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22
– 123화 –
– 그때 그 친구, 잘 지내고 있을까?
– [디움 동창회]에서 찾아보세요!
전지혜를 모델로 한 TV 광고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갓 성인이 됐기 때문일까?
이제 더는 더 볼 수 없다는 희귀함과 더불어 배덕감(?)을 자극하는 교복 모습의 전지혜의 모습에 디움과 그린비 실시간 검색어에 [전지혜 교복]이 올라갔고, 그와 더불어 [디움 동창회]의 사용자 역시 하늘을 뚫을 정도로 상승했다.
덤으로 협찬 건으로 인연이 닿았기 때문인지,
[지니어스]의 하반기 모델로 전지혜가 선정됐다.
교복 모델은 아이돌들의 전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이 심한 곳이었기에, 더더욱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 고맙습니다, 이준성 대표님! 덕분에 좋은 영화도 찍게 되고, 교복 모델도 하게 됐어요!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계속 지켜봐 주세요! 맞다, 저희 대표님께는 개인적으로 연락드린 거 비밀로 해주세요! T_T 걸리면 저 혼나요!
이에 전지혜는 바쁜 와중에도 경사가 쏟아진 것에 기뻤는지, 준성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도대체 연락처는 어떻게 안 건가 싶기도 잠시. 보나 마나 매니저에게 얻었으리라. 이에 준성 역시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 네, 응원하겠습니다.
어찌 보면 무정해 보일 수도 있는 단답.
하지만 한 회사의 대표가 마스코트로 삼은 모델과 스캔들이 나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살짝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예의상 건네는 감사 인사 하나에 장문을 보내기도 뭣했고 말이다.
준성은 핸드폰을 닫고는, 이제는 TF팀이 아닌 엄연한 하나의 부서로 자리 잡은 [동창회팀] 직원들과 하던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미안합니다. 마저 하시죠.”
그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동창회 서비스 팀장이 발표를 이어갔다.
“서비스 출시 이후 29일, 광고 촉진 후 14일이 지난 지금 동창회 서비스 사용자 숫자가 50만 명까지 불어났습니다. 최단 기간이며, 저희도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아마 디움의 편리한 연동 덕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준성은 토킹클럽 서비스 이후 계정 하나로 디움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애초에 IT 기업의 핵심이 호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기존 사용자가 학교 정보만 추가로 입력하는 것으로 동창회 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했으니, 저런 정신 나간 속도 역시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리라.
“그렇군요.”
기존 사용자 50만 명 유치 기록을 아무렇지도 않게 깨부쉈고, 앞으로 디움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은 게 확실해졌음에도 준성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지금 준비한 [동창회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SNS를 위한 밑거름이었기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이 학교 중심의 커뮤니티로 시작했듯, 디움 역시 동창회를 통해 사용자 데이터와 전략 노하우를 확보해 SNS로 확장할 생각이었다.
‘동창회는 어디까지나 밑거름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저 서비스를 홀대할 생각은 없었다.
훌륭한 열매에는 좋은 땅과 비료가 꼭 필요함을 알기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여러분이 힘 써준 덕분입니다.”
짝짝짝 –
가볍게 박수를 치자 무거웠던 회의실 분위기가 한순간에 화사해졌다. 아무래도 준성은 다른 사람들보다 눈이 높기 때문에, 준성이 칭찬했다는 건 곧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냈다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아, 기세를 몰아 추가적인 촉진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아이디어 있습니까?”
그 말에 동창회 서비스 팀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기존에 생각해 뒀던 문제를 이참에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 예! 이번 광고로 [지니어스] 측도 크게 재미를 봐서 그런지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동창회 서비스가 가장 활발한 몇 개 학교에 교복을 협찬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어찌 보면 지니어스 측의 숟가락 얹기로 봐도 무방했으나, 어차피 서로 윈-윈이 분명했다.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으리라.
“나쁘지 않네요. 진행하세요.”
그 외에도 동창회 서비스로 만난 커플들의 스토리를 각색해 광고로 내보내는 것과 더불어, 이후 결혼까지 간 사람들에 한해 결혼 비용을 대주는 등의 아이디어가 등장. 준성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들으며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결재를 내려줬다.
