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165
– 166화 –
오래간만에 찾은 D-Storm 선수단은 열정이 넘쳤다.
분명 얼마 전에 2회 디움배 스타 리그가 끝났기에, 디움 측에서는 선수단에게 약 4주간의 휴식 기간을 줬지만, 으레 프로 선수들이 그렇듯 연습에 열중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준성이 조금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코치 겸 감독이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 예… 그게… 선수들에게 휴가라고 전달하긴 했는데… 연습하는 게 몸에 배었나 봐요. 그래서 다들 하루에 2~4시간씩은 꼭 와서 연습을 하더라고요.”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관성 혹은 흐름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그게 한 번 깨지면 다시금 페이스를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흐음, 그렇습니까? 멘탈이나 헬스 케어는요?”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일주일 4회던 PT를 7일로 늘렸고, 멘탈 케어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성과가 전부인 세계인지라… 강박을 가진 선수가 있긴 합니다만, 의사 말로는 아직 문제 될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준성은 거기까지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자,
코치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근데… 오늘은 어쩐 일로…?”
“이번에 디움에서 게임 개발사에 투자를 하려고 하거든요. 근데 중소 개발사는 성과보다는 내용물로 판단해야 하는데… 사내에 그걸 가려낼 만한 사람이 없어서요. 그 평가를 맡겨볼까 하고 왔습니다. 근데 다들 연습 중이라니까, 괜히 방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야겠네요.”
휴식 시즌이라 한가할 거라 생각했거늘,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리려는 순간…
“대표님! 그거 할게요! 아뇨, 하게 해주세요!”
조용히 엿듣고 있었던 건지,
연습실 쪽에서 홍진홍이 휙 튀어나오며 말했다.
게다가 진홍뿐만이 아니었다. 임기한을 포함한 남은 네 선수 역시 ‘헤헤…’라며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합류했다.
“괜찮겠습니까? 방해하는 것 같은데.”
그 말에 임기한과 홍진홍이 동시에 대답했다.
– 아뇨!
– 괜찮아요.
둘은 머쓱했는지 서로를 쳐다보기도 잠시.
“어차피 저희도 연습 끝나면 다른 게임 하거든요. 뭐 그래 봐야 손목을 쉬게 해줘야 하니까 컴퓨터 말고 콘솔 게임 하긴 하는데… 차라리 그럴 바엔 대표님 도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번에 주치의분께서도 휴식 동안은 주 종목을 좀 쉬고 다른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고요!”
“네. 진홍이 말도 맞고… 솔직히 대표님 아니셨다면 스타 크래프트 리그, 더 나아가 E-Sports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저희도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홍진홍과 임기한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이거 참. 사람이 좋다고 해야 하나, 애사심이 높다고 해야 하나… 미안하면서도 고맙네.’
저렇게까지 한다면 굳이 빼는 것도 예의가 아니리라.
이에 준성 역시 활짝 웃으며 품에 안고 있던 박스를 내려놓았다. 그 안에는 이번 엔젤 투자에 희망하는 개발사들이 보내온 포트폴리오들이 있었는데, 거의 300개가 넘는 양이었다.
“거의 3주 내내 게임만 해야 할 텐데. 괜찮겠어요?”
그 말에 임기한과 홍진홍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 이런 말씀드리긴 뭐한데…”
“저희는 게임 하는 게 직업입니다, 대표님.”
“그렇다면야. 그럼 바로 시작합시다. 코치님, 거실 쪽에 PC 좀 일렬로 세팅 가능할까요? 아무래도 심사하는 걸 제가 직접 지켜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예! 그러겠습니다!”
…
이후 준성은 D-Storm 선수단과 함께 게임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작품 숫자가 많기에 처음부터 전부 다 살펴보는 건 어려웠기에…
– 일단 용량 순으로 나눠주세요. 무조건은 아니더라도 일단 볼륨이 용량에 비례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메이저 업체로 추정되는 게임들은 뒤로 싹 빼주세요.
일단 가벼운 게임들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케쥬얼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
뿅- 뾰로롱- 뾰롱- 뿅!
– 오늘은 만두를 만들어 볼까요!?
8세~15세를 타겟으로 잡은 듯한 유치한 게임들.
분명 평균 21세의 젊은 나이와 더불어 온갖 게임을 접해본 헤비 유저인 D-Strom 선수단에게는 그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게임들이었으나…
준성은 그 와중에도 매의 눈으로 PC 화면들을 훑으며,
코치와 함께 본인이 준비한 표를 메워 나갔다.
