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11
– 112화 –
그렇게 정신없이 시장을 조사하며 지내길 엿새.
슬슬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비자 문제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기 때문에 외국인의 출입을 칼같이 통제하는 편인데… 당장 호텔이나 숙소에 묵을 경우 공안에게 보고 하기 위해 여권을 맡겨야만 했다.
당연히 이러한 특징은 비자 문제에도 적용.
진출이 확정된 [지사]나 [법인]의 경우와 달리, 아직 조사 및 준비 단계인 [RO]에는 딱 3명 까지만 비자를 내줬다.
그리고 그 귀중한 비자는… 당연히 앞으로 베트남에 묵어야 할 팀원들에게 양도.
현재 준성과 재민 그리고 권영은 무비자로 딱 14일 까지만 머무를 수 있는 상태였다. 그 이상 체류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
베트남 입국 7일째.
준성은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시범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 입지를 찾던 중. 괜찮은 곳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1군 내 호치민 시청 인근,
[여행자 거리]가 있는 벤탄 시장이었다.
원래는 전통 시장이 있던 곳이었지만, 근처에 관광지가 모여있어 자연스럽게 외국인이 모이게 된 곳이었다. 사실 이 세상 모든 지역이 그렇듯 벤탄 시장 역시 유동 인구가 많아 무슨 땅에 유전이라도 터진 것처럼 가격이 비쌌는데…
“저기, 사장님… 여기는 좀 그래요… 가격이…”
아니나 다를까 로켓이 제 한국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최대한 준성의 기분 안 상하게끔 돌려 말하려고 했지만…
“얼만데요?”
“… 한 달에 4,000만 동입니다.”
한화로 약 200만 원. 평균 직장인 월급을 생각하면 무슨 물 대신 와인이 흐르는 땅인가 싶을 수 있었지만…
준성과 네스트에겐 코웃음이 나는 돈이었다. 이미 주식으로 돈을 미친 듯이 불려 놨는데, 그깟 200만 원이 대수랴.
“싸네요. 권리금은요?”
“궈, 권리금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에 간단히 로켓에게 [권리금]에 대해 설명해 주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트남에는 그런 문화가 없습니다. 대신 디파짓(보증금)으로 월세 2~3달 치를 미리 낼 뿐입니다.”
그 말에 재민과 임형석 팀장이 동시에 ‘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둘 다 점포관리를 하던 입장으로, 그 옘병할 권리금과 보증금 때문에 고생 꽤나 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보증금과 권리금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과할 경우 재무팀에서 자연스럽게 지원을 해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점포관리팀]은 사기 대비해서 칼같이 조사하고,
[재무팀]은 최대한 안 주려고 뻐팅기기 때문이었다.
근데 베트남에는 권리금도 보증금이 없었다. 그 마당에 비싸다는 땅 월세가 200만 원이니 웃음이 날 수밖에.
“여기로 하죠. 로켓, 부동산 관련 업무 처리 부탁합니다. 그리고 김 과장이랑 박 대리는 저번에 영어 통하던 인테리어 업체 찾아가서 견적 뽑을 준비 하세요. 본사 돌아가면 결재 라인 엉킬 테니, 여기서 싹 다 처리하고 가고 싶네요.”
그렇게 임형석이 떠난 뒤, 로켓이 데리고 온 중개업자의 도움을 받아 바로 임대차 계약을 진행했다.
건물주가 싱글벙글한 걸 보아하니 시세보다 조금 더 비싸게 받으려고 일부러 배짱을 부리며 기다렸던 모양이지만…
어차피 이쪽은 돈보다 시간이 중요했기에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예, 여기에 서명하시면 됩니다.”
이에 현지 RO 책임자인 임형석 팀장이 제 서명을 추가.
그렇게 [베트남 네스트 1호점] 계약이 완료됐다.
아직 인테리어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개점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건 준성이 귀국한 뒤 임 팀장과 로켓이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덤으로 베트남은 복비(중개수수료)도 없었다. 법 자체가 임차인(건물주)에게만 복비를 받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덕에 중개업자들이 건물주들 눈치만 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건물주 편에 든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네스트 입장에선 지출이 줄었기에 마냥 좋기만 했다.
물론, 본격적인 가맹 사업 이후엔 점주들 보호를 위해 법무팀을 따로 만들어야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문제는 차차 생각해도 되겠지.’
…
부지 확보 다음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견적을 짠 뒤.
본격적인 점포 구조와 더불어 포지셔닝에 대한 전략을 배부했다. 일단 일반적으로 베트남의 카페는 크게 2종류였다.
바로 [개방형]과 [폐쇄형]이었다.
“저번에 차 타고 가시면서 보셨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것에 익숙해요. 당연히 에어컨 나오는 실내를 좋아하긴 하지만… 조금 부담스러워해요. 그리고 답답해 보인다고도 얘기하고요.”
특히 이 부분은 조금 민감했다.