…
비슷한 시각, 그린비 대회의실.
CEO 이강건을 포함한 마광위 사단 출신인 전무와 상무. 그리고 각 팀의 우두머리들이 경쟁 상황 보고를 하고 있었다.
딸깍 –
대영의 강력한 위엄이 가득 묻어나는 깔끔하고 넓은 회의실 사이로 빔프로젝터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저번 달 중순, 디움 측에서 [동창회]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모델로 전지혜를 기용한 것으로 보아 전속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며,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현재 그린비 역시 전속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조용히 듣고 있던 전무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러기엔 대응이 너무 늦지 않았나?”
“… 죄송합니다.”
“해당 건 시급해 보이니 일반 결재라인 빼고, 나한테 즉시 보고해.”
전무는 이후 ‘이 건은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라며 허락을 구하듯 물었고, 이에 강건은 ‘그러시죠’라고 답했다.
참고로 홍보 모델 건이 늦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점찍어 뒀던 주가 최고의 연예인이 있었지만… 광고 송출 직전에 해당 연예인이 음주운전 후 뺑소니를 내버렸다.
그 덕에 그린비는 광고에 투자한 돈 역시 그대로 날려 먹게 됐고, 덤으로 전지혜에 대한 마케팅 방어 역시 실패했다.
‘… 빌어먹을.’
이강건은 이를 꽉 깨물었다. 꼭 디움에 대한 견제를 넣기 위해 뭔가를 준비하면, 항상 이렇게 덜컥-덜컥- 제동이 걸렸다. 꼭 마치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 다음으로 경쟁 현황 보고가 있겠습니다.”
딸깍 –
발표자가 리모콘을 누르자 깔끔한 그래프와 도표로 이루어진 자료들이 나타났다.
[10대 남성] – 디움 82%, 그린비 18%[10대 여성] – 디움 73%, 그린비 27% [20대 남성] – 디움 47%, 그린비 53%
[20대 여성] – 디움 69%, 그린비 21% [30대 남성] – 디움 33%, 그린비 67%
[30대 여성] – 디움 57%, 그린비 43% [40대 이상] – 디움 62%, 그린비 37%
꽤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디움의 핵심 서비스는…
[지식인]과 [토킹클럽] 그리고 [주니어].
그걸 증명하듯 채팅과 주니어 주 이용층인 [10대]의 사용률은 말 그대로 디움의 압승이었다.
반면 현재 그린비의 경쟁 우위는…
[게임사 제휴]를 통한 사용자 유치. 그 덕에 20대~30대 남성에게는 디움에게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다. 일단 게임을 선택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
여태까지 실컷 두들겨 맞던 그린비가, 드디어 처음으로 디움에게 한 방을 먹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일단 게임사 제휴 계속하고, 온라인 게임 만드는 회사에 모두 노크해. 이 부분에서는 돈을 아끼지 마. 온라인 게임은 최근 급성장 중인 시장이니까, 선점해야 돼.”
어차피 이미 [지식인]과 [토킹클럽] 그리고 [주니어]는 그린비가 무슨 짓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 상황. 그럴 바에는 오히려 깔끔하게 포기하고 게임 쪽으로 차별화를 하는 게 좋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그 외에도 강건은 [디움 동창회]에 불순물을 섞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린비도 최대한 빨리 비슷한 서비스 만들어서 점유율 약탈해. 그리고 언론 쪽에 동창회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 쓰라고 보도자료 뿌려. [동창회 불륜의 장?]이나 [죽마고우 옛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사기] 정도면 괜찮겠네.”
“알겠습니다.”
이후 강건은 푸른 안광을 뿜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나스닥 파동으로 잠시 휘청거리느라 내버려 뒀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가 될 거다, 디움. 붙어보자. 나도 그린비만의 전략으로 응수해주마.’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되기 직전.
홍보부장이 슬쩍 끼어들어 물었다.
