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19
– 120화 –
사울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포털 간의 경쟁이 끝나 비교적 한산해진 사전팀과 지도팀에서 인원을 차출.
그 외에도 능력 있는 베테랑들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루키들을 모아 동창회 TF(Task Force)팀을 만들었다.
분명 잦은 인사이동에 다들 불만이 있을 법했음에도, TF팀에 배속된 그 누구도 불만을 토해내진 않았다.
[토킹클럽]과 [주니어]까지.
준성이 직접 칼을 뽑아 들고 시작한 사업은 모두 대박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동창회 서비스 역시 추후 디움의 커다란 기둥 중 하나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했다.
실제로도 그럴 예정이었고 말이다.
‘좋은 현상이군.’
덤으로 주니어 서비스는 계속 순항 중이었다.
이 분야 선두 주자였던 야후가 어마어마한 일을 터트리면서 학부모들이 공분. 제 아이들에게 해로운(?) 야후를 멀리하고 디움을 가까이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디움 주니어의 서버가 한 번 나간 적이 있을 정도로 매달 서비스 사용자가 치솟았다.
그 덕에 주니어팀은 공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디움 내에서도 유독 핑크빛(?)으로 가득한 팀이 되었다. 게다가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았는지, 완구사 [우콩]이 물밑으로 슬쩍 PPL을 제안해 왔지만… 준성은 칼같이 거절했다.
– PPL은 분명 수익으로 이어지는 일이긴 합니다만, 아직은 생각이 없습니다. 특히 얼마 전 야후가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에 디움 역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라는 게 그 이유였다.
추가로 토킹클럽 역시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현재 토킹클럽은 모든 서비스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특유의 아바타 판매 서비스와 더불어 모바일 결제라는 혁신을 도입해 완벽히 소화해 낸 덕이었다.
이에 처음 핸드폰 결제 도입을 ‘사짜’ 같다며 거절했던 팀장은 매일매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매일매일 고기압이라 공중에 한 2cm 정도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지식인이야 뭐…
‘디움의 기둥 그 자체라고 해야 옳겠지.’
그린비, 라이코스 등의 후발 주자들이 지식인의 아성에 도전하려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긴 했지만… 모두 짝퉁 내지는 듣도 보도 못한 잡것 취급받으며 점유율 약탈에 실패했다.
*
며칠 후.
베트남 네스트-디움 공동 지사.
“지사장님, 본사에서 소포가 왔네요?”
로켓의 말에 임 지사장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현재 네스트 지사는 1호점 오픈 초기로서, 아직 자료가 부족해 본사와는 크게 연락을 하지 않는 상황. 심지어 아직 본사에서 제대로 된 지시조차 내려오지 않았다.
뭔가 싶어 열어보니…
“… 김?”
그 안에는 예쁘게 포장된 김과 함께 준성이 넣어 놓은 것으로 추측되는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다.
– 실험적인 메뉴입니다. 커피 주문 시 기본적인 다과로 추가해서 건네주세요. 그릇이나 데코 같은 사소한 부분은 모두 재량에 맡기겠습니다. 반응이 별로라면 현지에서 처분해도 무방합니다. 결과 보고는 그냥 전화로 짧게 하세요.
임 지사장은 굉장히 묘한 얼굴로 포장을 뜯어 봤다. 해당 제품은 일반적인 조미김과 달리 말린 미역처럼 약간 굴곡진 모양을 하고 있었다. 테스트 차 한 입 먹어 보자…
와작 – !
꼭 비스킷 같은 식감이 느껴지며 김이 바스러졌다.
‘튀겼네…? 묘한 맛이긴 한데 나쁘진 않아.’
이에 조용히 지켜보던 로켓이 눈치껏 집어 먹고는…
“괜찮네요. 이거 뭐에요? 검은 종이 같다. 해초인가?”
“뭐긴, 뭐야. 김이지. 몰라?”
“김? 그건 사람 성씨 아닌가요?”
“… 혹시 베트남에는 이런 음식 없니?”