…
그렇게 사흘에 걸쳐 약 100종의 ‘케쥬얼 게임’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애초에 저러한 종류의 게임들은 그 이름에 어울리게 슬쩍 훑기만 해도 견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케쥬얼 게임은 접근성에 올인한 작품들이다. 게임성 보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센스]나 [아이디어]. 혹은 [아트 워크]를 중심으로 봐야 해.’
그 중 아트 워크는 토킹클럽이 매우 정성스레 만들어 놓은 아트팀이라는 대체재가 있기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자동으로 통과.
케쥬얼 게임의 [센스]나 [아이디어] 역시 조금만 플레이해도 금방 알 수 있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걸리지 않았다.
…
[케쥬얼 게임] 다음으로는 [미완성 작품]들을 살폈다.보통 포트폴리오에 미완성 작품을 넣는다는 건 곧 양이라도 불리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느낌 혹은 능력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포함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디움은 어디까지나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본이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한 인재’를 뽑고 싶었기에 예외적으로 포트폴리오 내에 미완성 작품을 포함해도 무관하다는 조항을 넣었다.
“미완성 게임이요? 아- 이건 좀… 까다롭겠는데요?”
코치는 미완성 게임이라는 말에 고개를 15도 정도 까닥거리며 말했다. 하긴. 애초에 여기 있는 D-Storm 선수단은 물론이오, 코치들 모두 거의 게임에 인생을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헤비 유저들이었지만…
그들이 했던 건 어디까지나 ‘완성품’일 뿐이지,
아직 제대로 다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이 아니다.
물론, 1990년대 초반의 게임들은 지금과 비교하면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분명 완성작이었다.
그렇기에 미완성 게임을 플레이하며 상상력에 의존해 완성됐을 때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조금 어려울 수밖에.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완성’이라는 말답게 기본기는 개뿔. 남의 이름 빌려서 출품한 것으로 추정된 수준 미달의 작품들 역시 대거 섞여 있었기에, 굉장히 지루한 작업이 예상됐다.
“예. 아마 까다로울 겁니다. 하지만 너무 공들여서 플레이하지 마세요. 제가 [미완성]이라는 요건을 넣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본기를 보기 위해서죠.”
참고로 게임의 개발은 건축과 비슷하다.
실제로 프로그래밍 용어 중 건축 용어와 비슷한 용어가 간혹 보이는 게 그 증거인데, 그 덕에 보통 게임 개발은 크게 2종류로 나누어진다.
기본 골자를 만들어 놓고 살을 붙이는 [건축]형과,
따로따로 자료를 만들어 붙이는 [조립]형이 그것이다.
물론, 일이라는 게 다 그렇듯 저렇게 딱 나뉘어서 일하는 기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나눠보면 대충 저러한 형태를 띤다. 자 그리고 저걸 거꾸로 얘기하면…
‘미완성 게임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아트 워크 같은 [눈속임]이나 [기교] 따윈 싹 빼고, 기본기를 볼 수 있는 좋은 평가 대상이다. 오히려 완성된 작품보다 이쪽에서 인재를 건져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틀렸을 수도 있다.
준성은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경영자니까.
하지만 저렇게 믿고 밀어붙여 보기로 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오히려 어쭙잖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감을 따라가는 게 좋을 때가 많았기에.
그렇게 일주일간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당장 준성부터가 중요한 일이 없을 땐 아예 츄리닝 차림으로 D-Storm 선수단에 출근했고, 거의 하루에 14시간 넘게 게임들을 지켜보며 평가했다.
물론, D-Storm 선수단은 엄연히 따지면 디움의 직원이 아니었기에 8시간 근무를 칼 같이 지키려 했지만…
– 그래도 뭐, 이미 시작한 거 끝은 봐야죠.
다행히 선수단 모두 준성의 힘이 되어줬다.
하지만 그래도 지루함은 지루함이었다.
꼭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히면 이런 기분일까?
누가 미완성 아니랄까 봐 심심하면 크래쉬(충돌) 나서 튕기는 건 기본이오, 이건 게임인지 현대예술인지 모를 작품들이 한가득에, 도대체 이런 건 무슨 심보로 보냈나 싶을 정도로 아예 시작조차 안 되는 게임까지.
그 덕에 준성을 포함한 D-Storm 선수들 역시 조금씩 맛탱이(?)가 가기 시작했다.
– 이게 게임이냐! 아오!
