아니었다.
도대체 뭐로 만든 지 모를 달달한 맛의 커피 베이스(예상컨대 연유 베이스의 뭔가가 아닐까 싶다)에, 그 위로 망고나 용과 등의 과일을 갈거나 적당한 크기로 잘라 얹은 커피였다.
이게 얼핏 보기엔 해괴한 맛이 날 것 같았지만…
후르릅- 쪼록-
“흐어… 하… 뭐지? 맛있네? 미치겠다. 왜 맛있지?”
재민은 그 커피를 맛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커피계의 이단아를 만난 느낌이리라.
“잘 기억해 놓으세요. 이 메뉴 한국에 가져갈 겁니다.”
그 말에 재민이 머리 위로 느낌표를 띄웠다.
“… 맛있긴 한데, 가능하겠습니까? 연유 커피야 한국에서도 금방 제작할 수 있겠습니다만… 과일 커피는 가격이 감당 안 될 것 같습니다만. 특히 열대과일이라 더더욱요.”
맞는 말이었다. 베트남에서 저 커피가 가능한 건 어디까지나 ‘과일 가격이 커피보다 싸서’였다. 당장 한국 돈 만 원으로 망고를 거의 10kg 넘게 살 수 있었으니 오죽하랴.
“아, 맞다. 말씀 안 드린 게 하나 있네요.”
누락된 정보라는 말에 재민이 기대감을 머금었다.
“후방통합한다고 했죠? 이제부터 네스트는 베트남에 광활한 [커피 농장]을 확보함과 더불어 [과일 무역]을 시작할 겁니다. 중간 업자 없이 직거래로요.”
이는 곧 한국 네스트에 [원두]와 [과일]을 정신이 나갈 것 같을 정도로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베트남은 네스트가 세계로 뻗기 위한 곡창이자, 첫 번째로 세울 전진기지가 될 거다.’
이 조건만 확실하게 세워진다면,
아마 세계를 대상으로 급격한 팽창이 가능해지리라.
물론, 그 전에 베트남에서 안착하는 게 우선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