수없이 많은 외자계가 자본의 힘만 믿고 들이댔다가 실컷 깨져서 나간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 개방형이라고요? 그럼 출입구는요? 보안은요?”
“문 자체가 없어요. 셔터로 합니다. 이 경우 좌석 확보가 쉬워요. 실내 테이블에 추가로 작은 의자를 놔서 수용 고강…? 손님…? 어… 그러니까…”
“고객요.”
“아, 죄송합니다. 수용 고객 숫자가 늘어납니다. 아마 저 점포(좁고 긴 형태, 20평) 기준으로 50명까진 거뜬합니다. 그리고 보안은 공안 힘이 세서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그 말에 재민과 임형석 팀장이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믿기 어려운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로켓은 어깨를 으쓱거린 뒤 실내에 테이블 6개를 배치한다고 가정한 뒤…
목욕탕 의자를 길가에 쭈-욱 세팅했다.
거의 옆 사람과 어깨가 닿을까 말까 한 거리였음에도, 로켓은 ‘진짜 이렇게 앉아요!’라고 주장했다.
“… 어떡할까요?”
“그러게요. 저렇게 앉아만 준다면 참 고맙긴 한데…”
저 길거리에도 앉아준다니, 이 얼마나 좋은 손님인가?
솔직히 자영업자 입장에서 [점포 크기]와 [수용 인원]은 참 골때리는 문제였다.
본디 장사라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모으는 효과’가 매우 큰 분야다. 그렇기에 수용 인원이 많고, 그곳을 가득 채울 경우 매출이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지만…
문제는 크기를 키우면 고정지출이 늘어난다는 거였다.
특히 안 그래도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아 땅과 건물 가격이 미쳐 날뛰고, 임대료가 해마다 상승하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거의 반강제로 타협을 강요받는데…
베트남에선 손님이 그냥 의자 하나 놓고 앉아서 먹는댄다.
진짜 천사표 그 자체였기에, 사실 김재민과 임형석은 내심 개방형으로 가자는 쪽으로 생각했지만… 반면 준성은 뭔가 생각하듯 테이블만 두드렸다.
톡- 톡- 톡- 톡-
그렇게 약 30초 정도 흘렀을까?
“폐쇄형으로 하죠. 베트남 네스트는 사치스럽게 갑시다.”
그 말에 로켓, 김재민, 임형석이 입을 다물었다.
일단 로켓은 애초에 용병인 만큼 명령에 따르겠다는 태도였지만, 반면 재민과 형석은 조금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고객들이 알아서 바닥에까지 앉아주는 시장 아니던가?
게다가 개방형으로 하면 전자기기 및 인테리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이게 점포 한두 개에선 크게 차이가 날지 모르겠지만…
점포가 100개, 300개, 500개를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간단히 점포 하나당 500만 원만 아낀다 쳐도,
15억 원의 절감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점포를 위한 최저 비용이 깎이면 확장도 용이해지기에 점유율 경쟁에서도 꽤 큰 도움이 되어 주리라.
“…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간단합니다. 여기선 그래도 될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베트남 기준으로 중저가로 가기엔 경쟁자가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우린 원정을 온 거기 때문에 현지 경쟁자들에 비해 기본 고정지출 자체가 높아요. 가격에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하지만 네스트의 핵심 우위는 중저가를 통한 빠른 확장입니다. 베트남 지사와 본사의 정책이 달라질 텐데요? 전략부터 현지 매뉴얼까지 싹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럼 확장성에 발목을 잡힐 건 두말할 것 없고요. 게다가 그럴 경우 현지에 따로 전략팀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합당한 의심이었고, 근거 역시 타당했다.
이에 준성은 재민을 교육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재민 부사장. 회사가 일정 이상 커지면 의사결정자에게 필수로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언러닝(Un-Learning)입니다.”
언러닝.
직역하자면 ‘배우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기존에 성공했던 경험을 부정하는 것을 뜻했다.
굳이 뉴턴의 운동 법칙에 대한 얘기를 꺼낼 것도 없이,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는 [관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애초에 현생 인류의 몸은 창 던지며 사냥하고 열매를 따다 먹던 원시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술이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익숙한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왜냐?
그렇지 않은 개체는 이미 다 죽었거든.
그 결과 사람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행동 원칙을 [과거의 성공]에 맞춰, 다음에도 그걸 반복하려고 한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분명 한 번 성공한 전략은 분명 그 성공 요인이 있을 터였고, 그 길을 따라가면 적어도 반 이상은 간다. 하지만…
“안전하다며 검증된 길만 가는 기업은 성장에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생존자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기에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
실제로 당장 우리가 자주 먹는 ‘과자’만 해도 그랬다.
최근 로테제과의 [마마레트]라는 제품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로 [고로케 마마레트]가 나온 적이 있었다.
원래 마마레트 라는 제품의 특징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중구조로 식감을 살린 제품이었다. 하지만 고로케 마마레트는 여기에 고기와 야채 반죽을 넣었다.
참고로 [과자]는 보통 진열대에 실온보관을 한다.
