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3
– 13화 –
담판이 끝난 후.
팔립은 샤리의 하청을 받아들였다.
허시원은 제 형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일말의 정으로 ‘하청’이 아닌 ‘협력’이라는 단어를 써줬으나, 사실상 그 거대한 팔립이 이 작은 샤리에게 무릎을 꿇은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당연히 샤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김국지가 다녀간 후 신제품이 대박을 쳤고, 본인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던 팔립의 우두머리가 찾아와 도움을 달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어디 그뿐이랴?
팔립에게 감시와 동시에 조언을 받던 이들이, 이제는 그들의 생산 공장에 가서 조언을 주는 역할이 됐다.
말 그대로 갑을 역전.
아마 몸 전체가 짜릿하리라.
“서울 가리봉동과 대구 공장 쪽에 교육을 목적으로 파견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직장(과~차장)급 생산직 몇 명이 파견됐고, 얼마 안 가 순조롭게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생산량 증가를 감당할 유통망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샤리는 자연스레 팔립의 유통망을 공유하게 됐다.
까닭에 이전에는 전국에 빵이 퍼지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미 구찌니빵은 위험한 고비를 넘었어. 이제 남은 건 매출이 날아오르는 걸 본 뒤 정산을 하는 것뿐인가.’
물론, 그 과정에서 돈만 달랑 받고 나가줄 생각은 없었다.
현재 계약은 겨우 1억짜리 계약.
그 정도로 만족해 줄 생각도 없거니와, 준성 본인의 미래를 위해 이것저것 남겨 둘 계획이었다.
‘허시원 대표는 이미 내 능력을 지켜봤다. 그리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인력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에 영혼까지 감탄했겠지. 이미 그는 내게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정답이었다.
근데 그런 상황에 준성이 갑자기 이탈을 선언한다?
당장 외환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언제 어떤 방지턱에 걸려 기업이 고꾸라질지 모르는 마당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으려고 하리라. 그리고 이에 대한 준성의 최종 목표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샤리의 간접적 지배였다.
‘샤리. 이제 너희는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내 꼭두각시로 만들어주마.’
분명 경영권은 허시원 대표가 가지고 있겠지만,
사실상의 의사 결정권은 준성이 가지게 되리라.
특히 앞으로 보여 줄 몇 번의 기적이 뒤따른다면,
저 말도 안 되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내 전략은 겨우 1년짜리 단기계획이 아니다. 10년. 아니 20년을 내다보는 초장기 전략이야.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
이미 그 계획은 전부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준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
협업이 시작되고 약 30일 후.
한편 팔립에는 법원이 지정한 집행자가 도착했고,
그 과정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행됐다.
“…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예.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온갖 소송이 들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동향을 봤을 때 은행 역시 출자전환(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채권자에게 건네주는 것)을 받아줄 것 같진 않군요. 결국, 모든 게 최악으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최악을 그나마 줄이기 위해선 미리 준비를 해야겠죠. 이게 팔립이 살길입니다.”
허영주 총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팔립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압니다만… 이제 샤리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수익을 받으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거고요.”
그 말에 법원에서 온 집행자가 턱을 쓸었다.
원래라면 이미 경영권은 법정관리 판결과 동시에 집행자에게 넘어갔지만, 그렇다고 허영주의 발언권이 아예 소멸된 것도 아니었다.
– 내가 사람을 골라 뒀으니,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수준까지는 안 될 겁니다. 부디 이 기회를 잘 활용하시길.
그 이유는 저 집행자가 바로 윗선에서 골라 준 내정자였기 때문. 까닭에 허영주는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간을 번 것뿐.
미봉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려드릴 순 없습니다. 저도 입장이라는 게 있고,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존재하니까요.”