– 아! 몇 번째 튕기는 거야! 장난하나 진짜!
– 아니, 플레이 타임이 5분이 전부네? 왜 보냈어?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기도 잠시.
홍진홍이 어떤 게임을 켜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마치 빠져들 듯 집중하기 시작했다.
푸슉! 파악! 파락! 서걱! 끄에엑!
이에 준성은 홍진홍의 모니터를 보고 있기도 잠시.
‘어디서 많이 본 종류의 게임인 것 같은데…?’
“진홍 씨. 지금 하는 게임 이름이 뭐죠?”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진홍은 자기를 부르는 것도 모를 정도로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에 조용히 지켜보던 코치가 어깨를 몇 번 두드리자…
“예? 아, 예! 이거요? 어디보자… [던전 앤 워리어]네요?”
그 말에 준성은 뭔가 생각이 날 듯 안 날 듯했기에 정신을 집중해서 머릿속을 뒤지기도 잠시.
– 게임업계 최초 영업이익 1조 돌파!
– [유니드어스]의 [던전 앤 워리어]!
경제지를 살펴보다가 지나가듯 읽었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준성 역시 심심할 땐 가끔 스타 크래프트를 했던 게이머 중 한 명이었기에, 꽤 인상 깊었던 제목이었기에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 찾았다. 게임 쪽은 지식이 부족해서 사람 찾기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기우였던 모양이군. 큰 녀석을 낚았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어를 낚았다.
이에 준성은 추후 [유니드어스]는 반드시 건져내리라 마음먹되, 진홍의 플레이 감상을 물었다.
“그렇군요. 그 게임 어떤가요?”
“… 생각보다 재밌어요. 일단 플레이어 캐릭터랑 몬스터가 아예 목각인형 같아서 보기 영 불편했는데… 하다 보니 괜찮더라고요. 벨트 스크롤 아케이드 형식이네요.”
“그래요?”
“근데… 이걸로 사업하실 거면 전 반대에요.”
“왜죠?”
“일단 하면서 느낀 건 D&D룰로 만든 캡콤의 쉐이드 오브 미스타라랑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그건 오락실 게임이거든요. 그리고 게임 오버 당하면 [코인] 넣으라고 메시지 뜨던데… 이거 무조건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이잖아요. 근데 PC방 생기면서 오락실은 조금씩 망해가는 추세고요. 온라인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이런 게임.”
한 마디로 재미와 별개로 사업성이 없다는 뜻. 준성은 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경영의 언어는 아니었지만, 그가 말한 내용은 꽤 핵심을 꿰뚫는 것들이었기에.
‘… 이 친구 의외로 이쪽에 수완이 있나 본데?’
하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짚기로 하고.
‘홍진홍의 말이 맞아. 실제로 내가 봐도 아케이드 게임성을 띠고 있었어. 아마 투자자들 역시 비슷하게 생각했겠지. 그 덕에 해당 게임 제작사 역시 투자를 받지 못했을 거고 말이지. 좋아. 나쁘지 않아.’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대어가 돈에 목말라 있다는 건, 곧 대어를 돈으로 낚을 수 있다는 뜻이기에.
…
이후로도 준성은 D-Storm 선수들과 함께 모든 게임들을 개괄적으로 훑었고, 그중 반응이 좋은 50개 게임을 선별해 다시 한 번 플레이하며 정밀 평가를 진행.
결과적으로 10개의 게임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물론, 그 중 [던전 앤 워리어]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
얼마 후, 유니드어스 본사.
민우는 지긋지긋한 두통에 머리를 매만지기도 잠시.
우으으응 – !
짧은 진동과 함께 문자가 한 통 도착했고… 민우는 문자를 읽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제 부하 직원들에게 달려갔다.
“야! 씨* 야! 우리 됐어! 됐다고!”
밑도 끝도 없이 됐다는 말에 직원들이 제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기도 잠시.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묻자 민우가…
“야! 합격했어! 면접 보러 오래!”
“와! 씨*! 진짜!? 정말!?”
“직접 봐! 야! 지금 하던 거 싹 접어! 일주일 후가 면접이니까 그때까지 투자 PT 준비해야 돼! 알겠지!?”
그렇게 단 셋뿐인 유니드어스에는 실로 오래간만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저 면접 기회를 얻은 것뿐인데도 말이다. 이는 곧 그만큼 유니드어스가 자본에 목말라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으나… 그런 건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사막 속에 오아시스를 찾았는데,
그 간의 힘들었던 과거가 대수랴.