“이번에 대영 경제 연구소에서 확인 좀 해달라고 한 건입니다만, 현재 KBC에서 포털 관련 통계자료 제공해달라고 계속 노크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 KBC? 누군데?”
“우동민 경제부 기자입니다. 요즘 계속 아침 출근 시간 맞춰서 기다리는데, 부담된다며 확답 좀 내달라고 했습니다.”
강건이 ‘우동민… 우동민…?’하고 이름을 되뇌고 있자, 홍보팀장이 ‘야후 건 최초 보도자입니다’ 하고 덧붙였다.
“무시해. 어차피 우리가 뒤처지고 있는 자료는 시장에 공개할 필요 없어. 그리고 유료 통계기관도 단속해. IT 관련 자료 유출한 곳에는 대영이 서비스 이용 다 끊겠다고 말이지.”
참고로 보통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통계자료는 보통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었다.
특히 기업이 관련된 자료는 특히 더더욱 그러한데…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바로 [국내 맥주] 관련 통계다.
참고로 미래기준 국내 맥주 회사는 크게 3개였다.
전통의 맥주 강자 [OC맥주]와,
주류계의 왕 [카이트진리],
막내 [로테주류]였다.
로테 주류는 생긴 지 얼마 안 됐으니 제외.
사실상 수입 맥주를 제외한 국내 맥주 시장은 [카이트]와 [OC]로 나뉘었다고 봐도 무방한데… 그 와중에 2011년에 진리 그룹이 카이트 맥주를 합병하며 [카이트진리]라는 기업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에 카이트진리 그룹은 기존 2위 맥주였던 카이트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여 OC를 이기려 하는데… 그럼에도 점유율은 40%대를 유지할 뿐,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자, 여기까지가 경쟁 현황이고…
이와 관련해서 통계에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국내 맥주 점유율에 관련된 통계를 내는 곳은 정부와 유료기관을 제외하면 [맥주상업협회]라는 시민단체 비스무리 해 보이는 곳밖에 없는데…
이곳이 내는 통계자료는 정확히 2010년 초반부터 카이트가 간혹 이길 때만 통계자료를 내다가… OC맥주가 이길 때는 통계자료를 내지 않았다.
게다가 경쟁이 길어지기 시작하고, OC맥주가 승리를 잡은 이후로는 약 5년간 통계자료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맥주상업협회]가 카이트진리 소유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내 맥주 시장에서 만년 2위를 기록하자, 그냥 통계자료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자체 분석용으로만 사용했다.
이렇듯 대중에게 공개되는 통계에는 소위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이 작용하기 마련이었고, 그린비 역시 본인들이 디움에게 패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굳이 내가 지고 있다는 걸 알려서 디움의 승기를 굳히게 해줄 필요는 없겠지.’
강건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등을 돌렸다.
…
시간이 부쩍 흐른 어느 날.
한 남자가 신문을 보고 있었다.
– 디움 동창회, 최단 기간 가입자 100만 명 돌파?
바로 아이 라이크 스쿨의 대표 김창희였다.
그는 그 기사를 읽고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솔직히 예상은 했었다.
디움이 선의로 회사를 인수하자고 했을 때 당연히 팔아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홍콩에 있는 이름 모를 기관은 그저 묵묵부답일 뿐. 그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아이 라이크 스쿨은 몰락하고 있었다.
마치 찬란했던 과거가 전부 거짓말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멍-하니 있는 창희의 귀속에 어느 광고 카피가 들려왔다.
– 그때 그 친구, 잘 지내고 있을까?
– [디움 동창회]에서 찾아보세요!
바로 전지혜의 목소리였다.
멍하니 고개를 돌려 TV를 쳐다보고 있기도 잠시.
온갖 괴로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 덜컥 투자를 받는 게 아니었는데…
좀 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동업해야 했는데…
실수만 안 했다면 저 광고가 우리 광고였을 텐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이 라이크 스쿨은 이미 무너져 가고 있었고,
대표인 김창희의 미래 역시 불투명해져만 갔다.
그 역시 그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조용히 책상에 엎드려 작게 흐느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기에.
참으로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지만,
경영의 세계는 냉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