“네. 이런 건 처음 보네요.”
맞는 말이었다.
참고로 김은 세계에서 거의 한-중-일만 먹는 식품으로서, 세계 생산량 중 과반을 한국에서 차지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무려 수산물 효자 상품인 참치 수출액을 뛰어넘을 정도로 미친 듯이 성장하는 제품 중 하나였다.
근데 한 가지 재밌는 점이 있다면…
한-중-일과 달리 태국,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등에서는 김을 반찬이 아닌 과자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태국 같은 경우 한국에서 거의 80% 이상을 수입할 정도로 김 사랑이 넘쳐났고, 미국에서는 월마트에 진열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준성은 남몰래 개인적으로 [튀긴 김 과자]를 시험 삼아 베트남 지사에 보내본 거였다.
당연히 이 사실을 모르는 임 지사장은 뭔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긴 했지만, 일단 준성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 어차피 소량이니까 한번 도입해 보자. 영 아니다 싶으면 그냥 알아서 처분하면 그만이잖아?’
다음 날.
베트남 네스트 1호점에 ‘튀긴 김’이 기본 메뉴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임 팀장은 현장에 나가 불안한 눈빛을 지었고, 로켓은 그걸 지켜보기도 잠시.
– 뭐야? 이상하게 생겼다.
– 한국 음식 같은 건가…?
– 먹으면 안 될 것 같이 생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무튀튀한 튀긴 김을 보고는 그닥 좋지 않은 평가를 냈다. 이에 임 팀장은 ‘그럼 그렇지’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적당히 잔반을 체크하기도 잠시…
오후 무렵부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달달한 메뉴를 시킨 테이블에서는 튀긴 김 스낵을 추가하거나, 남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거였다.
– 짭조름한 게 참 괜찮다.
– 이거 맛있네요. 뭐에요?
– 따로 포장해 갈 순 없나요? 맛있는데.
– 베트남에선 이런 과자 못 봤는데, 한국 음식인가요?
이 일에 임 지사장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키웠다.
하긴. 한국에서의 김은 반찬 혹은 술안주로 쓰이는 식재료일 뿐, 심심해서 과자로 먹는다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김을 처음 접한 베트남 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겼고, 소위 [단-짠] 조합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 거였다.
그 결과 기존 19박스였던 물량이 겨우 하루 만에 2개나 소진. 심지어 몇몇 고객은 팔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 이게 먹힌다고? 환장하겠네, 진짜.’
옛말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고 했던가?
임 지사장은 저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곤 앞으로는 예전에 준성이 얘기했던 언러닝(Un-learning)을 기본으로 삼아 앞으로 더 나아가리라 마음먹었다. 물론, 김튀김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본사에 전화를 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베트남 임 지사장입니다. 보내주신 김 튀김 잘 받았습니다. 시험적인 메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잘 나가더군요. 그래서 급하게 추가분 좀 받고 싶습니다!”
*
– … … … 추가분 좀 받고 싶습니다!
재민 역시 임 지사장의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사실 그는 준성이 뭔가 비밀리에 실험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 준성의 허락 하에 한 박스를 따로 빼 뒀었는데…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보고는 제 눈을 의심했었다.
세상에 도대체 어떤 미친 사람이 김을 튀긴단 말인가?
안 그래도 짭조름한 걸 기름에 넣고 튀겨봐야 무슨 맛이 더해진다고? 근데 우습게도 그게 먹혔다.
‘… 설마 이것도 전부 계산하신 건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차피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됐기에,
재민은 아무런 고민 없이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현재 준성은 네스트 업무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주기적인 보고는 전화상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예, 네스트 김재민입니다. 저번에 얘기하셨던 베트남 실험 건 연락이 돌아왔습니다. 반응이 매우 좋아서 추가로 공급을 요청하더군요.”