근데 그 안에 상하기 쉬운 고기와 야채를 넣는다?
당연히 유통을 생각해 그 양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안 그래도 미묘하던 맛은 더더욱 추락하며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과자가 탄생.
얼마 못 가 사라졌다.
하지만 과연 로테에서 저걸 잡아내지 못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내부 테스트 결과 해당 문제를 짚어냈지만, 그럼에도 로테는 저 망할 게 분명한 제품을 출시했다.
저 미친 짓의 이유는 간단했다.
일부러 가서 박살 난 거였다.
애초에 식품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신제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어렸을 적부터 먹어온 과자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혁신이 없다면, 제과 기업은 거기서 멈춰서 서서히 침몰해 갈 뿐이다. 그렇기에 로테는 망할 걸 알면서도 언러닝을 위해 저 제품을 출시했다.
“새로운 시도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게다가 저는 이 사치스러운 포지셔닝이 잘못됐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국가에 따라 저가품이 사치스러운 고가품으로 둔갑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우리도 이미 겪어봤고요.”
그 말에 재민과 임형석 팀장이 동시에 물음표를 띄웠다.
“에헤이… 많이들 드셔 보셨으면 왜 그러십니까. 프래스햄, 스팸요. 스팸. 그거 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거 아시죠?”
그 말에 둘 다 ‘아…’ 소리를 냈다.
참고로 스팸은 원래 저가형 통조림의 원조 격인 제품이었다. 심지어 2차 세계대전 때에는 군인들이 스팸을 그냥 고체연료(!)로 쓰는 일까지 심심찮게 있을 정도였다.
자 근데 한국에서는 어떤가?
돈 주고도 못 사 먹는다. 비싸서.
근데 잘 팔린다. 선물 세트로.
그걸 본 외국인들은 어이없어하며…
– 아니 저급 통조림 햄을 도대체 왜 저 돈 주고 사 먹어요? 저런 건 세계 멸망하고 먹을 거 없을 때 개사료 대신 먹는 거 아닌가? 노동자 무료 급식도 저것보단 나을걸요?
근데 한국에서는 스팸이 미친 듯이 팔린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중요한 건 스팸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매우 사치스러운 포지셔닝에 성공했다는 거죠. 자, 그럼 거꾸로 묻겠습니다. 네스트가 과연 안 될까요?”
저런 사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로테그룹의 패스트푸드 [로테리아] 역시 베트남에 진출했는데, 그 포지셔닝이 무려 사치스러움이었다.
분명 ‘패스트푸드’라 함은 고객이 서서 주문하고, 자기가 제품을 받고, 자기가 직접 치우는 형태로 구상해 인건비를 절감한 케이스였다. 그렇기에 한국 로테리아 역시 이 룰을 그대로 따라갔는데…
베트남은 사정이 달랐다.
베트남에 있는 로테리아에서 제품을 시킬 시 무려 직원이 와서 가져다준다. 게다가 주문에 따라 일회용품이 아닌 유리 식기에 포크와 나이프도 건네줄 정도였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회귀 전에 준성이 갔을 때는 그랬었다.
게다가 가격 역시 다른 식당들에 비해 조금 비싸게 책정되어 있지만, 웃긴 건 그 포지셔닝이 성공. 무려 젊은 커플들이 데이트 장소로 선호하는 곳이 됐다.
“잊지 마세요. 환경이 변하면, 전략도 변합니다. 기업은 딱딱한 무기물이 아니에요.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을 대하는 유기물입니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선 상황에 유동적으로 반응해야 하죠.”
준성은 거기까지 설명하고는 물을 마셨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김재민 부사장이나, 임형석 팀장 둘 다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토론과 논쟁은 언제나 좋은 전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니까요.”
얼마든지 상대해 주겠다는 여유가 풍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준성의 전략에 설득된 걸까?
재민과 형석 둘 다 사치스러운 쪽으로 동의했다.
“자, 그럼 일단 그쪽으로 인테리어 잡으시고… 베트남 네스트 차별화 점을 하나 만들죠.”
“네. 뭘로 할까요?”
“일단 스쿠터 발레파킹부터 시작하고, 그다음부터는 아이디어 짜내보죠. 그럼 이 부분에 대해선…”
그렇게 한창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찰나.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르-
테이블 위에 세워놨던 위성전화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에 조심스럽게 받아보자…
– … … …! … … …?
낯선 베트남어가 들려왔다.
이에 로켓에게 전화를 건네주자, 그는 뭐라 뭐라 얘기하는 듯하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어디서 온 전화입니까?”
묻는 말에도 로켓은 함부로 대답하지 못했다.
“저기… 그러니까… 어… 후…”
그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집게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을 뿐이었다.
“뭐라고 하나요?”
“뵙자고… 하십니다.”
그 말에 준성은 기대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미끼를 물었군… 꽤 오래된 기억이라 흐릿했는데, 다행히 제대로 맞은 모양이야. 일이 쉽게 풀리겠어.’
“가겠다고 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