“최대한 늦춰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작은 부분부터 매각하며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렇게 팔립의 정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
– 법정관리 결과 팔립이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 수익이 저조한 계열사들을 잘라내기 시작했고, 많은 가장이 직장을 잃고 쫓겨났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은 자칫 잘못하면 줄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 [대한민국의 제빵 역사가 무너지다!] – 팔립이 부도가 나며 대한민국 제빵계의 지축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후발주자들이 서로 선두에 올라서기 위해 경쟁을 시작한 상황이다. 특히 그중 유독 빠르게 치고 나가는 건 샤리로써 이번에 새로 출시한 ‘구찌니빵’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스컴 역시 이러한 팔립의 결말에 대해 주목했고,
그 과정에서 샤리가 열 새 시대 역시 기대하는 듯했다.
*
비슷한 시각. 대전 동구.
준성의 어머니가 있는 시장 인근의 한 문방구에서는 한 아이가 한창 떼를 쓰고 있었다.
“엄마! 엄마! 아- 엄마! 나 구찌니빵 사줘! 아-으아!”
“안 돼. 준비물 사러 온 거라고 했잖아!”
“아- 먹고 싶단 말이야, 응? 제바-알-!”
“저런 거 말고 밥 먹어야지. 밥!”
그 모습에 나이가 지긋한 문방구 사장이 미소를 지었다.
“에구구, 요즘 저 빵 때문에 난리도 아니구만. 하나 사 줘. 빵 하나가 대수라고. 그러다 애 잡겠네, 잡겠어.”
“어휴, 아니에요. 요즘 애가 문방구랑 슈퍼만 가면 매일 빵 먹는다고 고집을 부려서…”
기존에 나오던 빵들과 달리 구찌니빵은 어린이의 입맛을 잡았기 때문일까? 아이는 한 번 맛본 신세계에 눈을 번쩍 뜨고는 그 이후로 ‘구찌니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집 애도 걸렸구만. 그거 큰 병이야. 큰 병.”
병이라는 말에 애 엄마가 덜컥거렸다.
“병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구찌니병. 우리 문방구 다니는 녀석들 중에 구찌니병 중증 환자들 많어. 요 앞 휴지통 보면 죄다 구찌니빵 비닐만 그득그득할걸? 요즘 그거 없어서 못 팔 정도야.”
농 섞인 사장의 말에 애 엄마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애들이 하도 좋아해서 나도 한 번 먹어봤거든? 근데 맛이 나쁘지 않더라구. 양도 많고. 저거 광고만 애들 빵으로 한 거지, 빵집에서 사온 거랑 맛도 크게 다르지 않아. 먹어 봐.”
사장은 그렇게 말하곤 아이를 쳐다봤다.
그 모습이 ‘뭐하니, 빵 먹고 싶으면 빨리 엄마를 더 볶으렴! 고지가 코앞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신호를 알아차린 아이 역시 ‘엄마아-! 빵 사줘! 빵! 요즘 내 친구들은 저거 맨날 먹는단 말이야!’라며 금방이라도 드러누울 기세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었기 때문일까?
머지않아 아이의 손에 구찌니 빵이 쥐여졌다.
그제야 꼬마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빵을 크게 베어먹었다.
“에휴, 그게 그렇게 맛있어?”
“응! 캡 맛있어! 최고!”
“빵 사줬으니까 앞으로 밥도 잘 먹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합기도 도장도 열심히 다니고. 알겠지?”
아이는 빵에 정신이 팔렸는지, 건성으로 ‘응! 응!’하며 구찌니빵을 오물거렸다. 그 모습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덤으로 그 모습을 훈훈하게 지켜보던 문방구집 사장은 슬쩍 구찌니빵 재고를 확인하고는…
꾸욱- 꾹- 꾹- 꾸욱-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성남동 신호등 문방구여. 그 혹시 구찌니빵 좀 더 들여올 수 없나? 요즘 그거 너무 많이 팔려서 조금 더 들여놔야 할 것 같은데.”
전화기 너머로 유통업자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사장님, 요즘 그거 없어서 못 팔아요. 그나마 최근 들어서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여기저기서 구찌니빵 좀 달라고 성화입니다, 성화. 진짜 저도 죽을 맛이라니까요? 하루에 구찌니빵 달라는 전화만 몇 번 받는지…
부정적인 대답에 문방구 사장이 쩝 입맛을 다셨다.