그 말에 준성은 언제나 그렇듯,
덤덤한 말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 일단 파리 브레드에 발주 넣고, 초기 100박스 에어로 보내세요. 그다음 추가 물량은 포워딩(Forwarding, 항만 운송 및 통관 업무) 업체 통해서 넣고요. 업체는 예전에 도토루 원두 수입 관련으로 같이 일했던 곳이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보고는 끝났기에 할 말은 끝난 상황.
이에 재민은 전화를 끊기 전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이번 실험 건은 저한테 왜 말씀해 주시지 않은 겁니까?”
재민은 여태까지 준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가끔씩 제 상사가 시험 내지는 훈련을 위해 의뭉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현재 네스트의 사장 자리는 거의 반쯤 공석에 가까웠지만, 김재민은 아직 사장이 아닌 부사장이었다. 이러한 여러 의문은 재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아직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현재 그는 분명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설과도 같은 네스트의 부사장이었지만, 솔직히 의사결정자 자리에 앉아 있자니 지울 수 없는 의문이 몇 개 있었다.
네스트의 성장에 내가 과언 큰 역할을 했을까?
나는 과연 네스트 안에서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핵심 인력이 맞긴 한 걸까? 정말로?
분명 김재민은 여태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인생에 일 말고는 남은 게 얼마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 역시 한 사람의 의사결정자로서, 경영의 세계에 있어서는 결과만 중요할 뿐. 노력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따윈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렇기에 분명 머리로는 준성이 본인을 신경 써 준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앎에도… 가끔 지금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준성의 의도나 전략을 발끝조차 쫓아가지 못할 때면…
지금처럼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아, 그거요? 말 그대로 실험이었습니다. 가능성이 낮아 보였기에 굳이 정보를 공유해서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어 보였거든요.
덤으로 준성은 슬쩍 농담하듯 ‘정말 아닌 것 같은 메뉴 던졌다가 실패하면 부끄럽잖아요? 내가 신도 아니고, 매번 성공만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라고 덧붙였다.
재민은 그 말을 듣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 그러고 보면 원래 이런 분이셨지.’
꼭 희대의 천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금방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미친 듯이 노력해서 달려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저 멀리 가 있었다. 애초에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처럼. 재민에게 있어 준성은 그런 존재였다.
그러니 그런 천재를 범인의 생각으로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리라. 재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하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말자. 나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쨌든, 그럼 베트남 건은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알아둬야 할 사안이 있을까요?”
*
– … … … 더 알아둬야 할 사안이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물음에 짧게 대답해줬다.
“아뇨. 없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이후 전화를 끊기 직전,
준성은 살짝 따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스트라는 큰 기업을 운영한다고 고생이 많습니다. 덕분에 믿고 맡긴 채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네요. 고마워요.”
– … 아닙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짧은 통화가 끝난 후.
톡- 톡- 톡-
준성은 뭔가 고민이 있다는 듯 테이블을 두드렸다.
분명 실험적인 김 메뉴가 베트남에서 성공해서 타 커피숍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건 좋은 일이었으나… 그와 별개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흐음, 김재민한테 너무 무심했나.’
그저 ‘왜 알려 주지 않았느냐’는 짧은 질문 하나였음에도, 준성은 재민의 생각을 읽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김재민은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자였음에도 부사장이기도 했고 말이다.
‘30대 후반. 딱 사회생활에 사춘기가 올 때지.’
게다가 재민은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인생을 거의 직장에 꼬라박은 수준이다.
‘… 저런 종류의 직원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지치고 초조해진다. 슬슬 기미가 보이니 신경을 좀 써 줘야겠군. 그간 너무 바빠서 소홀했어.’
하지만 그건 네스트 일을 처리할 때 같이하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IT 업무를 마저 마무리하기로 했다.
디움 동창회 서비스가 거의 완성되어 가니, 슬슬 마케팅을 준비해야 할 시기. 이에 준성은 슬쩍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수신인은…
“안녕하세요, 정 대표님. 디움의 이준성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광고를 한 편 기획하고 있어서요.”
바로 도화선 달린 신데렐라,
전지혜의 소속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