“아, 겨-? 그려? 그렇구만. 알겄어. 수고혀. 그래도 구찌니빵 좀 들어오면 우리 좀 먼저 넣어줘. 애들이 빵을 어디서 사 먹겄어? 학교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문방구에서 사 먹지.”
전화기 너머로 피곤기 가득한 ‘예’ 대답이 들려왔다.
사장은 전화 다음으로는 돋보기안경을 끼고는 매출 장부를 슬쩍 뒤적거렸다. 최근. 아니, 정확하게는 구찌니빵이 나오고 나서부터는 매출이 소폭 상승.
심지어는 옆 동네에서 구찌니빵이 다 팔려서 원정을 오는 아이들까지 생기며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허허허허… 재미있네, 재밌어. 내 살다 살다 장난감 말고 빵이 이렇게까지 팔리는 걸 보고 말이야. 거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잘 만들었네.”
*
시간은 부지런히 흘러갔다.
구찌니빵의 생산량과 공급량이 안정되며 매달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그리고 그 최고점으로 찍은 게 바로…
월매출 40억이었다.
사실 뉴스에서 나오는 단위들이 워낙 큼직큼직해서 저게 얼마나 큰 성과인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는데…
40억이면 연봉 5,000인 사람이 세금 안 뗀다는 가정 하에 숨만 쉬고 80년을 벌어야 하는 돈이었다.
굳이 임금이 아닌 다른 것과 비교해도 똑같았다.
2016년 10월. 로테 제과에서 [녹차 함유 과자]의 월매출을 30억을 넘겼다는 뉴스가 나왔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저 30억이라는 매출이 한 품목이 아니라 ‘녹차가 0.1%라도 함유된 제품 전체’라는 거였다.
빼빼 과자, 비스켓 과자, 빵 형태 과자,
초코렛류 과자, 초코파이 형태 과자.
그 외에 여러 가지 분류들.
저 모든 걸 합쳐야 겨우 30억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바이럴 마케팅으로 대박을 치며 소비자가 편의점에 줄까지 서게 만드는 진풍경을 만든 제품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버터허니칩]인데, 그 과자의 매출이 3개월 합쳐봐야 겨우 50억밖에 안 됐다.
그리고 그나마도 엄청난 성공이고, 생산자들도 저게 이 정도로 성공할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다.
근데 겨우 구찌니빵 하나로 월 40억?
저기다가 물가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2018년 기준으로 따져서 거의 매출 100억을 찍었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샤리는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팔립으로부터의 독립이 확실시됐음은 물론, 설립 이래 최고 매출을 400% 이상의 현저한 차이로 갱신했다.
– 매출 40억 기념식!
펑 – 퍼벙 – 펑 – !
원래라면 한창 열일해야 할 금요일 오후.
샤리의 사무실에서 폭죽이 터졌다. 워낙 바쁜 탓에 평일이나마 잠시 쪼개 축하를 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사무실 중앙에는 직접 주문한 초대형 케이크까지 놓여 있었다.
그 사이로 허시원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 드디어 해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업입니까!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괴로워도 모두 이겨내고 살아남은 기업입니다!
– 대한민국 최고의 제빵 기업인 팔립이 무너질 때 저희는 살아남았습니다! 이는 샤리가 대한민국 최고라는 반증이며, 더 나아가 곧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거라는 신호입니다!
– 저는 이 성과를 제가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샤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준 모든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전략으로 회사를 이끌어 준 이준성 컨설턴트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
우레같은 박수 소리 끝에 허시원의 연설이 끝났고,
짧게나마 축하 파티가 계속됐다.
준성은 그 사이에서 적당히 어울리다가 사라졌다.
…
그렇게 파티가 끝났을 무렵.
준성은 대표의 사무실을 찾아가 담담하게 고했다.
“컨설팅을 끝내고 싶습니다.”
그 순간 허시원 대표가 총이라도 맞은 듯 굳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말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릴 정도였다.
‘이제 정산의 시간이 도래했다. 네가 여태까지 맛본 꿀의 값이 절대 싸지는 않을 거다, 샤리.’
끝
ⓒ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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